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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398화 (397/1,590)

# 398

회귀자 사용설명서 398화

회귀자 사용설명서(4)

‘말도 안 돼.’

“C포인트 321.12.”

-확인.

“C포인트 321.69.”

-확인.

‘뭐 저런 게 다 있어?’

전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입을 떡하고 벌릴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눈알을 굴리고 있음에도 따라가기 벅차다.

이미 이쪽은 한계를 맞이한 상황.

여기까지 해낸 것도 잘한 거라고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전황은 계속해서 뒤바뀌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이쪽이 받아들이는 정보 역시 변화한다.

어처구니없어 기가 찰 지경이다.

조금 무리하다 싶게 내린 지령도 아무 무리 없이 수행하는 모습에 황당했다.

속도가 너무 빨라 루트를 실시간으로 수정해야 할 정도였으니 다른 표현이 필요 없으리라.

‘제길.’

조금 적응이 됐다고 생각해 판을 벌린 것이 문제.

마법사나 사제를 투입하지 말았어야 했다.

조금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분위기를 탄 김현성을 보조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쉽지 않았다.

아군의 위치에 계속해서 녀석을 투입하는 것과 버프를 교체해 주는 것이 한계다.

떨어지는 마법을 막는다거나 길을 뚫기 위해 미리 전사를 투입시키는 것은 어떻게든 해내고 있었지만.

솔직히 이곳까지 손을 뻗기에는 능력이 후달린다.

‘디테일한 부분은 무리야.’

교체하는 버프의 종류나 마법이나 신성력 이외의 지원은 무리라고 할 수 있는 상황.

사방팔방에 퍼져 있는 영웅 등급이나 전설 등급의 특성을 가진 이들의 고유능력까지 더해진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편하게 움직였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직 김현성은 더 움직일 수 있다.

녀석의 행동을 제약하는 게 이쪽이라는 생각에 신경이 쓰였다.

그나마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김현성이 내 지령을 받음으로써 생기는 단점도 분명 존재한다.

“페이스를 늦춰주셔도 됩니다. 체력에 신경 써주세요.”

-네.

‘그래 좀 쉬자….’

-커헉!

-이 미친 괴물이! 죽어! 막아! 올라오지 못하게 해!

-마법이랑 화살을 아끼지 마. 한 발만 맞히면 된다. 한 발만!

‘페이스 늦추라고, 이 새끼야….’

-닥치고 시위 당겨! 저 새끼 올라오게 하지…. 컥!!!

-아아아아악!

-적은 하나다! 적은 하나!

‘천천히 해, 이 나쁜 새끼야!’

-전사들은 뭐 하고 있는 거….

-마법! 마법으로 막아! 마법으로! 아아아아악!

“수고하셨습니다, 현성 씨.”

-아닙니다.

‘페이스 좀 늦추라니까. 신나가지고, 슈발.’

신나게 움직이는 김현성을 보조하는 것만으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눈으로는 정보를 계속해서 받아들이고 있지만 받아들인 정보를 연산하는 뇌가 버티지 못하기 때문.

김현성이 빠르게 움직일수록 내 쪽에 부담이 올 수밖에 없다.

시야를 꽉 채운 마력 홀로그램을 전부 눈에 담고 있는 것으로 모자라 쏟아지는 정보를 정리하고 있으니 둔한 머리에 무리가 가는 게 당연.

‘이거… 지력 보정은 받고 있는 건가.’

내가 어느 정도까지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애초 지구에 있을 때는 이렇게까지 머리를 혹사시켜 본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개인적으로 판단하건데 그나마 높은 지력 능력치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까지 버틸 수 있는 것이 틀림없으리라.

만약 튜토리얼 때의 나였더라면 이 상태를 15초 이상 지속하지 못했을 거라 장담할 수 있다.

사실 5초가 한계일지도 모른다.

뇌가 과부화되면 코피가 흘러나오는 건 만화나 영화에서나 튀어나오는 장면인 줄 알았던 이쪽이 바보 같이 느껴질 지경.

극적인 연출을 위한 거짓말이라고 박장대소하며 비웃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 심정을 그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다.

