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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3화 (13/1,590)

# 13

회귀자 사용설명서 013화

당황(1)

[플레이어 이지혜의 상태창과 잠재 능력을 확인합니다.]

[이름-이지혜]

[칭호-없습니다. 조금 더 노력하셔야겠네요.]

[나이-29]

[성향-이기적인 야망가]

[직업-백수입니다.]

[능력치]

[근력-05/성장한계치 일반 이하]

[민첩-09/성장한계치 일반 이하]

[체력-10/성장한계치 일반 이하]

[지력-20/성장한계치 희귀 이상]

[내구-08/성장한계치 일반 이하]

[행운-15/성장한계치 일반 이하]

[마력-00/성장한계치 일반 이하]

[총평-축하합니다, 플레이어 이기영. 결국 사고 치셨군요. 낮은 스탯 형편없는 잠재 능력을 가진 한 쌍의 완벽한 커플이 탄생했습니다. 피임에는 신경 쓰도록 하세요. 정말로 태어난다면 2세가 너무 불쌍하니까요.]

“뭐가 커플이야.”

내 생각보다 이 여자는 조금 더 똑똑하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머리가 특출하게 좋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황을 읽는 판단력이나 결단력, 행동력 정도는 봐줄 만하다.

눈치도 빠르고 가려운 곳을 긁어줄 줄 안다.

알게 모르게 견제하고 있던 정하얀을 이쪽에 던져준다는 것을 보면 그녀가 원하는 게 뭔지 대충은 알 수 있었다.

김현성이 이 여자한테 어째서 집단을 맡겼는지 이해가 된다.

굳이 필요 없는 몸통박치기를 해온 것도 최소한의 끈을 붙잡고 싶어서일 것이다.

물론 본인의 다른 목적이 있을 수도 있지만 굳이 내가 알 필요는 없다.

한 번 침을 삼키고 다시 한번 이지혜의 스탯창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지혜의 능력치 상승률이 나쁘지 않다. 저번에 봤을 때와 비교하면 체력은 1, 지력은 2, 행운은 3이 올랐다.

‘어떤 식으로 올라가는 거지?’

궁금한 것은 스탯이 어떻게 올라가느냐에 대한 것.

일단 지력 같은 경우에는 단순한 사고력이나 알고 있는 지식에 기반 하지 않는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정하얀 같은 경우에는 높은 지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덜 떨어진 모습을 보인다.

반면 이지혜의 경우는 다르다. 정하얀보다 낮은 지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삭빠르다.

어쩌면 마법이나 어떤 특정 지식에 관한 이해력 따위가 지력의 기반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행운 같은 경우에도 조금은 의아하다. 최근에 체크해 봤을 때만 해도 그녀의 행운 수치는 12.

하룻밤 사이에 행운이 올라갔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혹시나 행운 수치나 높은 나와 연관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는 했지만 아직은 추측에 불과.

스탯에 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할 필요가 있으리라.

“일찍 일어났네요.”

“생각할 게 조금 있어서.”

옆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이지혜가 보였다.

어제가 그리 나쁘지는 않았는지 표정은 조금 좋아 보인다.

“유석우는 알아서 처리하고 정하얀은 잘 지켜봐. 정하얀 관련해서 특이사항 생기면 바로 보고하고.”

“입까지 맞춘 여자한테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멍청한 소리하지 말고….”

“뭐, 알아서 잘해볼게요. 뭘 생각하는 건지 알 것 같기는 한데 그 여자한테 뭐가 있기는 있나봐?”

‘눈치 빠른 년.’

“누나가 알 필요는 없어.”

“당신!”

누나라고 부르니 얼굴이 붉어진 게 눈에 보인다.

아마 나이에 대해서 조금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이 틀림없으리라.

입술을 조금 깨물고 있는 이지혜의 얼굴이 보였다.

고작 하룻밤 사이에 커플이라든가 혹은 서로의 등을 지켜줄 수 있는 동료로 변한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계약 관계.

갑과 을 따위의 계약 항목 같은 건 없지만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일정 부분 이용하기로 무언으로 합의했고 계약의 과정을 거쳤다.

