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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254화 (253/1,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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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 254화

세상에 나쁜 용은 없다(2)

“그런데 왜 갑자기 목욕이야? 취지는 좋기는 한데 너무 갑작스럽잖아.”

슬그머니 욕탕에 몸을 담그며 입을 열었다.

조금은 퉁명스럽게 불만을 내뱉기는 했지만 사실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좋네….’

그동안 마법으로 간단히 씻기는 해왔지만 역시 이런 식으로 피로를 푸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물론 방에 있는 개인 욕실도 효과가 좋기야 하지만 아무래도 간부 공용 욕실로 만들어진 곳이라 그런지 조금 더 몸이 잘 풀어지는 느낌.

뭐, 분명히 예전에 리모델링 설계를 들었을 때 물 성분이 어쩌고 하는 설명이 있었는데 아마 그 효과인 모양이다.

‘미네랄 암반수 어쩌구 하드만.’

기분이 좋다고 생각하는 건 나뿐만이 아닌지 모두들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다.

특히 함께 원정을 나갔던 김현성과 안기모의 표정은 어느새 노곤 노곤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현성이가 여기에 있는 건 의외네.’

사실 우리 사랑스러운 회귀자가 순순히 박덕구의 계획에 참가해 준 것도 사실 예상하지 못한 일.

김현성 같은 경우에는 왠지 모르게 이런 자리를 피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본인은 별로 상관이 없는 모양이다.

‘이 새끼… 자신 있나 본데….’

사실 김현성이 참가하지 않았더라면 나도 참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회사의 사장님이 몸소 행차해 주시는 이런 자리를 피하는 것은 내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다.

질문을 던져놓고 다른 생각에 빠져 있었을 때 박덕구가 별것 아니라는 듯 입을 열어왔다.

“그야 친목도모라니까? 뭐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요.”

“친목도모?”

“아암. 친목도모지. 사실 신입들이 들어온 이후에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이 없었으니까. 끽해야 밥 한 번 먹으면서 환영회 해준 게 다고. 거, 우리야 튜토리얼 때부터 계속 같이 움직이고 같이 자고 뭐 그래서 친하지만 신입들은 그런 게 아예 없는 거 아니요. 여기 있는 창렬이도 그렇고!”

“그렇지.”

“조금 더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신입들을 내팽개치고 바로 원정을 온 게 마음에 걸려서 말이요.”

‘우리 돼지는 성격 하난 좋네.’

솔직히 내가 놓치고 있었던 부분 이었다.

아마 녀석이 한 번 소외될 뻔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더욱더 신경 쓰는 것이리라.

혹시나 새로 들어온 병아리들이 너무 뒤처지지는 않을까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줄 알았는데….’

이런 부분을 신경 써준다는 건 확실히 고마웠다.

“그래서 정연 씨랑 같이 말 좀 맞췄다니까. 큼. 원래 단체 행사 같은 느낌이 들면 빠지기 조금 어려운 게 보통 아니요. 이렇게라도 억지로 살 맞대다 보면 다 친해지게 되어 있소.”

“…….”

“그리고 기왕 말이 나와서 하는 이야긴데… 사실 우리 남자 쪽이야 별 문제가 없기는 하지만 여자 쪽은 정말로 친한 느낌이 없다니까. 하얀이 누님이랑 희영이 누님도 그렇게 원정을 같이 다녔는데 아직까지 데면데면하고… 옆에서 보면 내가 다 어색해질 지경이요.”

“확실히 친하다는 느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역시 우리 형씨도 그렇게 느끼는구만! 그리고 조혜진 누님도 매일 매일 원리 원칙만 외쳐대는 사람이다 보니 애초에 사교성이랑은 담 쌓은 사람 아니요? 예리 그 꼬맹이야 원래 대답도 제대로 안 하는 성격이고. 사실 이런 말 하면 조금 그렇긴 한데, 우리 길드의 여성 멤버들 중에는 정연 씨 말고는 성격들이 조금 개인주의적이라서….”

“아아아아….”

생각해 보면 확실히 그렇다.

그 와중에 자기 피앙새를 챙기고 있는 모습은 당황스러웠지만 저 대사에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파란의 여성 길드원 중, 그나마 제일 정상에 가까운 사람이 바로 황정연이다.

