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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79화 (178/1,590)

# 179

회귀자 사용설명서 179화

인질극의 결과(2)

울컥 피를 토하는 모습을 보고는 급하게 외칠 수밖에 없었다.

“손… 손 떼! 이 자식들아!”

격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까딱하면 죽을 것 같은 위태위태한 얼굴이 보였으니까.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병사들은 이쪽의 목소리에 당황했는지 나를 바라보는 중.

이게 무슨 상황인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 같기는 했지만 다른 설명을 할 시간은 없다.

“지금 당장 전선으로 복귀합니다. 제가 직접 구류하겠습니다.”

“네… 네!”

그렇지만 일반 병사들이 뭘 할 수 있을 리가 만무. 곧바로 사라지는 녀석들이 시야에 비쳤다.

이쪽이 가지고 있는 포션으로 회복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 같은 표정으로 아이를 울부짖는 녀석을 치료하기 위한 수단은 당장은 하나밖에 없다.

한쪽 품에 새끼를 꽉 안은 채 다가가니 자꾸만 손을 뻗어온다.

이쪽을 공격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상태창의 설명을 보면 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다.

‘완전히 당했어.’

인간형으로의 변신이 가능하다는 것 이전에 이쪽과 자신의 목숨을 하나로 묶어버렸다는 점은 완전히 외통수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

눈앞에 있는 디아루기아가 머리를 잘 썼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아마 자신이 죽는다면 자신의 새끼도 죽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 것이 분명.

새끼를 인질로 잡고 있는 동시에 음성 증폭 마법으로 전 병력에 명령을 전달하는 나를 배우자로 선택해 자신의 목숨을 보전하려고 한 것이다.

이쪽이 인류의 평화를 위해 희생할 만한 성격이 아니라고 꿰뚫어 본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도박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그녀의 예상대로 나는 숭고한 희생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자신을 살리는 게 곧 새끼를 살리는 법이고 이쪽의 목숨을 쥐는 게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새끼가 휘말리거나 목숨을 위협당하고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직접적으로 내게 해를 끼칠 수는 없으니 나를 자신의 배우자로 선택해 목숨을 공유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정보가 너무 부족했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내가 놓친 것은 용이라고 분류되는 종족의 생태였으니까.

일단 이쪽이 알게 된 것은 네 가지.

물론 이게 드래곤으로 분류되는 모든 종족의 공통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눈앞에 있는 디아루기아에게는 해당되는 이야기다.

1. 용은 암컷 혼자 아이를 가질 수 있다.

애초에 암컷과 수컷이 무의미한 동물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 개체수가 적다는 걸 생각해 보면 아마 이쪽의 생각이 확실할 것이다.

2. 용은 인간형으로 변할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있다.

확실히 마법은 아니다. 종족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능력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으리라.

3. 맹약인지 마법인지 아니면 종족이 가지고 있는 고유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용은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있다.

저항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자동문 수준의 저항력을 가지고 있는 내가 지금 와서 이런 걸 따져봐야 무의미하다.

4. 자신이 배우자로 선택한 개체와 생사를 공유한다.

어떤 방법인지는 설명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생명을 공유한다는 것은 이미 확정된 사실이다.

‘내 몸이 가장 큰 증거니까.’

이해는 할 수 없지만 단순한 미물은 아니라는 거다. 이들 역시 자신들의 문화와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는 지적 생명체라고 말하는 편이 옳다. 인간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화한 종류의 생명체 말이다.

‘어떻게 보면 상위 개체라고 불러야 되는 건가.’

연구할 것도 많고 생각도 많아졌지만 일단은 눈앞에 있는 디아루기아를 살리는 것이 먼저.

헐레벌떡 품 안에 있는 포션을 상처가 난 부위에 들이 붓자 아주 천천히 몸이 회복되는 것을 바라볼 수 있었다.

물론 효과는 크지 않다.

본체의 크기가 어마어마한 만큼 인간 폼으로의 회복 역시 페널티를 받는 모양.

평범한 인간을 치료하는 데 드는 포션이 한 병이라면 이 용에게는 최소 몇 백 병이 들어가게 되리라.

계속해서 정신을 잃어가고 있는 듯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소량의 포션이 도움이 되는 모양인지 눈에 점차 생기가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그런 그녀가 내 품에 안겨 있는 소중한 새끼에게 시선을 돌린 것은 순식간.

“아… 아가!”

“키에에에에엑….”

그 감동적인 모습에 재회라도 시켜주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지만 그녀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에 대해 확답을 내릴 수 없는 만큼 일단은 거리를 슬그머니 벌릴 수밖에 없었다.

