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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장 보바통과 덤스트랭 (15/37)

    제15장 보바통과 덤스트랭

  아침 일찍 일어난 해리의 머리 속에는 마치 잠을 자는 동안에도 밤새도록 뇌가 작동하고 있었던 것처럼 이미 모든 계획이 세워져 있었다. 해리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은 다음, 론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기숙사를 나갔다. 이른 아침이었기 때문에 학생 휴게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해리는 어제 저녁에 하다가 그대로 놓아 둔 점술 숙제를 한쪽으로 밀어 놓고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양피지 조각을 꺼내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시리우스 아저씨께

  며칠 전에 제 흉터가 아팠다고 한 건 그냥 상상에 불과했던 것 같아요. 아저씨께 편지를 쓸 때에는 잠이 덜 깬 상태였어요. 그러니까 일부러 돌아올 필요는 없어요. 이곳은 아무 문제 없으니까요...

  제 걱정은 조금도 하지 마세요, 제 머리는 정말로 하나도 아프지 않아요.

  해리

  해리는 초상화 구멍을 빠져나와, 서쪽 탑 맨 꼭대기에 있는 부엉이장으로 올라갔다(4층 복도에서 갑자기 나타난 피브스가 해리에게 커다란 꽃병을 뒤집어 엎으려고 해서 잠깐 방해를 받긴 했지만).

  부엉이장은 돌로 지어진 동그란 모양의 방이었다. 그러나 창문에는 유리가 한 장도 끼워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바람이 그대로 불어오고 있었다. 부엉이장 바닥에는 온통 짚과 부엉이 똥과 생쥐나 들쥐의 뼈다귀들로 뒤덮여 있었다. 길게 늘어서 있는 횃대 위에는 수백 마리나 되는 온갖 종류의 부엉이들이 앉아 있었다. 대부분의 부엉이들은 깊이 잠들어 있었지만, 그래도 여기저기에서 동그란 호박색 눈동자가 해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해리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외양간 부엉이와 황갈색 부엉이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헤드위그를 발견했다. 해리는 서둘러 헤드위그에게 걸어가다가 그만 똥으로 뒤덮인 바닥에 찍 미끄러지고 말았다.

  헤드위그는 곤히 잠을 자고 있었다. 해리는 조심스럽게 헤드위그를 흔들어 깨웠다. 헤드위그는 잔뜩 심통이 난 듯 해리를 외면하면서 이리저리 서성거렸다. 그래서 헤드위그가 해리를 똑바로 쳐다볼 수 있도록 하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 헤드위그는 전날 밤 해리의 태도에 여전히 화가 나 있는 모양이었다.

  결국 해리가 넌지시 "네가 너무 피곤할지도 모르니까 론에게 피그위존을 좀 빌려 달라고 부탁하는게 좋겠어. 핏기위존의 다리에 편지를 매달아서 보내야겠다."고 말한 후에야 간신히 헤드위그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었다. 헤드위그는 부엉부엉 울면서 해리의 팔 위에 살짝 내려앉았다.

  "시리우스만 찾으면 돼, 알았지?" 해리는 헤드위그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 주면서 창문으로 걸어갔다. "대멘터가 먼저 그를 잡기 전에 말이야."

  헤드위그는 해리의 손가락을 평소보다 조금 세게 물긴 했지만, 그래도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부엉부엉 울었다. 헤드위그는 날개를 활짝 펼치더니 해가 떠오르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해리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서서히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는 헤드위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쩐지 자꾸만 속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시리우스의 답장을 받으면 그래도 걱정이 좀 덜어질 거라고 굳게 믿었던 자신이 너무나 어리석게 생각되었다.

  "그건 거짓말이야, 해리. 너는 그냥 흉터가 아프다고 상상한게 아니었잖아."

  해리가 아침 식사 시간에 헤르미온느와 론을 만나서 시리우스에게 편지를 보내겠다고 말하자,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그래서 어쨌다는 거야? 나 하나 때문에 시리우스가 아즈카반에 갇히도록 놔두란 거야?"

  해리는 완강하게 말했다.

  "그만둬."

  헤르미온느가 다시 무슨말을 하려고 입을 벌리자, 론이 제지했다. 이번에는 헤르미온느도 론의 경고를 무시하지 않고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해리는 그 다음 이 주일 동안 시리우스에 대해 아무 걱정도 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아침에 우편물이 도착할 때마다 걱정스러운 눈길로 주위를 둘러보았으며, 밤이 되어서 잠자리에 들 때마다 런던의 어두운 거리에서 디멘터들이 시리우스를 구석으로 몰아가는 끔찍한 영상이 자꾸만 눈에 어른거렸다. 그때마다 해리는 시리우스 생각을 떨쳐 버리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해리는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차라리 퀴디치 경기라도 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훈련에 매진하는 것은 불안감을 떨쳐 버리는 데에 아주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학교 수업은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들고 어려웠다.

  "지금부터 내가 너희들에게 임페리우스 저주를 내리겠다. 한 사람씩 차례대로 나오거라. 과연 그 저주를 막아낼 수 있는 학생이 있을까?"

  그들은 무디 교수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하지만 교수님은 그게 불법이라고 하셨잖아요." 무디 교수가 요술지팡이를 휘둘러서 책상들을 다 치우고 교실 한가운데에 빈 공간을 만들자, 헤르미온느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두 눈을 커다랗게 뜨면서 말했다. "교수님은...이 저주를 사람에게 사용하는 것이..."

