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5
회귀자 사용설명서 395화
회귀자 사용설명서(1)
이곳에서의 전쟁과 현대전은 확연히 다르다.
이미 몇 번이나 언급했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암. 그렇지. 그렇고말고.’
이 대륙에서 한 개인이 전쟁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 생각하면 금방 답이 나온다.
말하자면 정하얀이 라이오스에서 보여준 모습.
안개 소환사 천관위가 현재 안개의 숲에서 하고 있는 행동.
다완과 실리아를 밀어내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한 공화국의 오호대장군도 마찬가지.
신화 등급을 넘나드는 근력을 보유하고 있는 차희라는 또 어떠한가.
단신의 몸으로 라이오스 전체를 마비 상태로 만들었고 실제로도 전황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물론 차희라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맞물려 있기는 했지만 개인이 끼칠 수 있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에 대한 적절한 예로서는 부족함이 없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이들은 전술핵이나 다름없다.
축소해서 말하자면 누구는 전투기고 누구는 탱크다.
검과 화살을 들고 싸우는 전장에서 갑작스레 탱크로 밀고 들어오는 적군을 상상한다면 누구나 다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적군이 전략병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우리도 보유해야 한다.
평범한 화살과 검으로 뚫어낼 수 있는 내구를 가지고 있는 전사가 있다면 그 전사를 꿰뚫을 수 있는 궁수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 대륙의 전쟁의 역사는 그렇게 발전해 왔다.
약간의 변화가 생긴 것은 이방인이 떨어진 뒤.
결과 자체가 달라진 것이 아니다.
달라진 것은 오롯이 과정.
튜토리얼 던전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가 나라의 국력을 말해주는 지표가 됐으니까.
그만큼 이방인의 등장은 이들에게도 충격적.
그동안 팽팽히 유지되고 있던 관계에 새로운 강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들도 무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내구가 뛰어난 검사의 내구도 두드리다 보면 부서지게 마련이고 마법사의 경우에는 더하다.
잠깐 방심을 푼 사이 어디에선가 날아 들어온 화살에 저세상으로 승천할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더욱더 그렇다.
지치지 않는 체력을 가지고 있는 검사도 끊임없이 언젠가 지치게 마련이고, 무시 못 할 화력을 가지고 있는 마법사도 금방 마력이 바닥 난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네임드들을 견제해 줄 적이 존재한다면 생각보다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축소된다는 거다.
그렇다면 김현성의 경우에는 어떨까.
예를 들어 우리 쪽의 전술병기를 견제할 수 없는 적 전술병기가 없다는 가정을 해본다면 어떨까.
‘말이 필요 없지.’
자그마치 신에게 선택을 받은 인간이다.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재능도 일반인이 감히 넘볼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한데 본인 역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마음의 눈으로 보이는 스탯창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
용병여왕이 신화 등급을 넘나 들 수 있는 근력 수치를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이 자식은 모든 부분에서 만능이다.
지력을 제외한 모든 수치가 90 이상.
보유하고 있는 전설 등급의 특성 4개.
소설 속의 주인공이고 만화 속의 주인공 같은 인간.
장담컨대 현재의 김현성은 인간계 최강이라 자부할 수 있을 정도다.
적어도 내가 본 인간 중에 김현성을 뛰어넘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투 준비!
-전투 준비!!
-마법과 화살에는 즉각 대응하라! 마법사들은 어서 방어 마법 유지해!
소란스러워진 병력들과 동떨어진 위치에서 숨을 숨기고 있는 김현성.
무척이나 침착해 보인다.
회귀자의 품 안에서라면 전쟁터 한복판에서 잠도 잘 수 있을 것 같다.
조용히 숨을 내쉬고 있었고 손목과 몸을 푼다는 듯이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사제들의 버프가 쏟아지고 마법사들의 보조 마법 역시 녀석에게 집중되기 시작.
누가 봐도 전장의 주역은 이 자식이라는 생각이 쏟아질 것 같은 외관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레 적습을 받은 병력자체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
물론 기본적인 대비는 하고 있었지만 기습이라면 기습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니 저런 모습을 보이는 게 당연할 것이다.
아직까지는 계속해서 폭음이 들려오는 중.
