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1
회귀자 사용설명서 221화
성장한 똘똘이 (2)
눈을 비비고 다시 한번 상태창을 내려다 봐도 여전히 결과는 같았다.
[전설 등급의 네임드 몬스터 흑암룡 디아루리아의 고유 기벽을 확인합니다.]
[어둠 속의 비틀리고 위험한 애정]
[#못 말리는 파더콤]
[#엄마도 짜증나]
‘이게 뭐야.’
혹시나 싶었던 게 진실이 되니 당황스러운 것은 당연지사.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어쩐지 너무 달라붙어 온다고 느꼈지만 이런 방향으로 성장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거….’
어이가 없어서 자꾸만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아마도 자리를 오랜 시간 동안 비웠던 게 원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나름대로 귀여워해 주고 아껴줬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긴 시간 동안 자리를 비우고 얼굴을 보지 못한 만큼 사랑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이상한 방향으로 기벽을 개화한 것.
‘해시태그는 또 뭐야.’
엄마도 짜증난다는 한마디는 우리 똘똘이만 바라보던 디아루기아의 가슴에 대못을 받는 발언이었다.
그나마 한 가지 안심할 수 있었던 부분은 성향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 하나 뿐이었지만….
‘이미 생성된 기벽은 변화할 수 있는 건가?’
불안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성향이라도 잘 뜨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 조금 시기가 늦은 것 같기는 했지만 지금부터라도 전력으로 교육에 신경 써야만 했다.
‘기벽도 바꿀 수 있으면 바꾸고… 성향도 최대한 좋고 안전한 걸로 뽑아야 돼.’
그래야 이 극한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눈을 부라리며 주변을 경계하는 똘똘이의 모습은 가관.
“얌전히 있어야 한다고 했지?”
“헥헥!”
“다른 사람들 위협하고 그러면 못 써.”
“키엑!”
“오늘 하루는 조용히 있어야 같이 있을 수 있는 거야. 안 그러면 곧바로 엄마한테 돌려보낼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알겠지?”
“키에에에엑!”
뭔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
그렇지만 사정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니 엄마한테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야 몇 달 만에 만났으니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했지만 평소 귀여워만 보였던 것과는 다르게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치솟아 올랐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똘똘이를 디아루기아에게 보내고 싶은 심정.
그러나 피곤에 찌든 그녀를 생각해 보면 그럴 수도 없다. 일단은 이런 식의 반 협박으로 녀석을 제어하는 게 최우선이리라.
그렇지만 여교육생들이 지나갈 때마다 부들부들거리며 경계를 보내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커다란 눈망울을 꿈뻑꿈뻑거리며 콧김을 뿜는 게 귀엽게 보였는지 대부분의 이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잘못 다가오면 물릴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강의실로 들어가니 조금은 긴장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교육생들이 시야에 비쳤다.
제법 긴장한 표정.
내가 자리를 잡자 인사를 해오는 모습들이 보였다.
“교관님, 안녕하십니까.”
“네. 반갑습니다. 여러분.”
무척 당연한 결과겠지만 이전과는 태도부터가 다르다.
물론 나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접한 게 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또 다른 이유로는 저들 대부분이 연금술을 메인으로 삼고 있다는 데 있다.
아마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깨달았으리라.
이 분야에서 내가 얼마나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지 말이다.
차희라보다 강한 강자는 대륙을 뒤지다 보면 나온다.
정하얀보다 마법에 익숙한 마법사 역시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가 알기로 나보다 뛰어난 연금술사는 대륙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나 플레이어들 중에서는 말이다.
드래곤 알케미스트라는 고유 전설 등급의 직업.
만약에 나보다 연금술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난 사람이 있더라도 용에 관련된 분야에서는 나를 따라올 수 있을 리가 없다.
다시 말하면 저들에게 나라는 사람은 별 것 아닌 생산직이라는 인식에서, 연금술 하나로만 정상의 자리에 올라간 위인으로 보여질 거라는 말이다.
연금술에 대한 인식을 바꾼 것은 물론 대륙 8좌에 이름을 올린 사람.
심지어 이 수업에 꽤나 헌신하기까지 했으니 나를 존경하는 놈이 하나둘 나타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내가 생각해도 조금 대단한 것 같은데….’
초반과는 다르게 내가 하는 말이라면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
가장 뒤에서 이쪽을 바라보는 한소라도 하나라도 더 배워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눈을 부라리는 중이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수업을 할 생각이 없다.
“사실 오늘은 수업이 없습니다.”
“아….”