  "덤블도어 교수는 임페리우스 저주를 받으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 너희들이 배우기를 바라고 있다." 무디 교수는 마법의 눈을 빙글빙글 돌리다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헤르미온느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나중에 누가 너한테 이 저주를 내려서 너를 완전히 조종해도 상관없다면... 나는 괜찮다. 이걸 배우지 않아도 좋다. 이 교실에서 나가거라."

  무디 교수는 굵은 마디가 있는 손가락을 들어올리더니 문을 가리켰다.

  "저는... 교실에서 나가고 싶다는 뜻은 아니에요."

  헤르미온느는 얼굴을 붉히면서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해리와 론은 서로를 마주뵤면서 씩 웃었다. 그들은 헤르미온느가 이런 중요한 수업을 놓치느니 차라리 부보투버라도 먹을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무디 교수는 한 명씩 앞으로 나오게 하더니, 학생들에게 임페리우스 저주를 내리기 시작했다. 해리는 그 저주를 받은 친구둘이 아주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딘 토마스는 국가를 부르면서 교실을 세 바퀴나 돌았다. 라벤더 브라운은 다람쥐 흉내는 냈다. 네빌은 평상시에는 쳔혀 할 수 없을 것 같은 아주 어려운 체조를 연속적으로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 저주를 막지 못했다.

  잠시 후에 무디 교수가 무뚝뚝하게 해리를 불렀다. "네 차례다."

  해리는 교실 한가운데의 빈공간으로 걸어갔다. 무디 교수가 요술지팡이를 들어올리고 해리를 겨냥했다.

  "임페리오!"

  갑자기 아주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해리의 머리 속에 가득하던 수많은 생각과 걱정들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야릇한 행복감이 해리를 휘감았다. 해리는 마치 허공에 둥둥 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해리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보고 있다는 것을 희미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해리는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무디 교수의 목소리가 텅 빈 머리 속을 헤집고 들어왔다. 책상 위로 뛰어올라라... 책상 위로 뛰어올라라... 해리는 책상위로 뛰어오르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고분고분 무릎을 굽혔다. 책상 위로 뛰어올라라...

  왜요?

  갑자기 해리의 머리 속에서 떠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그게 아주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책상 위로 뛰어올라라...

  싫어요! 난 하고 싶지 않아요! 다른 목소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싫어요! 난 정말로 하고 싶지 않아요...

  뛰어! 당장!

  그 순간 해리는 큰 고통을 느꼈다. 해리는 뛰어로르는 것과 뛰어오르지 않는 행동을 동시에 했다. 그 결과 책상 모서리에 힘껏 부딪힌 해리는 그만 벌러덩 넘어지고 말았다. 아마도 무릎 양쪽을 다 삔 듯 무릎이 몹시 아팠다.

  "자, 정말 잘했다."

  무디 교수가 해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해리는 머리속이 멍하게 울리는 것 같던 기분이 순식간에 싹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해리는 조금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분명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무릎의 통증도 두배로 커졌다.

  "이걸 보거라, 얘들아... 포터가 싸웠다! 포터는 그 저주와 치열하게 싸워서 거의 이길 뻔했다! 다시 한 번 해보자, 포터. 그리고 나머지 학생들은 똑똑히 주목하거라. 특히 포터의 두 눈을 잘 관찰해야 한다. 너희들이 봐야 할 곳이 바로 눈이니까... 잘했다,해리! 정말 잘했어! 아무래도 그들이 널 조종하는 건 조금 힘들 거다!"

  "무디 교수의 말투 말이야." 한 시간 후에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실에서 다리를 절뚝거리며 걸어나오던 해리가 말했다(무디 교수는 해리의 역량을 시험하겠다는 미명하에, 해리가 그 저주를 완전히 물리칠 수 있을 때까지 연달아 네 번이나 공격하겠다고 우겼다). "마치 우리 모두가 언제 어느 때라도 공격받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잖아."

  "그래, 맞아." 론이 맞장구를 쳤다. 론은 한 발로 번갈아 가면서 깡충깡충 뛰고 있었다. 론은 임페리루스 저주로 인해 해리보다 훨씬 더 많은 시련을 겪었지만, 무디 교수는 점심 시간 무렵이 되면 그런 영향들이 모두 없어질 거라고 안심시켰다. "바로 그런 게 편집광적인 증세라는 거야..." 론은 무디 교수가 자신의 말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초조하게 어깨 너머로 힐끗 쳐다보면서 말을 이었다. "무디 교수가 은퇴하자, 마법부 사람들이 몹시 기뻐한 것도 아주 당연해. 그런데 해리, 혹시 무디 교수가 시무스에게 말하는 거 들었니? 언젠가 만우절 날 무디 교수의 등 뒤에서 그냥 장난으로 우우 하고 소리친 마녀에게 그가 어떻게 했는지? 어쨌거나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은데 도대체 언제 임페리우스 저주를 물리치는 방법을 복습하라는 거야?"

  4학년생들은 모두 이번 학기에 해야 할 공부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닫고 있었다. 변신술 수업 시간에 맥고나걸 교수가 숙제를 잔뜩 내자, 학생들은 큰 소리로 불평을 터뜨렸다. 맥고나걸 교수는 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러분이 반드시 치러야 할 '표준 마법사 수준' 테스트가 얼마 남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건 5학년 때 치르잖아요! 아직 1년이나 남았다구요!"

