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3
회귀자 사용설명서 233화
박물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3)
[무 등급 던전 균열 박물관에 입장하셨습니다.]
[인원 제한 [30/30]을 확인했습니다.]
[무등급의 강제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
[퀘스트 -박물관 탐방 (0/1)]
자연스럽게 메시지도 떠오른다.
퀘스트는 입장하는 순간 받는 퀘스트인 모양이다.
아마 박물관 탐방이라는 건 이 던전의 공략을 뜻하는 것이 틀림없으리라.
메시지를 대충 확인한 이후의 주위를 둘러보니 시야에 비치는 것은 제법 화려한 석실.
암벽으로 둘러싸였던 외벽과는 반대로 안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재미있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눈앞에 있는 존재.
나름대로 귀여운 남자아이의 모습을 한 이는 마치 우리가 이곳에 올 것을 미리 알고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던전 관리인 막스의 정보를 확인합니다.]
[전설 등급의 특성 마음의 눈으로 던전 관리인의 더미를 간파합니다.]
[관리인 막스의 더미]
[관리인 막스에 의해서 만들어진 마력의 응집체입니다. 실체가 없는 허상이기 때문에 상태창과 정보창이 확인되지 않습니다. 박물관에 제한적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역시 그런가.’
노란색 머리를 한 남자아이의 상태창과 정보창을 볼 수 없다. 눈에 보이는 것은 단순히 더미에 관한 설명이었다.
‘마음의 눈이 편리하기는 하네.’
아마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른 사람의 경우, 녀석이 본체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도 있겠지만 나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그럴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마 마음의 눈이 없었다면 아무런 의심도 없었으리라.
생김새는 뭔가 물건 같은 느낌이다. 눈에는 감정이 들어서 있지 않았고 정중한 자세에서는 왠지 모르게 이질감이 느껴진다.
잘생겼다면 잘생겼다고 할 수 있는 외관은 솔직히 귀엽다고 느낄 정도였다.
‘호문클루스?’
아마 그건 아닐 것이다.
균열 수호자들이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관리인 막스는 호문클루스가 아니다.
애초에 완벽한 생명체를 창조하는 것은 이미 신의 영역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일.
물론 생명체가 아니더라도 이런 존재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만큼 균열 수호자들의 대한 궁금증이 샘솟기 시작했다.
‘도대체 뭐야.’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날아 든 목소리.
그 목소리에 우리가 균열 박물관에 입장했다는 사실을 비로소 실감했다.
-균열 박물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박물관 탐험가 여러분.
“…….”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는 우리들의 행동에 놀란 것은 오히려 저쪽이다.
-이번에 오신 분들은 공격적이지 않으시군요. 보통 이곳에 들어오신 분들은 들어오셔서 곧바로 전투 준비를 하시곤 하는데….
우리 역시 이곳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면 같은 반응을 취했을 것이다.
눈앞에 있는 존재가 관리인인지 아니면 네임드 몬스터인지 구별할 방법이 없으니까.
조용한 침묵이 부담스러웠는지 박연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미 사전에 보고서를 읽은 만큼 대응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애초에 들어오자마자 시험이 시작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느긋하게 박물관 구경을 하는 게 첫 번째.
이 녀석에게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캐내는 것이 두 번째라는 거다.
“가장 최근에 이 박물관에 탐방한 탐험가에게 대충은 전해 들어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이 박물관의 관리인이라는 사실도요.”
-역시 그러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몇 주 전에 한 분을 보내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분이 보내신 분들이로군요.
“네. 정확히 말씀드리면 지금 박물관에 고립되어 있는 사람들은 제 휘하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혹시 그들은….”
-생사의 여부를 묻는 것이라면… 네. 아직 살아 있습니다.
막스의 말에 크게 안심하는 듯한 박연주의 얼굴이 보였다. 최대한 빨리 온다곤 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 만큼 불안했을 것이다.
“다행이군요. 혹시나 그들을 다시 구해올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박물관 탐험을 완료하신 분들에게 전시된 물품을 드리는 것은 매우 합당한 보상입니다. 심지어 그분들은 박물관에 아직 전시되신 분들도 아니니까요.
“…….”
