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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371화 (370/1,590)

# 371

회귀자 사용설명서 371화

운수 좋은 날(2)

‘왠지 모르게 불안하더라니….’

사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확률을 낮게 잡았을 뿐이지.’

거의 일어나지 않은 일 정도로 분류했었다는 거다.

공화국의 극단적인 선택은 자충수가 될 수 있었기 때문.

어디까지나 명분은 우리 측에 있었다.

국제관계가 중요하지 않은 듯 중요한 대륙의 현 상황에서 악마 소환사 진청을 두둔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다.

물론 모든 나라가 교국이나 라이오스, 또는 몇몇 이종족처럼 악마에 민감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무리수지.’

신을 등진다는 건 적어도 대륙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다.

물론 백번 양보해 공화국의 악마 무리가 그런 방향으로 자신들의 노선을 결정했다고 해도 여전히 의문점은 존재한다.

전쟁이란 건 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고작 한 달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준비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거다.

적어도 내가 공화국의 지도자의 입장에 있었다면 조금 더 길게 보고 움직였으리라.

그게 맞다.

물론 공화국이 예전부터 이번 전쟁의 시나리오를 짜고 있었다고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아니지. 그래도 무리수인 건 마찬가지야.’

생각해 보면 교국 8좌의 천관위와 위란이 공화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이야기한 적은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상황이 여기까지 온 이상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전쟁 시나리오를 들이밀 타이밍은 아니었다.

절대로 녀석들은 먼저 방아쇠를 당길 수 없다.

두 집단의 힘의 크기가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더욱더.

만약, 아주 만약에 놈들이 먼저 방아쇠를 당긴다고 한다면 이유는 두 가지. 아니, 세 가지 정도.

정신이 나갔거나 이길 자신이 있거나 아니면 전쟁이 필요한 상황이거나.

내부의 위협을 외부로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고 별다른 피해 없이 교국을 삼킬 자신이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꼭 저쪽에서 먼저 터뜨렸다는 보장도 없다.

전쟁이 어떻게 벌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전해 듣지 못한 것이 사실.

하지만 불편한 상황이 왔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리라.

‘왕국연합 쪽도 신경 쓰이고….’

교국이 혁명사상을 전파하는 걸 위험하게 생각하는 몇몇 나라 역시 공화국에 협력했을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공화국이나 교국이나 왕정을 선택하지 않다는 건 마찬가지지만 피의 혁명으로 이루어진 교국과는 다르게 공화국은 황제에서 총통으로 이름을 바꾸었을 뿐이었으니까.

각국의 지도자들은 여신의 거울로 일궈낸 민중의 승리를 탐탁지 않게 바라보고 있었을 수도 있다.

생각하면 끝이 없다.

계속해서 꼬리를 물고 밀려들어오는 잡생각 때문에 머리가 아픈 것이 당연.

물론 나만 머리가 아픈 것은 아니다.

‘저거….’

김현성 역시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전쟁이 나면 안 되는 건가. 아니면 시기가 빨랐던 건가.’

1회 차의 현 시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한 것은 당연지사.

심지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전쟁이 유리한 건지 불리한 건지 알 수조차 없다.

단지 예상할 뿐이다.

현재의 김현성이 보여주고 있는 표정은 전쟁을 반기는 얼굴과는 거리가 멀었으니까.

1회 차의 가면쓰레기 진청을 골로 보낼 수 있는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김현성이 저런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면 확실히 마찰을 반기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 당장 내가 예상할 수 있는 것은 김현성을 회귀하게 된 이유가 적어도 공화국 때문이나 1회 차 가면쓰레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

현재 녀석이 걱정하고 있는 것은 전력 손실이다.

1회 차에서 있었던 미지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병력의 손실.

만약 멀지 않은 미래에 정말로 커다란 사건이 터진다고 가정한다면 인간들끼리 치고 박고 물고 뜯고 있는 것이 반갑지 않은 게 당연하리라.

김현성은 물론이고 베니고어나 엘룬쓰레기도 입을 열어오지 않고 있는 상황.

‘보안 등급이라도 걸려 있는 거야 뭐야. 아니면 나한테도 말할 수 없는 건가?’

혹여나 가면쓰레기가 미지의 세력 편에 붙었을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일 만도 하다.