  딘 토마스가 입술을 불쑥 내밀고 툴툴거렸다.

"아닐 수도 있단다, 토마스. 그러니까 시험에 대비해서 만반의 준비를 해둬야 해! 내가 만족할 만큼 고슴도치를 바늘방석으로 변신시킬 수 있는 사람은 이 학급에서 그레인저뿐이야. 너의 바늘방석은 여전히 핀을 가지고 다가가면 깜짝 놀라면서 잔뜩 몸을 웅크린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렴, 토마스!"

  헤르미온느의 얼굴이 다시 발그스름하게 물들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너무 좋아하는 표정을 짓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점술 수업에 참석한 해리와 론은 트릴로니 교수의 칭찬을 받자, 헤벌쭉 입을 벌리면서 굉장히 좋아했다. 트릴로니 교수가 그들이 제출한 숙제에 최고점을 준 것이다. 트릴로니 교수는 그들의 예언 중에서 많은 부분을 큰 소리로 읽으면서, 그들이 가까운 장래에 다가올 공포들을 아주 결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트릴로니 교수가 만족스러운 눈길로 해리와 론을 쳐다보면서 그 다음 달에 대해서도 똑같이 숙제를 해 오라고 하자, 그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은 맞은 기분이 되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재앙에 대한 아이디어를 다 써먹었기 때문이다.

  마법의 역사를 가르치는 빈스 교수는 18세기의 도깨비 반란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했으며, 스네이프 교수는 해독제 연구를 강요하고 있었다. 스네이프 교수는 학급 아이들이 만든 해독제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에 한 명을 골라서 독약을 먹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잔뜩 겁먹은 학생들은 그 말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또한 플리트윅 교수는 소환 마법 수업을 위해 책을 세권 더 읽으라고 말했다.

  심지어 해그리드까지도 학생들이 공부해야 할 양을 더욱 늘리는 데 단단히 한몫하고 있었다. 폭탄 꼬리 스크루트가 어떤 음식을 먹는지 파악한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탄 꼬리 스크루트는 놀라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었다. 해그리드는 무척 기뻐하면서, 학생들에게 연구 과제를 주었다. 그것은 학생들이 이틀에 한 번씩 저녁 시간에 해그리드의 오두막으로 가서, 폭탄 꼬리 스크루트를 관찰하고 특이한 행동을 적어 내라는 것이었다.

  "저는 사양하겠어요." 해그리드가 마치 산타클로스가 자루 속에서 커다란 장난감을 하나 더 꺼내 주는 듯한 태도로 제안하자, 드레이코 말포이가 딱 잘라 거절했다. "저는 수업 시간에 이 더러운 것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그 순간 해그리드릐 얼굴에는 미소가 싹 사라졌다.

  "시키는 대로 해, 말포이." 해그리드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렇지 않으면 나도 무디 교수가 한 것처럼 할 테니까... 나도 네가 착한 흰족제비로 변했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단다."

  그리핀도르 학생들이 떠들썩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말포이의 얼굴이 수치와 분노로 시빨겋게 달아올랐지만, 제대로 항변조차 하지 못했다. 무디 교수가 내린 벌에 대한 기억이 여전히 고통스럽게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이 끝나자,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성을 향해 걸어갔다. 해그리드가 단번에 말포이를 잠잠하게 만드는 것을 보자, 그들은 아주 통쾌했다. 작년에 말포이는 해그리드를 호그와트에서 해고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 적이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현관 안의 넓은 홀에 도착한 그들은 더 이상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수많은 학생들이 커다란 표지판이 세워진 대리석 계단 밑에서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세 사람 중에서 가장 키가 큰 론이 발끝을 한껏 치켜들더니 그 표지판에 적혀있는 내용을 다른 두 사람에게 큰 소리로 읽어 주었다.

    트리위저드 시합

  보바통과 덤스트랭의 대표단이 10월 30일 금요일 오후 6시에 도착합니다.

  수업은 30분 일찍 끝날 예정입니다.

  "정말 잘 됐네!" 해리가 활짝 웃으면서 외쳤다. "금요일의 마지막 수업은 마법의 약 시간이야! 스네이프는 우리에게 절대로 독약을 먹이지 못할 거야!"

  호그와트의 학생들은 가방과 책을 각자 기숙사에 갖다 두고 성 앞으로 모이도록 하십시오. 환영 만찬을 열기 전에 손님을 정중하게 맞이할 예정입니다.

  "일주일 밖에 안 남았어!" 후플푸프의 어니 맥밀란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케드릭이 알고 있을까? 어서 가서 알려 줘야지..."

  "케드릭이라니?"

  어니가 다급하게 달려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론이 물었다.

  "디고리 말이야. 케드릭도 트리위저드 시합에 참가할 생각인가 봐."

  해리가 대답했다.

  "그 멍청이가 호그와트의 챔피언이 된다구?"

  그들은 떠들썩한 인파를 헤치면서 계단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론은 몹시 불만스러운 듯이 소리쳤다.

  "케드릭은 멍청이가 아니야! 너는 그저 케드릭이 퀴디치 경기에서 그리핀도르를 이겼기 때문에 무조건 싫어하는 거잖아." 헤르미온느가 론에게 말했다. "나는 케드릭이 정말로 훌륭한 학생이라고 들었어. 그리고 케드릭은 반장이야."