입을 열자마자 아쉽다는 눈빛을 보내오는 이들이 보였다.
대부분의 교육생들이 좋아하는 연금 실험 시간이었지만 아쉽게도 가르쳐 줄 수 있는 건 전부 가르쳤다.
여기에서 조금 더 전진하는 건 저들의 영역이라는 거다.
“수료까지 딱 3일이 남은 시점이기도 하고… 기초적인 부분에서 가르쳐 줄 수 있는 부분은 대부분 가르쳤으니까요. 이미 연금술사로 전직하신 분들도 있어서 알고 계시겠지만 제가 여러분들에게 지식의 일부는 전직 시 주입되는 기초 지식보다 훨씬 방대한 양입니다.”
‘라무스 터커의 연금학 개론이기는 하지만….’
영웅 등급의 서책에 적혀 있는 고급 지식들이다.
수업내용의 반의 반, 아니 그 반의 반만 따라가도 밥벌이 하는 정도에는 문제없다.
“사실 오늘 연금 실험에 들어갔다고 해도 여러분들이 크게 달라지는 점은 없을 겁니다. 지금부터는 각자 공부해야 하는 영역이니까요. 지금까지는 제가 길을 제시해 줬다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는 여러분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제법 열심히 수업을 듣는 남자 한 명이 질문을 던져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럼 오늘 수업은….”
“아마 조금 더 재미있으실 겁니다. 음… 여러분들이 궁금해하는 걸 해소하는 시간으로 바꾸도록 합시다. 아마 이쪽이 조금 더 도움이 될 겁니다. 어떤 질문이라도 상관없이 받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시야에 비쳤다.
어떤 질문이 날아올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학술적인 질문이 대부분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가장 처음 날아 들어온 질문은 꽤나 의외.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 그렇다면 이기영 교관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등 뒤에 붙어 있는 생물에 대해서…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교육생들에게 눈을 부라리고 있는 똘똘이가 신경이 쓰일 것이다.
대답하지 못할 질문은 아니었기 때문에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드래곤입니다.”
“아….”
금방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마도 길드의 입단이 내정되어 있는 교육생 김민영이라고 합니다. 저… 이기영 교관님을 선택했다는 용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만 혹시 그 드래곤이….”
“저를 선택한 드래곤은 이 아이의 어미 드래곤입니다. 아마 여러분이 린델로 가신다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도시 외곽의 커다란 둥지가 있으니까요. 크기로 따지면 아마 이 훈련소의 몇 배가 될 겁니다.”
“우와….”
“조금 더 알려드리고 싶기는 하지만 용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대부분이 기밀입니다. 굳이 저희 길드에서 막을 필요도 없이 제국 측에서 정보를 통제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주 기본적인 정보는 이미 시중에 풀려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하죠. 다른 질문은 없습니까?”
“저, 이기영 교관님?”
“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혹시 그… 용병여왕님과….”
“네. 그녀와는 만나는 사이가 맞습니다.”
‘이딴 것도 질문이라고 하고 있네.’
질문을 던진 쪽은 쓰레기 삼 자매 중 첫째.
이 시간이 얼마나 귀중한 시간인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혹, 혹시 애인을 더 늘리고 싶으신 생각은 있으신가요?”
그 다음 질문은 조금 더 가관.
아무래도 지금 이 시간이 어디 고등학교의 담임선생님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애인을 늘리는 것에 쓰레기 삼 자매가 무슨 관심이 있어 질문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쟤네들에게는 관심이 없다.
“키에에에엑!”
저 여자들의 질문이 답답했는지 똘똘이 역시 괜스레 키엑 소리를 내며 그녀들을 노려보기 시작.
짜증이 조금 나기는 했지만….
‘어떤 질문이라도 상관없다고 한 건 나였으니까.’
이 시간이 얼마나 귀중한 줄 모르는 멍청함도 죄다.
저들의 입장에서는 좋은 팁을 받아갈 수 있는 기회를 날려 버리는 셈이니까.
대충 대답하며 다음 질문을 기다렸다.
“네. 그렇습니다.”
한소라가 손을 번쩍 들어 올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한소라입니다. 그… 아까 하신 말씀 중에 지금부터는 각자가 공부해야 되는 영역이라 말씀하셨는데… 정확히 무슨 뜻으로 말씀하신 건지 알고 싶습니다.”
“네.”
‘좋네.’
가장 현실적인 질문이었다.
“어떤 식으로 성장해야 하는지 물어보는 질문이라고도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부끄럽지만… 그렇습니다.”
아마 앞이 깜깜했을 테니까.