곧 그녀의 입에서 서글픈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돌… 돌려주세요. 제… 아이를… 제 아이를 돌려주세요.”

‘시바….’

“제발 부탁드립니다. 제 아이를 돌려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울지 마….’

“제발….”

눈물이 흐르다 넘쳐 폭포수처럼 떨어지고 있는 상황.

누가 봐도 내가 너무 쓰레기처럼 보였다.

차희라처럼 달려 들 것을 예상했지만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모양인지 납작 엎드려 있었다.

자신의 목숨을 빌미로 협박을 해오지는 않을까 생각했지만 내 예상과는 180도 다른 모습.

그녀로서도 이쪽을 배우자로 선택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본래 성격인 건가.’

아마도 내 생각이 맞으리라. 그녀의 성향에 적혀 있는 것은 온순한 어머니였으니까.

4,000살 이상을 먹는 와중에도 캐슬락을 침공했다는 기록이 한 번도 없는 것을 보면 정말로 아이 때문에 눈이 돌아가 이쪽에 왔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송정욱, 이 악당 새끼.’

이쪽의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는 송정욱 탓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타이밍 좋게 옆에 있는 붉은용병의 단원 한 명이 입을 열어왔다.

“이 사람은….”

“방금 그 몬스터일 겁니다. 아마 인간형으로도 변할 수 있는 모양인 것 같군요.”

“이런 건 들어보지 못했는데….”

“저 역시도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이런 게 가능하다는 건 본 적도 없고요. 아마 캐슬락을 침공한 이유도 이 아이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 그렇군요.”

“수성전이 진행되는 도중입니다. 일단은 저 몬스터, 아니, 여자를 구류하겠습니다. 수성전 상황은….”

“대부분이 정리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거 다행이로군요.”

단원과 말을 섞고 있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애처롭게 손을 뻗어오며 이쪽에 말을 걸어오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무시하기가 힘들다.

몬스터의 외관일 때도 양심 한구석이 콕콕 찔려왔으니 인간의 모습으로 저런 모습을 보이니 흔들리는 것이 당연하다.

머릿속으로 자꾸 가슴 아픈 시나리오가 떠오르기 시작.

디아루기아의 시점에서 생각해 보니 황당하기가 그지없다.

갑자기 알을 도둑맞은 것으로 모자라 태어난 새끼로 인질극을 벌였고 인간들에게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맞았다.

“돌, 돌려주세요.”

“…….”

“아가… 엄마란다. 엄마….”

“…….”

“다 괜찮을 거야. 안심해도 돼. 아가… 안심해도 된단다.”

“…….”

“아가….”

“키에에에에엑….”

솔직히 아이를 돌려주는 선택지는 피하고 싶지만 눈앞에서 저런 모습을 보이면 외면하기가 힘들었다.

이미 온 몸이 망신창이가 된 상태.

혹시나 새끼를 품에 안은 뒤에는 본체로 현현해 우리의 뒤통수를 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가능성은 없어.’

눈앞에 보이는 디아루기아는 이미 대부분의 전투 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포션을 쏟아 부은 것도 일단은 응급처치에 불과.

자신이 죽으면 그 다음이 아이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만큼 당장 아이를 품에 안는다고 해서 별 다른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후를 생각했을 때도 일단은 한 번 안아보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앞으로는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니까.

딱히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천천히 품에 안겨 있는 아이를 그녀의 품으로 옮기니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 몸으로 자신의 아이를 꽉 안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비쳤다.

“아가… 아가!”

“키엑!”

그 모습을 본 단원이 한마디 건넨 것은 당연지사.

“괜찮으시겠습니까?”

“다른 문제는 없을 겁니다. 이미 거의 모든 전투 능력을 상실한 상태이기도 하고 새끼를 안고 있는다 해서 뭔가 달라지진 않겠죠. 오히려 정신적으로 도움이 될 겁니다.”

“그렇군요.”

이미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되어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아이를 꽉 안고 난 이후에는 다시 한번 아이를 빼앗길까 이쪽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었지만 확실히 다른 행동을 할 생각은 없어보였다.

생각보다 사리분별을 할 줄 아는 것이다.

대화를 몇 마디 건네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 느낌.

천천히 입을 열자 이쪽을 바라보는 얼굴이 시야에 비쳤다.

확실히 이질적이다. 머리에 달려 있는 커다란 두 개의 뿔도 그렇고 눈도 인간의 것이 아니다.

“제 말을 이해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

“저기요?”