  헤르미온느는 마치 이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했다.

  "너는 그저 케드릭이 잘생겼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 뿐이잫아."

  론이 가차없이 말했다.

  "무슨 소리야? 나는 잘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좋아하진 않아!"

  헤르미온느가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론은 일부러 헛기침을 했는데, 이상하게 꼭 '록허트!'처럼 들렸다. 현관 안의 넓은홀에 붙은 표지판은 성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눈에 뜨일 정도로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다음 일주일 동안에는 어디를 가든지 온통 트리위저드 시합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누가 호그와트의 챔피언으로 선발될 것인가? 트리위저드 시합 종목은 무럿인가? 보바통 학생들과 덤스트랭 학생들은 어떻게 다른가? 무성한 소문들은 마치 전염성이 강한 병균처럼 학생들의 입에서 입으로 빠르게 옮겨지고 있었다.

  날이 갈수록 성은 점점 더 깨끗해졌다. 꼬질꼬질하게 때가 묻어 있던 초상화 몇 점도 깨끗하게 닦여졌다. 하지만 정작 초상화 속의 당사자들은 별로 좋아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굉장히 불쾌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들은 남몰래 투덜거리면서 액자 한쪽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분홍빛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자, 그만 질겁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갑옷은 아무 기척도 없이 조용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기름을 잔뜩 치자, 더 이상 끽끽거리는 소음을 내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학교 관리인 아구스 필치는 신발을 닦지 않고 들어오는 학생들을 보면 아주 사납게 화를 냈다. 필치에게 야단을 맞은 1학년 여학생 두 명은 공포에 질려서 벌벌 떨었다.

  다른 교직원들도 모두들 이상할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롱바텀, 부디 덤스트랭 학생들 앞에서는 네가 간단한 전환 마법 하나 제대로 못 한다는 사실을 드러내지 말거라!"

  맥고나걸 교수가 특히 어려운 수업 끝에 마구 호통을 쳤다. 그 수업 시간에 네빌은 실수로 자신의 귀를 선인장에 이식시켰던 것이다.

  마침내 10월 30일 아침이 밝았다. 해리는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불과 하룻밤 사이에 연회장은 아주 멋지게 장식되어 있었다. 벽에는 제각기 로그와트의 기숙사를 상징하는 커다란 비단 깃발들이 걸려 있었다. 그리핀도르의 깃발은 붉은색 바탕에 황금색 사자가, 래번클로의 깃발은 파란색 바탕에 검은 오소리가, 슬리데린의 깃발은 초록색 바탕에 검은색 뱀이 그려져 있었다. 가장 큰 깃발은 교수석 뒷벽에 걸려있었다. 사자와 독수리와 오소리와 뱀이 커다란 알파벳 문자 'H'를 둘러싸고 있는 호그와트의 방패꼴 문장이 그려져 있는 깃발이었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그리핀도르 테이블에서 프레드와 조지의 모습을 봤다. 이번에도 역시 두 사람은 평소와 달리 다른 사람들과 뚝 떨어진 곳에 앉아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소곤거리고 있었다. 론은 쌍둥이 형제들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정말 불쾌해. 하지만 만약 그가 우리에게 직접 말하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는 그에게 편지를 보내야 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걸 그의 손에 마구 밀어 넣거나... 그가 우리를 영원히 피해 다닐 순 없어."

  조지가 음산한 목소리로 프레드에게 말하고 있었다.

  "누가 형들을 피하는데?"

  론이 두 사람 사이에 앉으며 물었다.

  "제발 네가 그랬으면 좋겠다."

  갑자기 방해를 받게 되자, 프레드가 화난 얼굴로 말했다.

  "뭐가 불쾌하다는 거야?"

  론이 조지에게 물었다.

  "너처럼 함부로 참견하는 녀석이 내 동생인 거..."

  조지가 투덜거렸다.

  "트리위저드 시합에 참가할 수 있는 기발한 생각이라도 있어?"

  해리가 물었다.

  맥고나걸 교수에게 챔피언들이 어떤 방식으로 선정되는지 물어봤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가 없었어. 그저 너구리를 변신시키는 거나 잘하라는 충고를 들었을 뿐이야."

  조지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 시합이라는 게 도대체 어떤 걸까? 유리는 분명히 잘할수 있을 거야. 해리 지금까지도 우린 위험한 일을 잘 해 나갔잖아..."

  론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심판관 앞에서는 해본 적 없잖아. 맥고나걸 교수는 그 임무를 얼마나 잘 해결하느냐에 따라서 점수가 매겨진다고 했어."

  프레드는 조용히 머리를 흔들었다.

  "그런데 심판관이 누구지?"

  해리가 물었다.

  "트리위저드 시합에 참가하는 학교의 교장들은 모두 심판관 명부에 올라 있어." 헤르미온느가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하자, 모두들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냐하면 1792년에 열린 트리위저드 시합에서 한 가지 불상사가 생겼기 때문이야. 챔피언들이 잡기로 되어 있던 카커트리스(한 번 노려보기만 해도 사람이 죽는다는 전설상의 뱀. 바실리스크와 유사하다:역주)가 마구 날뛰면서 돌아다니는 바람에 세 명 모두 부상 당했거든."

  헤르미온느는 다들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언제나처럼 자신이 읽은 책을 아무도 읽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투로 말을 이었다.

