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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348화 (347/1,590)

# 348

회귀자 사용설명서 348화

엘프들의 도시(3)

귀에 마력을 집중하니 옆방에서도 커다란 소리가 들리기 시작.

무장을 하고 있는 기사들이 방 안으로 들이닥치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다.

‘시발…. 도대체 뭐라고 한 거야.’

순간적으로 품속에 손이 들어간다.

용 숨결 물약을 던지는 게 좋을지 않을지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것은 순식간.

엘레나 공주는 크게 당황했는지 계속해서 소리를 치고 있었지만 그다지 이쪽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무기를 내려놓으라고 분명히 일렀습니다!”

“엘리오스 님의 명이십니다. 해를 끼치려는 게 아닙니다. 잠깐 동안 손님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게 지금 보호하려는 이들의 태도입니까. 아무리 오라버님의 명령이라고 한들 더 이상은 제가 참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엘레나 님. 엘레나 님도 함께 계셔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네?”

“죄송합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완전해 새 됐다는 것.

물론 저 엘프들에게서 이쪽을 향한 살의가 느껴지지 않았지만 이쪽을 억류하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편하게 느껴질 리 없다.

‘이거 완전히 죽 쑨 것 같은데.’

여기에서 탈출이라도 해야 되는 것은 아닌가 진지한 고민을 한 것은 당연지사.

옆 쪽 벽면이 무너진 것은 바로 그때.

후두득 힘없게 떨어지는 벽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커다란 방패를 들고 있는….

“부길드 마스터!”

유아영이었다.

그 옆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어김없이 복면을 쓰고 있는 김창렬.

“이쪽으로 넘어오세요. 빨리 이쪽으로!”

일단은 몸을 일으켜 허겁지겁 발걸음을 옮긴 것은 당연지사.

유아영이 내 몸을 꽉 하고 붙잡는 것이 느껴진다.

커다란 미드 역시 느껴지지만 안 그래도 정신없는 상황에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을 리가 만무.

순간적으로 엘레나의 손을 잡자 그녀 역시 이쪽으로 딸려 들어온다.

“꺄악!”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째서 갑자기. 저도 갑자기….”

“함정? 함정인건가요? 부길드 마스터?”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영 씨, 혹시 다른 이들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습니까?”

“제가 알고 있습니다. 부길드 마스터.”

대답한 것은 김창렬이다.

이름과는 다르게 가지고 있는 재주만큼은 창렬하지 않다.

뭐가 됐든 간에 일단은 길을 여는 것이 급선무인 만큼 빠르게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죽이는 것은 최대한 지양합니다.”

“네.”

설명은 간결히, 대답도 짧다.

곧바로 유아영은 침대에 너부러져 있던 투구를 쓰고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김창렬 역시 유아영이 뚫어놓은 벽으로 진입하려 하는 엘프들을 막는다.

재미있었던 것은 둘의 수준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높았다는 것.

기회가 있을 때 마음의 눈으로 천천히 살펴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것마저 여의치 않다.

곧바로 수인을 외우며 손가락을 튕기자 커다란 용의 꼬리가 바닥에서 튀어나와 김창렬이 막고 있는 벽을 메운다.

뭐라고 따로 지시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김창렬은 유아영과 함께 문 쪽으로 달라붙었고 밀려들고 있는 병사들을 뚫어내기 시작했다.

“이쪽으로 오세요. 부길드 마스터!”

“하얀이부터 찾습니다.”

말이 끝나기 전에도 뿜어져 나오는 커다란 마력의 유동.

당연히 저정도의 마력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정하얀밖에 없다.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커다랗게 목소리로 입을 연 것은 당연지사.

“죽이지 마!”

일단은 외쳐봤지만 들리고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불안한 마음으로 마법이 떨어지는 것을 기다렸던 것도 잠시, 내 목소리가 들렸는지 다행히 마력이 사그라진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커다란 마법이 떨어지는 것은 막았다.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뭣 하지만.

“아아아아아악!”

하는 소리와 함께 한쪽 엘프들 몇 명이 밖으로 튕겨져 나가는 것이 보인다.

단순히 마력을 주입해 밀어 넣어 다가오고 있는 병력들을 밀쳐낸 모양이다.

폭음이 들려온 곳은 분명히 정하얀의 방.

“소리가 들린 곳으로 갑니다.”

“네.”

내 말에 유아영이 다시 한번 투구를 두드리자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투구 상단에 있는 얼굴가리개가 내려왔다.

