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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98화 (197/1,590)

# 198

회귀자 사용설명서 198화

용의 둥지, 실험, 전직, 강화 (6)

[용 숨결 물약 - 전설 등급]

[드래곤 알케미스트 이기영이 제작한 전설 등급의 물약입니다. 마력을 주입하면 2초 후에 디아루기아의 마력을 사방으로 방출하며 충격파와 함께 폭발을 만들어냅니다.]

내 손에 들려 있는 특이하게 생긴 이 유리병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멋지게 보였다.

기형적인 외관도 뭔가 특이해 보인다는 거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이 좋은 것은 당연지사.

항상 모자란 내 화력을 보충할 수 있는 도구였고 내 몸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물약이 발동되기 전까지 2초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커다란 페널티다.

이런 페널티가 있기 때문에 대인전에 쓰기에는 모자란 감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좋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당장 마법 외에도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일단은 이득이니까.

나 개인의 스펙만으로는 아직 제국 8좌에 도달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이 물약을 계속해서 개량해 나가다 보면 화력만큼은 대마법사에 굴하지 않을 정도가 될지도 모른다.

영롱한 녀석을 괜스레 품에 안아 호호 닦아냈을 때 옆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 폼으로 되돌아 온 디아루기아 였다.

“대단하군요. 정말로… 정말로 만들어낼 수 있을 줄은….”

처음 봤을 때도 충분히 놀라움을 표시했던 그녀였지만 가까이서 한 번 더 녀석을 바라보니 더욱 신기한 모양.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리며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놀랐다는 건 내가 제대로 해냈다는 말과 일맥상통했으니까.

‘이게 연금술의 힘이다.’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건 과학과 마법과 연금술의 산물이라고요. 물론 아직 개량할 점이 많고… 어떻게 보면 원시적인 시험품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점점 발전할 겁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위력은 그렇게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정도면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큼. 아무튼 간에 원리는 간단합니다. 디아루기아 당신의 기관을 그대로 본 따서 만들었을 뿐이니까요. 이 유리병으로 보이는 것에는 당신의 세포가 조금 섞여 있어요. 완벽하지는 않지만 기관의 열화판이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을 겁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크기를 엄청나게 축소했다는 것과 이 기관을 따라 흐르는 게 마력이 아닌 정제된 혈액이라는 것뿐입니다.”

“…….”

“사실 저도 어떤 원리로 이 기관이 마력 파동을 방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뭐, 중요한 건 그게 아니죠. 중요한 건 당신의 안에 있는 기관이 마력을 방출할 수 있다는 것이고 제가 그 기관을 카피할 수 있었다는 거니까요.”

“그게 가능한 겁니까?”

“일반인에게는 불가능합니다.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는 눈이 조금 좋아서…. 뭐, 계속해서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당신의 혈액에는 마력이 흘러요. 당신이 당신의 기관에 마력을 전달하는 것처럼 저는 이 유리 모형에 당신의 혈액을 일정 용량 떨어뜨립니다. 각인된 마법진의 인도로 따라가 혈액은 에너지를 만들고 이 기관을 작동시킵니다. 활성화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2초….”

“네.”

“그리고….”

위이이이이이잉!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이쪽이 힘차게 던진 물약이 날아가 깨지며 커다란 마력의 파동을 만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마력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검은색으로 터져 나가는 모습은 내가 봐도 제법 그럴싸하게 보인다.

평범한 폭발이었으면 그다지 멋있다고 느끼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 유리병 하나의 가격을 생각해 보면 깨지는 게 조금 아깝기는 했지만 어차피 시험품이니 터져나가도 별 상관은 없다.

“다시 봐도 신기하군요.”

“저도 신기합니다. 아무튼 당분간은 실험에 참가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필요한 데이터도 모였고 나머지는 전부 이쪽에 달려 있으니까요.”

“본래 만들기로 한 건 완성이 된 겁니까?”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습니다. 사실 거의 완성이라고 해도 무방하기는 하지만… 지금의 능력으로는 이 이상 가는 걸 만들 자신이 없더군요.”

박덕구를 캡틴 린델로 만들어줄 혈청은 거의 마무리 단계이긴 하다.

한꺼번에 두 가지를 만들어내는 게 조금 힘들기야 했지만 지금 똘똘이와 함께 놀고 있는 정하얀의 도움이 컸다.

단순히 연금술의 영역이 아니라 마법까지 확대되어 불러와야 성공 확률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게 바로 그 이유.