비교적 안전한 곳에서 상황을 보고 있는 나와 이지혜 같은 경우에는 별 다른 충격이 오지 않았지만 아마 바깥쪽에 피해가 쌓이지 않았다고 하기에는 힘들 것 같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앙!!!
후드드득….
후드득….
“아군 병력을 잡아먹기 위한 병력은 아니네요. 진군을 늦추거나 피해를 누적시키기 위한 병력.”
“그래? 누가 봐도 잡아먹고 싶은 모습인데?”
“그만큼 필사적이라는 거겠죠. 기왕이면 병력을 제대로 보존하고 움직이고 싶었는데 손해가 아예 없을 수는 없겠네요. 일단 지형이 불리하기도 하고. 제 입장에서도 피하고 싶었지만 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고 봐요. 차라리 이곳에서 부딪친 게 다행일 수도 있고요.”
“전술 김현성 투하는 언제야?”
“그렇게 막 쓸 수 있는 게 아니라고요. 최대한 효과적으로 써야 전술 김현성이라는 소리를 듣죠. 네임드는 어디에 쓰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활용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요. 일단은 보자…. 최소한의 길을 여는 게 중요하겠네요. 최대한 리스크 없이 폭탄을 배달시키는 게 제 일이예요.”
“흠…. 뭐, 그래. 누나가 알아서 하겠지 맡겨도 되지?”
“네. 일단은요.”
“나는 잠깐 밖에 나가서 상황 좀 보고 온다.”
“괜히 눈먼 화살 맞지 말고 대충 보고 들어와요.”
이지혜가 괜한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살짝 바깥으로 발걸음을 떼자마자 온갖 굉음이 들려오기 시작.
온도가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이런 상황을 겪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규모가 다르다 보니 피부에 와닿았다.
하늘 위에서는 온갖 종류의 마법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고 아군 병력은 최대한 밀집해 방어 마법을 캐스팅한다.
콰과아아아아아앙!!
콰드드드득!!!
“마법사 지원 부대! 실드 캐스팅! 실드 캐스팅!”
“최대한 마력을 모은다! 빨리 빨리 이동해! 폭격 범위에서 벗어난다! 뭐 하고 있는 거야!”
“아아아악!”
“사제! 사제!”
“대응 마법 준비 명령입니다! 최우선 사항입니다.”
“마법진 확인 이후 캐스팅한다.”
“캐스팅 준비!”
“발사!”
“……!”
‘벌써 대응사격인가. 반응 빠르네.’
부대가 잘 훈련되었다는 증거.
내가 훈련시킨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뿌듯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컨트롤 타워가 있으니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잘 대응한다.
하지만 이쪽보다 비교적 높은 위치에 자리해 있는 적에게는 마법이 잘 닿지는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테면 고지전이나 다름이 없는 상황.
악마소환사가 꽤나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전사들은 대형을 유지한 채로 최대한 전진, 최대한 후위에 피해가 없도록 한다. 최우선 사항이다.”
“확인.”
“방어 아티팩트를 가지고 있는 애들 중심으로 최대한 모여! 꾸역꾸역 밀고 들어간다!”
“제기랄! 저 새끼들 올라오게 하지 마!”
지휘통제실에서 이지혜가 계속해서 명령을 내리고 있고 부대는 실시간으로 그 명령을 따라 움직인다.
물론 전체적으로 보면 단순히 적에게 다가가고 있을 뿐이지만 디테일한 부분까지 지시를 내리는 것은 그저 닥치고 돌격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아군 피해가 문제가 아닌데 이건….’
마법사들의 마력과 사제들의 신성력이 계속해서 소모된다는 것이 문제.
만약 이곳을 제대로 뚫어낸다고 해도 다음 전쟁을 지속할 만한 체력이 남아 있을지가 문제다.
‘원하는 게 이거구나.’
적들은 충분히 병력을 뺄 수 있다.
이쪽의 체력을 깎아 놓는 걸로도 이미 이득, 만약 병력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면 말 그대로 대박을 친 것이나 다름없다.
여러모로 우리에게는 불리하고 적에게는 유리한 상황.
언제 전술 김현성을 출동시킬지 그 타이밍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아아아악!”
“의무병! 의무병!”
