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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324화 (323/1,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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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 324화

라이오스의 영웅(3)

“길드 마스터. 길드 마스터! 예리 씨, 혹시 길드 마스터 보셨습니까?”

“나도 잘 몰라. 내가 기모 아저씨한테 묻고 싶었던 건데…. 근데 이거 위험한 상황 맞는 걸까? 왠지 모르게… 저번에 우리… 그… 덕구 아저씨 때….”

“큼. 이번에는 정말일 겁니다. 그보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예리 씨. 아무리 부길드 마스터가… 그, 그렇다고는 해도 지금….”

“아. 그렇지…. 미안. 내가 잘못 생각했어. 의심하는 것보다는 걱정하는 게 먼저. 맞아. 내가 잘못했네. 요즘 너무 생각하는 게 이상해 진 것 같아. 뭔가 오염되는 것 같은… 아무튼 미안해.”

“사과는 부길드 마스터께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보다 이걸 어, 어떻게 해야 할지. 길드 마스터가 보이지 않으니….”

“안기모 씨.”

“아, 선희영 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혹시 길드 마스터 보셨습니까?”

“먼저 나가셨습니다. 영상이 나오기 시작한 직후에… 디아루기아 님과 함께요. 일이 끝난 후에나 도착하실 수 있으시겠지만….”

“그렇군요. 혹시 따로 언질은….”

“따로 언질은 없으셨습니다만, 일단 혜진 씨와 함께 곧바로 라이오스로 향하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출발은 한 시간 후입니다.”

“네?”

“길드에 잡혀 있는 모든 일정을 취소한 이후 모든 파티원이 라이오스로 향할 겁니다. 이견은 받지 않습니다. 이상입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아영 씨와 창렬 씨에게도 전달하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

“…….”

“저, 선희영 님.”

“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부길드 마스터는 무사하실 겁니다.”

“네. 가… 감사합니다.”

* * *

“교황 성하.”

“이 쓸모없는 것들! 이 쓸모없는 것들!”

“죄, 죄송합니다.”

“명예추기경…. 명예추기경은 아직도 누워 있는 것이냐. 아직도… 도대체… 도대체! 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신성기사단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게야! 템플러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게야!”

“템플러들은 아직 신호를 바, 받지 못한 상태라… 그, 그리고 다른 추기경님들과 교황 성하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때문에 교국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명예추기경이 일어나지 못할 지경이 될 때까지 싸우고 있는데도 가만히 있었단 말이냐! 이 아둔한 것아! 그래서 지금 저지경이 될 때까지 그걸 내버려 두고 있었어!! 이 멍청한 것들! 이 멍청한 것들!”

“교황 성하….”

“닥쳐라! 쓸모없는 것들! 네놈들이 이곳에서 탁상공론을 벌이고 있을 때, 명예추기경은 홀로 악마와 대적하고 있었어. 그 누구도 모르게 어둠과 싸우고 있었다. 혹시라도 명예추기경이 죽기라도 한다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아니! 당장! 내가 직접 갈 것이다. 내가 직접! 명예추기경이 일어날 때까지 이 내가 그 곁을 지킬 것이다!”

“자리를 지키셔야 합니다, 교황 성하. 명예추기경도 교황 성하가 움직이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겁니다. 그리폰을 타고 날아가도 며칠이 넘게 걸리는 거리입니다. 무사하실 겁니다. 틀림없이 이기영 명예추기경은 무사하실 겁니다. 틀림없이….”

“아니. 그렇다면… 명예추기경을 이쪽으로….”

“최대한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라이오스에 계시는 게… 저, 저희 역시 침통한 심정입니다. 하지만 만약 명예추기경이 이 자리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틀림없이 교황 성하가 교국에 남아 계셔야 한다 말하셨을 겁니다.”

“…….”

“…….”

“그래…. 그대들의 말이 맞다. 그대들의 말이 맞아. 제시카 대주교의 말이 맞다. 명예추기경도 내가 자리를 비우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다. 그는 그런 사람이지. 그럼 사람이었어. 남을 위해서. 베니고어 여신님만을 위해서 사는 사람이었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어.”

“…….”

“무사하기를… 무사하기를… 베니고어 여신님이여. 당신을 따르는 종을 버리지 말아주시옵소서. 제발… 이 늙은 종이 다시 한번 기도드리겠나이다. 제발….”

