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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87화 (86/1,590)

# 87

회귀자 사용설명서 087화

우린 영원히 함께예요(1)

김예리가 가져온 이지혜의 편지를 읽고 있을 때 이상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슬쩍 고개를 끄덕인 것은 당연지사.

대충 편지를 주머니에 우겨 넣으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마 우리가 던전에서 나올 때 즈음이면 계획이 진행되어 있을 것이다.

일단은 던전행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

총인원 14명.

김현성 파티에서 6명 그리고 황정연이 관리하는 파티에서 7명, 원정대를 이끄는 이상희까지.

부족한 인원이었지만 구성 자체는 굉장히 괜찮았다.

일단 이상희 그녀가 능력치 90을 가지고 있는 성기사라는 게 중요했다.

리더로서의 자질은 부족하지만 전투요원으로서는 너무도 뛰어난 인재.

그녀는 내가 지금껏 봐온 그 어떤 전위들 중에서도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탱커였다.

민첩은 낮았지만 마력이 77이었고 자가 치유가 가능하다는 장점은 린델 내에 있는 그 어떤 탱커도 따라올 수 없으리라.

‘황정연 쪽도 마찬가지야.’

2번 대 역시 전체적으로 능력치가 준수하다. 70에서 80선을 유지하고 있고 잠재 능력도 나쁘지 않다.

아마 저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영웅 등급의 들어가기 적당한 스탯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리라.

“시간이 없는 관계로 브리핑은 이동하면서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희의 목적은 공략이 아닙니다.”

“네.”

“목적은 어디까지나 생존자의 확인과 구출. 생존자가 없다고 판단하면 곧바로 몸을 빼겠습니다. 생존자의 구출 역시 중요하지만 여러분들의 안전이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중요합니다. 그걸 항상 염두에 두셨으면 합니다.”

“네.”

“들어가는 던전의 등급은 영웅 등급, 던전의 이름은 저주받은 신단입니다. 나타나는 몬스터들의 종류는 망령과 언데드이며 그 외에 자세한 정보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지원이 도착할 때까지 최대한 안전하게 생존자를 수색할 예정입니다.”

“얼마나 걸리나요?”

“린델의 서쪽 지역에 언데드 사냥터에서 발견된 던전입니다. 목적지 까지는 약 8시간 정도가 소요될 예정입니다.”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겠군요.”

확실히 급하게 던전행을 준비한 느낌이다. 우리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알려진 정보가 저것밖에 없다는 것은 무척이나 의외.

어째서 그 많은 파티가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이 터졌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던전의 위치와 나타나는 몬스터의 종류밖에 확인되지 않았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

던전의 등급이 희귀 등급이었다면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으리라.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나?’

‘이 정도 전력이 들어가는데 무슨 일이 있겠어?’라는 마음가짐으로 무리하게 들어간 것이 실패의 원인일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다.

조금 궁금한 마음에 살짝 입을 연 것은 당연지사. 내 말에 황정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정보가 조금 부족하군요.”

“당시에 조금 급하게 들어갔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이유가 있었던 겁니까?”

“네…. 원정 준비를 할 시간이 부족했었거든요. 길드의 거의 모든 전력이 투입된 던전행이라 영웅 등급의 던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생각했었던 게 실수였어요. 파란의 길드 마스터가 저주에 걸렸다는 건 알고 있으시죠?”

당연히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

“아니요.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아. 대외적으로는 비밀인 이야기였으니까요. 아마 주변에서는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극비라고 하기라도 그렇지만요. 이상희 님도 적당한 타이밍을 봐서 말씀드리려고 했을 거예요.”

“흠….”

“기영 씨가 파티에 들어오기 전에 있었던 일이예요. 길드 마스터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저주에 걸렸고 그 저주를 해주하기 위해서 무리하게 저주받은 신단에 진입했죠. 사실 당시에는 무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원정을 떠나는 길드 분들은 영웅 등급의 던전이나 대형 몬스터 사냥에 특화된 베테랑들이니까요.”

‘나라도….’

비슷한 생각을 할 수 있을 수도 있다.