“큼! 이런 베이스가 깔려 있는 상태에서… 한소라 그 사람은 하얀이 누님만 보면 벌벌벌 떨지…. 그나마 우리 가슴이 시키는 대장장이는 상황이 낫지만 정연 씨한테 들어보니 정말 총체적 난국이었다니까. 거, 오늘 마차 안에서 돌아오는 길에 기영이 형님이랑 현성이 형씨랑 같이 검은백조 마차 타지 않았소.”

“뭐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차라리 무슨 일이 있었으면 다행이게. 그 긴 시간 동안! 서로 한 마디도 안 했다는 거 아니요.”

“어?”

“진짜 내가 마차 안에서 괜히 눈치가 보였다니까! 그 먼 길을 떠나오는 동안… 예리랑 혜진이 누님이랑은 몇 마디 나눈 게 다고. 그나마 이야기가 나올라 치면 전부 일에 관련된 이야기에 정상적인 대화가 하나도 없었다니까! 이건 확실히 정상이 아니지! 그렇지 않소? 기모 형씨? 안기모 형씨!”

“네. 만약에 탈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그랬을 겁니다. 뭐, 어떻게 무시하고 버틸 수 있을 만한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아암. 그랬지!”

“차라리 싸움이 일어나는 게 더 좋을 뻔했습니다… 딱딱해진 분위기를 풀어 보려고 시도했지만…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더 좋을 뻔했죠. 아직도 그 표정이 잊히지가 않습니다.”

나와 김현성이 검은백조의 마차를 탔기 때문에 싸늘해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굳이 그런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물론 박덕구는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한 모양인지 더 신나게 입을 놀리기 시작.

“창렬이도 한마디 하라니까!”

“저는 아직 다른 분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해서 말입니다.”

“아암! 그, 그랬지. 그럼 거! 아영이와 소라의 관계는 조금 어떤지 말해줄 수 있나?”

“딱히 뭐라고 정의할 정도로 연결점이 있는 건 아닙니다. 아까 덕구 형님이 썼던 표현을 빌려오자면 데면데면 하다는 게 어울릴 것 같군요.”

“큼… 이거 보쇼! 이게 바로 파란 여성 멤버들의 현 주소라니까!”

조금 설득력 있는 것 같은 느낌. 아니, 확실히 설득되기 시작했다.

“뭐,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딱 이정도 뿐이고… 사실은 조금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것 같은 시기요. 이쯤에서 형님이랑 형씨가 힘 있게 쫘악 하고 나와줘야 하는데… 뭐, 단합 대회라도 한번 해야 되는 거 아니요? 나는 당연히 찬성이요. 다들 뭐라고… 말… 좀….”

시끄러웠던 박덕구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을 때였다.

“와아…. 아영 씨 정말 크네요. 어떻게 하면 이렇게 커질 수 있어요?”

‘어?’

벽 너머에서 황정연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

지금까지는 대화의 집중하느라 듣지 못했던 소리다.

최대한 집중해야 겨우 들려올 것 같은 작은 목소리였지만 왠지 모르게 귀에다가 곧바로 때려 박듯 들리는 느낌이었다.

‘공사 개판으로 한 모양인데… 이거….’

나름 괜찮은 업체에다가 돈을 쥐어줬는데도 불구하고 이러니 아주 날림으로 건물을 지은 모양.

이건 확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쪽의 목소리도 저쪽으로 옮겨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간에 벽 쪽에서 계속해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왠지 모르게 자꾸만 귀로 마력이 들어간다.

“잘, 잘 모르겠어요. 그냥 어쩌다 보니까….”

“어차피. 지방 덩어리에 불과.”

“어머. 그건 아니지, 예리야. 얼마나 예쁜데….”

“별로. 사람들이 너무 큰 건 별로 안 좋다고 했어. 응. 분명히 별로 안 좋다고 했어.”

“글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데….”

“일부 남자는 좋아하겠지만 아마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을 겁니다. 통계적으로도 적당한 쪽이 취향이라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네. 그렇습니다. 적당한 쪽이 취향인 사람들이 분명히 많을 겁니다.”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조혜진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저 대사는 3박 4일 동안 반박해 줄 수 있다.

