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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407화 (406/1,590)

# 407

회귀자 사용설명서 407화

디아루기아, 율리에나(1)

“이거 놔! 이 개새끼들아!”

“위험합니다!”

“이거 놓으라고 말했다, 개자식들아!”

“이러시면 안 됩니다, 명예추기경님. 부디, 부디 참아주십시오.”

“제기랄. 제기랄!”

“죄송합니다, 명예추기경님. 하지만….”

“제기랄! 개 시발 멍청한 돼지새끼! 멍청한 새끼! 지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이 멍청한 돼지새끼가!”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는 화를 참지 못한 것은 당연지사.

깜짝 놀란 병사들의 모습이 시야에 비쳤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이들은 마치 모두가 헛것이라도 본 듯한 반응이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사람이 그 명예추기경이 맞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빤히 보일 정도였다.

‘제기랄.’

“제길….”

순간적으로 화가 머리 끝까지 뻗친 덕에 기존에 있던 이미지를 완전히 말아먹어 버렸다.

남들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또 처음.

욕은커녕 타인을 대할 때 언성도 높이지 않고 꼬박꼬박 존대했던 내 평소 이미지를 생각해 보면 저들이 당혹스러워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리라.

나 역시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순식간.

평소였다면 제법 호들갑을 떨었겠지만 현재는 그럴 기분도 아니다.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자 답답했던 가슴이 조금 내려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직도 계속해서 화가 솟구치고 있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흥분하는 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다.

고맙게도 병사들의 표정이 이성을 되찾는 데 도움을 주었다.

‘냉정해야 해.’

침착해야 하고 냉정해야 한다.

화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화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쓸데없는 흥분은 독이다.

특히나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이 돼지새끼…. 돼지새끼! 멍청한 돼지새끼!’

물론 그럼에도 화는 제대로 사그라지지 않는다.

어떻게 생각해도 박덕구가 발렌틴을 상대로 이긴다는 게 불가능하다고 느껴졌기 때문.

녀석이 크게 성장했다는 건 인정한다. 내구 스탯은 규격 외에 근접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튼튼하다는 건 전투와는 또 다른 이야기.

상대가 그저 그런 병신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로나프의 싸움꾼은 공화국에서 가장 강하다고 일컬어지는 5인 중에 한 명이다.

걱정이 안 되는 것이 이상하리라.

아니, 애초에 승산은 없다.

어떻게 생각해도 박덕구가 녀석을 이길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생각나지 않는다.

남은 일은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

몸 하나는 튼튼한 녀석이니 쉽게 죽지는 않겠지만 죽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대한 수비적으로 상황을 유도한다고 해도 매순간이 위기라는 점은 변함없을 것이다.

녀석뿐만이 아니라.

근처에 발목이 잡혀 있는 아군 병력 또한 열세.

사지로 발을 뻗은 거나 다름이 없다.

아군 병력의 기수가 이지혜에게 이미 수신호를 넣어놨겠지만 지원부대가 도착할 때까지 박덕구가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

자꾸만 개소리를 했을 때부터 알아 봤어야 했다.

‘지가 무슨 영화 주인공인 줄 알아.’

이미 돌아가기에는 늦었다.

차라리 본대와 합류한 이후 지원병력을 구성한 뒤에 나가는 게 더 합리적인 선택이리라.

지금 당장에라도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지만… 어떻게 생각해도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건 어리석은 판단이다.

‘그래 이게 합리적인 판단이야.’

“합리적인 판단, 합리적인 판단…. 제기랄. 그래. 그게 합리적인 판단이야.”

어떻게 생각해도 이게 맞다.

최대한 빠르게.

“최대한 빠르게.”

“저… 명예추기경님?”

“최대한 빠르게.”

“명예추기경님.”

“아, 네.”

“저. 죄, 죄송합니다.”

“아뇨.”

“…….”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못난 모습을 보였군요.”

“아닙니다. 다, 당치도 않습니다. 못난 모습이라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단 최대한 서둘러 본대와 합류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동선은 제가 직접 지시합니다.”

“혹시….”

