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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240화 (239/1,590)

# 240

회귀자 사용설명서 240화

신화 등급 아이템(1)

모두가 조금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와중에 아이템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이 상황에서는 아주 조금이라도 스펙을 올려놓는 것이 정답이다.

‘신화 등급의 아이템이 있을 수도 있어.’

부서진 전시관 중에 신화 등급의 아이템이 있을지도 모른다.

뭐라도 해야 되는 상황에서 원정대원 전체의 스펙을 올리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물론 고립된 이들도 함께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걸 수습할 방법이 있는 겁니까?”

“수습은 저희가 할 일이 아니라 박물관 관리인이 해야 될 일입니다. 예비 프로그램인지 뭔지가 발동됐으니 균열 수호자들이 걸어놓은 안배가 작동했을 겁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저희의 몸이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일단 빨리 이동을 부탁드립니다. 현성 씨. 지금 당장은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어서….”

“아… 네.”

여전히 내 몸을 안고 있는 김현성을 올려다보니 녀석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더 처참한데….’

사실 녀석의 몸도 정상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 폭발 속에서 계속해서 쇠사슬을 향해 검을 휘둘렀으니 망신창이가 되는 것이 당연.

내가 입은 대미지를 그대로 받은 박덕구도 상태가 말이 아니다.

선희영과 안기모가 계속해서 신성력을 뿌리고는 있었지만 완벽하게 회복되기에는 시간이 조금 걸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게드릭… 게드릭!

그 와중에 율리에나는 계속해서 게드릭을 외치며 울부짖고 있는 중.

허리춤에 있는 검집에 그녀를 꽂아 넣으니 조금 잠잠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웅웅대는 것은 굉장히 불안해 보였다.

‘빠져나가는 것도 일이야.’

“옆쪽에 생긴 전시관 쪽으로 빠져나가겠습니다. 혹시 다른 몬스터들도 깨어났을 수도 있으니 몬스터 전시관 쪽과는 반대 방향으로 이동시키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아… 네.”

“최대한 빨리 움직여서 몸을 조금이라도 회복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진입하죠.”

원정대원 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모두가 쉬고 싶을 것이다.

마력을 한계까지 빨린 것은 나뿐만이 아니다. 균열 수호자들이 걸어놓은 봉인을 깨부수기 위해 모두가 자신의 능력 이상의 마력을 사용했다.

모두들 체력 스탯이 높은지 정상적으로 걷고 있기는 했지만 아쉽게도 나는 조금 더 엄살을 부려도 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진짜로 몸이 안 움직여.’

물론 따뜻하고 안전한 김현성과 가장 가까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의도한 바가 아니기는 하지만 상황이 나쁘지는 않다.

몸이 지친 와중에도 이쪽을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검은백조의 식구들이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굳이 신경 쓰지는 않았다.

‘엄살 부리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내가 몸이 약하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아무튼 말을 마치자 모두가 디아루기아의 품에 안겨 커다란 구멍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

발광하고 있는 고대신의 파편을 내버려둔 채 전시관 쪽으로 진입했다.

등 뒤로 여전히 괴성이 들려오기는 하지만 녀석은 지금 우리를 바라보고 있지 않고 있다.

‘당연할 거야.’

헤아릴 수 없는 시간 동안 자신을 가둔 존재가 주변에 있다.

아마 이곳에 있는 걸 전부 때려 부수지 않고서는 분이 풀리지 않을 것이다.

당연하지만 박물관의 상태는 무척 처참하다.

거의 대부분의 전시관들은 형편없이 부서져 있었지만 안에 들어가 있는 무구들 역시 완전히 박살이 난 상황.

마음의 눈으로 훑어봐도 등급이 보이지 않은 쓰레기들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이쪽은 건질 게 없겠어.’

“다음 방으로 갑시다. 여기에 있다가는 여파가 우리 쪽에 미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일단 목표로 하는 건 관리인실입니다.”

“관리인실 말인가요?”

질문을 던져온 것은 박연주였다.

“네. 관리인 막스의 본체가 있는 장소가 있을 겁니다. 이곳에 없는 것을 보니 꽤 바쁜 것 같은데…. 더 이상 이쪽에 신경 쓰기는 힘들 겁니다. 일단 연주 씨는 던전에 들어오기 전에 받았던 반지 빼버리세요. 어차피 더 이상은 던전 관리인의 안내를 받을 필요가 없으니까요.”