지금도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프다.

하지만 계속해서 눈을 움직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코피를 닦을 시간조차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김현성은 지휘통제실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이 새끼 왜 이렇게 나를 혹사시키는 거야?’

조금 천천히 움직여 줘도 나쁘지 않으련만 마치 이쪽의 한계를 재단하려는 듯 신나게 움직이는 모습이 가관이다.

마침 조금은 여유가 있는 타이밍인데도곧바로 몸을 날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이쪽 역시 저쪽을 억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잠깐 입술을 꽉 깨물었을 때 어디에선가 날아든 창이 김현성의 어깨를 스치는 것이 시야에 비친다.

“아.”

-괜찮습니다.

‘제기랄….’

한쪽 어깨에 상처가 난 모습을 보니 괜스레 가슴이 아파올 지경.

물론 스쳤을 뿐이지만 내 반응이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저런 상처는 없었을 것이다.

‘놓쳤어.’

입술을 꽉 깨물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자존심이 조금 상했기 때문이다.

김현성을 향해 창을 던진 녀석을 찾는 것은 순식간.

아마 김현성을 목표물로 설정한 것이 틀림없으리라.

‘다치면 안 된다, 현성아.’

이쪽의 생각보다 적이 김현성을 목표물로 설정하는 것이 느렸다.

다른 쪽을 지원하고 있을 거라 판단한 것이 오류.

아마 큰 피해를 입은 상태에서 나선 만큼, 녀석으로서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왔을 것이다.

섣불리 싸움을 걸었다가 당하리라는 걸 잘 알고 있을 터다.

‘이거 까다로운 타입인데.’

자만해 주는 것보다는 이런 식으로 본인의 한계를 알고 있는 이들이 귀찮다.

심지어 퇴로까지 확보해 놓은 모습을 보니 자신의 안전을 최우선하는 듯하다.

다시 한번 놈이 창을 생성해 집어 던지자 믿을 수 없는 빠르기로 날아들었다.

주변에 어떤 것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당연.

박덕구와 유아영이 있는 부대를 움직이고 주변 마법사들에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좌표를 계속해서 전송, 왼손과 오른손을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도 일이다.

혹시나 손이 꼬이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마력 홀로그램 안에서는 계속해서 움직이는 김현성이 시야에 비치기 시작.

최대한 효율적으로 상황에 맞게 움직이게 하는 일.

생각보다 재미있다.

녀석은 흐트러지는 법이 없다. 보기만 해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창을 피하거나 베면서 이쪽이 인도해 주고 있는 곳으로 움직인다.

이 기분은 일종의 쾌감이다.

퍼즐이 딱딱 떨어지는 느낌.

묘한 기분을 선사해 주기에 충분하다.

적재적소에 지원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이 회귀자는 무료로 모든 적을 싹쓸이 해준다.

‘이 회귀자는 무료로 적을 쓸어 줍니다!!’

유리로 만들어진 창이 사방팔방 날아다니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그것을 피하거나 손으로 쳐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말 그대로 범인은 이해조차 할 수 없는 모습이리라.

적 네임드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다시 한번 예상 루트를 지속적으로 김현성에게 전달한다.

내 말을 듣고 움직이는 거라곤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빠른 반응.

내가 전달한 목적지와 루트를 정확히 따른다.

사각에서 계속해서 견제를 하는 까다로운 상대.

투창사라기보다는 저격수에 가까운 모습이다.

만약 거리가 좁혀져 있는 상태였다면 게임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겠지만, 상대 역시 부대 단위에게서 도움을 받고 있다.

마법사와 사제, 앞을 지킬 수 있는 전위가 항상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한참 동안 창을 던지고는 더 이상은 무리라고 판단했는지 몸을 뒤로 빼는 모습 역시 여신의 거울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도 창을 던지는 모습은 얄밉게 느껴질 정도.

‘머리 아파지는데.’

김현성의 체력은 최대한 보존해야 한다.

하지만 저 정도의 강자는 무조건 처리하는 것이 이득이다.

“7부대는 좌표 찍어준 곳으로 진입.”

-확인.