사람의 신체를 뜯어 고친다는 건 용 숨결 물약을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렵다.

완성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사실 이런 식으로 마무리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 고민해 볼 정도였다.

그렇지만 능력의 한계는 어쩔 수 없다.

지금 이 시점에 나에게는 물약을 이 정도로만 개량시키는 것이 한계.

[강화의 혈청 - 전설 등급]

[드래곤 알케미스트 이기영이 만든 전설 등급의 물약입니다. 디아루기아의 혈청을 촉매로 만든 이 물약은 사용자의 신체 능력을 강제적으로 영구 상향시킵니다. 체력 70이상 내구 70이상의 플레이어에게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성공 확률이 높지는 않습니다. 실패할 경우 사용자가 사망하니 이용에 유의해 주세요.]

뭔가 불길해 보이는 녹색의 액체.

데우지도 않았는데 지 혼자 부글부글 끓고 있는 모습이 꽤나 요란하다.

어째서 체력 70 이상의 능력치를 요구하는 지는 뻔할 뻔자. 당연히 위험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애초에 혈청을 만들었다고 한들 이걸 그대로 주입하는 게 안전할 리가 없다. 인간의 몸은 용의 피에 거부할 거고 그 거부반응을 이겨내기 위한 최소한의 능력치가 바로 체력 70과 내구 70이란 능력치.

물론 시술자의 의지와 여러 가지 마법의 도움으로 성공 확률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성공률은 아무리 높게 잡아줘도 62% 미만이다.

김현성이나 차희라 같은 이들에게는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냐 물어볼 수 있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그들 정도의 수준에 들어선 이들에게는 애초에 이런 물약 자체가 무의미.

헐크와 토르에게 캡틴 린델의 혈청을 주입할 정도로 나는 멍청하지 않다.

말하자면 이건 박덕구 맞춤용으로 만들어진 물건이라는 거다.

애초에 녀석을 위해 설계했고 녀석의 몸에 맞게 개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 확률이 이 정도라는 건 강화 시술이라는 것 자체가 위험 부담을 가지고 있는 시술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위험할 것 같군요.”

“역시 그렇습니까?”

“네. 저희의 피는 다른 몬스터들에게도 거부반응을 일으키니까요. 애초에 타 종족의 혈액으로 이런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발상입니다.”

“끄응….”

“아마 실패한다면 온몸이 터져 죽을지도….”

박덕구가 온몸이 터져 죽는 선택지는 별로 바라보고 싶지 않다.

바쁜 실험 와중에 박덕구의 신체 데이터를 수집하러갔을 때만 해도 여전히 녀석은 검을 휘두르고 있었으니까.

내가 지금 하려고 하는 건 어떻게 보면 키메라를 만드는 거나 다름없다.

모든 키메라가 어느 정도의 부작용을 떠안고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그다지 추천해 주고 싶지도 않을 정도다.

그렇지만….

‘왠지 될 것 같은데….’

왠지 모를 자신감이 있다.

내 능력을 과신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이 실험은 어떤 초월적인 존재에 의해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게 솔직한 판단.

‘박덕구가 죽는 걸 원하지 않고 있어.’

단순한 망상이지만 왠지 모르게 그렇게 느껴졌다.

내 마음의 눈에도 개입했다는 걸 생각해 보면 이 실험 역시 개입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성공 확률은 계속 높일 수 있어.’

박덕구의 정신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혼자 생각을 해봤자 어차피 판단은 덕구가 하는 일이지만, 이대로 가다간 김현성 파티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걸 생각하니 일단 이곳으로 불러 본격적으로 경우의 수를 판단해 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자.’

서프라이즈로 공개하고 싶었지만 대상이 없는 상태에서는 성공 확률을 올리기가 힘들다. 녀석 역시 슬슬 참여하는 게 맞다.

“하얀아.”

“네? 오빠!”

“덕구 좀 여기로 데려와 줄래?”

“아… 네!”

내 말을 듣고 있던 정하얀은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뛰쳐나갔고 디아루기아는 나를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정말로 하는 겁니까?”

“일단은 개량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봐야 되니까요. 개인에게 맞춘 물약인 만큼 녀석이 있으면 조금 더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겁니다.”

“어떤 식으로….”

“녀석의 피가 어떤 거부반응을 일으키는지에 대해 확인해 보고 이 강화의 혈청의 효과를 상쇄시킬 수 있는 물약을 다시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물약을 먼저 주입한 이후에 혈청을 주입하는 것만으로도 성공 확률은 높일 수 있을 겁니다. 정밀 검사도 진행해 봐야 하고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지만… 알 것 같군요.”

