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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이지만 세계 평화가 소원입니다-316화 (316/352)

제316화

#83 흑야성성(黑夜星星) (4)

“이런 점이 이상하다니…….”

내 말에 두 사람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지적하고 나서야 자신들의 행동이 이상했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인데, 이상할 정도로 신뢰하고 있잖아. 두 사람 모두.”

차송진이야, 내가 헛소리를 하면 ‘그건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할 성격이지만,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제법 나를 신뢰하는 편이었다. 적어도 이런 식으로 내 의견에 바로 토를 달 정도는 아니다.

한서현은 말해 뭐해. 평소 한서현은 내 말이라면 선과 악을 구분 짓지 않고 광신도적인 면모를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내 말에 꼬투리를 잡는다?

“어…….”

“이상하, 네?”

“확실히 이상하지.”

나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 인기도 너무 이상하지.”

주변에 다른 가게가 없는 것도 아닌데, 메이의 가게는 유난히 북적거렸다. 물론 메이가 인기가 많을 타입이라는 건 안다. 하지만 이곳은 암시장, 메이의 주 고객은 헌터들. 헌터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아티팩트의 질이다. 가게 주인이 얼마나 친근하고 애교가 많은지는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아티팩트의 질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어. 다른 가게도 그에 못지않은 아티팩트가, 아니, 그보다 더 뛰어난 아티팩트를 전시하고 있었지.”

메이의 가게 바깥쪽에 전시돼 있는 아티팩트는 솔직히 말해,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내가 미국에서 보고 점찍은 장인이라고 보기에는 확실히 질이 떨어졌다. 내가 괜히 차송진이 간단하게 쓸 아티팩트 몇 개만 구매한 게 아니다.

“질에 비해 너무 인기가 많잖아?”

내 의심에 차송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야, 고급 아티팩트는 따로 숨겨 둔 게 아닐까? 그 방 안에 둔 것처럼.”

“확실히 그 방 안에 있는 아티팩트는 꽤 괜찮았지. 그래서 이상해. 정말 그 아티팩트를 메이가 전부 만들었다고 생각해?”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가 그 안에서 본 건 뛰어난 아티팩트지, 뛰어난 장인이 아니었단 말이야.”

처음 바깥쪽의 아티팩트를 살펴본 나는, 메이의 ‘서비스’에 주목했다. 그래, 이 가게가 특별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그 서비스는 나를 더 실망시키기만 했다.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그렇지, 자기 공방의 재고 파악도 제대로 해 놓지 않는다고?”

그래, 이건 하도 바쁘니 그럴 수 있다고 넘어갈 수 있다 치자. 하지만 그 다음으로 이어진 행동이 나의 의심에 불을 붙였다.

“아무리 그래도 한서현의 스태프를 제대로 판단조차 못 한 건 말이 안 돼.”

한서현의 스태프는 그냥 스태프가 아니다. 무려 SS급 몬스터를 처치해서 나온 마석을 통째로 박아 넣은 데다가, 그 마석이 사용자의 마력에 감응해 특별히 변화하기까지 한, 전무후무한 아티팩트다. 그런데 그걸 앞에 두고도 그런 태도라고?

‘공방’에 가서야만, 제대로 된 판단이 가능하다니.

내가 본 장인들은 전부 아티팩트를 손에 들자마자 문제점을 줄줄 읊어 댔다. 그에 비하면 메이의 태도는 아주 많이 이상했다.

“수상하잖아, 그 점이.”

“……그, 그렇지만 무슨 도구가 필요한 걸 수도 있고…….”

“인기가 많다고 수상하다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지…….”

내 말을 듣고서도 두 사람은 여전히 메이에 대한 변명을 우물거렸다.

“말했지? 홀린 거라고.”

내 말에 두 사람은 입을 닫았다.

우리 사이에 오가는 이야기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첸륜에게 나는 같은 말을 간단히 해 주었다. 내 말에 첸륜은 크게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홀렸다니…….]

[만에 하나 착각일 가능성도 없진 않겠지만.]

정말로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는 힘이, 그러니까 재능이 아니더라도 있을 수 있다. 나를 꼬여 내지 못한 건, 글쎄…….