장담컨대 저 통계 수치는 날조된 수치일 것이 분명하다.

“적당한 크기라면 역시 하얀 씨나 희영 씨 정도가….”

“아뇨. 하얀 씨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봐도 평균 이상이고… 사실 희영 씨도…. 소라 씨 정도가 적당한 크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하얀 씨는 의외로 몸이 참 예쁘네요. 솜털도 하나 없으신 것 같은데.”

“자, 자, 자꾸 보시면 부끄러워요.”

“아, 죄송합니다.”

뭔가 자꾸만 상상하게 돼서 위험하다.

조금 더 자세한 묘사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싶어 황급히 자리를 뜬 것은 당연.

파란의 남성진 역시 화들짝 놀라며 욕탕에서 뛰쳐나왔다.

벽 너머로부터 묘한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럼 조금만이예요. 제가 간지럼을 많이 타서….”

“네. 알겠어요, 아영 씨.”

“그, 그럼 저, 저도….”

“아… 네. 그럼 하얀 씨도… 조금만이예요.”

“별로 관심은 없지만… 저도… 부탁드립니다.”

“잠, 잠깐만요! 그렇게 한꺼번에… 저, 저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충 그림이 그려진다.

여성진들 모두가 유아영의 압도적인 미드에 관심을 주고 있는 모양.

괜스레 더워졌기 때문에 빠르게 욕실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저희가 착각을 했나 봅니다. 사이… 좋은 것 같죠?”

침묵이 드리운 장내에서 들려온 안기모의 작은 목소리.

그렇게 우기길 좋아하는 박덕구도 반박하지 못 한 채 고개를 숙여버렸다.

뭔가 제대로 된 마무리를 못해서 찝찝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목욕은 기분이 좋았던 게 당연.

그 와중에 혼자서 낑낑거리며 머리를 말리는 막 사원이 괜스레 가슴 아파 보였기 때문에 녀석의 머리를 수건으로 훌훌 털어버렸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할 필요 없어. 뭐라도 마실래? 아니 뭐, 마실 수는 있나?”

-네. 기본적으로는 영양분을 섭취하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역시 박물관 밖으로 나오니 뭐라도 마시고 싶어지네요.

“자, 여기 우유라도 먹어.”

-감사합니다.

“쯧. 아까 맞은 곳은 좀 괜찮고?”

-네… 넵. 조금 욱씬거리기는 하지만 괜찮습니다.

“네 누나 될 사람, 아니, 드래곤이야. 막 사원.”

-아….

뭔가 걱정하는 얼굴을 보니 조금은 우스워졌다.

“내일부터는 바쁘게 움직일 생각해.”

-네!

“학교도 갈 예정이고… 연구도 빠르게 진행해야 하니까. 내 말 알아들어?”

-아… 넵. 알겠습니다, 이 대표님.

그러고 보니 아직 녀석의 방을 정해주지도 않았다.

김현성에게는 먼저 들어간다는 뜻으로 고개를 숙인 뒤 막 사원을 데리고 나오니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뜻밖의 디아루기아.

‘이 여편네가 왜 여기서 나와.’

먼저 인사를 하기도 전에 황급하게 말을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뭔가 굉장히 민망해하는 느낌.

자신이 입을 열면서도 괜스레 내 눈치를 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뭐야?’

둥지에 있어야 할 그녀가 지금 여기에 있는 이유는 딱 하나밖에 없다.

혹시나 녀석이 또 사고를 친 것은 아닌가 걱정되는 것이 당연했다.

곧바로 입을 열었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내 예상과 달랐다.

“저….”

“무슨 일입니까? 혹시 똘똘이가 또….”

“아!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런 건 아니지만….”

“네?”

“디아루리아를 이, 이만 용서해 주는 게 어떨까 싶어서….”

“네?”

“우리 디, 디아루리아가 너무 가여워서… 이미 충분히 벌도 다 받은 것 같습니다.”

“뭐라고요?”

“그… 같이 나들이 가는 걸 많이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많이 반성한 것 같으니까요. 저기… 그러니까….”

똘똘이 몸통 박치기 사건이 발생한 이후 3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다.

물론 나도 이 육아에 있어서 잘한 것 하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째서 녀석이 이렇게 막장으로 커가고 있는지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이만… 용서해 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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