  "나참, 그건 <호그와트의 역사>에 다 나와 있는 거야. 물론 그 책이라고 해서 모두 믿을 만한 건 아니지만 말야. 차라리 '수정된 호그와트의 역사'라고 하는 게 더욱 정확한 제목이겠지. 그렇지 않으면 '학교의 추잡한 면에 대해서는 그럴듯한 말로 얼버무린, 굉장히 편파적으로 가려낸 호그와트의 역사'라고 하거나..."

  "너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니?"

  론이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면서 물었다.하지만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입에서 무슨 말이 쏟아질지 충분히 알고도 남았다.

  "꼬마 집요정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큰 소리로 소리쳤다. 해리의 짐작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호그와트의 역사>는 무려 천 쪽에 걸친 그 방대한 내용 어디에도 백 명에 달하는 노예들의 억압에 대해 우리 모두가 결탁하고 있다는 말은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어!"

  해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은 후에 스크램블드 에그를 먹기 시작했다. 해리와 론이 아무리 관심을 두지 않아도, 꼬마 집요정들의 권리를 추구하기 위한 헤르미온느의 결심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사실 두 사람 모두 S.P.E.W. 배지값으로 2시클을 내긴 했지만, 순순히 돈울 준 것은 오직 헤르미온느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들은 공연히 돈만 낭비한 꼴이 되고 말았다. 아니, 오히려 헤르미온느를 자극해서 더욱 시끄럽게 떠들도록 만드는 결과만 초래했다. 왜냐하면 헤르미온느는 처음에는 배지를 달고 다니라고 성화를 부리더니, 그 다음에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배지를 사도록 설득해야 한다는 둥 계속 해리와 론을 괴롭혔기 때문이었다.

  또한 헤르미온느는 매일 저녁마다 그리핀도르 학생 휴게실을 돌아다니면서 학생들을 구석에 몰아세우고 덜거덕거리는 모금함을 코앞에 불쑥 들이밀었다. 그리고 맹렬한 기세로 소리치곤 했다.

  "너희들이 시트를 갈고 너희들의 벽난로에 불을 지피고 너희들의 교실을 청소하고 너희들의 음식을 만드는 이런 모든 일들을, 봉급 한 푼 받지 못하고 노예처럼 지내는 신비한 생물들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너는 알고 있니?"

  네빌과 같은 아이들은 그저 헤르미온느의 무서운 눈총을 받지 않기 위해 억지로 돈을 냈다. 극소수의 아이들은 헤르미온느가 하는 말에 약간 관심을 보이기도 했지만, 캠페인을 벌인다든가 하는 좀더 활동적인 일에 참여하는 것은 극구 사양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 일은 아주 우스꽝스럽게 여겼다.

  론은 공연히 가을 햇빛이 따뜻하게 내리비치는 천장을 올려다보면서 딴전을 피웠다. 프레드는 갑자기 베이컨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쌍둥이 형제는 둘 다 S.P.E.W. 배지 구입을 거절했다). 하지만 조지는 헤르미온느에게 몸을 숙여 말했다.

  "헤르미온느, 너 주방에 한 번이라도 내려가 본 적 있니?"

  "아니, 없어. 학생들은 주방에 들어갈 수 없..."

  헤르미온느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물론 그렇지. 하지만 우리는 가 봤어." 조지가 프레드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것도 아주 여러 번이나... 물론 음식을 훔치기 위해서 들어갔지.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만난 적도 있어. 그들은 아주 행복해 보였어. 그들은 자신들이 이 세상에서 최고의 일자리를 얻었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건 꼬마 집요정들이 아무런 교육도 받지 못하고 세뇌를 당했기 때문이야!"

  헤르미온느는 몹시 흥분해서 일장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의 말은 부엉이 집배원들이 마구 날개를 퍼덕거리며 날아오는 소리 때문에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해리는 얼른 고개를 들고 이제 막 도착한 부엉이들을 쳐다보았다. 해리를 향해 곧장 날아오는 헤드위그의 모습이 보였다. 갑자기 헤르미온느가 말을 멈추었다. 헤르미온느와 론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헤드위그가 날개를 퍼덕이면서 해리의 어깨 위에 내려앉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헤드위그는 날개를 접은 후에 힘없이 한쪽 다리를 쭉 내밀었다.

  해리는 재빨리 헤드위그의 발에 매달린 시리우스의 답장을 떼어냈다. 해리가 배이컨을 조금 주자, 헤드위그는 약간 고개를 끄덕이더니 와구와구 먹었다. 잠시 후에 프레드와 조지가 다시 트리위저드 시합 얘기에 완전히 몰두하고 있는 걸 본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작은 목소리로 시리우스의 편지를 읽어 주었다.

  잘 했다. 해리

  나는 다시 이 나라로 돌아와서 잘 숨어 있단다. 나는 네가 호그와트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보다 자세히 알려 주었으면 좋겠구나. 나에게 편지를 보낼때는 더 이상 헤드위그를 이용하지 말거라. 부엉이를 계속 바꾸도록 해야한다. 그리고 내 걱정은 하지 말고, 항상 몸조심하도록 해라. 내가 네 흉터에 대해 한 말을 잊어버리지 말거라.

  시리우스

 "어째서 부엉이를 계속 바꿔야 하는 거지?"

  론이 한껏 목소리를 낮추면서 물었다.

