최후의 결전 (8)
“...!”
나와 에리히의 대결을 지켜보던 모두의 눈이 크게 치떠졌다.
나의 공격으로 군마를 잃고 공중으로 높이 뛰어오른 에리히.
나는 그런 에리히의 불리한 상황을 놓치지 않고 공격을 가했다.
공중으로 떠올라 발 디딜 곳 없는 에리히의 두 다리를 향해 낙뢰를 휘두른 것.
보통 사람이라면 감히 그 공격을 막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아니, 애초에 보통 사람이라면 말 등을 박차고 그 정도로 뛰어오를 수도 없었겠지만) 순순히 두 다리를 잃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바덴하임의 사자는 달랐다.
대체 어떻게 한 것인지 공중에서 몸을 반쯤 뒤집으며 자신의 검을 낙뢰의 동선 앞으로 끼워 넣은 것.
하지만...
‘의미 없는 발악이다, 에리히!’
몸을 지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낙뢰에 실린 힘을 막는다?
아무리 에리히가 대단한 검사라고는 하나 그건 불가능하다.
하여,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싸움은 이걸로 끝이다!’
휘이이이이잉- 푸화아아악!!!
끔찍한 피륙음과 함께, 시뻘건 피분수가 사방으로 터져 나왔다.
동시에 두 조각나 흩어지는 누군가의 육신.
하지만,
“... 이런!!!”
그 조각난 육신의 주인은, 에리히가 아니었으니.
“메를린!”
자신을 구하기 위해 도끼창 앞에 몸을 던진 부하의 이름을 외치는 에리히.
훗날 알게 된 사실이지만 메를린이라는 사내는 황금 방패 기사단 소속의 기사로, 유력한 다음 대 기사단장 후보로 꼽힐 정도로 남다른 재능이었다.
그토록 미래가 촉망받는 젊은이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
좀처럼 외부에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에리히에게서 그의 이름을 부르짖는 격정적인 모습이 나올만한 순간이었다.
카아앙!!!
“젠장!”
메를린이라 불리는 기사의 몸을 쪼개느라 힘이 떨어진 도끼창 낙뢰가 에리히의 검에 가로막혔다.
“흐으읍!”
자신의 검에 가해진 힘을 발판삼아 공중에 떠 있던 몸을 빙글 돌리며 바닥으로 착지하는 에리히.
터턱!
그는 땅에 발을 딛자마자 힘차게 바닥을 박차며 내게 달려들었다.
마치 팽팽했던 활시위에서 화살이 튕겨 날아가듯 무시무시한 속도였다.
“과연, 호락호락하지 않구나!”
####
휘익- 터억!
그 모습을 본 나 역시 블리츠의 말 등에서 뛰어내려 바닥에 발을 디뎠다.
에리히 정도 되는 강자를 상대로 싸우기엔 말 위보다 차라리 동등한 위치가 나을 것이기에.
“데미어어어어어언!!!”
처음으로 그의 입에서 ‘다닐렌츠 백작’이라는 호칭이 아닌 ‘데미언’이라는 이름이 튀어나왔다.
자신을 대신해 죽은 젊은 기사에 대한 미안함 때문일까?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격정적인 눈빛을 한 에리히의 검이 나의 가슴을 향해 빛살처럼 뻗어진다.
“하앗!”
카아앙! 캉! 카앙! 촤르르르릉! 캉!
눈 깜짝할 사이에 나와 에리히는 수십 합의 공방을 나눴다.
우리 두 사람의 주변으로 어지럽게 찍히는 발자국.
그 하나하나가 손가락 한 마디 정도로 움푹움푹 들어가 있다.
부하의 죽음에 각성이라도 한 것인지, 점점 더 빠르고 날카로워지는 에리히의 검.
그 공격을 받아내기 위해 나는 낙뢰를 두 손으로 단단히 잡은 채 정신없이 휘둘렀다.
무더운 여름날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굵은 소나기처럼 나의 전신을 두드리는 에리히의 검격은 놀랍도록 빨랐고, 동시에 그 하나하나에 전신을 으스러뜨리는 듯한 묵직함이 담겨 있었다.
무엇하나 허투루 볼 수 없는 치명적인 공격들!
콰아앙! 쾅! 카드드드드득! 콰아아아앙!
에리히의 검과 나의 낙뢰가 부딪치며 만들어낸 불꽃의 폭풍이 점점 더 그 기세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어딜 가냐, 이 더러운 반역자 새끼들아!!!”
“죽어라, 이 빌어먹을 사자 놈들아!”
“몰아쳐라! 절대 물러서지 마라!!!”
“사령관님을 구해 성으로 퇴각해야 한다! 죽을 힘을 다해라!!!”
우리 두 사람의 대결을 관망하며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던 양측 병력 역시 다시금 충돌하기 시작했다.
에리히의 목숨을 구한 황금 방패 기사단의 기사 메를린의 죽음 이후 잠잠했던 분위기가 다시 달아오른 것이다.
***
에리히와의 대결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는 나를 대신해 국왕파의 병력 통솔을 맡은 것은 다닐렌츠의 기사 에르발트 베링.
정신없이 눈을 움직여 전장 전체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 무너지는 아군의 측면이 보였다.
“전열이 무너지고 있다! 버텨라!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밀리지 마라!”
악을 쓰며 부하들을 독려하는 백인대장의 모습.
하지만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열은 점점 뒤로 밀리고 있었다.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