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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446화 (445/1,590)

# 446

회귀자 사용설명서 446화

우정 클랜 우정에 금가는 소리(1)

‘이거 근데 이 상태로 잘할 수 있으려나.’

이철우의 표정이 현재의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어떻게 봐도 작금의 상태로 뭔가를 한다는 건 무리수에 가깝다.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가라앉아 있는 것은 물론 파티원들이 커다란 갈등을 겪은 이후였으니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사과를 주고받아 억지로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기는 했지만 겨우 몇 마디 주고받았다고 해서 지난날의 앙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까보다는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국민지의 표정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참는다.

혹은 이번 원정까지만 조용히 있자는 느낌이 강했다.

더 이상 시비를 걸지 않을 뿐이지 표정 자체는 충분히 적대감이 있다고 말할 만했다.

만약 내가 우정 클랜의 클랜마스터였다면 분명히 파티를 뒤로 물렸으리라.

현재 상황에서 원만하게 전투를 끝낸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니까.

하지만 이번 원정을 뒤로 물린 다는 건 우정 클랜의 선택지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영웅 던전 입장 비용, 희귀 등급의 방값, 보험비와 그 외 잡다하게 빠져나간 비용을 생각해 보면 더욱이.

돌아간다는 것은 곧 빚더미에 앉는다는 말이다.

‘진짜 머리 아플 것 같은데….’

그 말대로.

안전을 위해서라면 파티를 한 번 더 재정비하는 것이 무조건 옳다.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모두가 알고 있는 선택지였지만, 적어도 이 클랜은 이번 손해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내실이 탄탄하지는 않다.

너무 분탕을 친 것은 아닌지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은 당연지사.

그나마 보험이 있기에 망정이다.

만약 보험마저 없었다면 커다란 손해를 볼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던전을 빠져나갔으리라.

목숨보다 소중한 건 없으니까.

이런 상황을 초래한 건 어디까지나 국민지 일행이었지만 어느 정도의 책임을 가지고 있는 나 역시 미안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괜스레 입을 열자 곧바로 대답이 들려왔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노력해 볼게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기연 씨… 무리하지 않으시고 지시사항에만 잘 따라주시면 됩니다. 혹시 어떤 문제가 생겨도 저희 쪽에서 잘 수습해 보겠습니다.”

‘이놈 이거….’

뭔가 커다란 기대를 하지는 않는 눈빛.

저런 얼굴을 하고 있는 건 충분히 이해가 가기는 했지만 왠지 모르게 굉장히 섭섭해졌다.

‘그래. 니 마음대로 생각해 봐라. 누나가 다 알아서 해줄라니까.’

주변 인물들이 너무 괴물이라 그렇지 나도 그렇게 약한 편은 아니다.

최소한 영웅 등급에서 비빌 정도는 된다.

아니, 오히려 조금 유능한 편에 속할지도 모른다.

디아루기아의 촉매로 날개나 꼬리를 만들었던 드래곤 알케미스트의 능력은 사용하기 조금 그렇지만 그전 직업이었던 고유 영웅 등급 생체연금소환사의 능력은 아직 건재.

예전과는 다르게 전설 등급의 촉매가 가방 안에 수두룩하다는 걸 생각해 보면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거다.

물론 내 기본 능력 이상의 몬스터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는 게 현실이지만 최소한 이 정도 등급에서 빌빌거릴 정도로 빛기연은 약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패왕이라고 할 만하다.

홀로 고개를 끄덕이는 와중에도 김태건은 파티원들의 멘탈을 잡기에 여념이 없다.

‘그래. 그 정도는 해줘야지.’

국민지를 따로 불러 잘 이야기를 하는 한편, 다른 세 여성의 멘탈도 케어하기 시작.

효과는 미비한 것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확실히 국민지 외 4인방의 표정도 어느 정도 풀렸고 이번 원정이 끝날 때까지만 참아보자 생각하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국민지 패거리의 두 여성은 뭔가 이 파티에 정이 떨어진 것 같지만, 투자한 게 있는 만큼 이번 원정까지는 열심히 뛰어줄 것이다.

뇌피셜에 불과하지만 이번 원정 이후로는 우정 클랜의 행보가 그리 좋지만은 않을 것 같은 느낌.

이철우 바라기인 국민지야 클랜에 남을 것 같지만 남은 이들은 그렇지 않다.

