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7
회귀자 사용설명서 367화
빛기영 가라사대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노라(5)
“빛이 있으라!!”
‘고맙다! 엘룬 쓰레기! 네 딸은 잘 받아간다!!’
[달성할 수 없는 위업을 달성합니다.]
[새로운 칭호가 생성됩니다.]
[빛의 성자]
[마력이 1 올라갑니다.]
‘욜로!!!’
감격하여 소리를 지를 뻔한 순간이었다.
절로 주먹이 꽉 쥐어진 것은 당연지사.
마력 능력치야 반쯤 포기하고 있었지만 이런 선물이 달갑지 않을 리가 없다.
빛의 성자 이기영.
신의 선물을 거절하는 게 예의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베니고어 여신님의 마음을 제일 잘 헤아려주는 신도 중의 참 신도.
지금 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적 같은 일은 바라보고 있자면 빛의 성자라는 칭호가 내려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리라.
‘마력 +1 적립이고요.’
이 기세로 마력 60을 넘는 것 아닌가 하는 행복회로를 돌린 것도 잠시.
눈앞에 펼쳐지는 숭고한 광경에 저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겨 버렸다.
너무나도 환한 빛 때문에 눈을 뜨지 못해야 정상이건만 이상하게도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것이 너무나도 눈에 잘 들어온다.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찬란한 광경에 엘레나 역시 멍한 표정으로 전방을 바라보는 중.
뻗어나간 빛은 나와 엘레나를 감싸고 녀석의 심장을 에워싼다.
화아아아악!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신성력.
아름답다는 단어조차 지금 이 광경을 서술해 주기에는 부족함이 있으리라.
엘룬 쓰레기가 딸을 내몰았던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빛 폭탄에서 엘룬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그야 엘레나를 촉매로 완성했으니 당연한 결과.
다시 한번 하늘 위의 쓰레기의 결단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는 것은 언급할 필요도 없다.
어디까지 빛이 뻗어나가고 있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효과가 기대 이상이었다는 것.
밖이 아닌 안에서 터뜨렸기 때문에 더 극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뻗어나간 빛들에 의해 갈라지고 있는 내부는 경이롭게 느껴질 정도.
설명은 길었지만 빛이 뻗어나간 시간은 찰나.
처음 목표물이라고 할 수 있었던 놈의 심장은 이미 빛으로 사라지고 있다.
‘크으으으으. 이게 빛의 힘이지! 아암 그렇고말고!’
[전설 등급의 던전, 뒤틀린 연못의 공략을 완료합니다.]
[새로운 칭호가 생성됩니다.]
[세계수의 수호자.]
[마력 1 올라갑니다.]
‘마력 +2 적립! 얼쑤 지화자!’
던전 공략은 방금의 마무리 일격으로 완전히 끝을 맺었다.
준신화 등급의 몬스터치고는 너무나도 허무한 결말.
그동안 제법 다리가 아프기는 했지만 빛의 영향 때문인지 그것마저 쌩쌩하게 느껴질 지경.
배고픔에 당장 업진살 생각이 나기는 했지만 여러 가지로 열심히 챙겨먹은 덕분에 그다지 급하지도 않다.
연이어 들려온 행복한 소식에 저도 모르게 상태창을 열어본 것은 당연지사.
조금 오랜만에 열어본 것 같았지만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플레이어 이기영의 상태창과 재능수치를 확인합니다.]
[이름-이기영]
[칭호-용병여왕의 정부, 베니고어 신성제국의 명예추기경, 용의 배우자, 최초 발견자, 용을 실험한 연금술사, 대륙 수호자, 균열박물관 4등급 관리자, 막스의 보호자, 빛의 성자, 세계수의 수호자.]
[나이-26]
[성향-용의주도한 전략가]
[직업-빛의 연금술사-준신화 등급]
[직업효과-기초 마법 지식 습득]
[직업효과-기초 연금 지식 습득]
[직업효과-중급 연금 지식 습득]
[직업효과-특수 소환 지식 습득]
[직업효과-고급 연금 지식 습득]
[직업효과-용전문 연금 지식 습득]
[능력치]
[근력-25/성장 한계치 일반 이하]
[민첩-25/성장 한계치 일반 이하]
[체력-30/성장 한계치 일반 이하]
[지력-93/성장 한계치 영웅 이상]
[내구-25/성장 한계치 일반 이하]
[행운-75/성장 한계치 영웅 이상]
[마력-53/성장 한계치 일반 이하]
[장비]
[마력방패의 반지-희귀 등급]
[라무스 터커의 연금학개론-영웅 등급-연금술사 전용]
[저주를 내리는 검 율리에나-전설 등급-주인의식]
[용 숨결 물약-전설 등급-소비 아이템(제한 없음)]
[빛 폭탄 물약-준신화 등급-소비 아이템(1/3)]
[특성-마음의 눈-전설 등급]
[고유기벽-거짓말쟁이의 유혹]
[총평-세#수의 신 엘# 이 ##### ##### 알 수 없는 이유로 총평이 보이지 않습니다.]
