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 사용설명서-412화 (411/1,590)

# 412

회귀자 사용설명서 412화

기쁘다. 빛기영 강림하셨네(3)

시야에 비치는 광경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

저 언데드들을 보고 탄식을 내뱉지 않는 것이 이상하리라.

아까와 같다.

아군 측은 너무나 황당한 장면에 입을 벌리고 앞을 바라보고 있었고 적군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다.

일단 저게 정말로 아군인지 적군인지도 알 수가 없는 상황.

다급한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저것이 악마 소환사 진청이 만들어낸 지원군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 같기는 했지만 공화국 병력은 아직까지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제길….”

“전투 준비! 전투 준비해! 최소 영웅 등급 이상의 언데드들이다.”

누군가가 말한 그대로.

한소라와 정하얀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언데드들은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등급이나 희귀 등급의 언데드 들과는 급이 다르다.

최소 영웅 등급 이상, 간혹 리치들도 눈에 띌 정도였으니 다른 표현이 필요 없으리라.

솔직히 나도 이 정도까지 해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예상하지 못했다.

항상 상상 불가능한 모습을 보여준 정하얀이었지만 정말로 악마의 군대를 만들어 버렸다고 느껴질 정도.

종류는 다르지만 바로 앞전에 떨어진 메테오와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을 업적이라 말할 수 있으리라.

‘하긴 벨리알까지 소환했는데… 이게 뭐 대수겠어.’

물론 악마군주가 소환되는 것과 비교하면 질이 조금 떨어진다 말할 수 있기는 하지만 검은 안개에 둘러싸여 있는 그들의 모습은 충분히 위협적이라 할 만했다.

오히려 어떤 부분에서는 더 그럴 듯하다.

단신으로 있었던 벨리알과는 달리 일단은 숫자로 느껴지는 압박감 같은 게 있었으니까.

현재 김현성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뻔할 뻔 자.

조금 약하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그 동안의 경각심을 만족시켜 주고도 남으리라.

사실 조금 더 악랄한 방법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여러 가지 후보들을 물색해 봤지만 이 정도가 딱 인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최소한의 마지노선.

더 이상의 설계는 내 양심상 할 수 없어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마침 체력적으로 지쳐 있는 타이밍.

적군도 아니라 공화국 병사들을 언데드로 만들어 버린 광기어린 가면쓰레기 진청의 모습은 1회 차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전쟁의 승리와 혼란을 초래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악마. 그게 바로 진청쓰레기의 진짜 정체였다.

“크르르르르….”

“케에에에에에에엑!!!”

종류도 다양.

단순히 병력을 많아 보이게 만들기 위한 하급 스켈레톤부터 생전 그대로의 능력을 유지하고 있는 언데드, 그 이상을 보여줄 수 있는 다크나이트들과 리치.

죽어서도 장기말이 되어 고통 받고 있는 죽은 자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악마 소환사에 대한 원망과 충성심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천천히 입을 연 것은 당연. 지금처럼 좋은 타이밍은 좀처럼 오지 않는 다는 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 이게 바로 악마 소환사의 정체이며 목적입니다!!

‘아암 그렇고 말고.’

-저 언데드들을 보십시오. 공화국의 깃발을 들고 있는 저 타락한 존재들을 눈으로 직접 바라보십시오. 이 전쟁은 교국과 공화국을 위한 전쟁이 아닙니다. 한 타락한 악마의 음모와 선동으로 만들어 계획된 전쟁입니다. 눈을 뜨십시오! 눈을 떠 저희와 함께해 주십시오.

‘함께 하즈아!! 가즈아!!!!’

-서로를 향해 검을 들어서는 안 됩니다. 대륙의 존망이 걸려 있습니다. 저 타락한 존재들의 손에 대륙을 빼앗길 수는 없습니다. 지금은 교국이지만 다음은 공화국입니다. 함께 검을 들어주십시오! 이 땅에 살아가는 대륙의 모든 종족을 위해 힘을 모아 주십시오!!

‘하나가 되자!!’

-이미 공화국의 지도부들이 자리한 곳은 악마들의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신의 편에 함께 서십시오! 빛과 함께해 주시기를 간절히 말씀드립니다. 여러분! 빛의 군대와 함께해 주십시오!

‘빨리! 이 새끼들아! 한시가 급하다!’

마치 선거에 나가는 정치인 같은 출사표. 제법 강단 있게 말한다고 하기는 했지만 분위기가 조금 축 쳐진 느낌이다.

