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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434화 (433/1,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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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 434화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저 세계 생활(3)

‘불편하네….’

나름대로 괜찮을 거라 생각해 이지혜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치마를 입은 게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양.

골격이 달라진 게 느껴졌기 때문에 걷는 게 어색하다.

쏟아지는 시선은 익숙했지만 이기영 때 받았던 시선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빤히 이쪽을 훑어보는 이들의 눈빛도 신경 쓰인다.

심지어 대낮부터 술에 취한 이들은 대놓고 위아래로 훑는다.

닳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다지 상관은 없지만 기분이 나쁜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남자새끼들이란….’

나를 포함해 어딜 가나 똑같다.

슬쩍 옆을 바라보니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이 눈에 보이기 시작. 아주 아름답다고는 볼 수 없지만 나름대로 매력적이라면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는 외관이었다.

‘그래… 이정도면 만족스럽지.’

적당히 호감을 불러올 정도는 된다는 거다.

파티 구인에 뺀찌를 먹지 않을 정도의 얼굴.

사실 파티를 구할 때 무슨 얼굴이 중요하겠느냐만은 생김새 역시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테면 기업이 면접자의 외모를 중요시하게 된 것과 같은 이치.

기본적으로 잘 알려진 모험가라면 이런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만 애초에 원정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을 깐깐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생전 처음 보는 남과 며칠을 함께 뒹구는 것은 물론, 한 치 앞을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등 뒤를 맡겨야 한다.

이런 저런 문제가 생길 거라는 걸 미리 가정해 본다면 인상은 그만큼 중요하다.

딱 봐도 사기꾼처럼 생긴 녀석이나 딱 봐도 머더러처럼 생긴 녀석과 함께 원정을 떠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기연은 커트라인에 들어갈 정도는 된다는 거다.

괜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발걸음을 옮기니 광장 안에 빼곡히 들어선 사람들이 시야에 비쳤다.

‘누구로 하는 게 좋을까….’

적당히 간을 보는 것도 중요.

이런 종류의 고생을 해 본적은 없는 만큼 막연하게 숨이 턱하고 막힌다.

‘일자리 구하기 쉽지 않겠는데….’

딱 그런 심정.

물론 그게 나에게 통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함께 사냥 가실 전위 분들 모십니다!”

“근처에 있는 고블린 부락으로 원정을 떠날 궁수 분을 찾습니다! 길눈이 밝은 분이었으면 합니다. 오시면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사람을 구하는 파티만 많은 것이 아니다.

“희귀 등급에 랭크되어 있는 암살자 직군입니다. 불러주시면 아무 곳이나 갑니다. 경험 빵빵하고 딜도 잘 넣습니다. 다른 도적들과는 다릅니다. 제발 써먹어 주세요! 힐도 필요 없습니다! 닥치고 붕대나 감겠습니다!”

“영웅 등급의 사냥꾼입니다! 네놈을 추격해 주마! 함께하실 클랜원 분들 구합니다! 제발요!”

파티는 구하는 개인의 숫자도 도저히 무시할 수 없을 정도.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 하면 개인의 숫자가 더 많다.

커다란 목소리로 끊임없이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은 대부분 도적 직군.

‘딱 보니까 쟤네들은 하층민들이네. 이건 원래 알고 있었던 이야기고.’

광장 피라미드에 가장 아래에 위치한 이들이다.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것은 사제와 마법사 그리고 쓸 만한 탱커.

특히나 마법사 풀이 적은 게 인상적이었다.

파란 길드는 마법사 걱정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조금 의아하기는 했지만 조금만 생각해 봐도 이 현상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

만약 이 세계가 게임이었다면 이런 현상이 생길 리 만무.

대충 버튼만 누르면 마법이 나가는 어딘가와는 다르게 이 세계의 마법은 엄연히 학문 취급을 받고 있다.

머리가 좋은 것은 물론 그 이상을 필사적으로 노력을 해야 얻을 수 있는 칭호가 바로 마법사라는 거다.

희귀 등급의 마법사도 귀한 것이 이 대륙의 현실.

영웅 등급에 이른 마법사들은 거의 대부분이 대형 길드에 소속되어 있거나 고급 인력으로 취급되어 여러 현장을 돌아다닌다.

