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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213화 (212/1,590)

# 213

회귀자 사용설명서 213화

불길한 느낌 (5)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한 것이 당연하다. 뜨거운 가슴을 부여잡으며 뒷걸음질 쳤지만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가 않았다. 어째서인지는 뻔할 뻔자.

‘마법? 캐스팅도 없었는데… 이런 게… 가능해?’

간단한 마법은 무영창으로 완성하는 게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수업 중에 들어본 적이 있지만 정말로 가능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마도 포박 마법의 개량형.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들기는 했지만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아… 아….”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눈에 보이는 것은 새까만 방 안.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으스스한 분위기.

방금 전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와 떠들었던 방이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가 없다. 가슴에 단검이 박혀있기 때문이 아니다.

마력이 방 안을 가득 장악했는지 점점 숨을 쉬기가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 괜스레 호흡이 가빠졌다.

“아… 아아아악!”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입에서 계속해서 비명 비슷한 소리들이 튀어나왔다. 뇌가 인지하기도 전에 몸이 저절로 떨러오며 자신도 모르는 괴성을 내지른다.

“이, 이러지 마! 아아아아악!”

“…….”

“살, 살려줘… 살려줘.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안, 안 죽인다니까. 죽이면 안 돼.”

“가까이 오지 마! 가까이 오지 마!”

“싫, 싫, 싫거든. 히히히힛.”

그때 느꼈던 불안감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깨닫는 것은 당연지사.

착각 같은 게 아니었고 몸이 아팠던 것도 아니었다.

그때 느꼈던 공포가 다시금 턱 끝까지 차오르기 시작. 가슴에 단검이 꽂혔다는 고통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밀폐된 공간,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것은 산발이 되어 있는 머리로 자신을 바라보는 표정이었다.

저번처럼 완전히 비틀린 입가와 어딘가 공허하게 보이는 눈.

‘어떡하지?’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어쩌면 좋지?’

다른 생각이 날 리가 없다. 삐끗하면 죽는다. 아니, 죽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이미 머릿속을 점거하고 있는 생각은 어떻게든 이곳에서 이 장소에서 빠져나가고 싶다는 생각 하나.

턱이 덜덜 떨리는 것은 물론 몸도 떨려오기 시작.

‘알고 있었어.’

이 여자가 완전히 돌아버린 년이라는 걸 이기영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망토를 뒤집어쓰고 나가라고 했던 거야.’

이런 결과가 나오리라는 것을 미리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정하얀 교관님, 제발 이러지 마세요. 저는 아무 잘못도… 없어요. 저는 단지….”

“이이이익!!”

“아아아아아악!”

푸슉 하는 소리와 함께 손등에 무엇인가가 박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도둑! 창… 창녀!”

푸슉 푸슉 하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며 몸 여기저기에서 불쏘시개로 지진 것 같은 고통이 느껴진다.

제대로 비명도 지를 수 없을 정도로 몸 전체를 짓누르는 고통에도 온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게 너무 답답했다.

“바보! 멍청이!”

“아아아아악!”

공포스럽다. 고통과 공포 때문에 눈에서는 계속해서 눈물이 쏟아져 나왔고 자기 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파악할 수 없을 정도.

“아파! 아파! 살려주세요.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너무 여러 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고통이 전해져 왔기 때문에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지 무서웠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한쪽 눈에 감각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었고 팔 다리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 같은 느낌.

‘죽을 거야.’

분명히 여기서 죽는다. 이제는 비명, 아니,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을 때 즈음에서야 결국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야지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해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사실은 한참 전부터 깨닫고 있었다고 할 수 있었던 부분.

단지 제대로 말할 타이밍이 없었을 뿐이었다. 계속해서 비명을 지르기에 바빴으니까.

“거짓말… 이예요. 그런 일… 없었….”

“…….”

“그런 일 없었….”

“어….”

“없었어요….”

온몸에 감각이 없어졌을 때 즈음에 겨우 쥐어짜낸 목소리.

입에서 계속해서 왈칵 왈칵 피를 토하면서 겨우 내뱉은 소리에 방 안이 묘하게 조용해졌다.

순간적으로 그 악마가 이 방을 나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이윽고 귓가로 조용히 들려온 목소리에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뭐… 라고?”

