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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225화 (224/1,590)

# 225

회귀자 사용설명서 225화

파티(1)

사실 정하얀이 죄책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한소라를 데려왔던 당시에도 조금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선희영에게 치료를 받은 뒤에 데려온 거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때 당시의 그녀는 넝마나 다름없었으니까.

정하얀과 그녀가 정확히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당시 한소라의 상태를 생각해 보면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일을 당한 것만은 분명하다.

선희영에게 치료를 받은 이후에도 후유증이 남았으니 다른 말은 필요가 없으리라.

‘생각보다 트라우마가 강하게 자리 잡았나 본데….’

정하얀만 봐도 오줌을 지릴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부분.

모든 게 오해라는 게 밝혀진 지금 정하얀은 그다지 한소라에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지만, 나는 마차를 타고 도시로 돌아오는 내내 그녀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튜토리얼 훈련소에서 린델까지 오는 데 바지를 3번 갈아입었다.

만약 마차가 넓지 않았더라면 7번은 더 갈아입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덕분에 한소라는 이쪽이 아니라 쿨쿨 긴 잠을 자고 있는 똘똘이, 디아루기아와 같은 칸을 사용했는데 사실 그마저도 조금 불편했던 것 같다.

뭔가 조치를 취해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부분.

정하얀의 이름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것은 물론 그림자만 비쳐도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니 이쪽에서도 뭔가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일단은 최대한 적응할 때까지 지켜봐 줄 수밖에 없었다는 거다.

이쯤 되니 한소라를 선택한 것이 실수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볼 정도였다.

1파티와 2파티를 나눈다고 하더라도 2파티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던전이나 전장에 함께 설 수도 있다.

이런 부분을 생각해 보자면 한소라의 멘탈을 잡아주는 건 어느 정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나아졌으니까.’

방광에서 더 이상 나올 게 없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에 와서는 시원해지지 않았으니 일단은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일단 이쪽에서도 여러 가지로 안전장치를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첫 번째.

잔뜩 흥분한 맹견의 목줄을 쥐고 있는 건 이쪽이고 평소에는 입마개를 씌우고 다닌다는 걸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으리라.

물론 여전히 무섭기는 하겠지만 그나마 그녀가 경기를 일으키는 것을 방지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런저런 해결책을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마차는 린델의 정문을 지나고 있었다.

유아영이 입을 크게 벌린 것은 바로 그때.

벌벌 떨고 있었던 한소라 역시 궁금했는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고 이창렬 역시 관심이 없는 척하며 힐끔힐끔 보고 있다.

“와….”

처음 린델을 봤을 때 우리 파티의 반응과 똑같다.

물론 저런 반응이 보이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편의 시설이나 즐길 거리가 존재하지 않는 훈련소와는 다르게 린델의 곳곳에 이 도시가 어느 정도 문명화를 이루어냈다는 증거들이 보인다.

즐길 수 있는 문화 시설도 존재하고 일부 사람들의 얼굴에도 생기가 넘친다.

아니나 다를까.

광장에 진입하자마자 여러 가지 목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파티 구합니다! 사제님만 오시면 바로 사냥 나갑니다. 부산물도 비율조정해서 나누어 드립니다. 사제님만 오시면 바로 갑니다! 도적 분은 정중하게 사양합니다.”

“희귀 등급의 아이템 처분합니다. 싸게 준비했으니 구경 좀 하고 가세요.”

“호외요! 호외!”

“던전 탐험 가실 분들 모집합니다! 일반 등급 던전입니다!”

“린델을 강타한 베스트셀러, 연금술사와 천재 검사가 사랑하는 법 3권! 한정수량이 딱 93부 남았습니다. 딱 93번까지만 배포하겠습니다. 기다려 주신 분들은 정말로 죄송합니다.”

‘이제는 소설책도 파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끈 것은 광장 외곽에 몰려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뭔가 굉장히 소란스럽다.

거의 대부분이 여성들로 구성된 집단이 저 정체불명의 소설책을 사기위해 아등바등하고 있는 걸 보니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건지 궁금하기까지 했다.

“뭐야! 장난해요? 어제 밤부터 기다렸는데 그게 말이 돼요?”

“무슨 이벤트를 이따위로… 주최 측이 어디예요?”

“돈은 상관없으니까. 남는 수량 있으면 빨리 풀어줘요!”

“대형 길드 간부들한테는 미리 배포했다는 거 모를 줄 알아? 대형 길드만 독자예요?”

마치 파란에서 새로운 모델의 포션을 발표할 때와 비슷할 정도의 열기였다.

‘저거 돈 되겠는데….’

확실히 사람들의 생활에 여유가 들어서니 이런저런 콘텐츠에 소비되는 골드량도 늘어난 것 같은 느낌.

심지어는 이미 한정판 소설을 산 사람들에게 가 자신에게 물건을 도로 팔 것을 종용하는 것을 보니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가 나올 정도였다.

나도 모르게 슬쩍 김미영 팀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김미영 팀장?”

“네?”

“저건….”

“아. 그… 최근에 린델에서 유행중인 소설인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잘 팔리기는 하는 겁니까?”

“네. 본래는 음지에서만 돌아다니던 소설이었는데 점점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실리아와 다완 쪽에도 유통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실리아와 다완 쪽에도 말입니까? 허… 거참. 그거 흥미롭네요. 확실히 요즘 콘텐츠 사업이 괜찮을 것 같기는 한데… 혹시 파란 쪽에서 준비하고 있는 아이템은 있습니까?”

“아뇨. 아직 그쪽으로는 생각한 바가 없습니다만….”