제대로 보일지 걱정되기는 했지만 그런 걱정은 애초에 할 필요가 없다.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그녀의 모습은 꽤나 인상적.

두툼한 갑옷을 입고 망치를 휘두르는 모습은 대장장이가 아니라 메인 탱커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어 보일 지경.

박덕구와 김현성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는지 곳곳에서 둘의 움직임이 배어 있는 느낌이다.

애초에 재능도 출중했으니 이정도까지 성장한 게 이상하지는 않다.

물론 김창렬 역시 마찬가지, 좁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유아영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게 눈에 띈다.

‘이거 잘하고 있는 건가.’

그 와중에 마음에 걸리는 것은 정말로 이들이 우리를 죽일 의도가 없어보였다는 것.

하지만 무장한 군대를 보낸 것만으로도 정황은 명백하다. 정말로 우리를 단순격리나 보호하기 위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다른 얘들부터 찾는 게 좋겠지.’

최소한 길드원들은 전부 모인 상태에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 맞다.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기자 용의 머리가 튀어나온다.

심지어 이번에는 마력이 용의 입가에 모였지만….

“브, 브레스다!”

“피해!”

브레스 같은 걸 쏠 수 있을 리가 없다.

당연히 거짓말.

순간적으로 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몸을 옮긴 이들 사이로 유아영이 나를 이끌고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고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이들이 얼굴을 붉혔지만 이미 막차는 떠나 간 뒤.

“코너 돌면 바로 네 명.”

“준비하세요. 아영 씨.”

“네. 부길드 마스터.”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미끄러지듯 몸을 움직이며 품속에 있는 포션에 마력을 밀어 넣으려는 순간이었다.

유아영도 망치를 횡으로 휘두르려고 했지만 익숙한 얼굴에 곧바로 손을 놓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커다란 방패에 막혀 버린다.

“어이구 깜짝이야. 형님! 아영 후배도 있구만!”

“기영 씨!”

“부길드 마스터!”

박덕구, 한소라, 황정연 그리고 선희영까지.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한소라와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박덕구, 황정연의 모습.

“형님 괜찮은 거요? 대관절 이게 무슨 상황이요?”

“일단 하얀이부터 찾을 거야.”

“아마 누님은 괜찮을 거요. 혜진 씨랑 함께 있으니까.”

“안기모 씨랑 예리는 어디에 있는지 확인했어?”

“아마 그쪽은….”

쾅!

위층에서 폭음이 들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힐끗 창문을 바라보니 바깥으로 뛰어 내리고 있는 안기모와 김예리의 모습이 시야에 비친다.

“우리도 간다.”

“누님은 괜찮은 거요?”

“혜진 씨랑 같이 있다며. 금방 내려오겠지.”

“아, 알겠소. 꽉 잡으쇼, 형님.”

“정연 씨랑 소라 씨는 부유 마법 준비해요.”

“네. 부길드 마스터.”

신호를 보내기도 전에 박덕구와 유아영이 방패로 강하게 벽을 후려쳤고 순간적이지만 벽에 후두득 무너져 내렸다.

내가 뭐라고 말을 내뱉으려 하는 사이에 박덕구가 내 허리를 잡았고 곧바로 땅으로 사정없이 몸이 떨어져 내린다.

엘레나 공주는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는데, 내가 더 묻고 싶을 정도였다.

아래를 내려다보며 김예리를 찾아봤지만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

떨어지는 와중에 고개를 돌리니 한 쪽 벽에 딱 매달린 채 버티고 있는 김예리가 보인다.

허리에는 대롱대롱 줄이 달려 있었는데 와이어의 끝에는 안기모가 매달려서 소리를 지르고 있는 중.

이쪽을 확인한 김예리는 곧바로 안기모가 매달려 있던 줄을 끊어버린 이후 점프.

어떻게 공중에서 움직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특정 부위가 자라지 않아서 슬픈 소녀는 박덕구의 어깨를 잡고 파티에 합류했고 허겁지겁 떨어지고 있는 안기모에게는 한발 먼저 빠르게 부유마법이 떨어졌다.

이윽고 박덕구에게 매달려 있는 나와 엘레나, 김예리, 유아영과 함께 있는 한소라까지 내려오자 곧바로 선희영이 입을 열었다.

“모이세요.”

“네.”

