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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50화 (149/1,590)

# 150

회귀자 사용설명서 150화

너는 내가 왜 섭섭한지 몰라?(2)

“그래서 어떻게 된 거요? 형님? 이야기는 잘된 거요?”

“보면 알잖아? 아주 좋아.”

“아….”

“왜?”

조금은 진지했던 김현성과의 대화가 끝난 이후 하루가 지난 상황.

짐을 챙기던 박덕구가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아니요. 조금 의외라서 그렇지. 아! 우리 형씨는 조금 어떻소?”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제의 김현성은 조금 풀이 죽은 것처럼 보였다.

1회 차의 망령에 사로 잡혔다는 것이 적절한 표현.

김현성에게 조혜진이 어떤 의미인지는 나야 알 수 없었지만 확실히 자신이 실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리라.

내가 없는 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건 이해하지만 내가 납득할 수 없는 상태로 그녀를 요직에 앉히려고 한 것 자체가 무리수.

나를 위해 준비했다는 변명 아닌 변명이 있기는 했지만 김현성이 1회 차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은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녀석은….

‘조금 강아지 같았지.’

정말로 강아지 같았다. 아마 내 입에서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라고 하며 우쭈쭈 해주고 싶지만 내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그녀의 권한을 축소시키는 것이 움직이기 편하다.

최소한 김미영 팀장이 일을 끝마칠 때까지는 이런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내 쪽에서 조혜진을 거절한 대외적인 이유는 어디까지나 그녀가 아직 우리 쪽에 완전히 녹아들지 않았다는 것.

실제로도 그녀의 능력과는 별개로 조혜진과 김현성이 그렇고 그런 사이가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는 걸 보면 설득력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지금은 그것보다 더 이상한 소문이 퍼져나가고 있는 것 같았지만 김현성과 나에 관련된 오해는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본인은 모르고 있는 것 같지만.’

내 개인적인 이유를 제외 하더라도 지금 조혜진을 요직에 앉힌다는 것은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는 거다.

‘애초에 너무 대놓고 편파적으로 차별하는 건 안 좋아.’

결론을 말하자면 파란에서 그런 위치에 있어야 하는 건 나 하나로도 충분하다는 것. 다시 한번 박덕구를 바라보며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뭐, 아쉬워하는 것 같기는 했지만 수긍하는 것처럼 보였어.”

“그러면 또 다행이지만….”

“왜 그렇게 표정이 안 좋아?”

“아니 뭐 별건 아니요. 사실 형님이랑 형씨랑 의견이 틀어진 게 조금 신기해서 그렇지. 큼.”

“마찰이 있었던 건 아니야.”

“에이! 내가 들은 게 있는데.”

“뭘 들었는데?”

“거 뭐, 길드 여직원들이 하는 이야기는 일단 둘째 치고 뭐, 형님이랑 형씨랑 싸웠다는 소문이요. 식당에서 조금 마찰이 있었다는 이야기였는데 그거 진짜인거요?”

“아….”

“아니, 아니! 거, 싸우기는 한 거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대단한 일도 아니야. 뭐 싸운 거라고 볼 수도 없고 서로 오해가 있었을 뿐이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이런 중요한 일에 대한 결정을 혼자 계획한 채로 마지막에 말했다는 게 섭섭하기는 했지만….”

“그래서….”

“결과적으로 사과도 받았고 모든 게 정상이라는 거다. 만약 내가 그녀를 계속해서 반대한다면 마찰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어찌됐든 조혜진 씨는 유능하고 파란에서는 그녀 같은 인재상을 필요로 하니까. 아!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어디 가서 떠들고 다니지는 말고….”

“아암. 입 무거운 거 하면 박덕구 아니요.”

“준비한 건 전부 챙겼어?”

“거의 다 챙겼소.”

“한번 체크해 봐도 되지?”

“잠, 잠깐만 조금만 더.”

“오랜만에 긴 원정인데 실수가 있으면 안 되지.”

슬쩍 주변을 둘러보니 원정준비로 바쁜 이들이 시야에 비쳤다.