-사실 타 차원에서 소환된 존재에 대한 표본은 처음인 터라 그분들을 전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만 아무래도 박물관의 격이 떨어진다고 느껴진 터라 저로서도 조금 망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
-그렇지만 오늘 이렇게 방문하신 손님들을 보니 아직 비어 있는 자리에 그분들을 전시하지 않은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무슨….”
-인과율이 일그러진 영혼이 방문할 줄이야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녀석은 확실히 김현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히 회귀니 뭐니 하는 소리는 지껄이지 않았지만 녀석의 눈에는 김현성이 다른 이들과 달라 보이는 모양.
‘마음의 눈이라도 있는 건가.’
그럴 확률은 희박하다.
박물관 관리인으로서 전시할 수 있는 물품들을 바라보는 눈이 뛰어날 뿐이리라.
단순히 인과율이 일그러졌다고 발언했을 뿐 회귀자라는 것은 모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
김현성은 그다지 당황하지 않고 눈앞에 있는 응집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보기 힘들다고 하는 드래곤도 있군요.
그 다음에 시선을 돌린 것은 디아루기아.
-혹시 몇천 년을 살아오셨습니까?
“대답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겁니까?”
-실례가 되는 질문이었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다만 반가운 마음이 들어서 말입니다. 예전에만 해도 드래곤들이 참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물론 드래곤들의 생태를 생각해 본다면 그들의 대가 언제 끊겨도 이상하지는 않지만… 아! 이거 실언했군요. 죄송합니다.
조금은 흥분했는지 눈에 띄게 말이 많아진 것이 보였다.
‘기계는 아닌 건가.’
단순히 안내인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녀석도 감정이라는 걸 느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결점이 없는 인간이 아니다.
이 정보는 이후에 틀림없이 써먹을 수 있으리라.
나는 슬쩍 디아루기아에게 시선을 옮겼다.
아직까지 똘똘이와 헤어진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저기압인 상태.
실례되는 발언을 돌직구로 맞았으니 기분이 안 좋은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굳이 화를 내지 않고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똘똘이에 관련된 일만 아니라면 그녀는 이성적이고 정상적이다.
“사과할 필요는 없습니다. 확실히 아이를 가지는 의무를 포기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저 역시 다른 분들을 뵌 지 오래되기도 했고… 종족의 의무나 관습 같은 것들은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아이를 가진 용들은 세 명도 채 되지 않을 겁니다.”
-그렇군요. 아쉬운 일이로군요. 으음… 그러고 보니 당신은 후손을 남기셨군요.
“겨우 최근입니다.”
-아… 수호자 분들이 당신들이 중요한 존재라고 말씀하셨던 기억도 납니다. 드래곤들 역시 수호자님들과 마찬가지로 대륙의 균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이들이었으니까요. 후손을 가지고 계시고 있다면 아쉽지만 당신 같은 경우는 박물관에 전시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대신… 음… 드래곤의 뿔 정도라면….
“이런 곳에 제 뿔을 놔두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물론 공짜로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아… 그래요! 혹시 이거라면 어떻습니까? 충분히 좋은 거래가 될 겁니다.
녀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드르륵거리는 소리가 박물관 전체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내부 기관이 움직이는 느낌.
얼마 지나지 않아 박물관 입구 벽에 있는 유리벽이 안으로 꺼지고 새로운 유리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재미있었던 것은 그 유리벽 안에 한 가지 물품이 보였다는 것.
무척이나 큰 상자에 이것저것 처음 보는 도구들이 꼭꼭 채워져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저거….’
[드래곤 로드의 육아세트-전설 등급]
[수만 년 전 존재했던 드래곤 로드가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서 직접 제작한 육아 도구 세트입니다. 개량된 젖병과 뇌 활동을 돕는 장난감들, 아직 날기 힘들어 하는 아기를 위한 보조구 등 여러 가지 물품들이 들어 있습니다. 이 육아 세트는 다른 물품과 다르게 로드가 자신의 비늘로 직접 만든 수제품으로서 그 가치가 상당히 높습니다.]
‘무슨….’
별별 게 다 전시되어 있을 거라곤 생각했지만 저딴 것도 전시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디아루기아의 눈이 희번뜩 변한 것은 바로 그때.
