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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42화 (41/1,590)

# 42

회귀자 사용설명서 042화

몸값을 올리자(2)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이해하기 힘들 지경이다.

상상하는 것 이상의 출력이라는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모양이다.

침묵이 가라앉은 주변이 갑작스레 소란스러워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프로필 가져왔어?”

“파란 길드와의 교섭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지?”

“무조건 영입이다. 길드 마스터는?”

“계약금은 상관없다고 하셨습니다. 이미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길드 내 인사담당자들은 뭘 하고 있었던 거야? 더 자세한 데이터 없어? 파란 길드에게 받은 것도 없는 거야?”

“죄, 죄송합니다.”

“씨발. 지금 이게 죄송하다는 문제로 끝나는 일이야? 개새끼들… 쓸모없는 새끼들….”

아무래도 멀리 있는 상대와 통신을 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되어 있는 모양이다.

딱 내가 예상했던 대로의 반응이다. 아니, 오히려 그 이상이다.

무게 잡고 있던 길드의 중역들이 흥분하여 앞다투어 데이터를 얻으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정하얀의 프로필을 바라보는 것은 기본, 벌써부터 영입 전쟁에 들어가려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파란 길드에게 접근하는 대형 길드들도 눈에 띈다.

1차 교섭권을 가지고 있었던 만큼 파란 길드와의 교섭 역시 생각해 두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상희와 파란 길드의 중역들은 허둥지둥대고 있다.

긁지 않은 복권이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겠지만 이 정도인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게 분명.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돌리자 무척이나 기뻐하고 있는 정하얀이 보였다.

본인도 성공했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두 손을 꽉 쥔 채로 나를 바라보는 모습이 조금은 귀엽게 보인다.

어느 정도로 성장한 건지 궁금해 마음의 눈으로 그녀의 상태창을 들여다 보니 곧바로 시야에 그녀의 상태창이 비쳤다.

[플레이어 정하얀의 상태창과 잠재 능력을 확인합니다.]

[이름-정하얀]

[칭호-없습니다. 조금 더 노력하셔야겠네요.]

[나이-21]

[성향-순수한 옹호자]

[직업-원소 마법사-희귀 등급]

[직업효과-기초 마법 지식 습득]

[직업효과-중급 마법 지식 습득]

[능력치]

[근력-11/성장 한계치 희귀 이하]

[민첩-11/성장 한계치 희귀 이하]

[체력-16/성장 한계치 영웅 이하]

[지력-29/성장 한계치 영웅 이상]

[내구-14/성장 한계치 희귀 이하]

[행운-25/성장 한계치 영웅 이상]

[마력-31/성장 한계치 전설 이상]

[장비-신성한 치유-희귀 등급]

[특성-마법사가 되는 방법-영웅 등급]

[총평-아주 훌륭합니다. 마력 포인트의 성장이 가장 눈에 띕니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성장 속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능력치가 고르게 성장하지 않았다는 단점 아닌 단점이 보이는군요. 플레이어 이기영은 운이 좋은 편입니다. 절대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세요. 살아남으려면 그게 정답이니까요. 질 좋은 보트 위에 올라타는 것만 조심하면 되겠군요.]

‘마력 31?’

어처구니없는 숫자.

사실 높은지 높지 않은지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 마법사로 보이는 이들의 마력 수치는 꽤나 다양하다.

낮게는 60부터 높게는 80대까지.

저들이 이곳에 얼마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렇게 놀라는 것을 보면 정하얀의 성장 속도가 심상치 않아 보이기는 하는 모양이다.

아니, 그것보다는….

‘마력 31로 저 정도의 출력을 내는 게 가능한가?’

영창이 조금 긴 것을 생각해 보면 정하얀이 마법을 커스텀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조금 기진맥진해 보이니 마력 소모가 꽤나 큰 모양.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들썩한 주변 분위기를 보자면 지금 정하얀이 보여준 것은 상식적으로 설명하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 시연이 마무리 되었….

사회자가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이곳으로 허겁지겁 달려오는 정하얀.

