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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235화 (234/1,590)

# 235

회귀자 사용설명서 235화

신화적 존재(2)

모두의 시선이 한곳에 집중되어 있었다.

서른 명이 한 곳을 쳐다보는 것이 미어캣 무리들을 보는 것 같아 우습기는 했지만 상황은 결코 우습지 않다.

저 웃기지도 않은 돌림판에 모두의 운명이 걸려 있는 상황.

맹렬하게 돌아가는 돌림판은 이쪽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력의 영향을 받으며 계속해서 돌아가고 있었다.

‘확률상으로 생각해 본다면….’

확률로 생각해 본다면 신화 등급이 걸릴 확률은 현저히 낮다.

오백 분의 삼의 확률.

당연하지만 전설 등급의 몬스터가 걸릴 확률도 그리 많지 않다고 말 할 수 있다.

기왕이면 영웅 등급의 네임드 몬스터가 걸리는 게 이상적이겠지만 전설 등급의 몬스터가 나온다고 해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어떤 타입이 나오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원정대원의 스펙 자체는 전설 등급의 네임드 몬스터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정도다.

전설 등급 중에서도 승급을 앞둔 상위의 존재 같은 녀석들이 나오면 이야기가 또 달라지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존재는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목구멍으로 침을 넘기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

돌림판이 천천히 힘을 잃고 느려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직접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느려진 것이 눈에 보인다.

흰색으로 구별되어 있는 신화 등급의 지나갈 때마다 안도하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황금색으로 구별되어 있는 전설 등급 역시 마찬가지다.

“조, 조금만 더 가라!”

덕구 녀석이 소리를 질러대는 것이 귀로 들려왔고 검은백조의 일원들도 무언의 응원을 보내는 것이 느껴진다.

툭,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돌림판이 느려진 곳에 위치한 곳은 황금색으로 구별되어 있는 자리.

바로 옆에 보라색 구간이 있건만 딱 한 칸을 넘기지 못하고 자리 잡은 모습이 보인다.

“아…”

아쉬워하는 탄성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이 정도는 감내할 수 있다.

‘좋아. 해낸 거야. 이 정도면 해낸 거라고 봐도 돼.’

신화는 아니다.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안심할 수 있었다.

[돌림판이 멈췄습니다.]

[전설 등급의 네임드 몬스터 해골기사 바안이 선택되었습니다.]

-해골기사 바안이군요. 영웅의 영혼을 지니고 있었던 이 대륙의 존재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뭐라고 열심히 설명을 하는 목소리가 들리기는 했지만 귀담아 듣지는 않았다.

어차피 내 눈에 녀석의 정보가 전부 비치고 있었으니까.

녀석의 사연이나 여기까지 오게 된 경위 같은 건 어차피 관심 없다. 중요한 것은 공략할 수 있느냐 없느냐니까.

‘고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근접계.’

고유 마법은 에너지 드레인과 서먼 스켈레톤.

후자는 대충 예상이 가긴 하지만 전자는 어떤 형식으로 발동되는지는 나오지 않아 다시 한번 하위 목록을 살펴보자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바닥의 마법진.’

밟으면 안 되는 패턴이라는 건 눈을 감고도 때려 맞출 수 있다.

인간인 시절에는 어떤 모습이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덩치는 꽤 커다랗다.

보통 사람의 신장보다 확실히.

약 2미터가 넘는 것 같았고 기사라기보다는 마치 용병 같은 외관이었다.

마음의 눈으로 본 정보는 아니다만 이쪽에서 느끼기에 승급을 앞둔 상위의 네임드 몬스터는 아니다.

잘 쳐봐야 전설 초․중급. 분명히 이길 수 있다.

물론 외관 자체의 포스는 확실히 전설 등급이 맞다.

딸그락거리고 한 번 치면 부셔질 것 같은 느낌의 해골이 아니다.

녹색의 안광이 눈과 뼈마디 사이 틈틈히 빛나고 있는 것은 물론 들고 있는 무기 역시 제법 불길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만약 혼자 만났다면 전력으로 도망쳤으리라.

그렇지만 지금은 혼자가 아니다. 공략 방법도 제법 확실한 축에 속하는 것 같고….

‘에너지 드레인만 피하면 되는 건가.’

일단 포인트는 바닥에 생성되는 마법진을 피하는 것.

귀찮은 쫄 정리야 전위들이 알아서 해줄 것이다.

전자는 정하얀을 따로 불러내 말을 해놓는 것이 최선. 슬그머니 입을 열자 조용히 달라붙어 오는 정하얀이 시야에 비쳤다.

“하얀아.”