혹시나 이번 원정 이후에 우정 클랜의 우정이 박살 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 상황.

클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철우와 김태건도 이런 분위기를 느끼고 있기 때문에 저들을 잘 타이르려고 하는 것이리라.

이번 원정이 어떻게 끝나느냐.

거기에 이 클랜의 운명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축 멤버들의 얼굴에 알 수 없는 비장함이 감돌고 있는 게 바로 그런 이유였다.

-우정 클랜 파티는 1분 후 진입 예정입니다.

“모두 일어나시죠. 서로 조금 인상 찌푸릴 일이 있기는 했지만… 들어가고 난 이후에는 아까의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민지야.”

“노력할게요, 오빠. 그리고 다시 한번 죄송해요.”

“아니요.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민지 씨.”

-영웅 등급의 박물관 전투실로 입장합니다. 모든 몬스터는 세 차례에 걸쳐 등장하며 높은 확률로 영웅 등급의 네임드 몬스터가 출연하게 됩니다. 보상 역시 세 차례에 걸쳐 지급되며 확률은 랜덤입니다. 전투실 오른쪽에 있는 돌림판을 돌려주시는 즉시 전투가 시작되니 이점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돌림판도 여전하네.’

“신기한 시스템이네.”

“그렇지…. 조금 애들 장난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위험은 진짜니까. 모두 준비는….”

“준비됐어요.”

“저도요, 오빠.”

“네.”

“그럼, 곧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돌림판이 돌아갑니다.]

모두 나름 긴장된 눈으로 돌림판을 바라보고 있다.

까다로운 몬스터가 나온다면 이후 전투에서도 문제가 생길 테니 무난한 녀석으로 나왔으면 바라는 듯한 모습.

아마 모두가 희귀 등급의 몬스터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게 가장 남는 장사니까.

물론 그렇게 쉽게 일이 진행될 리 만무.

[돌림판이 멈췄습니다.]

[영웅 등급의 하위 네임드 몬스터 타락한 나무의 정령 엠브로시아가 선택되었습니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다.

‘나쁘지 않은데?’

목 속성의 몬스터라면 그나마 상대하기 편한 축에 속한다.

성직자를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언데드나 애초에 상대하기 까다로운 독 속성 몬스터.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체력이 빠지는 화 속성 같은 것보다는 백 배는 낫다.

화 속성의 아티팩트가 가장 흔하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이 정도라면 무난하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으리라.

“나쁘지 않군.”

“응. 처음치고는 잘 걸린 것 같네. 일단 모두 전투 준비. 처음은 패턴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태건아, 부탁한다.”

“음.”

“어그로가 확실히 끌릴 때까지는 마법이나 다른 공격은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연 씨 같은 경우에는 따로 신호를 드리겠습니다.”

“네. 부탁드려요.”

“전투 준비. 시작.”

철커덩, 철커덩거리는 소리와 함께 썩은 나무 자식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순식간.

덩치가 생각보다 커다란 느낌이라 아까 같은 여유가 얼굴에서 사라지기는 했지만 적당한 긴장감이 있는 편이 낫다.

곧바로 달려들기 시작하는 김태건과 김태건의 몸에 온갖 버프를 쏘아 주시는 성직자 이철우.

국민지 역시 돌발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만큼 김태건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이들의 능력치는 충분히 고개를 끄덕일 만했고 딱히 모난 곳이 있다고 하기에는 힘들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내 착각에 불과했던 모양.

‘뭐야… 이 새끼들 지금 뭐 하는 거지?’

용맹하게 달려들어 커다란 몬스터에게 투닥거리는 꼴은 가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돌진했던 김태건은 어느새 녀석과 일기토 아닌 일기토를 벌이고 있었다.

자신의 용맹함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는 심정은 이해가 갔지만 이건 솔로 사냥이 아닌 파티 사냥.

파티원들이 들어올 공간까지 마련해 줬던 박덕구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수룩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거 덕구가 진짜 재능 있었던 거 아니냐….’

박덕구 재능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리라.

사실 이철우 녀석도 마찬가지.

우리 파란에 메인 사제라고 할 수 있는 선희영과 질적으로 다르다.

사제는 단순히 힐만 넣고 버프만 넣어주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멍청이가 많지만 엄연히 사제 역시 손 빨을 타는 직업 중에 하나다.

