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0
회귀자 사용설명서 410화
기쁘다. 빛기영 강림하셨네(1)
교묘하게 잘 짜인 덫.
캐슬락으로 얼마나 해 쳐먹으려고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쌍욕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적군 입장에서도 이걸 최적의 상황이라고 보기에는 힘들다.
저쪽에서도 충분히 마음이 급했던 것이 분명.
최대한 병력을 밀어 넣은 뒤 준비한 마법을 떨어뜨리고 싶었겠지만 갑작스레 등장한 변수들로 인해 작전이 꼬인 것이 분명했다.
만약 내가 진청이었다면 아군 마법사의 체력을 조금 더 깎아 놓은 이후에 저 마법을 발동시켰으리라.
물론 현재 타이밍이 결코 아쉬운 시기라고 말할 수는 없다.
본대는 여전히 적 병력에게 감싸인 형국이었고 저 마법이 아군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힐 거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정말로 떨어진다면 그 시점에서 전쟁은 끝이다.
이 당연한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다.
밑에서도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당연하다.
심지어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마력이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적군 마법에 대응할 수 있는 방어 마법진을 구성하는 것이 확실하리라.
하지만 급조된 방어 마법이 저 운석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어째서 적이 계속해서 캐슬락에 틀어 박혀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준비하고 있었던 건가.’
정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확률은 높다. 단순히 캐슬락을 미끼로 삼은 걸로 끝난 것이 아니다.
저런 종류의 마법을 펼치기 위해서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는 걸 생각해 보면 전쟁이 시작된 시점, 아니, 어쩌면 내가 메시지를 보낸 이후부터 준비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아마 지휘부 쪽에 저 마법을 실현하고 유지하는 장치가 있는 것이 틀림없으리라.
아군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범위도 제한하는 것은 물론 정확한 좌표, 심지어 혹시 모를 오류들을 계산해야 된다고 가정했을 때 라이오스에서 떨어졌던 마법보다 체계적이다.
공화국에서도 유능한 마법사들이 많은 것은 알고 있지만 아마 이 마법에 도움을 준 것은….
‘마도 왕국.’
안 봐도 비디오다.
어쩌면 이건 메시지이자 복수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라이오스에서 일어났던 일을 그대로 돌려주겠다는 진청 쓰레기의 의지가 달린 집념의 한 방이라 해석해도 무리가 없으리라.
마음의 눈으로 상공을 올려다보았다.
[준신화 등급의 마법]
[메테오]
현현한 마법의 등급은 무려 준신화 등급.
‘막을 수 있나?’
빛 폭탄 물약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리 봐도 한 번으로 막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최대한 마력을 벗겨낸 이후 터뜨려야지 그나마 비벼볼 수 있으리라.
물론 그렇다고 성공할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저건….
“일단 최대한 가까이.”
그래도 시도할 수밖에 없다.
저런 게 떨어지면 내가 이뤄놨던 모든 것을, 앞으로 얻을 모든 것을 잃게 되니까.
디아루기아가 잠깐 머뭇거린 사이 거대한 방어 마법진이 아군 병력의 위에 드리우기 시작.
이윽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충돌음이 귀를 때리기 시작했다.
본대에서 구성한 방어 마법이 운석을 막아내고 있는 것이다.
잠깐 동안 기대하기는 했지만 녀석을 주춤하게 만든 것이 전부.
하늘에 있는 구름과 공기를 몰아내며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모습은 어딘가가 부자연스럽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우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보호막이 완전히 박살 나버린 상황.
“브레스! 브레스!”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일단 하는 게 좋을 겁니다.”
뭐라도 전부 때려 박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은 당연했다.
내 목소리에 숨을 크게 들이마신 디아루기아의 입에서 다시금 거대한 빛이 쏟아지는 게 보인다.
그녀를 잡고 있던 내 몸이 뒤로 밀려날 정도, 하늘에서 운석을 향해 브레스를 쏟아내는 용의 모습은 신화 속에서 나올 만한 장면이기는 하지만 그게 현실로 일어나니 그다지 반갑지는 않았다.
