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피스로 전설 기사-195화 (194/197)

그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에르발트가 곧장 고개를 돌린다.

그의 시선 끝, 이 어려운 상황을 일거에 뒤집어줄 수 있는 사나이가 서 있다.

“엔리케!!!”

“...!”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즉각 고개를 돌려 에르발트와 시선을 맞추는 엔리케.

그는 다급한 상관의 눈빛을 보자마자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달았다.

“위치를!!!”

전장의 혼란을 꿰뚫고 전해진 엔리케의 목소리.

에르발트는 즉각 검을 들어 위기에 빠진 아군의 좌측 전열을 가리켰고, 곧 엔리케의 입에서 쩌렁쩌렁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슈탈레겐!!! 지원 사격이다!”

동시에 그는 에르발트가 가리킨 국왕파의 우익 전열을 향해 한 발의 화살을 쏘아냈다.

투우웅-!!!

왕국 최고의 철광석 산지로 불리는 아이젠탈 산(産) 강철을 수백 번 두드려 만든 슈탈레겐 특유의 묵빛 철시가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으며 날아간다.

쉬이이이익-

마치 화살에 눈이 달린 것처럼 목표를 향해 정확하게 날아간 화살이,

퍼억!!!

바덴하임 군 기사 한 명의 머리통을 터트리며 자신의 쓰임새를 다한다.

“저쪽이다, 쏴라!”

“예!!!”

엔리케가 쏘아낸 화살은 목표였던 바덴하임 군 기사의 머리통을 박살 냈을 뿐만 아니라 뒤이어질 슈탈레겐 대원들의 공격 목표를 지정해주는 역할을 해냈다.

투퉁! 투투투투투퉁! 투우웅! 투웅! 투투퉁!

순식간에 몸의 방향을 돌려 엔리케의 화살이 날아간 방향을 향해 일제 사격을 개시하는 슈탈레겐의 일백 사수들.

몸의 방향을 돌리고, 목표를 바라본 뒤 활시위를 당기는 그 모습이 마치 한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정확히 닮아있다.

쉬이이이- 슈슈슈슈슈슉!!!

곧, 하늘을 새까맣게 물들였던 일백 발의 묵빛 철시가 음산한 소리를 내며 낙하를 시작했다.

푸푹! 푸푸푸푸푸푹!

“아아아악!”

“크악! 내 허벅지! 내 허벅지이이이!!!”

“케헥! 끄르륵...!”

부대장인 엔리케, 위로 더 올라가 다닐렌츠의 영주인 데미언까지.

그들이 슈탈레겐의 창설과 훈련에 들인 노력과 정성을 증명하듯, 대원들이 쏘아내는 화살 역시 한 치의 빗나감도 없이 적들의 몸통에 틀어박혔다.

어떤 이들은 즉사, 어떤 이들은 전투 불능 상태가 되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주저앉은 동료의 몸에 걸려 또 다른 병사들이 넘어지고, 또 그 넘어진 병사에게 발이 걸려 그다음 전열의 병사들이 휘청거린다.

무섭게 국왕파의 좌익을 두드리던 바덴하임 군의 기세가 단번에 꺾여버린 모습.

그 변화를 목격한 에르발트의 고개가 강하게 끄덕여진다.

“... 됐다!”

아군에게 닥쳐왔던 위기를 버텨냈다.

위기를 버텨냈다는 것은 전장의 흐름이 바뀌었다는 것.

그렇다면, 이제 힘차게 발을 내딛어 반격할 때다.

“겔베르트!”

“옛! 여기 있습니다!”

지난 전투에서 입은 부상이 완전하게 낫지 않아 이번 전투에선 예비전력으로의 임무를 부여받고 빠져 있었던 다닐렌츠의 기사 겔베르트 로이터.

그런 그에게 에르발트의 명령이 떨어진다.

“예비로 빼두었던 전력을 이끌고 전선의 중앙으로 향하게! 가서, 우익의 사자기사단과 함께 발을 맞추어 적의 전열을 무너뜨리도록!”

“명을 받듭니다!”

에르발트에게 명령을 하달받은 겔베르트는 그 즉시 말에 올라 전투 투입을 준비 중이던 예비전력과 함께 전선으로 돌진을 시작했다.

콰콰콰콰콰콰콰콰!!!

“길을 열어라아아아아!!!”

“전군, 좌우로 분열!”

“분여어어어얼!”

뒤쪽에서 들려온 겔베르트의 함성을 들은 전방의 국왕파 병사들이 기다렸다는 듯 빽빽이 서 있던 진형을 갈라 길을 연다.

그리고, 그 열린 공간을 따라 무섭게 질주하는 겔베르트.

촤아앙!!!

허리춤에서 뽑혀 나온 그의 검이, 시퍼런 예기(銳氣)를 흘리며 눈앞의 적들에게 서늘한 공포를 선사한다.

“내가 바로 다닐렌츠의 기사, 겔베르트 로이터다!!!”

***

콰앙! 쾅! 카카카카캉!!!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상대의 움직임을 찰나라도 놓치게 된다면, 곧바로 나의 심장과 목에 적의 검날이 꽂히게 될 상황.

“크흡! 하아아!!!”

전에 없던 격렬한 움직임을 소화 중인 전신의 근육들이 불타는 것처럼 뜨거웠다.

하지만 나도 에리히도, 그 고통을 버텨내며 각자의 무기를 휘둘렀다.

버텨내지 못한다면, 그 끝은 죽음뿐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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