  "그건 헤드위그가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끌기 때문일 거야. 해드위그는 눈에 금방 띄잖아. 시리우스의 은신처가 어딘지 모르겠지만, 눈처럼 새하얀 부엉이가 계속 그곳을 들락거린다면... 그러니까 내 말은... 헤드위그가 주로 그 지방에서 서식하는 새가 아니라는 뜻이야. 안 그래?"

  헤르미온느가 해리의 어깨위에 헤드위그를 힐끗 쳐다보면서 말했다. 해리는 재빨리 시리우스의 편지를 돌돌 말아서 망토 속에 밀어 넣었다. 혹시 시리우스가 오히려 더 많이 걱정하게 된 것은 아닐까?

  해리는 시리우스가 마법부의 손에 잡히지 않고 은신처로 무사히 돌아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리우스가 가까운 곳에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해리에게 큰 위안이 된다는 사실은 결코 부인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적어도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받을 때까지 오랫동안 가슴을 졸이면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고마워, 헤드위그!".

  해리는 헤드위그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헤드위근는 졸린 듯이 부엉부엉 울더니 부리를 해리의 오렌지 주스에 살짝 담갔다. 그리고 다시 힘차게 날개를 퍼덕거리더니 휙 날아갔다.

어서 빨리 부엉이장으로 돌아가서 푹 자고 싶은 모양이었다.

  오늘은 어쩐지 아침 일찍부터 유쾌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수업에 귀를 기울이는 사라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들 그날 저녁에 도착할 예정인 보바통과 덤스트랭 사람들에게 온통 관심이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마법의 약 수업조차 30분이나 짧아졌기 때문에 다른 때보다 훨씬 더 견딜 만했다.

  마침내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허둥지둥 그리핀도르 탑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미리 지시받은 대로 가방과 책들을 가지런히 내려놓고 재빨리 학교 망토로 갈아입은 후에 다시 현관 복도로 내려갔다.

  기숙사 담당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줄을 서라고 명령하고 있었다.

 "위즐리, 모자 좀 똑바로 써라." 맥고나걸 교수가 론을 쳐다보면서 날카롭게 말했다. "패틸 양, 머리에 맨 그 우스꽝스러운 장식 좀 떼어내도록 해라."

  패르바티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길게 땋아내린 머리에서 커다란 나비장식을 떼어냈다.

  "나를 따라오도록." 맥고나걸 교수가 학생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거기 앞줄에 서 있는 1학년생들은 제발 좀 밀지 말고..."

  그들은 줄을 맞춰 정문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다들 호그와트 성 앞에 줄을 맞춰 길게 늘어섰다. 약간 쌀쌀한 날씨였지만, 하늘은 아주 맑았다. 해가 저물면서 서서히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고, 금지된 숲 너머에서 희미한 달이 떠올랐다. 앞에서 네 번째 줄에 론과 헤르미온느 사이에 서 있던 해리는 1학년생들 중에서 유난히 들뜬 모습으로 까불고 있는 데니스 크리비를 발견했다.

  "벌써 6시가 다 됐네. 그런데 해리, 다른 학교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도착할 것 같니? 기차로?"

  론은 잠시 손목시계를 확인한 후에 성 입구로 통하는 차도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그럴 것 같진 않아."

  헤르미온느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슨 수단을 사용할까? 빗자루를 타고 올까?"

  해리가 별이 총총한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물었다.

  "아마 그렇진 않을 거야... 그렇게 먼 곳에서 찾아오는데..."

  "포트키? 그렇지 않으면 순간이동을 써거 뿅 하고 나타날 수도 있을 거야... 어쩌면 다른 학교에서는 열일곱 살 미만도 그걸 하는게 허용되어 있을지도 모르잖아?"

  론은 잔뜩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해리를 쳐다보았다.

  "호그와트 교내에서는 순간이동을 사용할 수가 없어! 도대체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듣겠니?"

  헤르미온느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핀잔을 주었다. 사방이 점점 더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기를 쓰고 주위를 살펴 보았지만, 움직이는 물체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게 그저 여느 때처럼 조용하고 고요하기만 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기 시작했다. 해리는 몸이 오싹할 정도로 한기를 느꼈다. 빨리 도착했으면... 어쩌면 외국 학생들은 보다 극적으로 등장할지도 몰라... 퀴디치 월드컵이 열리기 전에 위즐리 씨가 캠프장에서 한 말이 떠올랐다.

  '언제나 똑같군 마법사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서로들 뽐내기 바쁘다니까...'

  잠시 후에 다른 교수들과 함께 뒤에 서 있던 덤블도어 교수가 소리쳤다.

  "아하! 보바통 대표단이 도착하는군!"

  "어디요?"

  수많은 학생들이 제각기 서로 다른 방향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저기 있다!"

  6학년생 가운데 한 명이 금지된 숲 저 위쪽의 하늘을 가리키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뭔가 아주 거대한, 빗자루보다 훨씬 큰 것이...  마치 수백 개의 빗자루를 합쳐 놓은 것 같은 것이...  점점 더 커지면서 군청색 하늘을 가로질러 성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용이다!"

  1학년생 가운데 한 명이 잔뜩 흥분해서 소리쳤다.

  "저런 멍청이... 저런 날아다니는 집이야!"