“거… 짓말… 이예요. 그런 일 없었어….”

“거짓말.”

“진짜… 진짜예요…. 다 지어낸 말….”

“어?”

“전부… 지어낸 말… 죄송…. 살려… 주세요.”

“어? 어? 정, 정말인가요? 어. 정말인 것 같아.”

“살려주세요….”

“큰일 났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혹, 혹시 여기에 들어온 거 누구 본 사람 있어요?”

조금 당황한 것처럼 들려오는 목소리였다.

방금의 말 때문에 흥분이 조금 가라앉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비정상인 것처럼 보였던 아까와는 제법 다른 목소리.

평소대로의 정하얀 교관의 목소리가 맞다. 점점 의식이 흐려지는 것 같았지만 의식을 똑바로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다.

방금의 질문의 대답하는 건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네… 붉은용병 단원들… 몇 명….”

아마 본 사람이 없었다면 한소라라는 인간은 이곳에서 사라졌을 수도 있으리라.

사람을 죽이는 데 굉장히 무감각해 보이는 것 같은 표정과 얼굴.

‘제길….’

생각해 보면 신호는 몇 가지나 있었다. 창렬 오빠의 조언도 그랬고 다른 동료들도 대부분 쓸데없는 일을 하지 말라는 조언을 해줬다.

심지어는 이기영 교관도 신호를 보냈다.

자신을 한심하게 쳐다본 표정이 생각난 것은 당연지사. 남은 한 쪽 눈에서 울컥 울컥 하고 눈물이 튀어나왔다.

“울지 마요.”

“아무 말… 안 할 게…요. 살려주세요.”

“안 죽인다니까요. 포, 포션 어디 있지? 그러니까… 이건 거짓말한 벌이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되겠네요. 한소라 교육생! 교관님을 속이면 안 된다구요!”

“네….”

“그, 그런 거짓말을 하면 어떻게 하나요?”

“죄송… 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어, 어떡하지. 오빠한테 들키면 안 되는데….”

“괜찮… 저… 자꾸 눈이 감….”

“안, 안 돼요! 죽으면!”

아까와는 온도차가 너무 달라 당황스럽다. 따뜻한 뭔가가 몸 전체에 뿌려지는 것을 느낀 이후에는 그만 정신을 놓아 버렸다.

깨어났을 때는 최소한 이 방이 아닌 어디 다른 곳에서 일어나길 기도하면서 말이다.

* * *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심하게 했는데….’

정하얀이 한 건 제대로 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해버릴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최근 알게 모르게 쌓인 스트레스를 모두 풀어버린 모양.

만약에 정하얀이 선희영을 찾아가지 않았다면 한소라가 무난하게 숨이 끊어졌을 거라고 하니 정말로 죽기 직전까지 그녀를 몰아친 셈이다.

당연하지만 정하얀의 행동을 나무라지는 않았다.

칭찬해 주는 건 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에 선택한 방향은 다른 쪽으로 잘했다고 이야기해 주는 것.

그녀를 망신창이로 만든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나쁜 짓을 하려고 한 교육생을 혼내줬다는 일에 대해 머리를 토닥여 준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하얀의 입장에서는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를 잡은 셈이 됐다.

단순히 질투심에 미쳐 날뛰었던 게 어쩌다 보니 나쁜 범인을 잡아버린 게 된 것이다.

선희영에게 부탁해 외부의 상처만 치료한 채로 나에게 데려왔을 때는 대역죄라도 저지른 죄인의 표정으로 있다가 사실 이런 문제가 있었다고 이야기를 해주니 곧바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상을 줄 것을 요구했다.

그 태세전환이 너무 빨랐기 때문에 나도 조금은 당황스러웠을 정도.

아무튼 간에 조금 바쁘기는 했지만 그 와중에도 그녀와는 제법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거다.

그사이에 시연회가 지나갔고 교육생들의 대부분이 1차 전직을 마무리 했다.

생산직의 교육을 담당하게 될 이쪽 역시 마법사들을 불러 모아 본격적으로 연금술에 대해 강의했고 파란은 이창렬을 생각보다 창렬한 연봉으로 데려왔다.