“네. 안 그래도 그렇게 하려고 생각했었어요.”

“그리고… 하얀아?”

“네? 네! 오빠.”

“하얀이는 여기 검은백조의 레인저 분들이랑 지금부터 지도를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단순히 마력 탈진 때문에 못 움직이는 것뿐이지 다른 상처는 없어.”

“네. 오빠….”

“하얀 씨가 지도를 그릴 줄 아는 건가요?”

“아뇨. 대신 제 위치를 항상 체크하고 있습니다. 아마 도움이 될 겁니다. 제법 상세하고 정확할 겁니다.”

“특… 이한 커플이네요.”

뭔가 신기하다는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박연주의 말에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남자친구를 추적하는 여자친구와 대상자가 그걸 용인하고 있다는 게 조금은 신기하게 비치는 모양.

지구였다면 그다지 기분 좋지 않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언제 납치당하고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 줄 모르는 이런 곳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물론 내 기준에서지만….’

“희영 씨랑 기모 씨 그리고 다른 사제 분들도 일단은 조금 쉬시는 게 좋을 겁니다. 여러분들이 탈진하면 원정 자체가 불가능하니까요.”

“네.”

“여유를 가지기는 힘들겠지만 조금 이라도 여유를 가지는 게 좋을 겁니다.”

“거, 형님 말이 맞소. 마냥 급하게 움직인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사실 싸우기가 힘든 상태가 아니라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태 아니요.”

“맞다, 덕구야.”

“그런 의미에서….”

“안 그래도 저쪽과 조금 멀어지면 캠프를 차리려고 했어.”

“밥도 먹는 거요?”

“당연히 먹어야지. 다만 보급품을 몇 개 잃어버려서 아껴 먹어야 할 거다.”

휴식은 그만큼 중요하다.

여건만 된다면 한숨 자는 걸 추천하고 싶을 정도.

물론 그게 불가능하다는 건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아직도 굉음이 들려오는 걸 생각해 보면 사실 캠프를 차리는 것 자체도 추천하고 싶지 않다.

‘어쩔 수 없어.’

말 그대로 원정대원들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기 때문에 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라는 거다.

잠깐 한숨을 쉬고 있었을 때, 뭔가가 부셔지는 소리와 함께 고대신의 파편의 촉수 하나가 왼쪽 벽을 꿰뚫었다.

“어잇! 깜짝야!”

“저건….”

“애… 애 떨어질 뻔했어요.”

정하얀 역시 깜짝 놀랐는지 가슴을 부여잡고 있는 걸 보면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놀랐을지 상상하기 힘들었다.

원정대원을 진정시키는 것도 나 같은 사람이 하는 일 중 하나.

나 역시 놀라기는 했지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아마 저희를 노리는 게 아닐 겁니다. 단순히 꿈틀거리고 있을 뿐인 것 같은데… 일단은 저 촉수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이동하는 게 좋겠군요.”

“그, 그런데 왜 저건 가만히 있는 거요?”

“글쎄…. 고대신의 파편이 나는 뭔지 잘은 모르니까… 뿌리라도 내리려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네. 어쩌면 이 박물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던전 자체에서 흘러들어오는 마력을 흡수하려고 하는 중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이것저것 생각하는 것보다는 하나만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알, 알겠소.”

박덕구를 다그치기는 했지만 나로써도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본체는 확실히 발광하고 있는 것 같기는 했지만….

‘정말로 잠식하려는 건가.’

예전에 고대신의 파편에 대해들은 적이 있다고 했었던 디아루기아에게 이후에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인간의 형태로 돌아온 이후 뭔가를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뭔가 알고 있는 게 있는 모양.

다행히 무척 심각해 보이는 표정은 아니었지만 언뜻 자괴감에 휩싸인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는 했다.

지금은 그 의무가 희미해지고 잊혀 졌다고는 했지만 본래 드래곤이라는 종족 자체가 하는 일이 대륙의 균형을 수호하는 일.

고대 신의 파편을 깨부수는 데 커다란 공헌을 했으니 아마 지금쯤 돌아가신 자신의 할머니라도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추측할 뿐이었다.