혹시라도 자신의 뿔을 냅다 반납하진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아! 이건….”
-어떻습니까?
“이, 이 건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어떻습니까?
이대로라면 정말로 거래할 기세다.
당연하지만 그녀의 머리부터 발끝 까지는 무조건 이쪽이 소유해야 한다.
제일 가치가 높다고 여겨지는 뿔을 박물관에 냅다 바칠 수는 없다.
개입하기는 싫지만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는 거다.
“디아루기아, 비슷한 종류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어미의 머리에 뿔이 없어진 걸 알면 똘똘이도 무척 상심할 겁니다.”
“그렇지만….”
“같은 등급의 아이템으로 제작해 드리겠습니다. 당신의 비늘을 이용해서 말입니다. 드래곤 로드가 제작한 물품이라고 한들 아무래도 어머니가 직접 만든 게 조금 더 의미가 있을 겁니다.”
“아… 그렇군요.”
대답을 하면서도 여전히 저 물건에 눈을 떼지 못하는 걸 보니 홀려도 단단히 홀린 모양이다.
홈쇼핑을 바라보는 주부의 눈빛과 동일하다.
“똘똘이도 그걸 더 좋아할 겁니다. 그리고… 가치가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저건 중고라고요. 디아루기아, 당신이 만족스럽다면 거래하셔도 괜찮겠지만 저는 사랑스러운 똘똘이가 남이 사용하던 물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는 건 싫습니다.”
마지막 말이 아마도 결정타.
‘중고품.’
특히나 젖병 같은 걸 중고품으로 사용하는 어머니는 없다.
드디어 완전히 미련을 떨쳐낸 얼굴이 보여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
물론 좋은 기회를 놓친 던전 관리인은 인상을 조금 찌푸리며 이쪽을 바라보는 중.
그 얼굴이 놀라는 표정으로 변한 것은 수 초도 걸리지 않았다.
-당신은….
“네?”
-당신도 놀라운 것을 가지고 있군요.
‘슈바….’
-어떻게 이런 미천하고 비루한 존재가 이런 귀중한 것을 가지고 있지요? 몸을 좀 더 자세히 확인해 봐도 되겠습니까?
녀석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건지 깨닫는 것은 순식간이다.
‘마음의 눈?’
그나마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 자랑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다.
전설 등급 판정을 받은 것은 물론 아직도 여러 가지 기능이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마음의 눈의 가치가 제법 될 거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신화 등급의 물품까지 보관하고 있는 박물관 관리인이 놀랄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쩌면… 조금 더 진화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건가.’
여러 생각을 했지만 지금 이 상황에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것은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었다.
어딜 보나 평범할 것 같은 내가 박물관에 전시될 뭔가를 가지고 있다고 들었으니 궁금한 것이 당연.
황급하게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사양하겠습니다.”
-갑작스러웠다면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확실히 내가 가지고 있는 게 무엇인지는 자세히 모른다.
뭔가 씨부렁거리고 있기는 하지만 당연히 내 눈을 들여다보게 할 생각은 없다.
이쪽이 자신을 경계하고 있다는 걸 알아 차렸는지 조금 아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보였다.
-앞서 언급한 세 분에 비하면 격이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마나의 축복을 받은 인간도 있군요. 그리고 당신도….
이번에는 정하얀과 박연주를 가리키고 있었다.
‘쟤도 뭔가 있기는 있나 보네.’
하기야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있으니 한 길드의 마스터 자리를 꽤 차고 있었을 것이다.
마음의 눈으로 보기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고 보니 조금 칭호가 특이했던 것 같았는데 아마 그걸 말하는 있는 것이리라.
-무척 즐거운 날이로군요. 이런 중요한 분들을 그냥 모실 수는 없습니다. 네. 그렇고말고요. 괜찮으시다면 직접 안내해 드리고 싶습니다만 괜찮으시겠습니까?
직접 부탁하고 싶은 심정이다.
말이 통하는 상대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당연하지만 이런 건 받아들이는 게 옳다.
‘빼낼 수 있는 데까지 빼내야 돼.’
혹시나 등쳐먹을 구석이 있는지 머리를 굴려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