‘본인이 원했으니까.’

연봉이나 계약금보다는 수련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한 것이다.

이름이 창렬이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정신 상태가 창렬하지 않다는 건 박수는 보내고 싶어지는 부분.

녀석이 원하는 것은 조용히 지낼 수 있는 좁은 방과 자신이 무기로 쓸 수 있는 영웅 등급의 아이템이었다.

‘특이한 놈.’

물론 유아영과의 이야기도 잘 되어가는 도중.

김현성은 내가 그녀를 영입하고 싶다는 걸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필사적으로 영입을 주장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여 오고 있었다.

여전히 2번과 3번 사이를 왔다갔다 거리고 있었지만 전설 등급의 능력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지 날이 가면 갈수록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한소라가 정신을 차리며 수업에 나오기 시작한 것은 아마 이때 즈음이었을 것이다.

당연하지만 그녀의 몸에는 어마어마한 후유증이 남았다.

일단은 마력 회로가 대부분이 망가졌다. 선희영의 말로는 약 1년이 지나야 겨우 회복할 수 있다고 하니 사실상 마법사로서의 인생은 끝난 셈.

물론 재기를 아예 노릴 수 없을 정도는 아닌 것 같았지만 아무튼 간에 몸 자체가 박살이 났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거다.

결국 한쪽 눈은 회복하지 못했고 다리를 조금 절게 됐다. 아마 얻은 후유증이 더 있었겠지만 굳이 티를 내려고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재미있었던 부분은 내가 주관하는 연금술 강의를 들으러 찾아왔다는 것.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뭐?’

‘그때… 살려 주시려고 해서… 감사했습니다.’

내 입장에서는 상대하기 귀찮아 손을 휘저으며 옷 입고 나가라고 한 것뿐이었지만, 그녀의 입장에서는 내가 기회를 준 걸로 받아들인 모양.

물론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한소라가 그런 식으로 받아들일 줄은 몰랐었기 때문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어처구니없게도 그녀는 놀라울 정도로 수업에 집중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연금술사를 전업이라도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인생을 포기하지는 않은 것이다.

그중에서도 꽤 재미있었던 부분은 항상 몰려다니던 이들 사이에서 그녀가 은근슬쩍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것.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새롭게 형성된 그룹 안에서 순식간에 최약체로 등극해 버린 모양인 것 같았다.

‘역시 인간은 재밌지….’

내 기억이 맞다면 한소라를 언니라고 부르며 졸졸 따라다니던 이들이 갑자기 그녀를 괴롭히기 시작한 셈이다.

내가 본 건 한소라를 병신 취급하며 키득거리는 걸 본 것이 전부였지만 아마 실제로는 더 심할 것이다.

물론 동정심이 들지는 않았다.

붕대를 칭칭 감은 채로 다리를 쩔뚝거리는 게 조금 측은해 보이기는 했지만 내가 있는 장소와는 거리감이 있었고 그녀의 고통이 크게 와닿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누가 봐도 괴로운 인생을 살며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한소라는 정하얀과 의식적으로 마주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어쩌다가 마주치면 몸을 부들부들 떨다 오줌을 지려 버렸다.

‘도대체 뭘 한 거야.’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괴로운 것은 그것뿐만이 아닐 것이다.

오랜 부재로 시연회에도 나오지 못한 만큼 그 어떤 길드로부터도 오퍼를 받는 일이 없는 것이 당연.

당장 교육기간이 끝나면 갈 곳이 없는 입장에 처해 있다는 거다.

사실상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

그녀에게 흥미가 떨어진 나는 곧바로 후위 찾기에 집중했다.

미래에 알고 있는 많은 인재를 데려올 거라고 생각했던 내 생각과는 다르게 김현성이 이번 회 차의 신입들에게 큰 관심을 쏟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기억력에 반신반의하는지 간혹 들려서 차분히 교육생들의 얼굴을 보기는 했지만 자기가 찾는 이가 없다는 걸 깨달은 모양인지 훈련장에서 훈련을 하는 근접 직군들을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서론은 길었지만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해 보자면 파란은 가지고 있는 우선교섭권 중 아직 세 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는 거다.

