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피스로 전설 기사-196화 (195/197)

휘웅- 푸화악!

“큽!”

치열했던 공방의 끝.

낙뢰의 도끼날 끝에 무언가가 걸리는 느낌이 났고, 그와 동시에 에리히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이 들렸다.

“크으읍!”

촤아아악- 철퍽!

팔꿈치 아래로 잘려나간 에리히의 왼팔이 공중으로 높이 떠올랐다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뒤이어,

후두둑-

잘려나간 팔에서 뿜어진 한 줄기 핏물이 바닥에 떨어지며 둔탁한 소리를 내었다.

“...!”

바닥에 떨어져 펄떡이는 자신의 팔을 바라보는 에리히.

무섭도록 딱딱하게 굳어버린 그의 눈빛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순간,

“아아악!”

“으으, 도망쳐! 이제 안 돼!”

“이 새끼들이! 도망치지 마라! 버텨라, 버텨!”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하는 바덴하임 군 병사들의 비명.

“!!!”

고개를 돌려 급격하게 무너지는 바덴하임 군의 전열을 확인한 에리히의 표정이 사납게 일그러진다.

무섭게 돌진하는 국왕파 기사의 활약 아래 바덴하임의 중군이 짓밟히고 있었다.

저 힘이 철철 넘치는 검술의 주인공은...

“겔베르트로군.”

내가 다닐렌츠 내에서 가장 믿고 사랑하는 기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모조리 죽여주마! 어서 목을 내놓아라, 이 반역자 놈들아!”

지난 전투 때 입은 부상을 잊은 듯 거칠게 날뛰는 그의 검 아래 바덴하임의 기사들이 썩은 짚단처럼 쓰러지고 있었다.

“...”

잘려나간 왼팔에서 피를 뚝뚝 흘리며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에리히.

뭐라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게 헝클어진 에리히의 눈빛을 보며, 나는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바덴하임의 사자, 퇴각을 생각하는가?”

“퇴각이라...”

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나는 그 반응에 상관없이 내가 하고픈 말을 전했다.

“무얼 생각하든, 그대의 뜻대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

“에리히 프라이슬러. 그대는 오늘 이곳에서 죽는다. 그대의 주군, 바덴하임 백작의 운명 또한 마찬가지겠지.”

“... 감히이이이이!”

콰악- 파아아앙!

나의 도발에 크게 노한 에리히가 다시금 땅을 박차며 달려들었다.

눈앞의 상대를 단번에 쪼개버릴 듯한 강맹한 기운.

허나, 나는 그 노도 같은 기세 속에 숨겨진 허무함을 잃어낼 수 있었다.

이미 넘어가 버린 전장의 흐름.

그리고, 왼팔을 잃는 순간 확연히 드러난 나와의 격차.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시는 주군을 모욕하는 말을 듣는 순간 결코 검을 멈출 수 없는 기사로서의 책무.

찰나의 순간 마주한 에리히의 눈빛에서 그 모든 감정을 읽어낸 나는,

“멋진 싸움이었다, 바덴하임의 사자여.”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건 최후의 일격을 선사하기로 했다.

휘이이잉- 콰아아아앙!!!

나의 손에 들린 도끼창 낙뢰가 공간을 찢어발기며 굉음을 터트렸다.

낙뢰가 쪼개고 지나간 공간의 대기가 일그러지며 신기루와 같은 현상을 만들어냈다.

힘과 속도, 그 모든 면에서 극에 도달한 도끼날이 일전엔 단 한 번도 품어본 적 없던 파괴력을 머금은 채로 전력을 다해 뻗어낸 에리히의 검에 닿는다.

퍼어어어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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