‘세수의 신 엘 뭐시기는 또 뭐야?’
마력이 무려 53.
전혀 성장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꾸역꾸역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진다.
저도 모르게 입가에 한가득 미소가 그려진 것은 당연.
제법 골치 아픈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다 못해 크게 한탕 했으니 행복회로가 풀가동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남은 문제는 무척이나 사소하다.
‘어떻게 등장하는 게 좋을까.’
아무래도 제 발로 걸어 나가기에는 조금 민망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
많은 시간을 녀석의 안에서 보낸 만큼 구출되는 그림이 조금 더 적절하리라.
정하얀이 조금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가련한 레이디를 보호하는 이미지 메이킹을 추가하는 것도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때마침 느껴지는 외부의 충격에 살며시 그녀를 안으며 등을 돌린 것은 당연지사.
별일이야 없겠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고기 방패가 되어주겠다는 액션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이기영 님….”
“전부 끝났습니다, 엘레나 님.”
“정말… 정말로 끝났군요.”
시원섭섭하다는 얼굴이다.
체력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많이 지쳤는지 귀가 축 처져 있는 것이 보인다.
하지만 마음을 굳게 먹은 모양.
혹시나 이곳에서 조금 더 갇혀 있으면 좋을 텐데… 따위의 하얀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했지만 엘레나는 정하얀이 아니다.
본인도 본인 나름대로 복잡한 감정을 숨기기 힘든 것 같았다.
밖으로 나간 이후에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게 틀림없으리라.
나야 뭐 어찌되든 상관없긴 하다.
물론 곁에 두면 유리한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일국의 공주가 한낱 길드원이 된다는 사실 자체는 왕국 쪽에서도 달갑지 않게 생각할 것이 분명하다.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면 당연히 머리가 아플 만한 타이밍.
나 역시 잠깐 동안 고민되었지만 생각에 오래 빠져 있기엔 힘들었다.
외부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마치 동굴에 빛이 들어오는 것처럼 위에서 빛이 흘러 들어온다. 커다란 동공에서 쏟아져 내리는 빛은 내가 만든 빛보다는 못 했지만 나름 봐줄 만 했다.
‘상쾌하네.’
흘러 들어오는 공기 역시 맑게 느껴진 것은 당연지사.
사실 별 다른 차이가 없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악마의 안보다는 무조건 쾌적할 것이다.
나와는 다르게 엘레나가 크게 숨을 들이 마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안에 있었던 시간이 무척이나 답답했던 것이리라.
“오빠! 오빠! 오빠!”
역시나 처음 들려온 목소리는 정하얀의 것.
목소리가 들리는 위를 바라보자마자 점프하듯 뛰어내리는 정하얀의 모습이 시야에 비쳤다.
순간적으로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엘레나를 잡고 있던 손을 놓은 이후에 정하얀을 받아들었다.
근력 수치가 제법 올랐다고 생각했지만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든 그녀를 받아내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모양.
받아든 동시에 곧바로 넘어져 버렸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흐어어어어엉.”
당연하지만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웃게 만든 시간보다 울게 만든 시간이 더 많았던 것은 아닌가에 대해 자기반성을 한 것도 잠시.
꽉 껴안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으니 어느새 히끅거리는 목소리만 들려오기 시작했다.
살짝 고개를 돌리니 엘레나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인다.
혹시라도 난리를 치지 않을까, 걱정하긴 했지만 타고난 성정은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히끅. 히끅.”
“걱정 많이 했지?”
“네….”
머리를 한차례 쓰다듬으니 조금씩 진정하는 듯했다.
평소였다면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광을 했겠지만 최근 성장했는지 몸을 비키는 것이 보였다.
물론 내가 일어서자 곧바로 옆에 찰싹 달라붙어 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만큼 조금 귀찮은 정도야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
부유 마법으로 천천히 공중으로 몸이 떠오르자 자연스레 살리트의 안을 벗어나게 된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엘리오스 및 엘프들과 파란의 길드원.
박덕구는 엉망이 된 얼굴로 벌써부터 눈물을 일발 장전하고 있었고 선희영 역시 눈물을 훔치고 있다.