“아뇨. 그쪽으로는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본대와 합류한 뒤 뚫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지휘부에서도 아마 정보가 들어갔을 테니 무언가 조치를 취해줄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름 모를 병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오는 게 시야에 비쳤다.

혹시나 이쪽에 대해 뭔가 안 좋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했지만 오히려 더욱더 충성스러워진 느낌마저 든다.

나야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괜한 문제가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발걸음을 옮긴 것은 당연지사.

아직도 전투는 진행 중이다.

천천히 본대와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병력이 이동하고 있는 게 느껴졌기 때문에 길을 잘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마 위에서는 가면쓰레기와 이지혜가 머리싸움을 벌이고 있을 것이 분명.

실시간으로 전황이 달라지는 것 또한 바로 그 영향이리라.

‘이건 다행이네.’

아직 본대가 완전히 싸 먹힌 것은 아니다.

계속해서 출구를 찾거나 약한 곳을 찌르고 있는 것이 분명, 안에 있는 병사들은 싸우기에 바쁘지만 아마 위에서 이 광경을 본다면 제법 재미있는 모습이 펼쳐지리라.

‘돼지한테는 잘 된 일이야.’

계속해서 그쪽에 고립되지 않아도 될 테니 운이 좋으면 다른 부대에 합류할 수 있으리라.

아군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 눈으로 확인되자 점점 조급해진다.

눈앞에 있는 부대 역시 우리를 확인했는지 이쪽으로 향하기 시작.

적 병력의 저항이 거세기는 하지만 충분히 뚫어낼 수 있을 만한 범주에 있다.

그사이에 이쪽을 본대로 보내기 위한 병력이 조금씩,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게 시야에 비쳤다.

살이 깎여 나가고 있다는 게 올바른 표현이리라.

“마법! 마법이다! 방어 마법 캐스팅해!”

“보호! 보호!”

그 순간 다시 한번 떨어지는 거대한 화염구.

콰드드득!!

방패를 든 몇몇 병사가 불길에 휩싸이는 것이 눈에 보였다.

“아아아아악!”

방금 건 시작에 불과.

본격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불덩이는 어처구니없게도 양측에 피해를 입히고 있었다.

뭔가 오류가 있었거나 컨트롤 미스.

아니면 대놓고 노린 거일 수도 있겠지만 하늘에서 떨어지는 마법은 계속해서 피해를 누적시켰다.

물론 이쪽이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는다.

아군과 적군을 넘고 전진 또 전진.

다시 한번 아군 병력에 커다란 충격이 전해져 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뭔가 공격이 들어온 것은 아니다.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부대와 드잡이를 하고 있는 적과 예비대가 몸을 부딪친 것.

적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맞은 격이겠지만 아군은 뜻밖의 지원에 힘입어 분전하였다.

“조금만 더 밀어! 이 새끼들아! 밀어내! 지원이다! 지원 병력!”

‘지원 병력이라고 하기엔 숫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팽팽하게 대치하던 전장에 변수를 주는 것 정도는 된다.

이쪽 역시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지사. 그래봤자 연금마법으로 조금씩 대미지를 줄 뿐이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

물론 마력을 아껴야 한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정말로 여유가 없다.

안 그래도 계속해서 시간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

광기에 휩싸인 전장은 각 개인에게 커다란 혼란으로 다가온다.

살짝 주변을 살펴보자 적 부대가 이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욕지거리가 튀어나올 뻔한 걸 가까스로 참아냈을 정도로 짜증이 치솟는 상황이었다.

가면쓰레기 측에서 원군을 보낸 모양.

순간적으로 인상을 찌푸린 것은 당연할 것이다. 소소한 이득을 챙기기 좋아하는 녀석의 성격상 떨어져 나온 분대와 예비대를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다.

현재 눈앞에 있는 부대를 예비대와 함께 싸먹으려는 생각이 너무나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었지만 이건 피할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회피할 수는 있다. 분대를 그대로 둔 이후 루트를 바꾸면 괜찮겠지만.

‘그건 안 돼.’