“제기랄. 아직 부족한데….”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더 가까이 갔다가는 분명 휩쓸립니다.
“아뇨. 위로 올라갑니다. 막을 수 있어요.”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수단은 가지고 있습니다.”
-…….
“그냥 올라가요. 좀! 믿음이 없네, 믿음이.”
-그다지 신뢰가 가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믿음이야 원래부터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없을 것 같고요.
말과는 다르게 계속해서 운석에 접근하는 디아루기아.
그사이 다시 한번 아군의 방어 마법이 캐스팅되고 다시 한번 운석이 반투명한 막에 부딪쳤다.
약간의 기대를 해보기는 했지만 두 번째는 첫 번째보다 더욱 간단히 부셔져 내린다.
물론 마법 자체에 내장된 마력을 계속해서 깎아내리는 걸로 무의미한 일은 아니지만, 어떻게 생각해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다.
순간적으로 오른팔을 바라보자 시야에 비친 것은 김현성이 선물해 준 작은 방패.
[완전하지 않은 아이기스의 방패-전설 등급]
[하늘의 신이 전쟁의 여신에게 내린 방패였습니다. 완전한 형태를 지니고 있었던 예전과는 달리 이 방패는 몇 개의 조각으로 분리되었습니다. 방패에 담겨져 있었던 마력 덕분인지 일부분임에도 방패는 그 힘을 잃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인 항마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많은 마력을 사용하여 짧은 시간 동안 아이기스의 방패 일부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소환된 아이기스의 방패는 치명적인 공격을 조건 없이 막아줍니다.]
‘이걸로도 통하는 건가?’
치명적인 공격을 무조건적으로 막아준다는 설명은 있지만 이건 전설 등급 이하의 것에만 반응할 확률이 크다.
애초에 준신화부터는 규격 외.
박물관 때를 생각해 보면 이 자그만 방패가 저렇게 커다란 마법을 막을 수 있을까 싶다.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지.’
“브레스. 다시 한번.”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상관없습니다. 일단 저것부터 막습니다. 기왕 마지막으로 쏘시는 김에 있는 마력 없는 마력 탈탈 털어 넣어요.”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할 겁니다.
다시 한번 토해내는 용의 숨결.
그사이 다시 한번 방어 마법진이 생성된다.
정확히 밑에서 어떤 소리가 튀어나오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 아군 마법사들은 비명을 내지르고 있으리라.
어쩌면 라이오스 때의 정하얀처럼 피라도 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저런 마법을 현현시킨 적군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이후가 어찌되든 양쪽 마법사는 당분간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리라.
‘아마 지금도 한계일 거야.’
전장을 둘러볼 여유는 없지만 보지 않아도 뻔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정말로 괜찮은 겁니까? 정말로? 무슨 수가 있는 겁니까?
“아이기스!”
불안해하는 디아루기아를 뒤로 하고 세 번째 보호막이 박살 난 직후 곧바로 소리쳤다.
작은 방패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자 눈앞에 거대한 방패 하나가 생성되기 시작.
이펙트 하나는 화려해 보이지만 얼마나 버텨줄지는 알 수 없다.
디아루기아의 머리 위에서 계속해서 방패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역시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방패가 우직거리며 부서진다.
“아이기스! 아이기스! 아이기스!”
‘치명적인 공격을 무조건 적으로 막아주기는 개뿔!’
만약 돈 주고 구매했다면 무조건 환불했으리라.
마력은 이미 무식할 정도로 많이 집어 삼킨 상태.
-더 이상은….
“알겠으니까 빼! 빼! 빼요! 지금 빨리!”
콰지지직! 콰드드드득!
거대한 방패가 부서지자 몸이 탈 것 같은 열기가 느껴진다.
눈앞에서 바로 거대한 운석이 떨어지는 걸 목도한 것은 아마 전 인류를 통틀어 나밖에 없으리라.
이대로 뒈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드는 것은 당연지사.
그사이 다시 한번 네 번째 보호막이 하늘 위를 감싼다.