“네. 오빠.”

“부유 마법 준비해 줘. 전원.”

“아!! 네.”

“타이밍은 내 쪽에서 신호를 줄게. 주문은 항상 트리플 캐스팅으로. 부유 마법은 항상 마지막 자리에 있어야 돼. 신호 받으면 그대로 나갈 수 있게 항상 준비해 놔.”

“네. 그리고 마, 마법은… 화력을 조금 줄이면 네, 네 개까지 가능해요.”

“그럼 그렇게 해줘.”

‘얘도 참….’

박물관 관리인이 마나의 축복을 받은 인간이라는 게 허언이 아닌 모양.

사실 쿼드러블 캐스팅 같은 경우는 단순히 마력과 친화력이 있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마나의 축복 이전에 4가지의 주문을 외울 수 있는 머리가 있느냐의 문제다.

‘천재.’

물론 여러 가지 주문을 동시에 외웠을 때 화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초반에는 어느 정도 패턴을 파악해야 되는 만큼 자잘한 마법으로 간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미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상황.

관리인 막스는 지금도 녀석에 대한 설명을 계속하고 있었지만 이미 저 해골 기사는 싸울 준비를 마쳤다.

그 모습을 봤는지 관리인 막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말이 조금 길어졌군요. 아무래도 제가 여러분들과 바인의 싸움을 기다리게 한 모양입니다. 그럼! 행운을 빕니다. 박물관 탐험가 여러분들.

“전투 준비하겠습니다.”

김현성이 조용히 읊조렸고 모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막스의 목소리가 들려온 이후에 해골기사는 천천히 자신의 검을 들어올리기 시작.

후웅 하는 거대한 대검을 휘두르는 소리가 들려오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바람을 찢는 소리가 들려왔다.

‘원거리까지 커버 가능한 건가?’

마력을 흘려보내는 종류일 것이다.

물론 당황하지는 않았다.

당연하지만 저런 종류의 공격에 대한 매뉴얼은 이미 한참 전에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다.

방패를 든 전위들에게 신성력이 쏟아지고 그대로 탱커들이 앞을 가로 막는다.

마법사들은 주문을 외우고 김현성과 박연주를 제외한 전위는 모두 대기.

“좋아.”

말을 하지 않아도 패턴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다.

‘이래서 경력직, 경력직 하는 거구나.’

모두가 어느 정도 경험이 쌓여 있는 이들이다.

머릿속에 구겨 넣은 매뉴얼 이전에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각자가 이해하고 있다.

“그르르륵…. 그르르륵…”

녀석이 손을 들어 올리는 순간 바닥에서 튀어나오는 해골병사들이 눈에 비치기 시작. 곧바로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덕구, 현성 씨, 연주 씨가 메인입니다. 나머지 전위는 몸으로 벽을 만들고 병사부터 정리. 네임드는 오른쪽으로 따로 빼주세요. 다음 병사가 나오기 전까지는 원거리 직군들은 네임드 몬스터에게 화력 집중하고 다시 병사 나오면 병사부터 정리합니다. 패턴이 바뀌면 따로 신호를 보내겠습니다. 방어 전담 마법사는 방금 같은 원거리 공격에 대응하는 실드 마법만 항상 유지해 주세요.”

“거 알겠소!”

박덕구 말고 대답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모두가 알아들었을 것이다.

김현성, 박연주, 박덕구가 빠르게 튀어 나가 네임드에게 다가가는 것이 보였으니까.

일단은 저 셋이 출동하면 어그로가 끌리는 건 이미 확정된 이야기다.

녀석도 머리가 있는 만큼 후위부터 처리하고 싶겠지만 끈질긴 전위가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으니 어찌할 방법이 없는 것이 당연.

일단은 소환한 병사들에게만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아마 쫄들이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겠지만….’

정하얀의 첫 번째 주문이 튀어나오는 것은 순식간.

“……!”

‘개 빨라!’

정체모를 소리와 함께 터져 나온 마법.

이전에 내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커다란 화염의 구체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동시다발적으로 말이다.

콰과아아아아앙!

요란한 소리가 들려오며 소환되었던 다수의 해골바가지들이 개 박살이 나고 있었다.

이쯤에서 별 볼일 없는 뼈다귀들이 금방 쓰러질 거라는 생각했지만 그 정도로 약한 개체들은 아닌 모양.

적들 사이에 반투명한 방어 마법이 펼쳐졌다.

‘해골 마법사도 있나. 아니, 병과별로 소환한 건가.’

괜히 전설 등급, 전설 등급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해골 궁수들이 활시위를 당기고 우리 진영에도 역시 실드 마법이 생성된다.