* * *

“제가 직접 라이오스로 가겠습니다.”

“네?”

“제가 직접 가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오스칼 님.”

“이기영 님이 홀로 싸우고 계십니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요. 교국을 위해, 아니, 대륙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신 분입니다. 이번에도 홀로 희생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그대들이 뜻이 어떠한지는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자리를 비워서는 안 된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이번 일의 마무리는 제가 직접 짓고 싶습니다. 라이오스가 먼저 동맹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오고 있습니다. 이후의 일도 이기영 님께 맡길 수는 없어요. 교국을 위해, 대륙을 위해 힘써주신 만큼 저 역시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사절단을 준비해 주세요. 직접 라이오스를 방문하겠습니다.”

“오, 오스칼 님….”

“부탁드리겠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준비하겠습니다.”

“카트린 의원….”

“정식으로 이방인들에게도 지원 요청을 하겠습니다. 마침 파란 길드와 교황청에서도 움직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프리스티나 국왕과의 대담 일정 또한 최대한 빠르게 잡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말씀대로 최대한 빨리 일을 끝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카트린 의원. 이기영 님, 제발… 살아만 계셔주세요. 살아만….”

“분명히 괜찮으실 겁니다. 분명히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다시 일어나실 겁니다. 분명히요.”

* * *

“사람 짜증 나게 정말.”

“왜요? 지혜 언니? 아, 언니 숨겨둔 애인 때문이구나. 역시 걱정되세요?”

“걱정은 개뿔. 아마 상처 하나 없이 무사할걸? 지금쯤 일어나서 신나게 춤추고 있을 게 분명한데 걱정될 게 뭐가 있겠어. 아니, 그렇지는 않으려나. 그 악마소환사인가 뭐 시 긴가 놓쳤다는 거 들으면 화내고 있을 수도 있겠네. 아무튼 걱정 같은 건 안 해. 애초에 지금 기절해 있다는 것도 전부 보여주기 식이라니까. 분명히.”

“표정은 그게 아닌 것 같은데요?”

“내가 정말로 걱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누가 봐도 그렇게 보여요. 평소랑 표정도 다르고… 손톱은 왜 또 물어뜯고 있어요?”

“내가 언제 손톱을 물어뜯었다고 그러니? 너도 참 웃긴다. 계속 기어오를래? 시킨 일은 전부 했어? 지금 일은 다 끝내고 와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야?”

“아,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데 왜 이 사람은 연락을 안 받아? 일어나 있으면 괜찮다고 이야기라도 좀 해주든가. 짜증 나게 정말.”

“걱정하는 거 맞잖아요.”

“너!”

“그러지 말고 한번 가보세요. 얼굴이라도 비춰주면 정말 좋아할걸요? 너무 질척거리면 매력 없어 보인다는 언니 생각도 이해가 되기는 하는데 그래도 내 님이 누워 있으면 병문안이라도 가야죠. 안 그래도 주변에 이상한 라이벌들 많은데. 마지막에 그 마법사 여자랑 손잡으면서 쓰러지는 거 못 봤어요? 너무 질척거리는 것도 매력 없지만 너무 관심 없는 척하는 것도 매력 없다니까요? 혹시 알아요? 연락도 안 받는다는 거 보면 언니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죠.”

“그럴 사람은 아니야.”

“그래도….”

“그래도… 한번 가보는 건 나쁘지 않겠네. 물론 네 말을 듣는 게 아니야. 그냥 마땅히 할 일도 없고 얼굴 정도는 비춰줘야 할 것 같거든. 앞으로 라이오스에서 중요한 일이 생길 텐데. 가봐야지. 일의 진상도 궁금하고… 지금 바로 출발하자.”

“네?”

“빨리 가자니까? 연주 언니한테 그리폰 빌리면 빨리 가니까. 출발하자고.”

“그렇지만 저, 아직 준비가.”

“어차피 필요한 게 있으면 도착해서 사면 돼. 일단은 출발하자. 빨리.”

“아… 네…. 지혜 언니.”

* * *

“감사합니다.”

“저에게 감사할 필요 없습니다. 프리스타나 님. 사실 함께 사절단으로 온 저희도 모르고 있었고… 무엇보다 라이오스 국민들의 절실한 기도가 아니었다면 그런 기적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겁니다.”