  데니스 크리비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 데니스의 추측이 훨씬 더 진실과 가까웠다... 그 거대한 형상은 금지된 숲의 나무 꼭대기를 살짝 스치듯이 날아오고 있었다. 성의 창문에서 흘러나온 불빛이 그 형상을 어렴풋이 비추었다. 그들은 코끼리만한 덩치의 팔로미노(갈기와 꼬리는 하얗고 몸통은 담황색인 말의 일종: 역주) 수십 마리가 끌고 있는 거대한 담청색 마차를 볼 수 있었다. 거의 집채만한 마차는 호그와트를 향해 똑바로 날아오고 있었다.

  마차가 점차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보바통의 마차가 엄청난 속도로 착륙하자 앞쪽 세 줄에 서 있는 학생들이 깜짝 놀라면서 얼른 뒤로 물러났다.

  쾅!

  귀청이 찢어질 듯 어마어마하게 큰 소리와 함께(네빌은 깜짝 놀라서 뒤로 펄쩍 뛰다가 슬리데린 5학년생의 발을 밟고 말았다), 대형 접시보다도 더 큰 말발굽들이 에 닿았다. 마차가 거대한 바퀴를 굴리며 착륙하는 동안, 황금빛 말들은 커다란 머리를 치켜들고 불길처럼 새빨간 눈알을 디룩디룩 굴렸다.

  해리는 마차의 문이 열리기 전에, 문에 그려져 있는 방패꼴 모양의 문장(세 개의별이 반짝이고 있는 황금빛 요술지팡이 두 개가 서로 교차되어 있는 양이었다)을 힐끗 보았다.

  연한 파란색 망토를 입은 남학생이 마차에서 펄쩍 뛰어내리더니 몸을 앞으로 숙여 마차 바닥에 있는 뭔가를 잠시 만지작거리자, 황금빛 계단이 활짝 펼쳐졌다. 보바통의 남학생은 아주 점잖게 뒤로 물러났다.

  잠시 후에 해리는 그 마차 안에서 반짝거리는 검은색 하이힐 구두가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해리가 여태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거대한 몸집의 여자가 나타났다. 비로소 왜 그렇게 거대한 마차와 말들이 필요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몇 사람은 너무나 놀라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해리는 이 여자만큼 거대한 체구를 가진 사람은 지금까지 딱 한 명밖에 보지 못했다. 그 사람은 바로 해그리드였다. 해리는 저 여자와 해그리드의 키가 거의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아마도 해리의 눈에 해그리드가 훨씬 더 익숙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거대한 마차의 계단 발치에 서서 눈이 휘둥그레진 사람들을 둘러보고 있는 저 여자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훨씬 더 커다랗게 보였다. 그 여자가 현관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비치는 곳까지 걸어가자, 잘 생긴 올리브 빛 얼굴과 투명하게 보이는 크고 까만 눈, 부리처럼 휘어진 코가 드러났다.

  그 여자의 기다란 머리카락은 목 밑에서 반짝거리는 둥근 장식으로 묶여 있었다. 검은색 새틴 옷이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었는데. 목과 굵은 손가락에는 커다란 오팔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덤블도어 교수가 박수를 치기 시작하자 학생들도 보바통 대표단을 환영하기 위해 박수를 쳤다. 많은 학생들은 그녀를 더 잘 보기 위해 까치발을 하기도 했다.

  그 여자는 품위 있는 미소를 지으면서 덤블도어 교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주렁주렁 보석이 달린 손을 내밀었다. 덤블도어 교수도 제법 키가 큰 편이지만, 그 여자의 손에 입을 맞추기 위해서 허리를 굽힐 필요조차 없었다. 그 여자의 키가 워낙 컸기 때문이었다.

  "맥심 부인, 호그와트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덤블도어가 정중하게 말했다.

  "덤블리-도어어르, 안뇽하셨나용?"

  맥심 부인이 굵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 잘 지냈습니다. 고맙습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반갑게 대답했다.

  "우리 학생들이에용."

  맥심 부인이 뒤를 돌아보면서 거대한 손을 흔들었다. 온통 맥심 부인에게만 정신이 팔려 있던 해리는 그제서야 마차에서 내린 수십 명의 남학생과 여학생들이(겉으로 보기에는 모두들 십대 후반인 것 같았다) 맥심 부인의 등 뒤에 조용히 서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는데,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학생들은 모두 얇은 비단천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있을 뿐, 망토를 걸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몇 명의 학생들은 스카프나 숄로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해리는 어렴풋이 학생들의 모습을(그들은 맥심 부인의 커다란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다) 볼 수 있었는데, 어쩐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호그와트 성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카르카로프는 도착했나용?"

  맥심 부인이 주위를 둘러보면서 물었다.

  "금방 도착할 겁니다. 여기에서 잠시만 기다렸다가 덤스트랭을 맞이하겠습니까? 아니면 안으로 들어가서 몸을 좀 녹이겠습니까?"

  덤블도어 교수의 눈길이 맥심 부인을 향하고 있었다.

  "몸을 녹이능 게 조을 것 같아용. 그런데 말드른..."

  맥심 부인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마차를 끌고 온 말들을 쳐다보았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호그와트의 신비한 동물 돌보기 교수님이 기꺼이 맡아 주실 겁니다. 음... 잠시 후에 다른... 좀 사소한 일을 처리하고 돌아오면 말입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스크루트야."

  론이 씩 웃으면서 해리에게 속삭였다.

  "하지만 저 말드를 다루려명... 저어... 강한 힘과 뛰어난 솜씨가 필요해용. 히미 굉장히 세거든요..."