이거나 저거나 제대로 알 수 없는 건 투성이였으니 머리가 아픈 것이 당연했다.

제대로 된 노선을 정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쟁의 발단에 대해서는 아직 듣지 못했지만 이미 일은 터졌다.

문제는 이 전쟁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냐는 것.

‘말리기라도 해야 되는 건가?’

너 죽고 나 죽자는 심정으로 전쟁을 한다면 이 전쟁의 승패와는 관계없이 전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만약 교국이 승리한다고 해도 커다란 피해를 떠안게 되리라.

당장 눈앞에 일을 해결한다고 해도 이후에 닥칠 일을 제대로 대비할 수 없게 된다는 거다.

침묵이 내려앉은 장내에 천천히 입을 뗄 수밖에 없었다.

“현성 씨. 이거….”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제대로 감이 잡히지 않아서.”

“일… 단은 서둘러 왕국으로 돌아가 상황을 살펴야 될 것 같습니다. 현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브리핑을 받아야 하니까요. 혹시 에베리아 왕국도 영향 안에 있습니까?”

질문에 대답한 것은 엘프 전령.

알고 있는 것이 그리 많지는 않은지 불안한 목소리로 말을 해오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렇지 않습니다만 현재 병력이 왕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은 전해 들었습니다. 아마 직접적인 공격보다는 교국과 라이오스로 향하는 지원 병력을 고립시키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맞네.’

세계수의 마력이 유지되고 있는 이상 병력을 무식하게 들이밀 수는 없을 것이다.

원하는 것은 에베리아 왕국의 고립.

병력만이 아니라 보급 역시 차단하려고 함이 틀림없으리라.

“교국의 경우에는 어떻습니까?”

“네, 명예추기경님. 교국은….”

“네.”

“현재 다완 쪽의 전선은 이미 무너졌고 캐슬락은 적 병력에 둘러싸여 있는 상황이라고 들었습니다.”

‘시발. 생각보다 심각한데….’

이미 다완 전선이 무너졌다는 것만 해도 충격적인 소식이다.

캐슬락까지 함락되면 린델까지는 쭉 밀리게 될 것은 분명한 일.

린델까지 밀리면 수도도 금방이다.

애초에 다완 전선이 무너졌다는 건 라이오스 측의 상황도 그리 운이 좋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아….’

심지어 상황이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기까지 하다.

“최대한 빠르게 복귀하겠습니다.”

“네.”

김현성의 말에 동의한 길드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서둘러 발을 옮긴 것은 당연지사.

잠시 풀어졌던 긴장이 다시금 확 들어선 기분이었다.

에베리아의 왕궁에 가까이 들어서자 확실히 몇몇 전황이 보인다.

많은 병력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몇몇 이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감돈다.

아직 에베리아 전선 쪽에서는 전투가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태.

나 역시 곧 저들과 같은 표정을 짓게 될 것이다.

계속해서 왕성이 가까워지자 병사들과 경비병들이 시선을 보낸다.

간단한 절차 후에는 인사를 건네기 모습.

엘프 측의 지휘관 몇몇이 엘리오스와 김현성과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분위기가 무거워진 것 같은 기분이다.

그나마 조금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몇몇이 보이고 있었다는 것.

저 멀리서 걸어오고 있는 한 무리가 시야에 잡히기 시작했다.

똑바로 눈을 뜨고 쳐다봐도 여기에 자리 잡고 있는 이들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야 당연할 것이다. 종족자체가 달랐으니까.

‘드워프?’

확실히 드워프가 맞다.

어떻게 봐도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외관, 짧은 키에 얼굴을 가리는 커다란 수염, 어딘가에서 읽었던 묘사 그대로였다.

제법 높은 위치에 있는 녀석인지 무장 상태도 좋은 느낌.

갑작스레 등장한 녀석에 김현성과 엘리오스도 당황한 듯한 얼굴이었다.

의아해하고 있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다. 원정대원 전체가 웅성거리는 것이 들려온다.

안에 들어가 있는 동안 일이 이렇게까지 진행됐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너무 순식간에 여러 가지의 일이 생겨 따라가기가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고개가 끄덕여지기는 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녀석이 여기에 있다는 건 안 좋은 소식은 아니었으니까.