아군과 적군의 피해가 계속해서 누적된다.

김현성이 최대한 막아주고 있지만 계속해서 떨어지는 유리의 창을 전부 다 막아낼 수는 없다.

“지혜야, 길 좀 뚫어줘.”

“네? 어디요?”

“지금 좌표 찍은 곳으로 7부대 진입시킬 거야. 최단 시간에 올라갈 수 있도록 신경 써주면 돼. 이미 내가 최대한 가깝게 붙여놨어.”

“그럴 여유가 없는데, 으….”

“최우선 사항. 빨리. 적 네임드 잡을 거니까 이쪽에 조금만 더 집중해.”

“아, 창잡이! 한번 해볼게요. 길만 열면 되는 거죠?”

“응. 최대한 빠르게만. 나머지는 이쪽에서 알아서 할 테니까.”

“네. 알았어요.”

전체적으로 병력이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길이 없을 것 같았던 루트가 계속해서 변화한다.

김현성의 눈에도 그런 루트들이 눈에 보이는지, 녀석이 발걸음을 옮기려는 곳이 내가 지시한 루트가 완벽히 일치한다.

상황을 전체적으로 돌아볼 수 없는 김현성이 저렇게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뻔하다.

‘감각.’

보고 움직이거나 판단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그 말 그대로 수많은 시간을 전장에서 보냈던 녀석에게 생긴 감각일 것이다.

본인이 인지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병법을 공부했어도 대성할 수 있는 재목이리라.

“마지막 공격은 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확인.

7부대가 길을 뚫고 김현성이 몸을 옮기는 것은 순식간.

검을 휘두르는 김현성의 얼굴이 보인다.

쓸데없는 드잡이를 피하는 것이 유리하다 생각해 피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이쪽의 말이 어떻게 들릴지 궁금해졌다.

조금이라도 이쪽을 의심한다면 쉽사리 행동으로 옮길 수 없을 터.

그러나 김현성은 너무나도 당연히 자신에게 날아드는 창을 피하지 않았다.

‘그래, 시발! 믿음으로 가는 거다. 현성아!’

일그러진 상대의 얼굴이 비친다.

김현성의 몸에 닿은 창은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부서져 나갔다.

김현성을 놀란 상대를 향해 검을 휘두른다.

놈이 커다랗게 소리를 지른 것은 바로 그때.

-아이기스!

“어?”

왼팔에 생성된 커다란 방패.

‘미친!’

놈이 다시 한번 오른팔에 유리의 창을 생성하여 김현성에게 뻗었다.

‘위험한가? 위험한 거 아니야?’

마음의 눈으로 확인한 정체불명의 방패를 보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7부대가 녀석을 둘러싸고 있는 부대로 향하고 있었지만 이미 김현성은 적에게 노출된 상황.

마지막이라고 생각해 미리 마법사를 콜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인 실수였다.

고유능력을 걸어줬던 박덕구에게는 두 번째와 세 번째를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파고들지만 딱히 돌파구가 없는 상황.

“피….”

피하라고 소리치기도 전에 사랑스러운 회귀자의 몸이 흐릿해진다.

갑작스레 적의 등 뒤로 자리 잡은 이후에 곧바로 검을 휘두르는 모습은 뭐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

창을 들고 있는 녀석의 눈에도 당혹스러움이 감돈다.

김현성은 분명 놈의 정면으로 쇄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뒤를 잡히니 저런 표정을 짓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방패를 든 팔을 통째로 날려 버리는 것은 물론, 주변에 있던 적 병사들의 팔 역시 눈 깜짝할 사이에 허공으로 치솟았다.

아마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눈이 아니었다면 나도 방금 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적이 아티팩트를 발동시킨 시점에서 적 병력의 가운데로 이동, 적이 김현성이 없어졌다는 걸 파악하기 전에 이미 방패를 든 팔은 잘려나가고 있었다.

-아아아아아악!

-막아! 마, 막아!

-커헉!

“대박….”

조금이나마 걱정했던 나 자신이 우습게 느껴질 지경.

‘이 새끼는… 끝을 알 수 없다니까.’

그 말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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