“으음… 간단하게 설명하면 한 학문의 심화과정에 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하면 될 겁니다. 지금 우리가 배우고 공부하고 있는 것이 자동차라고 예를 들어 봅시다. 여러분들은 이제 자동차라는 게 어떤 건지 깨달았습니다. 자동차가 어떻게 생긴 물체인지도 알고, 무슨 역할을 하는지도 잘 알고 있죠.”
“네.”
“조금 더 전문화시킨다고 생각해 봅시다. 네. 전문화요. 자동차라는 게 어떤 물건인지 깨달았으니 이제는 조금 더 집중적으로 파고들면 된다는 겁니다. 어느 쪽으로 파고들지는 물론 여러분들의 자유일 겁니다.”
“아….”
“일부는 자동차의 외형에 대해서 공부하는 분들도 있을 거고 엔진이나 내부의 어떤 장치에 대해 파고드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어쩌면 방향을 바꿔 오토바이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이 나타날지도 모르죠. 연금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금 더 전문화시키면 되요.”
“…….”
“포션, 호문클루스, 키메라, 촉매, 영역은 다양합니다. 물론 제가 모르는 영역도 틀림없이 존재할 겁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교관님은 어떤 쪽으로 공부하셨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저는 처음에 생체 쪽을 전공했습니다. 물론 다른 쪽도 한 발씩 걸쳐 놨습니다만 메인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건 물약과 생체연구 쪽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후에는 용을 전문적으로 공부했습니다.”
“아….”
“한 분야의 선구자가 된다는 건 꽤 메리트가 있습니다. 고작 연금술로 뭘 할 수 있겠어, 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사실 연금술사가 될 자격이 없는 분들입니다. 보세요.”
천천히 손에 마력을 모으니 파직파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손에서 마력이 튀었다.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내 뒤에 있는 칠판 양옆에서 한 쌍의 용의 팔이 생성되기 시작.
단순한 모형이 아니라는 것은 아마 저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교실 안에 있을 수 있는 크기로 사이즈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움직이기 시작한 팔에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교육생들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말… 도 안 돼….”
“어?”
그 표정 안에 들어서 있는 감정은 일종의 경외였다.
“어떻게… 이런 게 이건… 이건 말도 안 돼요.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하신 건가요?”
‘노력과 경험, 전직 직업 보정, 천재 마법사의 지원와 헌신적인 드래곤, 마르지 않은 자원, 천부적인 운빨.’
사실 가장 중요한 건 뒤에 있는 세 가지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 질문에는 조금 대답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방금 보여드린 건 제 밥줄이라고 해도 무방하니까요. 어째서 연금술사가 단일 직업이 아니라 마법사의 상위 직업인지에 대해서 잘 생각해 보시면 답이 나올 겁니다.”
“아….”
“여러분들이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말도 안 되는 것들을 실현시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시기만 하면 초인이 될 수 있는 물약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정말 호문클루스나 현자의 돌을 만드시는 분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물론 평생이 걸려도 지금까지 한 수업 내용의 반도 깨닫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뭐 마지막 질문은 꽤 좋았습니다, 한소라 교육생.”
“감… 사합니다.”
“쓸데없는 질문들을 받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나서… 몇 마디하고 마무리 하도록 하지요.”
“아….”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
“아마 대부분이 길드나 클랜에 오퍼를 받으셨겠죠?”
“네.”
“일부는 중견, 대형이고 일부는 소형이겠지만 뭐, 그건 아무래도 상관 없습니다. 중요한 건 린델이 여러분을 필요로 한다는 겁니다.”
“…….”
“제가 이 수업에 참여하게 된 이유도 도시 차원, 아니, 제국 차원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연금 지식을 일부 공유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오실 겁니다. 세상이 변했어요. 제국 차원에서 연금술사를 필요로 하고 클랜과 길드에서도 연금술이나 다른 생산직에 조금 더 투자해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겁니다.”
“아….”
“여러분들은 제국 차원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일원이 되신 거예요.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최소한 밖으로 나가 꼴불견 같은 모습은 보이지 않도록 하세요. 여러분들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다시 버려져 길바닥에서 구걸하며 살아가야 할 겁니다.”
내가 한 말을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갑작스레 장내가 조용해졌다.
아마 속으로는 별별 생각을 다하고 있을 거다.
“제가 여러분들을 최선을 다해 가르친 이유는 여러분들이 좋아서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국가사업이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제 이름이 먹칠하지 마세요. 여러분. 그리고….”
“…….”
“힘들 때 찾아오면 조언 정도는 해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