다시 한번 새로운 길을 찾는 건 무리수다.

눈앞에 있는 아군과 합류해 함께 길을 뚫는 게 더 빠르다.

정확히 병력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또 어떻게 전황이 돌아가는지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계속해서 들어오기 시작.

‘본대와의 거리는 얼마나 되지?’

빠르게 헤쳐나간다면 충분히 기대하고 있는 시간 안에 맞출 수 있다.

“전투 준비.”

“전투 준비!! 전투 준비!!”

이미 전투 준비는 되어 있다.

이곳은 전장의 한가운데였으니까.

방금 전 중얼거린 말의 뜻은 예비대와 아군 부대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 새로운 이들을 맞을 준비를 하라는 것.

‘어렵겠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다.

잠깐 숨을 들이 삼키자마자 곧바로 여기저기서 비명과 고함이 들려왔다.

피가 튀고 팔과 다리가 잘려나가는 전장의 한가운데 있다는 게 그리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지만.

입술을 꾹 닫고 수인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병장기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귀를 계속해서 때린다.

금방 섞이기 시작한 병력들 사이로 기존해 자리해 있던 부대 역시 예비대에 합류한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적 병력을 책임지고 있는 이의 얼굴이 제법 익숙하다.

죽었다 살아난 얼굴.

본대에서 떨어져 나온 부대.

떨어져 나왔다기보다는 적들이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다는 말이 적절하리라.

계속해서 소소한 이득을 보기 위해 병력을 돌려 깎으며 대미지를 축적시키고 있다.

버티다 못해 떨어진 병력들은 이런 식으로 사냥한 이후 다시 한번 겉을 긁어낸다.

소름 돋을 정도로 세심하고 변태새끼 같은 전술.

이전에 함께했던 게임에서 보여줬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밀리고 있는 거야.’

이지혜가 고생깨나 하고 있다는 걸 실감하고 있는 게 당연했다.

일이 잘 풀리고 있었다면 현재 우리와 합류한 아군 병력이 떨어져 사냥당하는 일은 없었어야 했다.

정신없이 얻어맞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았지만 그래도 고통 받고 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상황이 좋지는 않아.’

박덕구는 발렌틴과 마주했고 김현성은 고립되어 위치도 파악할 수 없다.

김예리와 조혜진이 포함되어 있는 부대 역시 마찬가지.

심지어 본대에는 계속해서 대미지가 쌓이고 있다.

지금 당장은 괜찮아 보일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몇 시간이 지났다고 가정했을 때, 전력 차는 눈에 띌 정도가 되리라.

어떻게든 현 상황을 반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은 당연지사.

아주 작은 구멍이라도 괜찮다.

구멍만 있다면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

‘빛 폭탄 물약을 써야 되나.’

당연히 기각.

범위가 넓기는 하지만 한정되어 있다. 겨우 이 정도 병력에 쓰려고 가져온 물건이 아니다.

‘아니면 어그로라도 끌어야 하나.’

나쁘지는 않다.

분탕질 치는 쥐새끼 한 마리 정도는 있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으니까.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순식간.

적과 병장기를 부딪치고 있는 부대를 향해 명령을 전달하려 했을 때, 옆 공간을 비집고 들어온 적군의 얼굴이 시야에 비쳤다.

‘암살자?’

어떻게 덩치들을 뚫고 접근했는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당연지사.

물론 우선할 행동은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벗어나는 것.

몸을 뒤로 빼며 손을 들어 올렸지만 이쪽이 연금소환을 실행하는 것 보다 적의 단검이 목에 닿는 것이 더 빠르다.

옆쪽에 있는 전사 역시 창을 뻗고는 있었지만 저딴 창에 맞아줄 놈이었다면 이곳까지 당도하지도 못했으리라.

‘제기랄!’

나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었던 그때.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내린 검이 놈의 정수리를 관통하고 있는 것이 시야에 비쳤다.

“율리…. 율리에나?”

서둘러 하늘을 올려다 본 것은 당연지사.

눈에 보인 광경에는 환호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

얼굴 본 지 오래된 마누라가 도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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