  맥심 부인은 마치 호그와트의 신비한 동물 돌보기 교수님이 과연 자신의 말을 제대로 다룰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표정이었다.

  "해그리드는 말을 잘 다룰 겁니다. 제가 보증하죠."

  덤블도어 교수가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조아용. 애그리드를 만나면, 저 말드레게 위스키 딱 항 잔망 주라고 전해 주시게써용?"

  맥심 부인이 살짝 허리를 굽히면서 말했다.

  "가자!"

  맥심 부인이 보바통 학생들을 쳐다보면서 거만하게 말했다. 호그와트 학생들은 양쪽으로 갈라져 맥심 부인 일행이 돌계단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길은 비켜 주었다.

  "덤스트랭의 말은 얼마나 클 것 같니?"

  라벤더와 패르바티 너머에 서 있던 시무스 피니간이 고개를 쑥 내밀면서 해리와 론에게 물었다.

  "글쎄... 만약 저 말보다 더 크다면, 심지어 해그리드조차도 다룰 수 없을 거야. 물론 그것도 해그리드가 스크루트에게 공격을 당하지 않았다면 말이지만... 그런데 스쿠르트는 어떻게 된 걸까?"

  해리가 근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어쩌면 달아났을지도 몰라."

  론이 잔뜩 기대에 차서 말했다.

  "오! 제발 그런 말은 하지 마. 스쿠르트떼가 운동장에서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걸 한번 상상해 봐..."

  헤르미온느가 진저리를 치면서 말했다. 이제 그들은 약간 후들후들 떨면서 덤스트랭 일행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기대에 가득 찬 눈길로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한동안은 맥심 부인의 거대한 말들이 콧김을 내뿜으면서 발을 구르는 소리만이 정적을 깰 뿐이었다.

  바로 그 순간... 

  "무슨 소리 들었니?"

  갑자기 론이 해리의 어깨를 툭 치면서 물었다. 해리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어둠 속에서 뭔가 소름끼치는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마치 거대한 진공 청소기가 강바닥을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우르릉거리면서 뭔가를 빨아들이는 듯한 소리였다...

  그들은 운동장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잔디 언덕 위에 서 있었기 때문에, 검은 호수의 매끄러운 표면이 .한눈에 보였다. 그런데 호수의 표면이 마구 출렁거리더니 깊은 호수 한가운데에서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호수의 표면이 커다란 거품이 일어나면서 질퍽한 둑 위로 파도가 철썩거렸다. 그리고 호수 한가운데서 마치 호수 바닥에 있던 거대한 물구멍 마개가 뽑혀져 나가기라도 한 것처럼 마구 소용돌이가 있었다...

  잠시 후에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장대처럼 보이는 길고 까만 것이 천천히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해리의 눈에 돛대가 보였다...

  "돛대야!"

  해리가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거대한 배가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면서 서서히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덤스트랭의 배가 은은한 달빛을 받으면서 번쩍거렸다. 그것은 마치 물에서 건져 올린 난파선처럼 이상하게 뼈대만 남은 것처럼 보였다.

  마침내 물을 튀기는 소리가 요란하게 나면서, 거대한 배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한참 동안이나 요동치는 물 위에서 출렁이던 배는 호수의 둑으로 미끄러지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철퍽!

  닻을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쿵!

  이번에는 둑 위로 널빤지를 내리는 소리였다.

  사람들이 배에서 내리고 있었다. 배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을 통해 그들의 검은 형체가 흐릿하게 보였다. 해리는 덤스트랭 학생들이 왠지 크레이브와 고일처럼 덩치가 아주 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잠시 후에 덤스트랭 학생들이 현관 복도 불빛이 비치는 곳까지 다가오자, 체격이 그렇게 커다랗게 보였던 이유는 그들이 북실북실한 모피를 입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학생들을 성으로 인도하는 한 남자는 자신의 머리카락처럼 은빛이 감도는 다른 종류의 모피를 입고 있었다.

  "덤블도어! 안녕하십니까?"

  언덕을 따라 올라오던 남자가 힘차게 외쳤다.

  "아주 잘 지냈소. 고맙소, 카르카로프 교수."

  덤블도어 교수가 손을 흔들면서 대답했다. 카르카로프의교수의 목소리는 아주 낭랑하고 매끄러웠다. 현관 불빛에 비친 카르카로프의 모습은 덤블도어 교수처럼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느낌을 주었다. 하얀 머리카락은 짧게 잘랐으며 다소 날카로운 인상의 턱에는 끝이 살짝 밀려 올라간 염소 수염이 나 있었다. 카르카로프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곧장 덤블도어에게 걸어갔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덤블도어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리운 호그와트."

  카르카로프가 성을 올려다보면서 미소짓자, 약간 누런 이빨이 드러났다. 비록 입술은 상냥하게 웃고 있었지만, 눈은 여전히 차갑고 날카롭게 빛났다.

  "이곳에 오니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군요. 얼마나 좋은지... 빅터! 자, 서둘러라. 따듯한 곳으로 가자...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덤블도어? 빅터는 지금 가벼운 코감기에 걸려서..."

  카르카로프 교수가 덤스트랭 학생들 가운데 한 명에게 앞으로 손짓했다. 그 학생이 옆을 지나가는 순간, 해리는 그 두드리진 매부리코와 짙은 눈썹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리고 단번에 그 학생이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론이 해리의 팔을 툭 치면서 귀에 대고 속삭였다. 

  "해리, 크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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