아무튼 간에 원정대는 계속해서 나아갔다.

정하얀과 레인저들이 만든 지도를 바탕으로 박물관 자체의 구조를 파악해 나가기 시작했다.

중간 중간에 고대 신의 촉수가 보이기는 했지만 확실히 녀석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이건 뿌리 내린 게 맞네.’

균열 박물관이 고대 신에게 잠식당한 박물관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게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에 대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움직이기 편해졌다는 것.

시스템에 의해 막혀 있던 벽면들이 플레이어에게 주는 충격에도 부서지고 있다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확실해. 좀 먹고 있는 거야.’

박물관의 기능이 정지하고 있다는 전황들을 여기저기에서 파악할 수 있었다는 거다.

예비 프로그램이라는 걸 발동시킨 박물관이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하고 있을지도 궁금하기는 했지만 확인하러 가는 게 멍청한 일이라는 것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다.

아직까지도 멀찍이서 굉음이 들려오는 것을 보면 여전히 박물관이 눈깔 촉수와 씨름을 벌이고 있는 도 중.

아마 지금쯤 저쪽은 난리가 났을 것이다.

‘제대로 막아질 리가 없지.’

박물관의 기능이 정말로 정지하고 있는 게 확실하다면 아마 봉인되어 있는 몬스터들 역시 깨어났을 수도 있다.

어쩌면 지들끼리 열심히 치고 박고 있을지도 모른다.

박물관이 살아 있다가 정말로 현실처럼 되어버렸을 수도 있다는 게 이쪽이 할 수 있는 간단한 추측.

아직까지 박물관이 무너질 기미가 없는 것을 보면 막스가 열심히 수습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막아낼 수 있나?’

어느 쪽을 응원해야 할지 애매한 것이 사실.

물론 머릿속으로는 돌리고 있는 행복회로는 존재한다.

원정대가 고립된 이들을 구출, 아이템을 얻은 뒤에 박물관을 빠져 나간 이후 박물관이 고대신을 다시 봉인시켜 주는 게 완벽한 시나리오.

딱 뒤 끝 없이 짜인 시나리오다.

물론 항상 최악을 생각하는 내 성격상 마음 놓고 행복회로를 돌리기는 힘들었지만, 이쪽이 어떻게 대처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만큼은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사고가 있었던 곳에서 조금 멀찍이 떨어졌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때였다.

“엇… 여긴 조금 정상인 것 같은데….”

덕구 녀석이 조용히 입을 열어온 것.

“확실히… 괜찮군요.”

조혜진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고대신의 파편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삼십 명이 몸을 쉴 정도로 넓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형님! 여기 아이템 널려 있소! 여기도 기능 정지한 것 같은데… 전시관도 말을 안 듣는 것 같은데? 어! 저기 전설 아이템도 몇 개 있는 것 같은데… 나 이거 가져도 되는 거요?”

“오빠. 여기 지팡이 있어요! 이, 이것도 전설 등급 같아요!”

“영웅 등급의 아이템도 몇 개 있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균열이라는 곳에서 흘러들어온 만큼 기존에 있는 등급보다는 상태가 좋은 것 같네요. 신성력을 올려주는 물품도 있는 것 같습니다, 기영 씨.”

“희영이 누님도 욕심나는 게 있는 거요?”

“욕심이 난다기보다는 다른 곳에 있는 성서가… 궁금해서….”

상태가 온전한 아이템이 남아 있다는 것.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확실히 입이 찢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모두가 입을 떡 벌리고 있는 모습은 조금은 귀엽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기분이 좋을 만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눈까지 비비는 녀석 역시 있었을 정도니 다른 말은 필요하지 않으리라.

그렇지만.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을 때는 나 역시 커다랗게 입을 열릴 수밖에 없었다.

‘어….’

희미하게 새하얀 색으로 빛나고 있는 검.

‘대… 대박.’

조금 투박하게 생기기는 했지만 대충 봐도 명검이라는 걸 알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검에서 쏟아지는 빛은 정확히 김현성을 가리키고 있다.

‘신… 신화 등급.’

로또를 맞은 것이다.

‘현성아! 우리 안전한 거 맞지?!’

오랜만에 기분 좋은 미소가 지어졌다.

*후기

김현성: 기… 기영이 형! 이번 에는 내 거 맞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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