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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51화 (50/1,590)

# 51

회귀자 사용설명서 051화

자유 도시 린델(2)

“우와아아아아아아.”

“와….”

박덕구와 정하얀이 커다란 탄성을 내질렀다.

파란의 수뇌부들은 그런 우리들을 바라보며 살짝 미소 짓는 중.

도시에 처음 온 우리들이 보여주는 반응을 보니 예전 생각이라도 나는 모양이다.

서쪽 성문이 열리자마자 조금은 웅장해 보이는 도시가 시야에 들어왔다.

기본적은 건축 양식은 서양의 것을 참고하고 있는 걸로 보였고 여기저기 곳곳에서 지구인이 살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검은 머리를 하고 있는 이들이 눈에 띈다.

“자유 도시 린델은 한국인이 자리 잡고 있는 곳입니다.”

“아아. 그러고 보니 다른 나라 사람들도 함께 소환되고 있다고 들었었죠.”

“네. 신성제국이 보유하고 있는 튜토리얼 던전의 경우에는 한국인과 일본인 그리고 대만인이 소환되고 있습니다. 그들 역시 신성제국 안에 있는 도시에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고 있지요. 린델에서도 일본인이나 대만인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같은 지구인인 만큼 서로 교류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그렇군요.”

하필이면 일본인이다.

딱히 나쁜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조금은 찜찜했다.

“공화국은….”

“중국인과 러시아인이 소환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기에 세트로 묶이는 것보다는 좋을 것 같은 느낌.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자 여러 가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상점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이들도 보였고 사냥을 나가는 파티도 눈에 보인다.

“사제 구합니다.”

“같이 사냥 나가실 사제 구합니다.”

“아이템 팔아요! 희귀 등급 아이템입니다!”

마치 게임 속에서 봤던 광장을 현실로 재현해 놓는 듯한 모습이다.

꽤나 활기가 있다.

아마 박덕구와 정하얀이 눈을 크게 뜬 이유도 저런 모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리라.

높게 솟아 오른 건물은 아니지만 고풍스럽다는 특징이 있다.

중간 중간 화려한 모습을 한 상점들도 눈에 띄고 테라스에 앉아 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당장 나조차도 어딘가에 해외로 여행이라도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이곳저곳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이들을 보니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물론, 좋은 장면만 눈에 띄는 것은 아니다.

“흠… 빈민촌도 있군요.”

“네.”

길드가 위치해 있는 서쪽과는 다르게 저 멀리 보이는 것은 버려진 듯한 건물.

여기서도 언뜻언뜻 보이기 때문에 저쪽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볼 순 없지만 뻔할 것이다.

내 생각보다 이곳의 빈부 격차는 더욱 벌어져 있다.

“도시 내에서 자체적으로 복지정책들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그 효과가 미비한지라….”

“그렇군요.”

‘모두들 쉬쉬하고 있겠지.’

지금의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다.

그렇게 입구를 떠나 광장을 지날 즈음 커다란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눈이 커진 박덕구를 바라보던 이상희가 조용히 웃으면 입을 열었다.

“파란 길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오오오오오!”

내 생각보다 더 큰 규모였다.

우뚝 솟아 오른 건물이 보인다.

몰락하고 있는 길드로는 보이지 않는 외관. 아니, 오히려 몰락해가고 있기 때문에 겉모습에 조금 더 신경을 쓰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우리 모습을 보는 것이 즐거운지 이상희는 한 번 더 살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1층은 로비와 쉼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보통 타 길드나 집단의 의뢰를 받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겁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분들이 몸을 쉴 수 있는 장소도 함께 마련되어 있지요. 간단한 회식이라면 1층에 마련되어 있는 주점에서 하셔도 됩니다. 다른 파티나 길드원 분들이 자주 모이시니 제 바람으로는 자주 이용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네. 알겠습니다.”

“오오…. 형님, 여기는 술도 마실 수 있는 모양이오.”

“네. 외부 주점보다 훨씬 나을 거라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지하에는 길드 식당이 있으니 언제든지 이용하시면 됩니다. 물론 무료로요.”