“괜찮으면 시장조사 포함한 보고서 올려주세요. 조금 느긋해도 상관없으니 확실히 해서 보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유통을 맡아도 재미있을 것 같긴 하고…. 아, 혹시 김미영 팀장도 저 소설 읽어봤습니까?”

“네? 아… 네.”

조금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김미영 팀장은 일중독자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이다. 나름대로 여가 생활과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안심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다행이로군요. 혹시 내용이….”

“설명 드리기 조금 복잡한 내용입니다.”

“그렇군요. 하얀이는 읽어봤어?”

“아니요. 저는 처음 봐요. 저런 게 있는지도 몰랐어요.”

확실히 아직 저런 종류의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은 아직까지는 소수인 모양이다.

아무튼 저렇게 사람들 사는 냄새를 전력으로 풍기고 있으니 신입들 역시 린델이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은 모양.

제법 기분 좋아 보이는 표정들이 보였다.

아마 지금쯤 머릿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구나.’

물론 조금 더 속을 들여다 보면 인상을 찌푸릴 만한 것도 있지만 확실히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다.

웃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보이고 나름대로 활기가 있다.

도시 전체가 조금 더 활기차진 것에는 신입이 들어온 이유 역시 존재하겠지만 좋은 인상을 보여준 린델 시민 분들에게는 감사의 인사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런저런 풍경을 보는 와중에도 결국 마차는 광장을 지나 파란의 길드 하우스로 향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부르는 김미영 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착했습니다. 부길드 마스터.”

“아. 네.”

자연스럽게 마차에서 내리는 순간 눈에 띈 것은 박덕구와 황정연.

정말로 오랜만에 보는 꼬맹이, 심지어 그 옆에 자리한 것은 안기모였다.

꼬맹이보다 더 오랜만인 사람 역시 눈에 띈다.

‘조혜진도 왔네.’

캐슬락에서의 일도 대충 마무리가 된 모양.

나중에 따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조금 재미있었던 건 내가 없는 동안 파란의 길드 하우스가 증축을 했다는 것이었다.

‘보고로는 들었는데….’

확실히 실제로 보는 것은 조금 다르다.

디자인 자체는 현대적이라기보다는 중세풍에 가까운 것 같았지만 뭔가 클래식한 멋이 있다.

신입들도 파란의 길드 하우스가 좋아보였는지 연신 눈을 꿈뻑거리고 있는 걸 보니 왠지 모르게 자랑스러워진다.

천천히 길드 하우스를 구경하려고 하기도 전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님!”

“아, 덕구야. 정연 씨랑 혜진 씨 오랜만입니다. 그리고 예리 너도….”

“응….”

“네. 오랜만입니다. 부길드 마스터….”

“안기모 씨는?”

“사실 저희 전 길드 마스터께서 나갈 거면 빨리 나가라고 하셔서 바로 짐 싸들고 나왔습니다. 며칠 전부터 파란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하하….”

“아! 그렇군요. 파란으로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리고 인사들 좀 나누시죠. 이번에 들어오게 된 신입들입니다. 왼쪽부터 유아영, 이창렬, 한소라 씨입니다.”

살짝 뒤를 돌아보며 소개를 하자 먼저 인사를 하는 이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유아영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창렬입니다.”

“한… 소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기소개를 하는 이들을 보니 괜스레 흐뭇해진다.

유아영은 제법 발랄했고 이창렬은 창렬, 한소라는 여전히 정하얀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다시 한번 입을 연 것은 당연지사.

분위기를 정리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아영 씨는 전사 계열, 이창렬 씨는 암살자 계열이고 한소라 씨는 마법사 계열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말씀드리겠지만 신설될 제2파티의 주축 멤버로 키울 예정입니다. 일단은 숙소부터 정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아, 덕구야. 네가 안내를 해주는 게 좋을 것 같다. 정연 씨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뭐, 그런 일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요!”

“지하부터 위층까지 차근차근히 안내하고 정연 씨는 곧바로 숙소를 정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창렬 씨는 가장 구석진 방으로 가고 싶다고 하셨으니 그렇게 하시고… 한소라 씨와 유아영 씨는 심사숙고해서 결정하도록 해주세요.”

“음음!”

“저녁에는 회식이 있을 예정이니 저녁까지는 할 일을 모두 마쳐주시면 될 겁니다. 준비는….”

아마 길드 직원들이 전부 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지만 이쪽에서도 준비하고 싶은 이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할게….”

처음 들어온 후배들을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김예리였다.

벌써부터 본인이 선배라고 인식하고 있는 모양.

당연하지만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꼬맹이에게 이런 일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보호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옆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같이 가도록 하겠습니다. 부길드 마스터.”

“부탁드립니다. 혜진 씨.”

“네.”

“저도 함께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안기모 씨.”

많다면 많다고 할 수 있는 인원들이 한 공간에서 바글바글거리니 조금 정신이 없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런 분위기는 나쁘지는 않다.

나를 꽉 붙들고 있는 정하얀은 이곳 분위기가 어떻게 되든지 별로 상관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똘똘이가 꽤나 오래 잠들어 있었기 때문에 디아루기아도 오늘은 둥지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

정말로 오랜만에 전부 모일 거라고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자 생각보다 날이 빨리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새로 들어온 신입들은 여전히 파란의 길드 하우스를 탐방하고 있었고 김예리와 조혜진, 안기모 심지어는 정하얀까지 파티 준비를 하기 시작하니 일이 금방 끝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린델에 들어왔다는 소식에 자리를 잡고 사랑스러운 회귀자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녀석이 문을 열고 자리에 들어섰다.

‘보고 싶었다, 자식아.’

이렇게 가까이서 얼굴을 마주보는 건 꽤 오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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