박덕구 같은 경우에는 괜스레 이쪽을 기웃기웃거리며 빠르게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었고 황정연은 그런 박덕구를 보조하는 쪽.

정하얀과 선희영 그리고 우리 꼬맹이 김예리도 자신들의 짐을 정리하는데 한참이다.

갑작스럽게 캐슬락으로 떠난다는 소식에 대부분의 인원들이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경험이 있어서 인지 빼놓는 물품들 없이 차곡차곡 마차 안에 실어 나르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사실 파티원보다 바쁜 것은 길드 직원이다.

여기저기에서 꽤나 시끄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보급 물품은 확실히 챙겼어?”

“네, 박중기 팀장님! 지금 마지막 꺼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후에 보낼 물품도 미리 정리해 놓은 거 맞지?”

“네. 그러니까… 연금 키트랑 소모성 촉매들, 예비 장비들은 일단 창고에 넣어놨습니다.”

“그리폰 사료도 넣어놔.”

“네.”

“기본 보호 마법으로 물품들 상하지 않게 관리 잘해주고. 내가 한번 확인해 볼 테니까 팀원들은 대기하고 있으라고 전해주고.”

“네. 알겠습니다.”

이럴 때 쓰라고 원정 지원 팀을 만들고 월급을 주고 있는 것이다.

굳이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챙기지 않아도 알아서 딱딱 원정 준비를 해주고 있는 모습을 보니 괜스레 훈훈하게 느껴진다.

“저, 근데 팀장님. 긴 원정이 될 거라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보급품의 양이 지나치게 많은 것 같습니다. 캐슬락에서 구입할 목록도 많은데… 편성된 보급품들이 예산 이상이라….”

“길드 마스터께서 직접 요청한 사안이니 적혀 있는 대로만 처리해. 괜한 의문 가지지 말고 궁금해하는 건 우리가 할 일이 아니야. 우리가 할 일은 오차 없이 보금품을 전달하는 거지.”

“네, 알겠습니다. 팀장님.”

조금 재미있는 사실은 캐슬락 원정에 들어가는 보급 물품들이 평소 원정에 비해 과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이었다.

박중기 원정 지원 팀장이 아마 가장 잘 이해하고 있음이 분명.

길드 마스터가 직접 지시한 사항이기 때문에 뭐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생각해도 이번 원정에 들어가는 물품들은 조금 이상한 면이 많다.

물론 현재 캐슬락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캐슬락에 자리 잡고 있는 이들이 지금 자신의 도시에서 무엇인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현성은 분명히 캐슬락에서 뭔가 일어난다고 이야기 했다.

‘새로운 던전 출연? 몬스터 웨이브? 네임드 몬스터?’

보급물품을 살펴보면 뭐가 가장 확률이 높은지 금방 답이 나온다.

‘너무 티 나잖아, 현성아.’

물론 린델에서 멀어지는 만큼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하지만 순수한 궁수도 아닌 김예리가 사용할 화살을 수천 발 준비하는 건 누가 봐도 당황스럽게 느껴진다.

화살뿐만이 아니다.

포션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기본 체력 포션도 김현성이 말해놓은 물량을 쏟아내기 위해 가열 차게 생산되고 있는 상태.

이쯤 되면 캐슬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쉽게 감이 잡힌다. 누가 봐도 대규모 전투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껴진다.

물론 김현성이 말한 대로 모든 징후에 대비하기 위함이겠지만 미래를 알고 있는 녀석이 과하게 준비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최소한 이번 원정의 목적이 단순한 던전 공략은 아니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몬스터 웨이브 아니면 레이드겠네.’

개인적으로는 몬스터 웨이브에 조금 더 힘을 많이 실어주는 편. 불안하기는 했지만 기대가 되기도 했다.

김현성 스스로가 위험한 곳에 찾아서 기어 들어간다는 건 그만큼 보상이 크다는 거니까.

“경험치가 어마어마하겠지?”

“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희영 씨, 짐은 다 챙기셨는지요?”

“네. 개인 짐은 전부 다 챙겼어요.”

“다른 이들은?”