딱 한마디 했을 뿐이지만 꽉 뭉친 파란 길드원 사이로 빛이 내린다.

버프 계열의 신성 주문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점점 몸에 활력이 돋아나기 시작.

설명은 길었지만 순식간에 일어난 일련의 과정에 엘레나는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있었다.

“대, 대단해….”

나도 공감할 수 있다.

그래도 우리 현성이가 쉬는 동안 가만히 있지는 않은 모양인지 나조차도 놀라울 정도의 파티원들의 성장치가 눈에 띈다.

스탯이 완성이 되지 않은 이들도 보이지만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점을 완벽하게 상쇄시켜 주고 있다.

놀란 것도 잠시다.

곧바로 다음 루트로의 이동을 위해 고개를 돌렸을 때 이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엘리오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공격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부디 무기를 버려주시기 바랍니다.”

“오라버님!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입니까!”

“넌 잠깐 조용히 하거라, 엘레나. 약속드립니다. 커다란 문제를 일으키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자세한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여러분을 안전하게….”

“그게 그거 아니요?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 건지. 말을 해야 될 것 아니요.”

“이곳에서는 말씀드리기가 곤란합니다. 일단은 무기를….”

‘제길.’

“…….”

‘이걸 어떻게 해야 되나.’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당연하다.

엘레나의 표정을 보니 확실히 그녀도 모르는 얼굴이다.

일반적으로 김현성 때문에 생긴 오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혹여나 엘프들이 공화국 측과 연관되어 있는 가능성을 배재할 수는 없다.

“먼저 무슨 일인지 듣고 싶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부디 통제에 따로 주셨으면 합니다. 더 이상 다른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양국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지금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당신들이라는 걸 인지해야 합니다.”

“절대로 위협할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놀라셨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에 들려있는 무기를 버리기에는 부담스럽다.

이쪽이 우위에 있을 때는 대화를 선택하는 것이 맞지만 누가 봐도 현재의 길드는 궁지에 몰려있는 상황이다.

만약 무기까지 버린다면 어처구니없게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다.

퇴로까지 놈이 막아버린 상황.

엘레나를 인질로 잡고 빠져나가는 그림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건 그것대로 내키지 않는다.

‘일단 저 새끼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데.’

최소 8좌 급의 강자. 만약 여기에서 도망친다고 해도 일단 녀석을 어떻게 하는 게 최우선 사항이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는 것은 순식간, 전력은 나쁘지 않다. 박덕구와 유아영이 전위를 봐주고 안기모와 선희영으로 지속력도 챙길 수 있다. 정하얀이나 조혜진이 합류해 준다면… 녀석은 물론 병력도 충분히 뚫고 나갈 수 있다.

‘저 새끼가 문제지…’

손가락으로 머리를 툭툭 두드리던 바로 그 때였다.

‘김창렬 이 새끼는 또 어디로 간 거야?’

녀석이 보이지 않았던 것. 혼자만 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정도로 창렬한 놈은 아니다.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느낌은 온다.

‘한 번 해봐?’

시도는 나쁘지 않다. 기왕 뚫어내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기습으로 시작하는 게 더 아름다울 테니까.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빠르다. 순간적으로 수인을 외우자 내 움직임을 눈치 챈 파티원들이 반응한다. 엘리오스 역시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검을 뽑지만 순간적으로 녀석의 옆에서 단검을 든 김창렬이 튀어 나왔다.

‘김창렬 이 비겁한 새끼! 나이스다!’

녀석이 등을 돌려 김창렬의 양 손을 붙잡지만 푸슉 하는 소리와 함께 비겁한 녀석의 입에서 암기가 쏟아지기 시작. 항상 쓰고 다니던 붉은색 복면의 기적을 체험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엘프는 그 마저도 고개를 돌려 피해버린다. 물론 그 틈에 김예리가 한 발 먼저 빠르게 김창렬을 붙잡고 있는 놈의 손에 단검을 날렸고 박덕구와 유아영은 곧바로 방패를 부여잡고 앞 쪽으로 커다란 발걸음을 성큼 내 뻗었다. 기습은 실패로 돌아갈 지언정 시간을 벌어준 것이다.

‘뚫어 낼 수 있어.’

이쪽의 계산에 실수가 있었다면 김창렬이 녀석의 품을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것.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쳐 박힌 김창렬을 짓누르고 있는 엘리오스의 모습이 눈에 보였다.

“진심입니다. 무기를 버려주세요. 해를 끼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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