“좋, 좋네요….”

“칠 번대 여러분들은 2층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2층?”

“네. 함께 올라가도록 하시죠.”

마치 새로 산 집이라도 구경하는 느낌.

1층 메인 로비에 조용히 서 있는 접수원이 건네는 인사에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2층으로 올라가니 꽤나 넓은 공간이 우리를 반겼다.

“빈 방은 많으니 마음에 드는 방을 고르시면 됩니다.”

“네.”

1층의 넓이를 보고 예상은 했지만 우리가 사용할 2층 역시 무척이나 크다.

복도 자체도 넓었고 방의 개수도 꽤나 많았다.

아직 우리 파티의 숫자가 적다 보니 공간이 조금 더 넓어 보인다.

방 내부도 꽤나 괜찮아 보인다.

혼자 사용하기에는 조금 커다란 침대. 의자와 책상, 기본적인 책장 같은 것밖에 없어 조금은 휑해 보이기는 했지만 앞으로 우리가 생활할 방이라고 생각하자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오빠….”

정하얀이 슬쩍 옷깃을 잡어 당기며 몸을 기대온다.

뭔가를 기대하는 것 같기는 했지만 방을 같이 쓸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애써 모르는 척하는 것도 일.

“거, 방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 우리는 세 개만 써도 될 것 같소. 부길마 양반.”

“…….”

“나랑 형씨가 따로 하나씩 쓰고 누님이랑 형님이 함께 쓰면 딱인 것 같은데….”

‘이 돼지가….’

“아… 그렇게 하셔도 상관은 없지만 그….”

“큼… 그것보다는 바로 옆방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네. 편하신 대로 하시면 됩니다.”

묘한 신경전.

둘의 표정에 잠깐의 아쉬움이 싹트기는 했지만 아마 진심으로 던진 말은 아닐 것이다.

결국 정하얀은 내 옆방을 차지했고 김현성과 박덕구가 그 맞은편에 있는 방을 사용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정하얀이 바로 옆방에서 지내는 게 조금 걱정되기는 했지만 본인은 기분이 좋은지 계속해서 싱글벙글 웃고 있다.

모두가 자고 있을 때 슬쩍 옆으로 와서 누웠던 예전보다야 낫겠지만 혹시나 벽에 구멍이라도 뚫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무실이나 훈련장은 건물 뒤에 있습니다. 개인 연무실은 없지만 칠 번대 분들께서 사용하실 만한 합동 훈련장이 마련되어 있지요. 혹시라도 개인적으로 연무실을 사용하시고 싶으시면 로비에서 신청을 하시고 사용하시면 됩니다.”

“아… 그렇군요.”

“그리고 기영 씨는….”

“네.”

“따로 마련되어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네?”

“잠깐 함께 가시죠.”

“네. 알겠습니다.”

조금 기분 좋아 보이는 표정의 이상희를 따라갔다.

박덕구와 정하얀, 김현성도 궁금한지 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2층 복도 끝에 위치한 방에 들어서자 펼쳐진 광경에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린델에 도착한 이후에 첫 번째로 말이다.

“앞으로는 이곳에서 작업하시면 될 겁니다.”

“워….”

“와….”

한쪽에 쌓여 있는 서책들.

그것보다 눈에 띄는 것은 방 안을 가득 채운 연금술 장비다.

비커나 플라스크 같이 현대에서 사용하던 물품들이 있는 것은 물론,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연금술 도구들이 즐비해 있다.

한쪽에는 촉매나 재료로 부르는 것들이 종류별로 놓여 있었고 연금마법진이 설치되어 있는 연금 항아리 역시 눈에 띈다.

차희라가 선물해 준 물품의 대부분이 정리되어 있다.

고대 공화국의 약물 제조 연금술 키트도 한 쪽에 제대로 비치되어 있는 모습.

말하자면 이곳은….

“사용하실 연금술 공방입니다.”

“아.”