연무장에서 빠져나온 정하얀에게 인파들이 몰려들지만 정하얀에게는 그런 것 따위는 눈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명함 정도는 받아 놓지….’

2층으로 뛰어 들어오고 있는 모습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오빠!”

지금부터 상을 받을 거라는 걸 알고 있는지 무척이나 흥분해 있다.

애초에 일주일이나 제대로 보지 못했으니 저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수고했어, 하얀아.”

“오… 오빠….”

“그동안 힘들었지?”

“아니에요. 힘들… 지 않았어요.”

심지어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이런 공개된 장소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도 되는 것인지 조금 걱정되기는 했지만 파란 길드의 수뇌나 대형 길드의 중역들이나 모두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쁘지는 않아. 오히려 좋지.’

친분이 있다는 걸 과시해도 나쁘지 않다. 살짝 팔을 벌리자 허겁지겁 달려와서 꽉 안긴다.

기대하고 있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지만 딱히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쪽을 바라보는 눈빛이 부담스러워진다.

아무래도 지금 당장 상을 달라고 말하는 것 같아 괜스레 민망해졌다.

‘아….’

당연하지만 공개적으로 애정행각을 벌일 정도로 낯짝이 두껍지는 않다.

“거, 형님! 화끈하게 뽀뽀 한번 해주쇼!”

‘그만해, 이 돼지야….’

박덕구는 드라마를 보는 표정으로 흐뭇하게 이쪽을 지켜보고 있는 중.

“형님! 형님! 형님! 남자답게 화끈하게!”

심지어 응원을 보내고 있는 모습은 가관이다.

박덕구가 바람을 잡으니 정하얀은 뭔가 더욱더 기대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정하얀….’

항상 말하지만 정하얀은 결코 멍청한 것이 아니다.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분명….

‘이 정도 했으니 합당한 보상을 받아야 해. 일주일 동안이나 참았으니까. 그래.’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아니… 그것보다 이 공개된 곳에서 도장을 찍으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 거야’라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말하고 싶은 것이다.

내키지는 않지만 뭐라도 해야 되는 타이밍이다.

생각을 마친 뒤에 살짝 두 손으로 얼굴을 부여잡자 입술을 삐죽 내미는 것이 보였다.

조금 고민하기는 했지만 너무 빠른 것도 좋지 않은 것이 당연.

가볍게 이마에 입을 맞추자 심하게 부들거리는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겨우 이마에 입술이 닿은 것뿐이다.

그러나 효과는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아파….’

등이 아파올 정도로 꽉 껴안고 있는 것은 물론, 다리가 후들거리고 있다.

슬쩍 얼굴을 보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붉어져 있는 얼굴이 보였다.

입가가 풀어져 있는 모습은 뭔가 위험해 보이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크게 상관없다고 여겼다.

당연하게도 나와 정하얀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느껴진다.

누가 봐도 서로를 위하는 연인의 모습.

무척이나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쯤 되자 사회자도 당황한 것 같다. 뭔가 잘못됐다는 표정을 짓는 파란 길드의 수뇌부도 눈에 띄었다.

-그… 정하얀 님의 시연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귀빈들께서는 자리를 뜨지 마시고 모든 일정이 마무리된 이후에 절차에 맞게 행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찬가지로 다음은 제1튜토리얼 던전의 공략조로 참가한 김현성 님의 시연이 있을 예정입니다. 시연 내용은 대련으로….

“하얀아, 이제 현성 씨 하는 거 봐야지.”

“아… 네? 네… 오빠.”

단 한시라도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나를 붙잡은 채로 고개를 돌린다.

사실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이 정도가 정하얀에게 주는 보상으로 적절하리라.

계속 가슴 쪽에 얼굴을 묻으려고 하는 것 같아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연무장 중앙에 김현성이 검을 가지고 나오자 관심이 슬쩍 슬쩍 아래를 내려다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거, 괜히 소외감 느끼는데…. 나도 여자친구를 만들든가 해야지….”

“대련에나 집중해, 덕구야. 아마 꽤나 볼만할 테니까.”