최대한 이빨을 털고 있지만 아직도 공화국의 병력들은 제대로 호응해  지 않고 있는 상황.

하지만 내 목소리가 닿지 않는다고는 판단할 수는 없다.

아군을 향해 공격해 오지 않고 있는 이들만 봐도 그건 알 수 있다.

계속해서 공격을 울부짖던 적 야전 지휘관들과 광기에 몸을 담은 전쟁에서 동료를 잃은 이들까지 공통된 적의 등장에 침을 삼켜 넘길 뿐 행동하지 못하고 있다.

아까와는 확실하게 다른 상황.

증거 없이 날조로 중얼거렸던 이전과는 다르게 현재 우리들이 보고 있는 것은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내부적으로 혼란이 들어서는 것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나 다름없다는 거다.

“뭐, 뭐야. 이게….”

“정말로 아군의 지원 병력인가?”

“신이시여….”

특히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우리 사랑스러운 바리안의 신도들.

공화국을 위해 전장에 섰던 신앙심 깊은 사제님들은 눈을 감고 자신들의 신을 찾고 있었다.

-바리안 님의 신도 여러분! 함께해 주십시오! 신을 위해 싸워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누구하나 먼저 움직이고 있지는 않지만 효과는 있다.

방금과는 다르게 발등에 불 똥이라도 떨어진 듯 내 외침에 대응하고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으니까.

기껏해야 대변인의 목소리가 들려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들리고 있는 것은 틀림없이 악마 소환사의 목소리.

최대한 침착한 척하고 있지만 조금 흥분한 게 느껴질 정도의 목소리였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리라.

지난 라이오스 사태 때에 이어 다시 한번 악마 소환사로서의 업적을 쌓게 생겼으니 저리 흥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벌써부터 악마 관계자에게 칭찬 받을 생각에 온 몸이 달아오른 게 틀림없으리라.

‘쓰레기 같은 새끼.’

-모두가, 모두가 조작된 내용입니다. 저 언데드들은 공화국과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전투에 혼란을 주기 위한 이기영 명예추기경의 자작극에 불과합니다. 라이오스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그는 흑마법으로 모두를 기만하고 있는 악마입니다.

-나는 베니고어와 엘룬에게 선택받은 빛의 사자다. 하늘이 부끄럽지도 않느냐 악마 소환사와 그의 하수인 무리들아! 내게 주어진 빛은 너희 악마들을 심판하기 위한 빛이다. 순진한 병사들을 속여 무의미한 피를 흘리게 하고 오직 대륙에 혼란을 위해 전쟁을 일으킨 너희들을 심판하기 위한 빛이다. 만약 내가 저 어둠의 군세들과 그 어떤 연관이 있다면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신이 나에게 신벌을 내릴 것이다. 이 신성력이 바로 그 증거이며. 네 거짓을 부정하는 가장 커다란 힘이다!

-닥쳐라! 이 더러운 사기꾼 자식. 대륙에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은 네놈이다. 신의 이름 뒤에 숨었다고 네가 행한 더러운 짓거리들이 세탁될 거라고 생각지 마라! 진실은 언제고 밝혀질 것이다. 네가 지금껏 교국에서 행한 더러운 짓거리들을 우리들이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신성한 민주주의를 방패로 제국에 혼란을 초래한 것도 네놈이 블랙마켓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전부 알고 있다.

-어디서 거짓을 고하고 있는 것이냐. 더러운 악마 소환사. 네가 지금 내뱉고 있는 말이 선동과 날조다. 공화국민들이여! 저 악마 소환사가 내뱉고 있는 말은 전부 거짓부렁입니다. 교국과 공화국이 처해있는 현 상황처럼 저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이 악마의 속삭임입니다. 저자의 말처럼 교국이 공화국을 침략한 적도, 저 이기영 명예추기경이 제국의 혼란을 초래한 적도, 블랙마켓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전부 사실이 아닌 거짓입니다. 들리는 것을 믿지 마십시오. 보이는 것을 믿어주십시오! 선동과 날조가 아닌 진실에 눈을 뜨십시오!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이 더러운 사기꾼 자식!!!

-빛이 곧 진실이다! 악마 소환사 진청!!

-네가 가지고 있는 것은 빛이 아니다. 만약 그 빛이 진짜라고 해도 네놈에게 그런 힘을 내린 신이 정상일 리가 없어…. 정상일 리가 없어!