━네 취향이 연상이기 때문 아니겠냐.

‘농담할 때가 아니거든요.’

━네 말대로 확실히 정황이 수상쩍긴 하군.

어쨌거나 ‘호감’ 부분을 따지지 않는다고 해도 메이가 장인이라는 건 거짓말일 것 같다는 게 내 판단이다.

여기까지 와서 소개받은 장인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게 어디 한둘이어야지.

“아무래도 장인을 따로 두고 자신은 판매만 하면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것 같아. 이게 합의된 상황이라면 좋겠지만…….”

그렇게 말을 내뱉고 있는 내게 곧 정신을 차린 한서현이 대뜸 소리를 질렀다.

“잠깐, 그 사람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면 제 스태프는 왜 준 건데요! 아까처럼 대답을 피할 생각은 하지 마요! 나는 그 대답 꼭 들어야겠으니까! 혹여 그 여자가 제 스태프를 훔쳐서 달아나면 어떡해요!”

“헉! 그러게!”

차송진 또한 요란을 떨며 내게 눈을 치켜떴다.

“그, 그게 없는 서현이는…… 어! 물론 엄청나게 강하겠지만, 그래도 모래가 사라진 서현이는 아무래도, 어, 아무래도 그러니까…….”

“뭐예요, 그 말은!”

차송진은 제게 달려드는 한서현을 보면서 기겁했다. 나는 두 사람을 떼어 놓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그 스태프를 다룰 수 있는 건 서현이뿐이니까.”

나 또한 그런 걱정을 하지 않은 게 아니다. 메이를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 사람이 우리가 의뢰한 물건을 먹고 날거나, 싼 것으로 바꿔치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한서현의 스태프는 아주 안전했다.

“안전해?”

“내가 말했잖아. 서현이의 스태프는 아주 특별하다고. 서현이의 마력에 완전히 동화돼서 성질까지 바뀌었잖아.”

그쪽에서 나쁜 마음을 먹어도 그 마정석은 이미 한서현 전용이나 다름없었다.

“다른 아티팩트라면 이래저래 변형해서 빼돌릴 수 있겠지만, 그건 무리라고.”

“아하, 그래서 내 걸 넘겨준 거예요? 그 사람이 빼돌리려야 빼돌릴 수 없을 테니까? 아하, 그래서 보스 거는, 재호 형 거는 안 줬구나.”

이크! 한서현이 나를 노려보는 기세가 제법 흉흉했다.

“그, 그게 나도 다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잖아. 일단 그 아티팩트를 추적하면 그 사람의 작업실도 알 수 있을 거고, 그럼 메이가 숨기고 있는 비밀이 뭔지도…….”

내 설명에도 한서현은 여전히 나를 노려보았다. 머리로는 내 말을 이해하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나를 향한 원망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는 모양이다.

큼큼, 헛기침을 내뱉은 내가 말했다.

“어쨌거나 그 사람을 추적해서 한번 뒤를 밟아 보자고.”

“……알겠어요.”

내 말에 한서현은 잠자코 쥐돌이를 불렀다. 스태프를 맡겨 버렸으니 모래는 부르지 못하게 됐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서현은 추적에 있어서는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말이야. 멀리에 떨어져 있어도 대충 스태프가 어디에 있는지 느껴지지 않아?”

이름이 바뀔 정도로 한서현에게 깊게 동화된 마정석이다. 한서현의 몸이나 다름없게 됐다는 뜻이다. 이 정도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어디에 있는지 대충 눈치를 챌 수 있지 않을까.

내 말에 한서현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요?”

“그냥 대충 그러지는 않을까 추측했을 뿐이야.”

한서현의 마력 지배력은 엄청나다. 당장 몇 km 반경을 모래로 덮을 수 있을 정도니, 어느 정도 범위 안에 들어온 마정석의 위치쯤이야 추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거지.

“대충 알 것 같네요.”

“그래, 내가 아무런 생각도 없이 네 스태프를 맡긴 게 아니라니까.”

내 말에 한서현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미워…….”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어쩔 수 없는 일.”