황정연 정도로 구성된 파티가 다섯 이라고 생각한다면 전설 등급의 던전도 트라이가 가능하다.

영웅 등급에서 발목이 잡힐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거다.

“저주받은 신단에 저주를 해주할 수 있는 힌트가 있다는 겁니까?”

“사실 그것마저도 확실하지 않았죠. 길드 마스터가 당한 저주가 저주받은 신단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얻은 저주였고 당연히 원인이 된 던전에 해결책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으니까요. 던전의 입구를 열기 위해 손을 뻗으셨다가….”

“그렇군요.”

간단하게 압축하자면 파란의 길드 마스터라는 양반이 던전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저주에 걸렸고 나머지 인원들은 길드 마스터의 저주를 해제하기 위해 던전에 진입했다는 이야기.

마치 던전이 인간들을 끌어 들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던전이었어.’

뭔가 조금 불안감이 밀려들어오기는 한다.

왠지 모르게 공포 영화에서 나오는 패턴과 굉장히 흡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경우에 동료를 구하겠다고 따라 들어간 놈들은 대부분 안 좋은 꼴을 당한다.

이번에는 그런 꼴을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별로 놀라지는 않으시네요. 기영 씨는.”

“아뇨. 사실 파란의 길드 마스터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건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습니다. 궁금하긴 했지만 굳이 캐물을 사안도 아니라고 생각했고요. 당장은 성장하기 바빴으니 말입니다.”

“아아아. 네. 아마 이상희 님도 굳이 다른 일에 신경 쓰게 하기 싫어하셨을 거예요.”

“네. 그렇겠죠.”

“오빠….”

“아, 하얀아.”

아무래도 황정연과 시간을 너무 많이 보낸 모양.

정하얀이 이쪽을 찾는 목소리가 들려 대충 인사를 한 뒤에 살짝 발걸음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새 안 좋았던 기분이 풀어졌는지 생긋 웃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조금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행군이었기 때문에 손을 잡고 걷는다든지 하는 것들은 자제하고 있었지만 정하얀도 어느 정도 나를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평소처럼 은근슬쩍 소매를 잡아당긴다거나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말이다.

마차가 들어오지 못할 정도고 험한 길.

사실 체력이 약한 이쪽은 조금 힘들다고 느꼈지만 파티는 무척 빠르게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한시가 급했으니까.’

체력 능력치가 낮은 이들을 배려하지 못한 것도 이해는 간다.

일단은 가지고 온 체력 물약을 들이키며 행군에 참가할 수밖에 없는 상태.

아무래도 상대해야 할 적들이 언데드다 보니 사제들은 최대한 신성력을 아끼는 게 좋다고 생각한 모양인 것 같았다.

결국에는 반나절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언데드들이 있다는 구역에 도착, 우리 파티는 처음 들어와 보는 지역이다.

애초에 언데드라는 몬스터를 마주한 것도 처음이다. 신기한지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끄응….”

사제들은 대놓고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암흑사제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선희영 같은 경우에는 저들처럼 힘들어 하지 않는 것 같기는 했지만 확실히 영향을 받는 모양이다.

김예리는 생각보다 겁이 많은지 김현성 옆에 달라붙어 있었고, 원래 겁이 많은 박덕구는 음산한 분위기에 위축되어 있었다.

우리 파티원 중에 그나마 멀쩡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정하얀과 김현성이다.

애초에 이 장소를 알고 있는 김현성은 논외라고 하더라도 싱글벙글 웃고 있는 정하얀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진입하면 진입할수록 날이 어두워지는 느낌.

단순히 밤이 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이곳을 감싸고 있는 분위기 자체가 어둑어둑하다.

‘기분 나빠.’

발밑이 질퍽거리고 습기가 차 있는 찝찝한 분위기.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언데드의 소리는 괜스레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정확히 말하면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장소다. 특히 목적지에 당도하면 당도할수록 그런 감정들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저주?’

자세하게 알 순 없다.

아마 장소 그 자체가 불쾌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리라.

“거, 정말로 짜증나는 곳 아니요? 뭐라고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나도 느끼고 있다. 덕구야. 아마 목적지에 당도하면 조금 더 심해질 거야.”