그 외도 다르지 않다.
황정연이나 김예리, 조혜진도 반가운 표정. 안기모야 말할 필요도 없다.
병아리들 같은 경우에는 전투에서 빠진 듯 보였는데 무척 적절한 조치였다고 생각했다.
사실 파란 길드원들의 반응보다 더 신경 쓰였던 것은 엘프 쪽의 반응이었다.
헐레벌떡 뛰어와 엘레나를 품에 안고 그녀의 안위를 살피는 와중에도 나를 귀신 보듯 쳐다보는 모습은 어떻게 봐도 재미있다.
‘밖에서도 보였나 보네.’
틀림없이 엘룬 쓰레기의 힘을 느낀 것이 분명.
마치 신성한 것을 대하듯 약간의 거리마저 유지하고 있는 모습은 가관이라 할 수 있으리라.
이걸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들어온 것은 덕구 녀석의 목소리와 길드원들의 격려 타임.
제법 뻔한 시간이었지만 당연히 기분은 좋다.
뒤이어 들어온 한소라와 김창렬, 유아영도 마찬가지.
너무나도 한꺼번에 많은 질문이 들어온 덕분에 대답하기도 쉽지 않을 지경이다.
그렇게 계속해서 어색한 웃음만 짓고 있을 때였다.
“기영 씨.”
“아. 길드 마스터.”
아직까지 변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김현성, 아니, 김현아.
왠지 모르게 김현성이라는 말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는다.
뭔가 복잡한 표정을 담은 녀석의 얼굴을 보자 왠지 모르게 울컥한다.
‘걱정했구나, 이 새끼. 걱정 마라. 형은 멀쩡하다.’
마치 죽어가던 아기 새가 살아나는 기적을 목도한 어미 새의 표정.
뭐라고 말을 이으려고 하지만 자꾸만 목이 메는지 입가에 맴도는 말을 집어넣는 모습이 시야에 비쳤다.
‘그래… 인마. 형 살아 있다.’
“저….”
“하하하. 뭐 이렇게 살아 있게 됐습니다.”
“…….”
“조금 당황하기는 했지만… 덕분에….”
“아니… 저….”
“자세한 설명은 복귀하면서 드리겠습니다. 저도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고. 아 저 사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이야기해 봐야죠. 조금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찾아와 주실 줄이야. 정말 상상도 못 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현성 씨.”
“그러니까….”
“감사합니다.”
“아뇨. 감사할 일이….”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유야 어떻게 됐든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무사하게 됐으니까요. 아, 그리고 오염된 영혼의 치료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드려야 할 것 같은데….”
“…….”
‘진짜 엄청 걱정했나 보네.’
딱 눈에 보이는 표정이 그렇다.
정하얀이나 박덕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느낌.
이미 펑펑 울고 있는 둘과 다르게 눈물만 흘리지 않았을 뿐이지 표정은 똑같다.
정말로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하자 긴장이 풀린 것이 틀림없으리라.
최근 꽤 다채로운 얼굴을 봤다고 생각했었지만 정말로 울기 직전까지 내몰린 얼굴을 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온몸에 덕지덕지 흙이 묻어 있는 모양새는 가관.
그걸 털어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자꾸만 머뭇거리고 있는 모습.
뭔가 말을 꺼내려고 하는데 아직도 잘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잠깐 크게 숨을 쉰 이후에 입을 연 것은 당연.
‘다녀왔습니다.’ 따위의 3류 일본 만화에서나 튀어나올 명대사를 외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내가 직접 입 밖으로 내뱉기에는 오글거리는 면이 있다.
“그러니까… 음. 이렇게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하하.”
이 정도로도 충분.
녀석이 나를 꽉 껴안아 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시바, 깜짝이야. 이 새끼 이거 왜이래?’
뜨거운 남자의 포옹이라도 하고 싶었던 모양.
본인도 모르게 몸이 움직인 것 같았지만 문제는 녀석의 현재 신체가 남자가 아니라는 데 있다.
신장 차이도 있다 보니 오히려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모양새.
괜스레 주변이 신경 쓰인다.
정하얀은 애써 이쪽을 바라보지 않으려 하는 것 같지만 이런 가십을 좋아하는 황정연은 탄성을 내지르는 중.
물론 그 이후에 들려온 목소리에는 나도 녀석의 어깨를 두드릴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정말로… 무사해서… 다… 다행입니다.”
거짓 하나 없는 진심처럼 느껴졌다는 것 정도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으리라.
‘그거다. 현성아! 그거야!’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