내가 그렇게 말하며 한서현을 응원하고 있을 때였다. 차송진이 고개를 기울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이야.”

“응?”

“그 여자가 사기꾼이어도 우리가 끼어들 필요는 없잖아?”

“어?”

“그냥 우리 의뢰만 잘 맡아서 처리해 주면 그만이잖아. 사기꾼이라고는 해도 우리 아티팩트에 사기를 치지만 않으면, 그러니까, 물론 그럴 가능성이 있긴 한데 우리 걸 들고 나르지만 않는다면 굳이 그 사람의 뒤를 캘 필요는 없는 거잖아. 이렇게 그 여자가 우리한테 사기를 치기도 전에 뒤를 캘 필요가 있냐 싶어서 말이야.”

차송진의 날카로운 말에 내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차송진의 말을 들은 한서현이 말이 된다는 듯 눈을 번쩍 떴다.

“그러네요! 사기꾼이어도, 우리한테 사기를 치지 않는 한 우리가 신경 쓸 필요는 없는데…….”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실실 웃고 있는 것도 이상해.”

“어? 보스가 웃고 있다고요? 아니! 진짜잖아.”

나는 필사적으로 입꼬리를 내리려고 했지만, 이미 미소를 들킨 이상 이미 늦었다.

차송진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솔직하게 말해, 무슨 꿍꿍이인지.”

* * *

“뭐어어어? 핍박받고 있는 장인 구출 작전?”

“그냥 사람이 꿈은 꿀 수 있는 거잖아.”

내 말을 전부 들은 차송진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혀를 찼다. 한서현과 김재호의 눈빛도 그리 좋진 않았다. 한서현이야 그렇다 치고 김재호마저 나를 저런 눈으로 보다니.

“못됐어.”

김재호의 말에 나는 심장을 움켜잡았다.

으윽! 백 마디 잔소리보다 강한 한 마디였다.

“아니, 그래도 말이야. 잘 사는 사람을 빼 오는 건 좀 그렇잖아? 이왕이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불쌍한 장인을 데리고 와서 엉?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그 사람 좋고 벨츠머츠 좋고.”

“의도는 그렇다 치고 누군가가 고통받고 있길 바라는 그 심보가 못됐다고, 심보가!”

으윽! 차송진의 팩트 폭행에 나는 또 한 번 심장을 움켜잡았다.

“구인 구직은 똑바로 해! 4대 보험 같은 걸 보장할 수는 없겠지만,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사람을 주워 오겠다며 시시덕거리는 짓은 그만두라고! 그건 말이지…….”

“못됐어.”

“그래, 못됐어!”

“김재호 너는 4대 보험이 뭔지도 모르면서!”

나는 미약하게나마 그렇게 반항해 보았지만, 팔짱을 낀 채로 내게 ‘못됐어’라고 세 번째로 말하는 김재호를 이길 순 없었다.

흑흑, 왜? 빌런들은 전부 이런 식으로 구인 구직을 하는 게 아니었단 말인가? 그럼 빌런 조직이 되어서 알X몬이라든가, 알X천국에서 사람을 구할 순 없지 않은가.

나는 소심하게 그리 반항해 보았지만, 차송진의 말에 무릎을 꿇고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차송진은 이번 작전을 반대하진 않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한 번 알아보긴 하자고. 정말로 네 말대로 고통을 받는 장인이 있을 수도 있고 말이야.”

눈을 반짝이는 내게 차송진이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무턱대고 우리 쪽에 끌어들이는 건 안 돼.”

“끄응, 알겠다고.”

누가 보스인지, 정말.

나는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때 첸륜이 나를 향해 물었다.

[다 잘되고 있는 거지?]

[그래.]

내 말에 첸륜은 묻고 싶은 게 많다는 얼굴로 입을 닫았다. 답답한 심경은 알겠지만, 이 말을 저쪽에 전해 주지는 못하겠다.

왜?

너무 쪽팔려서.

그때 한서현이 애가 타게 기다리던 말을 전해 주었다.

“보스가 좋아할 만한 소식이네요.”

한서현이 말했다.

“있어요, 핍박받는 장인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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