“네. 전부 챙겼고 예리와 하얀 씨의 짐도 직접 확인했습니다. 혜진 씨도 준비를 끝마치신 것 같고요. 문제는 없습니다.”

“다행이로군요. 그럼 저희 길드 마스터께 출발 준비가 됐다고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일단 이쪽은 마무리. 그 다음은 저 쪽이다.

“박중기 팀장님?”

“부길드 마스터.”

“목록대로 오차 없게 처리하셨을 거라고 믿습니다.”

“아. 네. 갑작스럽게 준비하다 보니 빠진 물건이 조금 있지만 물량이 전부다 갖춰지면 이후 캐슬락으로 향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 확인하는 것입니다만 정말 이 보급 물품을 전부 보내드리면 되는 겁니까?”

“네, 박중기 팀장님. 하나의 오차 없이 보내주시면 됩니다. 아니 여유가 된다면 추가 보급을 보내주시는 것도 좋을 것 같군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 이후에 증원할 물품이 많아지면 전서구를 이용해 다시 한번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이곳도 준비가 끝났다.

마침 타이밍 좋게 김현성이 모습을 드러낸 상황. 굳이 원정 준비가 끝났다고 뛰어가서 보고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이미 마차는 출발할 준비를 마치고 있었으니까.

“바로 출발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현성 씨.”

“네. 매번 수고하시는군요. 굳이 나와서 확인하실 필요는 없으신데….”

“아무래도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조금 불안해서 말입니다.”

“기영 씨가 있어서 든든합니다.”

‘그래야지, 자식아.’

“어렵지 않은 일입니까요. 원정인원은 저를 포함해서 황정연, 박덕구, 정하얀, 선희영, 김예리, 조혜진 그리고 길드 직원 5명을 포함한 총원 13명입니다. 물량을 맞춰야 하는 일부 물품을 제외하고는 전부 마차에 실어놨습니다. 이후 물량이 맞춰지는 즉시 다른 마차들이 출발할 예정입니다.”

“네.”

“길드는 이상희 고문님과 김미영 팀장님 외 기존 타 팀장들이 맡아주실 계획입니다.”

“네. 확인했습니다. 그럼 출발하도록 하죠.”

“예.”

천천히 마차 안으로 길드원들이 들어가고 난 이후에 나 역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폰으로 이동한다면 금방이지만 마차로 이동하면 시간이 조금 걸린다.

보급품과 함께 움직여야 하기도 하고 캐슬락까지는 길이 조금 거치니까.

이미 안정화가 되어 있는 장소였기 때문에 몬스터가 습격할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생각해 보면 여행길은 소풍이나 다름없다.

느긋하고 편안하게 몸을 쉬다 보면 목적지까지는 금방 도착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거, 원정은 오랜만인 느낌이라 두근두근거린다니까.”

“놀러가는 건 아니니까 긴장하는 게 좋을 거야. 쉬는 건 캐슬락에 도착할 때까지니까.”

“큼, 기영이 형님 너무 빡빡한 거 아니요?”

“하하하하.”

박덕구의 말에 김현성이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렸다.

비가 오면 땅이 굳는다. 마찰 아닌 마찰을 겪은 나와 김현성 역시 마찬가지.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제보다는 조금 관계가 단단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어제의 초조한 표정이 갑자기 떠오르자 웃음이 나올 지경.

본래 김현성의 인성이 나쁘지 않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어제의 사건으로 인해 김현성에게 좀 더 확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해야 하는 것은 많다.

조혜진에 대해 알아봐야 하고 캐슬락에 메이드인 이기영 포션을 유통시켜야 한다.

마를린 영애와 만나야 되는 것은 물론, 어쩌면 신전도 들려야 할지도 모른다.

몬스터 웨이브인지 네임드 몬스터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도시자체를 둘러싸고 있는 문제들도 해결해야 할 것이다.

물론 여러 가지 일들 중에서도 조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한 가지.

‘현성아, 네 뒤통수는 형이 지켜줄게.’

회귀자 뒤통수는 내가 지킨다.

그때였다.

[영웅 등급 특성 마음의 눈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갑자기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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