쉽게 허물어질 수도 있는 계약이라고 한들 서로가 서로를 믿는데 발톱의 때 정도만큼은 기여할 것이다.

문제는 이 관계가 언제까지 지속하느냐에 대한 것.

서로 선을 지키고 상대를 존중한다면 문제는 없지만 뒷일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는 살짝 한숨을 내쉰 이후에 입을 열었다.

“근데 지혜 씨는 어째서 나를 골랐을까.”

“말했잖아요, 기영 오빠. 난 야망 있는 남자가 취향이라고.”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건 그녀뿐만이 아니다.

내가 그녀를 언제든지 내칠 수 있듯이 그녀 역시 나를 언제든지 내칠 수 있다.

일단 중요한 것은 내 자신의 성장과 정하얀.

이지혜는 나와 있었던 일을 여기 저기 떠벌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게 그녀한테도 유리하니까.

다만 뭔가 일이 있다는 분위기를 풍길지는 모른다.

그게 정하얀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가 중요하다.

인간관계에 서툴다는 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데에도 서툴다는 것을 의미.

부모님은 없고 언니들과는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됐다.

말인즉슨 정하얀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물론 애정결핍 따위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녀는 내게 조금 더 집착해야 하고 의존해야 한다.

그것을 이지혜가 도와줄 것이다.

* * *

생각보다 일은 더 빠르게 처리됐다. 유석우에 대한 건은 재판이나 뭔가가 나올 건더기도 없었다.

이지혜가 이쪽에 붙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유석우는 금방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시인했고 모두가 납득할 만한 처벌을 받았다.

물론 이 과정에는 이지혜의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그녀가 ‘어쩔 수 없었다.’라는 태도를 고수했다는 것이었다.

이쪽으로 은근히 화살표를 돌리는 것은 물론, 일부의 원인을 정하얀에게 돌리는 여론 작업을 시작했다.

‘이기영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가 정하얀을 아끼고 있다.’

따위의 뉘앙스를 풍기기 시작한 것.

당연히 정하얀은 이곳에 구성원들에게 미운 털이 박힐 수밖에 없었는데 이런 여론조작 과정에서 이지혜가 내 생각보다 조금 더 지독한 년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사람 괴롭히는 데는 도가 튼 여자.’

이걸 만약 재능 수치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녀는 전설 등급 이상을 받았으리라.

절대로 본인이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주변 사람들에게 정하얀이 철저하게 격리되거나 괴롭힘 당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마련해 내는 데 성공했다.

모두가 자신을 미워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하얀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 리가 만무.

결국 그녀가 발을 돌릴 수 있는 곳은 이곳밖에 없었을 것이다.

덕분에 이쪽은 정하얀의 한탄을 며칠 째 들어주고 있는 중이다.

“그, 그러니까… 히끅….”

“괜찮아?”

“네. 네… 고마워요. 오, 오, 오빠. 제가 너무 제 이야기만… 바쁘실 텐데….”

“아니, 전혀. 오히려 이런 이야기를 해줘서 고맙네. 조금 더 열심히 하면 아마 다른 사람들도 인정해 줄 거야. 물론, 나는 이미 하얀이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솔직히 사람 좋은 척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괜찮을 거야. 앞으로는 사냥도 같이 나가기로 했으니까. 현성 씨한테도 이미 이야기해 놨고….”

“정, 정말로 저 같은 게… 괜찮을까요?”

“물론.”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니 살짝 웃는 모습이 시야에 비쳤다.

그 동안의 성과라면 성과라고 할 수 있는 부분.

타인과 접촉하는 걸 어려워하고 무서워하는 그녀가 이 정도 반응을 보여줄 정도라면 그 동안의 시간이 의미 없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밖으로 나가기 전에는 도장을 찍고 싶은 심정.

그러나 급하게 다가가면 안 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천천히.’

모래성처럼 허물어질 것 같은 관계를 원하는 게 아니다.

나와 정하얀은 조금 더 단단해져야 한다.

“오, 오빠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만, 만약 저 혼자였다면….”