“네네. 임상실험을 할 수 없다는 게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아무튼 이번에는 조금 조심스럽게 접근해 볼 생각입니다.”

“으으음…. 제가 도울 일이 있습니까?”

“어쩌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마력을 주입하는 것만으로도 거부반응이 줄어들 겁니다.”

의외로 연금술에 흥미를 느끼는 디아루기아와 계속해서 이야기를 계속해서 나눴다.

‘이번에 들어올 신입들이랑 같이 훈련이나 받게 해볼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잠시나마 해보기는 했다.

박덕구도 박덕구지만 디아루기아의 사회화도 이쪽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였으니까.

결론적으로 이 실험실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다시 한번 더 이런 아찔한 경험을 하기는 싫다.

이지혜가 나를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대부업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제대로 느껴볼 뻔 했으니까.

조금 더 그녀와 시간을 보내니 정하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

박덕구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오는지 제법 떠들썩하다.

괜스레 강화의 혈청을 만지작거리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나름대로 선물이라고 준비했기 때문이다.

‘서프라이즈는 아니게 됐지만 일단 이거라도 보여줘야지.’

재능이 없는 놈의 심정은 그 누구보다도 내가 잘 이해하고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의 녀석이 이걸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자연스럽게 떠드는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시야에 비친 것은 박덕구와 정하얀, 이쪽이 먼저 인사를 건네기 전에 박덕구가 먼저 손을 흔들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보는 만큼 얼굴에는 반가움이 가득 들어가 있다.

“형님!”

“덕구야.”

“거, 잘 지낸 거요? 실험도 좋지만 파란에도 얼굴 좀 비춰주쇼. 아니 지금 길드에 행정팀 양반들이 아주 난리라니까. 튜토리얼 던전 관련해서 준비할 게 생각보다 많은 모양이요.”

“최근에 좀 바빠서 만들 게 있었거든.”

“거, 하얀이 누님한테 이야기 다 들었소. 굉장한 걸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기분 좋다는 듯 웃고 있는 녀석의 얼굴.

여전히 땀에 젖어 있는 것을 보면 방금 전까지도 훈련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말하는 걸 듣고 혹시나 정하얀이 혈청에 대해 말한 것은 아닌지 걱정되긴 했지만 녀석이 말한 게 용 숨결 물약이라는 것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다시 한번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 용 숨결 물약인지 뭔지 그거 보여주려고 부른 거 아니요? 크으… 형님이 나한테 제일 먼저 보여줄지 알았다니까! 하얀이 누님이 벌써 길드에 소문 쫙 퍼뜨렸다는 거 아니요?”

“하핫. 사실 그것도 그건데 새로운 걸 만들었거든.”

“거, 정말이요?”

“그래.”

괜스레 가슴이 떨려온 것은 당연지사. 순박한 얼굴로 이쪽을 향해 뛰어오는 녀석은 내 선물 따위는 생각도 못 하는 것 같았다.

슬그머니 타이밍에 맞춰 강화의 혈청을 내미니 깜짝 놀란 얼굴로 이게 뭔지에 대해 대답을 요구하는 녀석이 시야에 비쳤다.

“한 번 읽어봐.”

“어? 이거요?”

황급히 상태창으로 물약을 확인하는 녀석의 얼굴에는 흥미가 가득하다.

어지간히 궁금했던 모양.

반쯤은 성공이라는 걸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다시 한번 녀석의 말을 이었다.

“손 볼 부분이 조금 있기야 하지만 네 맞춤으로 만들어진 거라 별 문제는 없을 거다. 일단은 앞으로 이쪽에서 함께 지내는 게 좋을 것 같아.”

“아….”

“지금 당장 투입하기에는 문제가 조금 있기도 하고… 경우의 수를 따져봐야 되니까. 아, 그리고 페널티는 신경 쓰지 마라. 높게 잡으면 80% 이상이니까. 여기로 부른 것도 다….”

“거 이거 때문에 부른 거요?”

“응. 최근에 네가 조금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

“왜?”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반응.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건가에 대해서 떠올렸을 때 박덕구가 슬그머니 내게 손을 밀어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안 먹을 거요, 형님.”

“뭐?”

“나는 안 먹을 거라고 말했소.”

‘이 돼지가….’

처음으로 눈앞에 있는 돼지가 나를 노려보는 것이 시야에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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