“오랜만입니다, 볼고르 님.”

“엘리오스. 반갑군. 이렇게 보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원정은 성과가 있었나?”

“네. 다행히 무사히 끝났습니다만…. 볼고르 님이 이곳에 있다는 것 혹시….”

“우리도 힘을 보태기로 결정했다네.”

“불행 중 다행이로군요.”

“인간의 연설에 감동을 받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하하. 그러고 보니 중요한 손님이 있었군. 만나서 반갑소. 파란 길드 마스터. 그리고 교국의 명예추기경. 볼고르라고 불러줬으면 좋겠군.”

“만나서 반갑습니다. 볼고르 님.”

“이야기는 많이 들었네.”

“네?”

“작은 인간 여자에게 들었던 그대로군. 그동안 고생 많았네.”

‘이건 또 뭔 소리야.’

“아. 그러고 보니….”

“네.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실 어째서 여러분이 저희와 함께해 주시게 된 것인지도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5일 전에 왕국으로 인간들이 찾아왔다네. 그리고 국왕 폐하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지. 엘프나 그 인간 여자가 폐하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야기가 잘 풀렸다네. 나 역시 감명 받기도 했고… 그게 우리가 이곳에 있는 이유지.”

‘좋네.’

그저 가만히 당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던 것 같았다.

삼국동맹 측에서도 뭔가 움직임이 있었던 것.

현재 어느 정도로 성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덩치를 키우는 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 것이리라.

왠지 모르게 이 일을 누가 주도했는지 알 것 같다.

작은 인간 여자라고 한다면 생각나는 이는 한 사람밖에 없다.

‘이지혜?’

라이오스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이곳으로 자리를 옮긴 모양이다.

드워프와 대화를 나누며 계속해서 고개를 돌리자 확실히 검은백조의 길드 문양을 박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시야에 비치기 시작.

아마 지금쯤 내가 있는 곳으로 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조금 더 자세한 내막을 알아야겠다고 생각이 든 것은 당연지사.

김현성과 엘리오스, 드워프 볼고르에게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정황을 듣는 거야 해야 할 일이지만 기왕이면 조금 더 자세하게 듣고 싶다.

“현성 씨.”

“네.”

“잠깐 따로 알아봐야 할 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가서 말씀을 듣고 계시면 이후 찾아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잠깐 의아하다는 표정이었지만 김현성은 잠깐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왔다.

회의실에 모두가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리라.

“네. 알겠습니다, 기영 씨. 다른 분들께서도 숙소로 돌아가 재정비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영 씨는 장비 수리와 개인 보급품 확충을. 다른 분들은 휴식이 필요하시다면 편하게 계셔도 좋습니다. 이후 노선이나 현 상황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시간을 내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덕구 씨, 희영 씨, 혜진 씨는 저와 함께 갑니다.”

“네. 길드 마스터.”

“거, 알겠소. 이쪽은 걱정 말고 잘 다녀오쇼.”

“그럼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네.”

“하얀아.”

“네. 오빠.”

“잠깐 먼저 들어가서 눈이라도 붙이고 있어. 아직 몸이 전부 회복되지 않았다는 거 알고 있으니까. 바로 찾아갈게.”

대답은 듣지 않았다.

뭔가 떨떠름해 보이기는 했지만 정하얀도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마력도 크게 소비했고 기본적으로 몸이 약한 만큼 체력적 한계를 맞았으리라.

언제 전투가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현재로서는 몸을 회복시키는 게 최우선 사항이다.

이윽고 김현성은 엘레나와 엘리오스를 비롯한 이들과 함께 걸음을 옮겼고 길드원들 역시 본인에게 주어진 일을 하기 위해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정하얀을 제외한 이들의 얼굴에는 약간의 긴장감이 감돈다.

전쟁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알고 있기 때문에 보일 수 있는 표정.

인간과 몬스터는 다르다.

그동안 인간들과의 전투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현 상황에서는 그 누구라도 불안한 기색을 내비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리에서 혼자 떨어진 이후에야 한 명의 검은백조 길드원이 천천히 이쪽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

“명예추기경님, 잠깐….”

“네. 안내해 주셔도 됩니다.”

어디로 가는지는 뻔할 뻔자.

‘얘는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이지혜가 있는 곳으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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