“사실 조금 더 규모를 키우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비전투직군들을 위해서 이런 장소를 마련한 것 자체가 처음인지라….”

“아니요…. 충분합니다.”

“실험에 다른 불순물들이 포함되면 안 된다는 말을 들어서 살균 마법이 포함되어 있는 아티팩트를 방 전체에 설치했습니다. 방 끝에 있는데다가 환기시키기 편하시도록 다른 아티팩트도 설치해 놨으니 쾌적하게 이용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혹시 예기치 못한 사고가 생겨날 수도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방어 마법 역시 설치되어 있고요.”

“감사합니다.”

솔직히 감회가 새롭다. 지구에서도 나만의 공간을 가져본 적이 없다.

“과학자들이 쓰는 실험실 같은 느낌이요. 크으….”

“멋있어요, 오빠.”

사실 이곳에 있는 모든 물품보다 차희라가 선물해 준 것들이 더 가치 있다.

그러나 최소한 홀대당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애초에 이 대륙에 떨어진 연금술사 중에 이 정도로 좋게 시작하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고 싶을 정도.

영웅 등급의 서책과 영웅 등급의 연금 키트, 길드에서 지원해 주는 그럴듯한 공방과 대형 길드의 주인이 지원해 주는 수많은 재료와 촉매까지.

이 정도 조건에서 결과물을 내지 못한다면 병신이라고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으리라.

하고 싶은 걸 전부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

애초에 연금술이라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골드를 심하게 잡아먹는다는 것도 그렇고 마법에 비해 결과물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도 그렇다.

기술 이전에 들어가는 투자비용이 문제라는 것.

그렇지만 나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정도 조건이라면 만들고 싶은 건 뭐든지 만들 수 있다.

“형님! 이제 밥이라도 먹으러 가는 게….”

“아니. 먼저 먹어라, 덕구야.”

“엉?”

“몇 가지 실험해 봐야 될 게 있어서. 하얀이랑 먼저 먹어.”

조금은 아쉬운 듯한 박덕구의 표정.

이상희는 뭔가 열심히 공부하려는 자식을 바라보는 표정으로 날 보는 중이다.

그야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자식이 열의를 보이는 상황이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집도 사주고 공부방도 마련해 줬다.

자식된 입장에서는 열심히 해주는 것이 도리.

사실 하루 정도는 쉬어도 별로 상관없겠지만 지금 당장 시험해 보고 싶은 것들이 많다.

연금술사라는 직업을 얻은 직후에 머릿속에 담겨져 있는 것들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끄응….”

“사실 오늘 간단하게 회식이라도 할까 했지만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군요. 다른 파티들도 전부 밖으로 나가 있으니 오히려 잘된 것 같네요. 만약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1층 로비에 말씀하시면 됩니다. 저도 그럼 올라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설명드리지 못한 길드 내에 있는 여러 시설은 차후에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싱글벙글 웃는 모습이 의외로 귀여워 보인다.

“끄응. 나도 훈련이나 좀 해야겠소. 짐 정리도 좀 하고… 누님은 뭐 할 거요?”

“저… 저도… 따로 공부할 게 있어서….”

“형씨는?”

“저는 도시를 둘러봐야 될 것 같습니다.”

“응?”

“아무래도 어디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서 말입니다. 신전이나 빈민촌도 한 번 둘러보려고 합니다.”

‘이 새끼….’

혹시나 빈민촌에 가서 저번과 같은 봉사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이 든다.

녀석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행동이다.

그렇지만 저번에 보여준 모습을 생각하면 마냥 생각이 없는 놈은 아니니 일단은 믿어볼 셈.

“그리고….”

“네?”

“아까 광장에서 보니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더군요.”

“거, 대부분이 파티원을 구하는 사람들인 것 같던데….”

“아.”

“네. 혹시 저희와 함께할 이들이 있는지 찾아보고 오겠습니다.”

그제야 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충 깨달을 수 있었다.

‘있구나.’

빈민촌 혹은 신전.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이 도시 내에 우리 회귀자가 점 찍어둔 다섯 번째 멤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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