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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66화 (165/1,590)

# 166

회귀자 사용설명서 166화

몬스터 웨이브(2)

‘그렇지 하얀아?’

이쪽에 위치 추적기가 달라붙어 있다는 것을 들킬 가능성에 대해 걱정한 것은 사실.

그렇지만 발각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상위 마법사로 분류할 수 있는 마도학자 황정연이 제대로 눈치채지 못했던 마법이다.

촉매를 이용해 위치추적을 한다는 것은 아직까지 대륙에 등장하지 않은 마법적 발상이기도 했고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정하얀의 술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교묘해졌다.

어딘가에 대마법사라도 상시 붙어 있지 않는 한 이 몸에 붙어 있는 마법에 대해 눈치채기 힘든 것이 사실.

중간에 마법 동결 지역을 거치기는 했지만 위치 추적기는 그 기능을 멈추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쪽이 오매불망 정하얀을 기다리고 있는 이유였다.

물론 김현성이 가져오는 정보도 기대되는 것이 사실.

퍼즐 조각은 어느 정도 맞춰줬다.

거의 완성을 앞두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실행을 못하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마지막 조각을 끼워 넣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

퍼즐 조각을 각각 하나씩 가져오고 있는 이들이 아직까지 원정에서 돌아오지 않았으니 현재로서는 이쪽이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언제 오는 거니 얘들아.’

도시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커다란 빅 이벤트라는 건 나 같은 놈들이 움직이기 편한 천재일우의 기회.

그 이벤트를 기다리는 것은 성격이 급한 나로서는 조금 힘들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지금 당장은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를린 영애나 조혜진과 시간을 보내고 이쪽과 계약을 맺은 길드나 클랜을 관리해 주는 것이 전부.

물론 기존에 있던 주요 인물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작은 바위의 송정욱.

녀석 같은 경우에는 여전히 마를린에게 애정 공세를 펼치고 있었지만 자신의 생각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으니 조금 초조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는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당연지사.

지금 당장은 이쪽에 엎드리고 있기는 하지만 마를린 영애를 생각해 보면 녀석이 내 뒤통수를 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당장은 충성을 맹세한다고 외칠 수도 있지만 놈의 기벽을 생각한다면 언제 등을 돌려도 이상하지 않다.

‘나 같아도 치고 싶어질 걸….’

귀족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이쪽이 계속해서 막고 있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물론 내가 없었더라도 마를린이 녀석을 선택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

사실 마를린 이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송정욱의 이용 가치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

나에게 아직까지도 용건이 많은 놈과는 다르게 이미 나는 녀석에게 볼일이 없다.

쪽쪽 빨아먹어 단물만 남은 녀석을 굳이 녀석을 이쪽에서 품을 필요는 없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혜진이 일도 있고.’

이제는 녀석을 향해 쓰는 시간도 아까워지고 있다는 거다.

뭐, 그 외에도 남는 시간에는 파란의 전략기획 팀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캐슬락의 방어 체제와 공성전에 대한 토론을 했고 조혜진과도 이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전술 같은 걸 제대로 모르는 나와 달리 확실히 이쪽에 해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혹시라도 레이드 몬스터의 등장 여부를 고려하며 캐슬락의 병력 상황을 계산해 편성해 보기도 했고 보급 물자와 물량을 계속해서 체크하고 있는 단순한 일상의 나날.

김현성이 파티원들과 함께 캐슬락에 돌아온 것은 이 즈음이었다.

“이기영 님! 김현성 님이 방금 돌아오셨어요.”

“예. 굳이 전해주러 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마를린 영애.”

“아, 아니에요. 당연한 일인 걸요.”

“그럼 저는 잠깐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영애.”

“네.”

남들에게는 그저 평소대로 사냥을 마치고 온 것뿐이지만 나에게는 의미하는 바는 컸다. 몇몇 정황을 찾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녀석이 돌아왔다는 건 곧 캐슬락을 둘러싸고 있는 정세가 바뀐다는 걸 의미했기 때문이다.

‘좋아. 좋아.’

슬그머니 밖으로 나가자 김현성과 함께 돌아오는 파티원들이 시야에 비쳤다.

이쪽을 향해 뛰어오는 정하얀부터 손을 흔드는 박덕구까지.