양 진영의 메이지들이 주문을 외운다.

조금 전투가 길어질 것 같은 느낌에 곧바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용 숨결 물약에 마력을 밀어 넣었다.

위이이이잉!

소리가 들려오고 난 이후에 내 손을 떠난 물약은 커다란 폭발 소리를 내며 적의 실드를 녹이기 시작.

마치 기회라는 듯이 우리 측의 마법사들이 외운 주문이 적쪽 진영에 떨어져 내린다.

‘좋아.’

이곳으로 들이닥치는 쫄들 역시 앞 쪽의 전위가 훌륭하게 막아주고 있다.

반전이 일어날 수가 없는 상황.

후위가 안전하다는 건 그만큼 레이드가 잘 풀리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병사들을 불러내는 것 자체가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야.’

하물며 이렇게 병과별로 소환한다고 한다면 이쪽의 생각보다 더 마력을 소모하고 있을 수도 있다.

녀석이 어떤 방식으로 싸워왔는지가 대충 눈에 보인다.

에너지 드레인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을 뽑아내고 서먼 스켈레톤으로 계속해서 해골들을 쏟아 붙는다.

술자인 기사, 본인 역시 김현성, 박덕구, 박연주의 합공을 막아낼 수 있을 정도의 강자.

만약에 우리가 공략법을 모르고 있다면 애를 먹는 게 당연할 것이다.

에너지 드레인 자체의 대미지도 상당할 거라는 걸 생각해 보면 보통 녀석을 상대한 원정대원들은 첫 번째 드레인에 엄마 아빠를 찾으며 아비규환으로 변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본대 마법사들은 네임드 몬스터 바안에게 화력을 집중합니다. 남아 있는 병사들은 전위들이 직접 정리, 3파티 마법사는 계속해서 실드 마법을 유지합니다. 2차 소환 시작되면 전위는 다시 벽을 만드는 걸로 하겠습니다.”

“네.”

“2차 소환 시작됩니다. 2차 소환 시작됩니다! 먼저 병사들한테 화력 집중합니다. 사제들은 덕구한테 집중해 주세요.”

생각보다 조금 더 놀랐던 것은 박덕구가 예상보다 더 잘해내고 있다는 것.

물론 사제와 김현성, 박연주가 없었더라면 버티기 힘들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차근차근히 녀석이 휘두르는 검을 거북이처럼 막아내고 있었다.

‘장하다! 돼지 새끼야!’

열심히 키워준 보람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한번 네임드에게 딜 집중. 아니, 3차 소환 시작됩니다. 대규모 병력입니다. 메이지 30구, 궁수들은 메이지부터 저격합니다.”

“네.”

나 역시 율리에나를 내보내며 입을 열었다.

물론 전투를 치르는 도중 부상자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런 종류의 전투에서 눈 먼 화살이나 칼에 아예 맞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니까.

조금 짜증 났던 것은….

“전위 분들은 힘드시겠지만 최대한 상처 나지 않도록 해주세요. 병사들이 낸 상처를 통해 네임드 몬스터가 마력을 회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량이지만 주의해 주세요.”

“네.”

미약하지만 녀석이 소환한 해골들에게도 드레인 능력이 있었다는 것.

3차 때 대규모 소환을 한 번 당겨 왔다는 건 녀석이 급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아마 슬슬 올 거라고 생각했다.

예상했던 대로 한쪽 손을 번쩍 들어 올리는 네임드 해골바가지가 보였다.

녀석이 손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순간 급하게 입을 열었다.

“정하얀!”

“함께 뜬다!”

뭔가 귀여운 주문이 외쳐진 이후에는 30명의 몸이 순식간에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

바닥을 눈으로 확인해 보고서는 미리 부유 마법을 걸어놔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피할 수 있는 마법진이 아니네.’

타겟의 위치에 생성되는 종류가 아니다. 지금 전투를 치르고 있는 이 공간 자체가 범위다. 하늘 외에 피할 수 있는 곳 따위는 없다.

‘사긴데….’

민첩 수치가 높다고 하더라도 이 바닥을 밟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거다.

충분히 전설 등급의 몬스터라고 할 수 있는 위용을 가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

녀석이 가지고 있는 고유 스킬들은 확실히 규격 외로 분류할 수 있을 정도로 밸런스를 벗어낫다.

그렇지만….

‘내 눈깔이 더 사기다, 해골바가지 새끼야!’

이 순간 김현성에게 뚝배기가 터지고 있는 해골바가지가 왠지 모르게 초라하게 느껴졌다.

‘보상받자! 현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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