“아니요. 저희는….”

“결과적으로는 일행 모두가 목숨을 잃지는 않았으니까요. 하하.”

“많이 걱정되시겠습니다. 차희라 님.”

“괜찮을 겁니다. 아니, 그것보다는 익숙합니다. 본래 타인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타입인지라. 함께하다 보면 걱정할 일이 많습니다. 그때마다 항상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일어났으니 이번에도 분명 그럴 겁니다.”

“역시… 그렇군요. 교국의 명예추기경은 그런 사람이었군요.”

“그보다 프리스티나 님. 왕성 앞에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만 괜찮다고 말씀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모두들 본인의 삶이 있을 텐데. 며칠 동안 저렇게 모여 있다는 건… 물론 저희로서는 충분히 감사하지만 그래도 식사도 하지 않고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니 여간 걱정되는 게 아닙니다. 만일 저러다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분들이라도 생긴다면….”

“아뇨. 괜찮습니다, 차희라 님. 모두 본인의 의지로 모이셨고 기도를 드리는 분들이십니다. 그만큼 라이오스의 국민들이 이기영 명예추기경님과 다른 영웅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이겠지요. 모두가 여신의 거울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지 않았습니까. 물론 차희라 님이나 다른 분들의 마음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겠지만 저희 국민들 그리고 저 역시 이기영 명예추기경께서 어서 빨리 정신을 차리셨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신께서 현세에 일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이번에는 저희의 기도가 닿기를 바랍니다.”

“그렇지만….”

“정말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발적으로 모여주신 분들을 위해 왕성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니까요. 사실 왕성이 큰 도움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백성들 스스로가 앞다투어 음식을 나누고 가지고 있는 것들을 베풀고 있습니다. 물론 충분한 양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모두가 이기영 명예추기경의 희생에 큰 감동을 받았기 때문일 겁니다. 수백년이 지나도 명예추기경과 영웅분들의 업적은 영원토록 라이오스에 기억될 겁니다. 네. 영원히요.”

“영광입니다.”

“아니, 오히려 제가 더 영광스럽습니다, 차희라 님.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 * *

“소라 씨.”

“네? 부길드 마스터. 부르셨….”

“오늘 저녁은 뭡니까?”

“아! 오랜만에 고기인 것 같아요.”

“웬일로….”

“카스가노 유노님께서 몰래 반입해 오신 것 같더라고요. 안 그래도 사람들한테 왕성이 완전히 둘러싸여서 쉽지 않으셨을 텐데….”

“이유야 어찌됐건 오랜만에 고기 뜯을 수 있겠군요.”

“네. 그보다 부길드 마스터.”

“말씀하시죠, 소라 씨.”

“언제 정신을 차렸다고 발표하실 건가요? 지금 라이오스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꽤 되는 것 같은데….”

“아아! 한 삼 일 정도는 더 누워 있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고마운 줄 알죠.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에 있다. 그렇게 언 플 한 번 해놓으면 괜찮을 겁니다. 아, 말 나온 김에 그런 소문 좀 퍼뜨려 주세요.”

“어떤 소문을.”

“오늘 밤이 고비다. 오늘을 못 넘길 확률이 높다. 뭐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아… 네.”

“사람들 우는 소리 때문에 왕성 밖이 시끄럽겠지만 다음날 일어나는 그림이 꽤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가져온 거 주세요, 소라 씨. 반나절이 넘게 누워 있었더니 배고파 죽겠네.”

“네. 부길드 마스터. 저… 그리고 저… 전출은 언제쯤….”

“아시다시피 지금 세간의 이목이 워낙 집중되어 있어서… 조금 더 기다려야 될 것 같습니다. 너무 걱정은 하지 마세요. 일만 마무리되면 최대한 안전한 업무로 배정해 드릴 테니까요. 아, 이거 정말로 맛있네요. 업진살이라 그런가.”

“네!”

“입에서 살살 녹네. 크으… 업진살 살살 녹는다!”

“그러게요. 정말로 맛있네요.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왕성 앞에 모인 사람들을 보면서 먹으니 더 꿀맛인 것 같습니다. 살살 녹는 것 같습니다. 정말… 이러다가 이거 동상이라도 세워지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푸하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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