어느 정도의 신성력을 보유했냐만큼이나 어떤 타이밍에 주문을 걸어주는가 역시 중요하다.

더욱더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은 그나마 저 둘이 나은 편이었다는 것.

아무 의미 없이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탱커의 시선만 분산시켜 주는 국민지.

쓸데없이 화살을 당기는 레인저.

서브 탱커 겸 근접 딜러의 역할을 부여 받은 여자 한 명은 도대체 뭘 하는지도 모르겠다.

굳이 파란에서의 포지션을 구분하자면 조혜진의 포지션과 굉장히 유사하건만, 자신이 뭘 해야 하는 건지 길을 잃은 게 보인다.

가장 최악인 것은 검을 들고 있는 여자.

즉 파티에서 김현성의 역할을 맡고 있는 녀석이다.

‘완전 쓰레기 아니야. 이거…. 저게 사람이냐?’

애초에 우리 파티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는 하다.

개인 능력만 따지고 본다면 감히 언급하기가 미안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파란이 영웅 등급이었던 시절 때도 결코 저러지는 않았다.

개개인의 스펙은 낮았지만 팀플레이 하나 만큼은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릴 만했다는 거다.

‘얘들은 어떻게 사냥하는지 잘 모르는 거야.’

딱히 멘토가 없었음이 분명.

병아리 시절부터 사랑스러운 회귀자에게 빡세게 굴려졌던 우리 파티와는 태생 자체가 다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저들의 입가에는 나름대로의 자부심이 보이기 시작.

“시작이 좋군요.”

라고 지껄이는 이철우의 얼굴은 ‘이게 바로 우정 클랜이다’라고 말하는 듯했고 한 것도 없으면서 비릿하게 웃고 있는 국민지의 표정도 볼만했다.

본인들의 능력에 아주 대단한 자부심이라도 가지고 있는 게 틀림없어 보인다.

“슬슬 본격적으로 딜을 넣어도 될 것 같은데!”

‘그럼 지금까지는 뭐였던 건데… 이 새끼들아.’

“기연 씨, 바로 캐스팅 부탁드립니다.”

“네.”

“너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력을 아껴주시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저희가 전부 알아서 할 수 있습니다.”

‘뭘 믿고?’

“네.”

지루하다 못해 귀찮게 느껴진다.

이 정도까지는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준신화의 힘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무한의 가방에 손을 뻗으니 평생 쓸 일이 없을 것 같았던 촉매가 손에 들어온다.

[불의 거인의 정제된 마력 가루-전설 등급]

고작 영웅 등급의 몬스터를 처치하기 위해서 준비됐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비싼 촉매.

애초 영웅 등급 잡으려고 전설 등급의 촉매를 쓴다는 게 수지 타산에 맞지 않는다.

물론 돈이 썩어 나는 빛기연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손가락을 딱 하고 튕기지 허공에서 커다란 불의 주먹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

“태건 씨, 잠깐.”

“네.”

눈치가 없는 것은 아닌지 마법이 떨어진 타이밍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기자 바닥에서 튀어나온 커다란 손이 녀석을 붙잡는다.

‘이 새끼 왜 안 죽어?’

아무리 전설 등급의 촉매를 사용했다고 한들, 공격력이 약하다는 고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모양.

확실히 효율이 좋다고 하기에는 힘들다.

디아루기아의 촉매라면 조금 더 나았겠지만 현재 내가 사용하고 있는 방식은 고작해야 고유 영웅 등급의 연금마법이었으니까.

물론 대미지가 아예 먹히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딱 한 번에 정리되지 않았다는 건 아쉬워 할 만했지만 누가 봐도 타락한 나무의 정령은 대미지를 받고 있다.

손가락을 튕기자 다시 한번 커다란 주먹이 내리 떨어진다.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기자 불의 거인의 상체가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커다란 녀석이 상대적으로 작은 나무의 정령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니 반칙처럼 보일 지경.

타락한 나무의 정령은 억울하다는 듯이 비명을 내지르고 있지만 불의 거인은 빨간 불에도 멈추지 않는다.

콰득!

콰아아아아앙!!

콰지지직!

콰아아아아아아앙!!!

쿠드드드득!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지금까지 사용한 촉매의 가격만 해도 천문학적이라고 하기에 충분.

하지만 그런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우정 클랜 여러분은 커다랗게 입을 벌릴 뿐이었다.

“말도… 안 돼….”

‘말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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