“5소대에 화염마법 직격! 실드가 깨진 걸로 보입니다.”
때마침 아군 병력에 피해가 생긴 상황.
혹시라도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마 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 역시 가장 적절할 때를 알아서 구별하고 있을 테니까.
지휘 통제실에서 자세한 상황을 물어봐야 되는지에 대해 고민하던 찰나.
‘어?’
시야에 비친 것은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는 얼음.
정확히 말하면 창의 모양을 한 얼음이다.
‘아니 얼음이 맞나?’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느낌. 저런 게 이토록 가까이 올 때까지 어째서 캐치하지 못했는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지휘 통제실에 자체적으로 걸려 있는 방어 마법을 관통한 채 이쪽으로 날아드는 창의 모습에 등골이 서늘해질 지경.
딱 하고 캐스팅을 했지만 생성되고 있는 용의 방패는 녀석이 날아오는 속도보다 느리다.
단순히 ‘아프다’로 끝날 만한 공격은 아니다.
둔한 몸이 움직여주지 않는 것이 짜증 나게 느껴진 것은 당연지사.
최대한 몸을 비틀어 치명상을 피해보자고 했지만 바로 앞쪽까지 날아든 녀석은 별의별 생각을 다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능력자가 있는 거야.’
암살이나 저격에 특화되어 있는 이가 있다.
이 정도로 먼 거리까지 보이지 않는 창을 형상화해 던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네임드가 아니면 하기 힘든 일이다.
그렇게 최대한 몸을 기울였던 바로 그때였다.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온 것.
“어?”
“괜찮으십니까?”
눈에 보인 것은 내 옆에 자리하고 있는 김현성.
‘네가 왜 여기 있어? 아니, 이 새끼 여기로 언제 온 거야.’
분명히 돌격할 준비를 마치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본대와는 조금 떨어져 있는 위치.
언제부터 저게 나에게 날아오고 있는지 눈치챈 건지는 모르겠지만 순식간에 이쪽으로 온 것을 보니 귀신이 곡할 노릇.
사실 조금 더 놀라운 것은 녀석의 외관이다.
‘졸라 잘생겼네.’
반쯤 이쪽을 안은 채, 한쪽 팔로는 보이지 않는 창을 완전히 부서버렸다.
유리인지 얼음인지 모를 반짝반짝 한 것들이 가루가 되어 녀석의 얼굴을 비춘다.
가만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터된 사진을 보는 느낌.
때마침 찾아온 햇빛까지 놈을 도와주니 무슨 화보나 영화의 한 장면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왠지 모르게 애매모호한 자세로 녀석에게 입을 열려던 찰나 김현성 쪽이 먼저 입을 열어왔다.
“안으로 들어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기영 씨. 밖은 위험합니다. 일단은 저격수를 처리할 때까지 만이라도… 모두 기영 씨를 노리고 있을 테니까요.”
“네. 제가… 부주의했습니다. 보호 마법이 이렇게 쉽게 뚫릴 줄은 몰랐던 터라.”
“아마 관통에 중점을 둔 마법일 겁니다. 특성에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고요. 위협적이기는 하지만 통제실 안까지는 닿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일단은 빨리 안으로….”
“아…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현성 씨.”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네. 그보다 지금… 여기 계셔도….”
“조금 늦기는 했지만 무리는 없을 겁니다. 때마침 명령이 떨어진 타이밍이라. 그럼…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네. 다녀오시죠.”
“아! 그리고 계속 말씀드리는 겁니다만 여러 상황을 고려하며 최대한 주의하셔야 합니다, 기영 씨. 지휘통제실에도 꼭 전달 부탁드립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이만.”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진 것을 보니 어안이 벙벙하다.
혹시나 나를 노리는 게 또 올까 싶어 황급히 통제실로 들어온 것은 순식간.
벌써부터 달리기 시작하는 김현성의 모습이 마력 홀로그램에 비쳤다.
어디로 달리는지 역시 뻔할 뻔 자.
‘각 재고 있었던 거구나.’
나에게 창을 던졌던 놈이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시야에 비쳤다.
“뭐가 저렇게 빨라.”
그 말 그대로, 눈으로 제대로 확인하기가 힘들게 느껴질 정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사방팔방에서 비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핵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