연구원으로 처박혀 있는 공무원 같은 이들도 있고 심지어는 밖으로 나가는 게 무서워 사냥 한 번 나가보지 않은 마법사도 결코 적지 않다.

물론 그런 이들도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주변 상황이 이러니 실력 있는 마법사의 대우가 어떨지는 뻔할 뻔 자.

몸으로 떼우는 도적이나 암살자 같은 이들은 썩어 넘쳐나기 시작하고, 그 결과 고급 직종이라 분류되는 이들의 신분의 격차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버렸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야생에서 통용되는 이야기.

애초 좋은 마법사들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길드의 생태계와는 완전히 다르다.

아마 지금 내게 쏟아지는 눈빛들 중에서도 반 정도는 그런 의미를 담고 있으리라.

어찌됐건 이쪽은 마법사들이 들고 다니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으니까.

“마법사님, 혹시 영웅 등급 이상이시면 악마의 첨….”

“죄송합니다. 아직 그 정도는 아니에요.”

“필드에 나가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죄송합니다.”

“희귀 등급 레이드 몬스터를….”

“죄송합니다. 레이드 몬스터는 조금….”

“시간이 되시면 조용한 곳에서 차라도 한 잔.”

“죄송합니다.”

“정말 아름다우….”

“죄송합니다.”

끝에 가서 뭔가 이상한 게 섞여 있는 것 같기는 했지만 아무튼 이런 대우를 받게 된다는 거다.

어딜 들어가고자 마음만 먹는다면 어디든지 들어갈 수 있다.

물론 내가 무늬만 마법사라는 걸 깨닫는다면 시선이 조금은 달라지겠지만 이 지팡이와 함께라면 두려울 게 없다.

아무 데나 골라서 가도 되는 위치에 있다는 걸 깨닫고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었지만 내 생각과 딱 들어맞는 파티가 눈에 안 띄는 게 흠.

‘그래도 한 번 뿐인데….’

기왕이면 딱 조건에 들어맞는 파티를 찾고 싶다.

이제 막 희귀 등급에서 영웅 등급으로 승급한 파티.

‘자금력도 조금은 있고 나름대로 내실이 탄탄한 애들이면 좋겠는데.’

딱 균열 랜드에 입맛에 맞는 손님이다.

영웅 등급에서 이제 막 전설 등급으로 진입한 이들도 나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게 될 경우에는 나 역시 숨겨진 패를 까발릴 수밖에 없으니 아웃.

눈에 띄는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저희 우정 클랜과 함께하실 소중한 마법사분을 모십니다. 전위는 탄탄하고 사제도 보유하고 있는 클랜입니다. 목적지는 균열 박물관 영웅 등급 던전이며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즐겁게 사냥하실 분을 모시고 있습니다. 능력치와 직업은 일부만 공유했으면 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찾아와 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오시면 바로 출발할 수 있습니다. 우정 클랜입니다!”

‘우정 클랜?’

“싸우지 말고 사냥하실 마법사분 모셔요! 저희 클랜 마스터 오빠가 사람이 정말로 좋아요! 꼭 좀 찾아와 주세요!”

‘사람이 좋아?’

당연하지만 들어본 적도 없는 듣보.

그야 내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껴질 뿐이지 이 생태계에서는 나름대로 한자리 가지고 있는 이들처럼 보였다.

능력치도 나쁘지 않아보였고.

‘이철우 그리고 국민지.’

특이하게 사제가 길드의 클랜마스터인 모양.

옆에서 빼액 소리를 지르고 있는 여자는 도적 직군, 정확한 직업명은 꽤 길었지만 딱 평균이 되는 능력치라고 생각해 마음의 눈을 접어버렸다.

남자도 여자도 딱 내가 원하는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는 인물.

시장이 닫히기 얼마 남지 않았으니 적당히 골라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한 것은 당연지사.

곧바로 발걸음을 옮기자 나를 빤히 바라보는 녀석의 얼굴이 시야에 비쳤다.

“마법사이기는 한데… 조금 다른 형식의 마법사입니다. 혹시 괜찮으시면 파티에 가입이 가능할까요? 균열 박물관으로 떠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요. 아! 자기소개를 먼저 드려야겠네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우정 클랜 여러분. 소환 마법사 이기연이라고 합니다.”

“…….”

“소환 마법사 이기연입니다.”