순간적으로 녀석이 멈칫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점점 땅을 향해 가까워지고 있다.
‘조금 더 깎는 게 좋을까?’
내재된 마력을 조금 더 줄이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할 수 있을 리 만무. 일단은 품안에 있는 물약 두 개를 꺼내든 이후 하늘 위로 집어 던질 수밖에 없었다.
“이 지긋지긋한 새끼! 빛의 힘이나 맛봐라! 개자식아!”
이걸로 막아지면 좋겠지만 그렇게 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화아아아아아악!
하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빛이 주변을 밝히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마치 눈이 멀 것 같은 빛.
거대한 빛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운석을 좀 먹기 시작했다.
‘그래. 그거다! 슈바! 그거야! 힘내라! 슈바! 힘내! 이 새끼야!’
화아아아아아아아악!
운석의 일부가 빛 무리에 완벽히 휩싸인 광경은 내가 가지고 있는 물약이 효과가 있다는 걸 말해주는 듯했다.
닿은 곳부터 순차적으로 거대한 굉음을 내며 빛이 되고 있다.
일어나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었지만 몸을 제대로 움직이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작전이 맞아 떨어졌다는 것에 대해서는 환호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떨어지고 있는 녀석이 뭔가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인 것은 바로 그때.
“어?”
운석이 반으로 쪼개진 것이 시야에 비쳤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한쪽은 완전히 빛 무리에 휩쓸리고 있지만 나머지 한쪽은 그렇지 않다.
떨어져나간 반쪽이 그대로 아군 병력을 향해 떨어지는 모습은 가관.
“디아루기아! 브레스! 브레스! 브레스!! 브레스!!”
-무, 무리…. 그보다 중심을! 떨어집니다! 떨어져요!
“제길! 제길!!”
순간적으로 얼굴을 구겼을 때 떨어지던 반쪽이 다시 한번 깔끔히 잘려나가는 것이 시야에 비쳤다.
어떤 놈일지는 뻔할 뻔 자.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저런 걸 잘라낼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있을 리가 없다.
‘현성아! 시바! 믿고 있었다!’
물론 지금 저걸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빛 폭탄 물약이 운석을 완전히 집어 삼킨 이후 폭발의 충격에 디아루기아가 땅으로 고꾸라지고 있었기 때문.
최대한 뿔을 꽉 붙들기는 했지만 당장에라도 튕겨져 나갈 것 같다.
“제길!!”
-꽉 붙잡….
콰아아아앙!!
“콜록! 콜록! 콜록! 디아루기아! 디아루기아, 괜찮습니까?”
-버틸… 만합니다. 당신은….
“저도 괜찮습니다.”
‘운석은 어떻게 됐지?’
묘하게 주변이 조용하다.
그보다는 전장 전체가 조용해졌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나와 바닥에 고꾸라져 있는 디아루기아를 바라보는 병력들이 시야에 비쳤다.
아마 이 침묵은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본 충격일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내가 생각해도 방금 그걸 막아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라이오스 때는 반쯤 주작이었지만 그 비슷한 것을 막는 것에 성공했다.
그 와중에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빛의 가루들은 병력 전체를 감싸고 있는 중.
내가 독실한 신자였다면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할렐루야를 외칠 만한 광경이라 할 수 있으리라.
“베니고어의 재림…. 베니고어의 재림이다….”
“베니고어 여신님의 재림이다!”
‘이거 분위기 좋은데.’
이런 효과까지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지만 내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
‘효과가 좋을 만하네.’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운석의 가루들이 완벽하게 빛의 장막을 만들어내고 있다.
마치 빛의 커튼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
그 가운데 용을 탄 사내의 모습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완벽하다.
과도한 마력을 사용한 덕분에 다리가 후들거리기는 했지만 본능적으로 한마디 꺼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음성 증폭 마법을 걸고 입을 뗐다.
-싸움을! 멈춰주십시오! 친애하는 공화국 여러분!
뭔가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느낌.
-무기를 버려주십시오!
역시 난 전장에 설 때보다 입을 털 때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