-신이 내린 신성력을 부정하는 것은 곧 신을 부정하는 것이다! 하늘이 노할 악마야! 여신의 거울에 담긴 네놈의 모습이 곧 진실이고, 내가 가지고 있는 신성력이 진실이다. 전쟁에 흘려져 있는 피가 곧 진실이고 현재 고통 받고 있는 모든 이의 모습이 곧 진실이다! 미래에 어둠에 삼켜질 모든 인류의 모습 역시 진실이다! 어디서 감히 네놈이 진실을 입에 담은 것이냐! 혀끝에서 나오는 더러운 말에 모두가 농락될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이런 미친 자식이!!! 지금 공화국에서 언데드들을 부릴 이유가 어디 있단….

-여러분 맞서 싸우십시오!! 저와 함께 해 주십시오!!

대답하기 애매한 대답은 빛을 담은 진심의 목소리로 응수.

-그런 짓을 할 이유가….

-함께해 주십시오!! 빛과 함께 하십시오!!

사실 말싸움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다.

벌써부터 정신 나간 언데드 부대들이 게거품을 물며 달려들고 있었으니까.

고맙게도 언데드 군대는 착실하게 교국과 공화국을 구분 짓고 있었다.

공화국의 병사들은 가만히 내버려 둔 채로 교국 병사들을 향해 검을 뻗고 흑마법을 뿌리고 온갖 역겨운 짓거리들을 자행하고 있다.

계속해서 아니라고 말한들,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현실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케에에에에엑!”

“신성력! 신성력이 더 필요하다!”

“그에에에에엑!”

“막아!!! 제기랄! 더러운 악마 소환사 새끼! 신이 두렵지도 않은 것이냐! 이 악마들아!!”

“대륙을 위해 검을 드세요! 어둠의 편에 서지 마십시오!”

“아아아아악!!!”

언데드에게 밀리기 시작한 빛의 군세는 내가 봐도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 아마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빛 무리들이 아니었다면 사상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모습이다.

“지지 마!”

“절대로 쓰러지지 마라! 우리들은 엘룬의 이름을 걸고 싸우는 에베리아의 기사들이다! 대륙에 아직까지 빛이 있음을 알려라!”

“사제! 사제에에에!!!”

“부상자는 뒤로 빼! 최대한! 최대한 밀집해서 언데드들을 막는다!”

진지 빨기 좋아하는 엘프 여러분들은 눈물까지 흩뿌리며 어둠에 저항하고 있다.

언데드라면 치를 떠는 드워프들과 교국의 기사 역시 마찬가지.

아직까지 커다란 사상자는 나오지 않고 있었지만 언제 죽는 병사들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모두가 똘똘 뭉쳐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버티지 못했으리라.

-어둠을 밝히는 것은 빛입니다. 우리들은 작은 촛불이지만 하나하나가 모여, 함께한다면 끝끝내 어둠을 밝힐 수 있습니다. 작은 힘이 절실할 때입니다. 부디 깨달아 주십시오!

유명한 노래에 나올 것만 같은 구절을 중얼 거린 이후에 나 역시 몸을 옮기기 시작한다.

-지금 당장 교국의 사기꾼들을 공격해야 합니다! 모든 게 저들의 자작극입니다! 언데드와 공화국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우리 병력이 교국에 타격을 준다면 진짜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질 것입니다. 다시 한번 검을 들어 싸우십시오!

-싸워야 할 대상은 서로가 아닙니다! 인류는 진짜 적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눈을 크게 뜨십시오. 빛이 곧 진실입니다!

-공화국 병사들은 당장 검을 들어라! 검을 들어!

-교국의 병사들은 공화국의 군대에게 검을 겨누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 그들은 적이 아니야! 싸워야할 대상은 그들이 아니다!

-이 미, 미친 자식이! 그딴 사기극에 누가 속을 것 같아?!

-모두… 힘을 하나로 모아주십시오!! 빛이 여러분과 함께할 것입니다! 악마 소환사의 말에 귀를 기울여서는 안 됩니다! 라이로스 때를 기억해 주십시오! 그가 바로 이 언데드들을 만든 장본인입니다.

-미친 소리에는 대응하지 않는다. 전 병력은…!!!

-빛의 함께할 것입니다! 빛이 여러분과 함께할 것입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절대로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이기영!!

-커다란 위협 앞에 우리들은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성전은 인류를 하나도 만들어 줄 것이다.

아직 축배를 들기에는 이른 상황.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희망에 찬 BGM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