“아니, 나도 하얀이가 옆에 있어서 얼마나 안심하고 있는지 몰라. 그보다 마력을 움직이는 건 좀 어때? 진전이 좀 있어?”

“네. 일, 일단은요. 안에 있는 게 뭔지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팔로 보내면 조금 더 힘이 세진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마법은?”

“아,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사실 그동안 정하얀에 대한 작업만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직업, 방패병에 익숙해지기 위해 무척이나 고군분투하는 박덕구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내 직업인 마법사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김현성이 최근 혼자 자주 나가는 것 역시 우리에게 조금 더 시간을 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다.

‘이미지.’

마법은 마력을 쌓는 이미지화의 결과다.

조금 더 쉽게 이미지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주문이라는 수단.

나 역시 첫 마법을 구현하는데 꽤나 애를 먹었다. 기본적인 지식은 머릿속에 있지만 정답을 내는데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다.

내부에 있는 일부 마력으로 탑을 쌓는다. 빈틈이 없는 견고한 탑이다.

동시에 머릿속으로는 내가 구현하고 싶은 마법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떠올리는 것은 손가락에서 피어오르는 불꽃.

“목소리에, 응답하라, 화염.”

동시에 손가락에서 작은 불꽃이 피어올라왔다.

그걸 보며 조금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정하얀이 눈에 들어왔다.

“와….”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저장하는 주문은 간결하면 편하겠지만 불가능할 경우에는 조금 장황해도 상관없는 것 같고… 요지는 뭘 떠올리느냐 같아.”

단점은 이미지하기 쉬운 주문이 대부분 쓸데없이 장황하다는 것.

중2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주문들을 생각하니 괜스레 얼굴이 붉어졌다.

“그렇군요.”

“나 같은 경우에는 스스로 마법을 발현한다기보다는 힘을 빌려온다는 개념으로 이미지하고 있어서… 아마 너도 네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아니, 지금 당장은 힘들게 느껴질지 몰라도 만약에 직업을 얻는다면 조금 더 쉬워질걸.”

“역시… 그렇군요.”

어쩌면 직업을 얻기 전까지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꽤나 많은 마력을 지니고 있는 김현성 역시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직업의 한계는 뛰어 넘을 수 없는 모양인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태여 정하얀에게 마법에 대한 지식을 쏟아 붙는 이유는 뻔할 뻔자.

‘호감도.’

뭔가를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만큼 친해지기 쉬운 방법은 없다.

이후에 배우게 될 것을 미리 알려준다고 하더라도 손해는 없다.

“어쩌면 직업을 얻기 전까지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걸지도 몰라. 그래도 마력을 쌓는 연습은 차근차근히 해보자.”

“네. 맡, 맡겨주세요. 오, 오빠 열심히 할게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마력이 1 올라갑니다.]

[지력이 1 올라갑니다.]

‘좋네.’

“아마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마력은 계속 늘 테니까. 개인적으로 정말 기대하고 있어.”

“네, 넷.”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사, 사, 사실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그래?”

“네. 그, 그러니까 최근에 마력이 또 올랐는데요….”

설명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정하얀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그동안 어떤 진전이 있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 정하얀의 상태창과 잠재 능력을 확인합니다.]

[이름-정하얀]

[칭호-없습니다. 조금 더 노력하셔야겠네요.]

[나이-21]

[성향-순수한 옹호자]

[직업-마법사-일반 등급]

[능력치]

[근력-11/성장한계치 희귀 이하]

[민첩-11/성장한계치 희귀 이하]

[체력-14/성장한계치 영웅 이하]

[지력-22/성장한계치 영웅 이상]

[내구-14/성장한계치 희귀 이하]

[행운-23/성장한계치 영웅 이상]

[마력-15/성장한계치 전설 이상]

[장비-없음]

[특성-마법사가 되는 방법-영웅 등급]

‘뭐? 마법사?’

눈에 띄는 것은 마법사라는 직업명이다.

“마력이 잘 움직이지 않아서요.”

환하게 웃고 있는 정하얀이 다시 한번 눈에 들어왔다.

‘너 뭐야.’

뭔가가 잘못됐다는 걸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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