김예리나 선희영 그리고 황정연은 확실히 지친 표정.

모두 무척이나 하드한 일정을 강행했다는 걸 대충 깨달을 수 있었다.

“오빠!”

“아, 하얀아. 그동안 잘 지냈지?”

“네. 잘, 잘 지냈어요!”

“별일은 없었고?”

“뭐, 별일이라고 해야 될지 안 해야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저번에 우리 형씨가 했던 말이 사실인 것 같소.”

“말?”

“거, 몬스터 웨이브인지 뭔지 있잖소.”

‘물어왔구나.’

당연히 이런 소식을 가져올 거라고 생각했다.

“덕구 말이 사실입니까?”

“네. 기영 씨. 자세한 설명은 조금 있다 드리는 게 좋겠군요.”

“정말 사실이었군요.”

‘사실이어야지.’

“네. 그동안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에 조금 힘든 면이 있었지만 이번 원정으로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힐 것 같습니다. 일단은 캐슬락 백작님을 만나보고 오는 게 좋을 것 같군요. 돌아오자마자 죄송하지만 먼저 집무실에 가 있겠습니다. 혹시.”

“네. 저도 조금 있다 합류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아마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전체 회의와 브리핑이 시작될 것이다.

남는 시간동안 정하얀과 이야기를 해보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하얀이는 잠깐 나 좀 보자.”

“아… 네!”

“오시자마자 죄송하지만 희영 씨와 정연 씨는 보급품의 점검과 린델에 따로 요청할 물품의 발주를 부탁드립니다. 혜진 씨가 정확히 알고 계실 겁니다.”

“네. 현성 씨.”

슬쩍 자리를 떠나자 이쪽을 쫄레 쫄레 따라오는 정하얀이 시야에 비쳤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일단은 이쪽이 불러준 것 자체가 기분이 좋은 모양.

활짝 웃으며 손을 잡아오는 모습을 보니 이쪽도 괜스레 입꼬리 올라갔다.

‘어떤 식으로 이야기하는 게 좋을까.’

정하얀은 지금 당장 이쪽이 자신의 비밀을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상태다.

혹시라도 숨기려고 하면 별로 좋지 않으니 최대한 좋은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꺼내는 게 좋으리라. 이쪽의 방문을 열고 손짓하자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기 위해 달려오는 꼬맹이 마냥 함박웃음을 띄기 시작.

뭘 기대하는 건지 제대로 얼굴이 슬쩍 붉어져 있었다.

“들어와.”

“네, 오빠.”

정하얀이 들어온 이후에는 찰칵 소리가 들려왔다.

‘문은 왜 잠그는 거야.’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대충 의자에 몸을 눕히며 옆쪽을 탁탁 두드리자 조용히 이쪽에 앉아오는 모습은 가관.

나를 올려다보며 조용히 입을 여는 모습이 시야에 비친다.

“왜, 왜 부르셨어요?”

“궁금한 게 있어서.”

“아. 궁, 궁금한 거요?”

“응. 별 건 아니고… 혹시 있잖아.”

“네!”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없지?”

“네!”

이쪽을 바라보며 너무 당당하게 거짓말을 하는 걸 보니 무척 당황스럽다. 아무래도 조금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좋을 거 같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꼭 필요한 일이라서 그래. 하얀아. 원정을 떠난 날 내가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지?”

“네?”

“파티원들끼리 원정을 떠난 날, 내가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잖아. 그렇지 않아?”

“무슨 말씀을 하, 하시는지 모르겠는데요. 제가 어떻게….”

“탓하려고 하는 게 아니야, 하얀아. 알고 있잖아.”

“글, 글쎄요. 저는 잘….”

눈을 빤히 바라보니 이쪽을 계속해서 쳐다보기가 부담스러운지 조용히 시선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정확히 말하면 나를 쳐다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 거짓말에는 재능이 없는 모양이다.

“다 알고 있으니까. 편하게 말해도 돼. 추궁하려는 게 아니라 정말로 필요한 일이라서 물어보는 거니까.”

“잘, 잘 모르겠어요. 정, 정말로….”

‘티 나….’

거짓말하고 있는 게 티가 난다. 어떻게든 숨기고 싶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뭔가 이대로 간다면 끝이 없을 것 같은 느낌. 조금 더 압박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하얀아.”