오늘도 어김없이 슬쩍 차희라가 입을 여는 것이 보였다. 다행히 처음부터 물어오지는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 대화를 시작하든 결국 하는 말은 평소와 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말로 안 내보내도 괜찮아? 자기?”

“뭘.”

“그 한소란가 뭔가 하는 맹랑한 계집애 있잖아.”

“뭐. 됐어.”

“오.”

“왜?”

“그냥. 조금 아량이 넓어졌다 싶어서. 자기 원래 이런 거는 끝까지 찾아가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타입 아니었어?”

“상대도 상대 나름이지.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 있었으면 그냥 죽였을 거야. 그보다 걔네한테는 보상금은 얼마나 지급했어?”

“한 사람당 백 골드 정도?”

“많이 안 줬네? 아니 걔네 입장에서는 많은 건가.”

“어차피 망할 계획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먼저 달려와 꼰질러 줬다는 데 의의가 있으니까. 착한 애들은 아닌 것 같지만 착한 일은 착한 일 아니야? 하여간 그 한소라인가 소라 아오이인가 하는 얘도 참 불쌍하기는 불쌍해. 그딴 년들 친구랍시고 지 계획 다 불어버린 게 웃겨 죽겠다니까.”

“걔네 입장에서는 여기 붙는 게 더 이득이라고 생각했지 뭐.”

“안 그래도 보상으로 붉은용병에 입단하면 안 되냐고 물어보더라. 확 뚝배기를 깨버리려다가 참았다니까. 그건 그렇고….”

드디어 본론이 나올 모양이다.

“사용할 생각은 있는 거지? 자기? 슬슬 다른 길드도 못 기다려. 최대한 이적시장을 막고는 있는데 시연회에 온 애들 말고도 중소 클랜들도 빨리 열어달라고 난리라고…. 그냥 아무나 들이는 건 어때?”

“끄응…. 우리 길드 마스터가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아. 애초에 파란은 소수 정예를 지향하고 있고….”

“나 참. 매일 김현성, 김현성. 진짜로 둘이 뭐 있는 거 아니야?”

“아니라고 했잖아.”

“아니면 됐고, 뭐. 아무튼 간에 사용할 생각은 있는 거지? 검은백조에 박연주 그년이 난리야 난리. 둘만 동맹이냐고 소리까지 질렀다니까.”

“그쪽에는 빚도 있으니까. 한 장은 양도해 줄 수도 있어. 그리고 우리 길드에서는 유아영 영입만 마무리 되면 그냥 열어도 될 것 같고… 아, 그리고 누나. 남은 한 장은 그냥 줄 테니까. 혹시….”

“안기모?”

“어?”

“안 그래도 그 새끼가 파란으로 가고 싶다고 난리치던데….”

“안 돼? 누나?”

“별로 상관은 없지만… 돈은 받을 거야. 우리 길드에서도 그 새끼한테 투자한 게 있으니까.”

“그건 괜찮아.”

“뭐… 충성을 다한다 어쩐다 할 때는 언제고…. 안기모, 이 거지 같은 새끼. 자기도 너무 그 새끼 믿지 마. 아주 영악하다니까. 아직도 뒤통수가 얼얼해. 들어올 때는 여기가 내 무덤이라느니 한날한시에 붉은용병의 동료들과 함께 눈을 감겠다느니 개소리 지껄이고 파란으로 간다고 하는 거 봐. 희극 배우인줄 알았어. 아주. 자기도 언제 통수 맞을지 모른다. 미리 경고하는 거야?”

“알았어….”

왠지 모르게 그런 이미지 이기는 하다.

차희라와의 대화는 즐겁지만 이제 슬슬 움직여야 하는 부분.

의자에 앉아 있는 몸을 일으키니 곧바로 그녀가 이쪽을 바라보는 게 시야에 비쳤다.

“면담하러 가? 자기?”

“응. 유아영 만나러 가야지. 얘도 빨리 영입하고 싶은데 도통 넘어오지를 않네.”

“원래 큰 애들이 그래.”

“성희롱이야, 누나.”

“어디가 크다고는 이야기 안 했는데?”

고개를 돌리니 이쪽을 놀리는 것처럼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뭔가 찔리는 느낌이 든 것은 당연지사.

황급히 집무실을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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