대답이 들려온 것은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거 다행이로군요. 자기 소개부터 하는 게 좋겠군요. 저는 이기영이라고 합니다.”

“디아루기아….”

“뭐, 서로 오해가 조금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설명을 드리고는 싶지만 지금 당장은 힘들 것 같군요. 일단은 저희의 통제에 따라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

“믿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를 훔친 것은 저희가 아닙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큼… 엄연히 저희를 공격한 것은 당신이 먼저라는 겁니다.”

“…….”

“통제에 따라주시지 않는다면 다소 거친 방법을 사용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모든 과정에서 아이는 안전할 거라는 걸 전제로 말씀 드리는 겁니다. 아이에게는 그 어떤 해도 끼치지 않을 거라는 걸 약속 드리겠습니다.”

“인, 인간의 약속은 믿을 수 없습….”

“믿을지 믿지 않을지에 대한 선택권은 당신에게 없습니다. 제 말을 따라야 되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아….”

계속해서 이쪽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게 당연하다.

나였어도 그녀처럼 주변의 모든 상황을 의심했을 테니까.

다시 한번 마음의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것은 순식간.

조금 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파악해야 대화하기가 더 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설 등급의 몬스터 디아루기아의 고유 기벽을 확인합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어?’

오랜만에 보는 정상적인 기벽.

존재 자체가 위험했기 때문에 혹시라도 정하얀이나 차희라 같은 종류의 녀석은 아닌지에 대한 걱정이 들기는 했지만 이쪽의 생각보다 정상적인 기벽에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좋은데?’

방금 전까지는 제대로 된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지만 기벽을 보는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꽂혀온 것이 당연.

성향이 온순한 어머니에 고유 기벽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이 대륙에서 살면서 지금까지 이런 정상적인 성격과 성향을 본 게 얼마만인지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았다.

‘이거 엄청 좋은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는 거다.

눈앞의 있는 드래곤의 능력치와 그 능력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갑작스레 든든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목숨을 공유한다는 점도 생각해 보면 이쪽에게 무척이나 유리한 이야기.

수명이 늘어나는지 늘어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디아루기아는 자식 때문에라도 살아야 되는 입장에 처해 있다.

이쪽이 죽기라도 한다면 소중한 자식이 위험에 맨몸으로 내던져지는 상황일 테니 어쩌면 나보다 내 목숨에 대해서 신경 써야 하는 것은 그녀일지도 모른다.

몬스터 웨이브를 만들 수 있는 능력과 거대한 마력, 높은 지능과 강철 같은 뿔과 꼬리, 서쪽 성벽을 한꺼번에 뚫어낸 돌파력까지.

당했다는 표현이 이상하다.

오히려 기연이라도 얻은 것 같은 느낌에 입꼬리가 올라간 것은 당연지사.

‘용의 배우자!’

이제는 자력으로 올리기 힘든 마력 포인트도 5나 얻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지.’

연금술사로서 살아 있는 드래곤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누가 얻을 수 있겠는가.

제대로 된 협조만 받아낸다면 이쪽은 무료로 저쪽의 비늘이든 뿔이든 무작정 얻어낼 수 있다. 죽은 시체보다 얻기 힘들다는 게 살아 있는 실험체다.

물론 그녀와 내가 생명을 공유하고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거친 짓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도움이 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그러진 얼굴이 미소로 뒤덮이는 것은 순식간.

갑작스러운 이쪽의 태세전환에 디아루기아는 조금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살짝 그녀의 몸을 일으키며 슬그머니 어깨를 부여잡자 조금 흠칫 거리기는 했지만 몸이 그대로 딸려 들어 올려지는 것이 느껴진다.

“약속은 지킵니다.”

“네….”

“이쪽 역시 많은 인간이 죽었습니다.”

“…….”

“물론 상황은 이해합니다만 피차 어쩔 수 없다는 입장에 처해 있었다는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일단은 신병을 구속하겠습니다. 물론 저희 입장에서는 눈 가리고 아웅이겠지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저희 쪽에서도 많은 배려를 했다는 것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이는….”

“자녀분의 안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하하하.”

“…….”

“이제는 제 아이이기도 하니까요. 푸흐헤헷.”

작게 귓가에 속삭인 마지막 한마디.

정신없는 와중에 자신을 뭔 짓을 했는지 이제야 깨달은 모양인지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모습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이거 둘만의 비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었으니까.

그렇지만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자식에 대한 사랑은 진짜.

외통수를 맞은 것은 내가 아니라 디아루기아다.

‘아빠가 잘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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