“형님이 그런 말 안 해도 눈 떼지 않고 있소. 김현성 그 형씨야… 뭐….”

-준비가 되셨으면 신호를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슬쩍 김현성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전사 계열은 대련으로 마법사 계열은 마법으로 시연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상대가 조금 녹록치 않아 보이기는 한다.

일단 능력치 자체가 김현성보다 높다.

대련이라고 하지만 아마도 지도 대련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리라.

물론 김현성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천천히 검을 쥔 놈을 바라보는 상대의 표정이 굳어진다.

정하얀을 보며 평범한 파티가 아니라는 사실은 예상했겠지만 내가 알 수 없는 뭔가를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두 명이 시야에서 잠깐 동안 사라진 것은 순식간.

눈으로 제대로 따라 잡을 수조차 없는 공방이 펼쳐졌다.

정하얀에 이어서 두 번째.

아무래도 오늘 이곳을 찾은 귀빈들께서는 꽤나 놀랄 일이 많은 모양이다.

대련이 지속될수록 눈이 커지는 이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정하얀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건가.’

우리 파티가 실세가 정하얀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진짜는 따로 있다.

‘푸핫!’

점점 더 입이 벌리는 귀빈들을 보자 자연스럽게 속으로 웃음이 튀어 나왔다.

검과 검이 부딪치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단순히 비비는 것만이 아니다.

‘잘한다!’

우리 사랑스러운 회귀자가 강할 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싸우는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다.

압도하는 수준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렇지만 녀석과 검을 맞부딪치고 있는 상대의 표정을 본다면 답이 나온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당황한 듯 마력을 끌어내는 것도 눈에 보인다.

사실 검술 따위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래도 이것 하나는 알 수 있다.

‘강해.’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지도 대련 상대의 검이 하늘로 날아간다.

너무 많은 걸 보여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즈음에 김현성 역시 검을 놓친다.

포기하지 않고 주먹을 휘둘러 오지만 상대가 검을 놓친 팔로 김현성을 밀어낸 순간 굉음이 들려왔다.

자연스럽게 반대쪽으로 튕겨져 나가는 김현성.

“아.”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벽에 처박히는 모습은 어딘가 잘못됐다고 느낄 만했지만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먼지를 털어내는 녀석을 보니 내구 능력치도 나쁘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던 것 같았다.

“졌습니다.”

‘깔끔해. 이 여우같은 놈!’

자신의 장점을 모두 보여준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전부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

능력치의 여부와 상관없이 간혹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도 칭찬해 주고 싶은 부분이다.

아무래도 이제 막 들어온 녀석이 베테랑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겨냈다면 아마 이곳에 계신 귀빈들께서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짧다면 짧고 길면 길다고 말할 수 있는 이 대련이 김현성이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이었다.

천천히 박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

당연하지만 대형 길드의 중역들은 조금 더 긴박해진 것처럼 보인다.

임팩트 면에서는 정하얀이 한 수 위라고 말하고 싶지만 김현성이 보여준 모습은 확실히 이질적이다.

내 눈으로는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무기를 들고 있는 근접 직군들 같은 경우에는 김현성이 보여준 모습에 정말로 당황한 것 같았다.

“허….”

“천재….”

따위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김현성 님의 시연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귀빈들께서는… 절, 절차에 맞게….

사회자의 목소리는 우리 귀빈들에게는 닿지 않는다.

김현성의 대련이 끝나자마자 김현성에게 다가가고 있는 이들이 눈에 보인다.

물론.

스타가 된 것은 김현성만이 아니었다.

“잠깐 이야기 괜찮으시겠습니까?”

“…….”

“이기영 님? 그리고 정하얀 님. 폐가 되지 않는다면 시간을… 붉은용병길드의 차희라라고 합니다.”

재능 있는 천재 마법사의 기둥서방인 내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이거지….’

히죽거리는 미소를 숨길 수 없는 상황.

악수를 건네는 것은 특이하게도 붉은 머리를 하고 있는 여자였다.

노출도가 곧 방어력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대담한 복장에 나도 모르게 시선이 돌아갔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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