“…….”

‘뭐야, 이 새끼?’

“저기요? 제 말 안 들리시나요?”

“아! 죄, 죄송합니다. 그, 그러니까….”

“소환 마법사 이기연입니다.”

“네! 네. 반갑습니다, 이기연 님.”

‘이거 허당 아니야?’

허둥지둥하는 모습은 가관.

영웅 등급이면 초보자 티는 벗을 때도 되었는데 저런 모습을 보니 괜히 불안해진다. 혹시 잘못 발을 들인 것은 아닌지 생각했지만 마음의 눈으로 보는 능력치가 거짓말을 할 리 만무.

마음을 가다듬었는지 헛기침을 한 뒤에 나를 바라보는 이철우가 눈에 보였다.

“죄송합니다. 잠깐….”

“아뇨. 아뇨.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보다… 파티 합류가 가능할까요?”

“그 전에… 소환 마법사가 어떤 직군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허당은 아니네.’

“아. 제가 너무 급했네요. 물론입니다. 어떻게 설명을 드려야 가장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

“소환사와 마법사의 가운데 형태를 띠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우실 거예요. 일반 등급의 기본적인 마법은 사용가능하지만 그 이상의 마법은 조금 힘들어요. 무리하면 희귀 등급의 마법까지 가능하다고 보시면 되겠네요. 특기로 하는 마법은 소환 마법이기는 하지만 소환수를 장시간 함께 데리고 다니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찰나지만 타격을 주는 건 가능하고요.”

“음….”

“조금 애매한가요?”

“아뇨.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파티원들의 동의를 구해야 할 사안이라… 물론 저희 파티를 찾아주신 건 너무나도 감사합니다만 일반적인 마법사가 아니다 보니….”

‘하… 슈바…. 특수직업 차별 금지다, 이 새끼야.’

“영웅 등급의 직업이고 전직한 지 오래되지는 않았어요. 스탯도 딱 영웅 등급에 맞추어져 있고요.”

“그렇군요.”

‘이래서 정석 파티는 짜증 나는데.’

성향과 기벽을 보니 왠지 모르게 틀에 박힌 성격 같다.

그다지 커다란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도 고민하고 있는 모양새는 가관.

물론 파티장으로서 녀석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짜증 나게 마련이다.

이렇게 시간을 끌고 있는 와중에도 점점 광장에 사람들이 줄어드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하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

엿이나 먹으라고 말한 이후에 깔끔하게 뒤를 돌아보고는 싶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정석이 아닌 특수직군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제대로 깨달았기 때문.

아마 이 파티가 아니라 다른 파티를 가더라도 똑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리라.

‘마법사도 아니고 소환사도 아니니까. 애매하게만 비쳐지겠지, 뭐.’

내가 생각해도 애매한 능력이다. 애매한.

“아, 안 될까요? 오늘은 꼭 나가봐야 될 것 같은데… 하으. 어쩌지.”

“물론 가능합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

하지만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앞이 아니라 뒤쪽이었다.

자연스레 고개를 돌리니 눈에 보인 것은 방패와 둔기를 메고 있는 전사.

‘김태건?’

내구와 체력이 높은 전형적인 전위. 막 인사를 보내기 전에 전방에 있는 이철호가 김태건을 반겼다.

나를 뺀 이후에 자신들끼리 대화에 진입한 것이다.

“태건아.”

“시스템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말도 있잖아. 영웅 등급의 직업이고 스탯도 맞추셨다고 말하시는 데, 고민할 필요가 뭐가 있겠어? 이대로 여기에 있는 것보다 차라리 밖으로 나가 뭐라도 하는 게 나아. 자세한 이야기는 목적지로 향하면서 들어보면 되고. 정 아니다 싶으면 사례비라도 드리면 되니까.”

“네. 아마 실망하시지는 않을 거예요. 틀림없이요.”

“그렇다면….”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을 때 그 옆에 있는 국민지의 표정이 눈에 띄게 안 좋아졌다.

그 이후에 내뱉은 대사 역시 가관.

“저는 일단 반대예요.”

‘아, 쟤는 또 왜 저래?’

“오빠들 생각도 이해는 되지만 저는 조금…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린델에서 먹고 살기 힘들다 진짜.

‘같은 여자잖아. 시바. 협력 좀 하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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