“네? 네?”

“나는 거짓말하는 사람을 제일 싫어해.”

“아….”

“다른 건 다 괜찮아도 거짓말하는 사람은 정말로 싫어.”

“그… 그게….”

애초에 상대도 안 됐던 줄다리기는 여기서 끝.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습은 보니 괜스레 측은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마치 엄마에게 커다란 거짓말을 들킨 꼬마처럼 눈에는 한가득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히끅.”

심지어는 딸꾹질도 하기 시작.

“히끅.”

조금 무서워할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반응이 조금 더 거칠다.

“히끅.”

“내가 어디 갔는지 알고 있었지?”

“…….”

“옛날부터 위치 추적 마법이 하얀이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어.”

“…….”

“하나. 둘.”

“네….”

살짝 위협하는 모습을 보이자 결국에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떨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걸 보면 가슴이 조금 아프기는 하지만 확실히 반응이 조금 재미있다.

조금 더 놀리고 싶기는 했지만 일단은 정황을 묻는 게 가장 중요.

적당히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화내려고 하는 게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처음에는 조금 싫었지만 전부 다 하얀이가 나를 생각해서 그랬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렇지?”

“네… 네!”

“혹시 위험해질까 봐 그런 마법을 걸어놨던 거지?”

“네… 조, 조금은….”

“혹시 습격당하지는 않을까 걱정 되서 그랬던 거잖아.”

“네. 그, 그래요.”

“방법은 조금 잘못됐지만 하얀이가 나를 생각해서 그랬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이해해 줄 수 있어.”

“아….”

‘사실 도움이 되기도 하고….’

비루한 스펙으로 인해 언제든지 외부의 위협을 노출되어 있는 내게 위치추적기란 가장 확실한 보험이다.

‘납치당하는 상황에 대비할 수도 있고… 이런 용도로도 사용 가능하니까.’

개인 프라이버시에 문제가 생기기는 하지만 안전상으로는 확실히 괜찮다는 거다.

“거짓말만 하지 않으면 괜찮아. 물론 하얀이가 한 행동이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잘한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

“네… 오빠.”

“탓하려고 하는 건 아니니까. 울음 그치고.”

“네!”

“좋아. 그럼 지도를 같이 볼까?”

“네. 오빠!”

확실히 안심하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커다란 압박과 꾸중을 받을 거라는 본인의 생각과는 반대로 너무나도 무난하게 흘러가는 상황이 기분이 좋은 모양.

똑똑한 만큼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도움이 됐다는 사실을 눈치챈 것 같았다.

조금 기뻐하는 모습까지 보이는 걸 보고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잠깐 고민하긴 했지만 잘못했다는 걸 꼬집어 주기도 했으니 결과는 나쁘지 않으리라.

‘앞으로는 거짓말도 안 할 거고….’

물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한번 손가락으로 가리켜 볼까?”

“정, 정확한 위치는 몰라요. 제가 캐슬락의 지리를 잘은 몰라서.”

“괜찮아.”

“그러니까. 이쪽에서 분명히 왼쪽으로 500미터 정도….”

정확한 위치를 모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간 길을 전부 꾀 차고 있다는 건 소름이 끼칠 만한 부분이기는 하다.

물론 열정적으로 길을 찾는 정하얀에게는 굳이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눈물이 채 마르지도 않은 채 함박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스토킹 루트와 방법을 설명하는 모습은 정하얀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얘는 진짜….’

“여기에서는 잠깐 마력 동결 지역이었어요. 그래도 제가 오빠한테 걸어놓은 마법은 그런 걸로 막을 수 없거든요. 옛날보다 더 업그레이드해서… 헤헤.”

“아… 응….”

“여기는 막혀 있는 공간일 텐데 이상하네요. 분명히 이쪽으로 가셨는데… 그리고… 여기서 잠깐 멈춘 이후에 지하로 내려가신 것 같았는데.”

“막혀 있는 길은 걱정하지 말고 그냥 계속해서 가리키기만 하면 돼.”

“아. 알겠어요.”

“여기서 이렇게….”

“응.”

“이렇게….”

“응.”

“여기네요!”

곱게 뻗은 손가락이 특정 위치를 가리키는 순간, 이쪽도 입꼬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도시 내에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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