“끄응.”

“언데드 같은 놈들이랑은 상종하기 싫었는데….”

“어쩔 수 없지.”

속닥속닥 이야기를 나누자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은 순식간.

도착한 곳은 신전 안에 있는 작은 방이었다.

막연히 찝찝한 감정이 든 것은 당연지사.

작은 방에 있는 책장을 뒤로 뒤로 넘기니 던전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시야에 들어왔다.

방 안에 알려지지 않은 입구가 하나 더 있었던 것. 정확히 뭐가 뭔지는 알 수 없지만 거꾸로 매달린 짐승의 팬던트라든지 기분 나쁜 장식이 눈에 띄었다.

신단이라기보다는 마치….

‘악마 숭배라도 했던 장소.’

지하로 향하는 입구를 바라보니 이곳을 발견한 파란의 길드 마스터가 저주에 걸렸다는 이야기가 뭔지 알 것 같았다.

사실 대놓고 저주가 걸릴 것 같은 분위기다. 얼마나 조심성 없게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지만 파란의 길드마스터는 자신의 능력을 무척이나 과신했던 모양.

‘숨만 쉬어도 저주 걸릴 것 같은데…….’

용기 있게 손을 뻗은 것도 어떻게 본다면 재능이다.

나 같이 몸을 사리는 놈들은 뭔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이런 곳에는 얼씬도 하지 않을 것이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분위기를 살피고 있었을 때, 이상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부터 진입하도록 하겠습니다. 7번 대가 먼저 그리고 2번 대는 그 뒤를 따라옵니다. 사제들은 정화주문을 외워주세요.”

“네.”

선희영과 2번대 파티의 남자가 주문을 외우는 것이 보였다.

곧바로 이쪽에 빛이 쏟아져 내리자 차분하게 가라앉은 뇌가 다시금 붕 떠오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효과가 있어.’

아마 이 장소 자체가 기본적으로 마이너스한 감정을 분출하고 있는 모양.

다른 이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고 이상희는 등을 돌린 뒤 발걸음을 옮겼다.

“가시죠, 기영 씨.”

“형님.”

“네.”

물론 우리 역시 진입한 것은 당연지사. 곧바로 들어본 적 있는 정보가 쏟아져 내렸다.

[영웅 등급 던전 저주받은 신단에 입장하셨습니다. 인원[??/??]을 확인했습니다.]

곧바로 전투가 시작될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는 않은 모양.

완전히 풍경이 변한 것처럼 보였던 공포의 정원과는 다르게 지금 우리가 위치한 던전 저주받은 신단은 바깥과의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신전 지하에 있는 거대한 신단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한껏 긴장한 것 치고는 썰렁한 내부.

아니나 다를까 분주해진 이들이 시야에 비쳤다.

가장 바쁜 것은 역시나 궁수.

주위를 둘러보자마자 곧바로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근처에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자세하게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이 주변에는 있는 다른 흔적은 시간이 많이 지난 것들로 보입니다.”

궁수의 말대로다.

최소한 이 근처는 안전.

일단은 공략이 완료된 지역이라고 하는 것이 맞으리라.

머리가 조금 지끈거리기는 했지만 아까처럼 기분 나쁜 감각이 몸을 감싸고 있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조금 빨리… 이동한 것처럼 보이는군요.”

“그렇습니까?”

“네. 속도를 올리면서 이동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 말대로 하겠습니다. 사제분들은 언제라도 주문을 외울 수 있도록 대비해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파티가 진입하는 속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빠르다. 물론 경계를 소홀이 하는 건 아니다.

언데드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지만 이미 많은 파티를 집어 삼킨 던전인 만큼 모두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무난하게 공략한 것 같은데.’

궁수의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진입하면 진입할수록 무척이나 깨끗한 내부가 시야에 들어온다.

전투의 흔적 역시 크게 들어오지 않는 것을 보니, 이전에 들어왔던 이들이 얼마나 무난하게 이번 구간을 돌파했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다음.”

“네.”

“다음 방으로 진입하겠습니다.”

“네.”

“그 다음 방으로….”

“네.”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저주가 내리리라.

‘무슨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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