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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466화 (464/1,590)

# 466

회귀자 사용설명서 466화

대륙 합동 훈련(1)

“그럼… 대륙 내에 있는 전 병력이 모이는 거요?”

“아무래도 그렇게 하기는 힘들걸. 대형 클랜과 길드. 그러니까 우리 교국으로 따지면 교국8좌를 비롯한 린델의 3대 길드, 실리아에서는 카스가노 유노가 이끌고 있는 요조라, 다완에서는 안개 소환사 천관위와 원거리 저격수 위란이 공동 운영하고 있는 길드 정도가 되겠네. 공화국이나 왕국연합, 그 외 중소국 에서도 굵직하고 덩치가 큰 이들을 보내 올 거야.”

“규모가 생각보다 큰 것 같은데.”

“덕구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클 거다.”

“음.”

“너무 대형 길드끼리 해 먹는 그림이 나오면 반발을 얻을 수도 있으니까. 탑급이 아니더라도 규모가 있는 몇몇 클랜과 길드도 함께 가야지. 국가에서 다루고 있는 무력 집단도 신경 써야 하고.”

“최근에 엄청 바쁘던 게 그것 때문이었구만.”

사실 다른 이유도 상당부분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대륙 총 합동 훈련이 가지고 있는 비율도 적다고는 할 수 없다.

인선을 뽑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본래는 오스칼을 비롯한 교국의 의원들이 결정해야 할 문제이기는 했지만 현 교국의 권력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내 입김이 들어가지 않을 리 만무했다.

교국 내에서 쓸 만한 중형 클랜 명단을 전부 추려내고 그 명단 내에서도 친파란 성향인 이들을 다시 선별한다.

우리가 남이가 스킬을 사용하는 게 양심에 걸리기는 했지만 솔직히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비슷한 능력과 비슷한 덩치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같은 후보로 올라온다면 아무래도 다루기 쉬운 쪽을 더 선호하게 마련이다.

단순한 훈련이라고 하기에는 걸린 게 커다란 이번 모임은, 사실 참가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이권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었으니까.

너무 3대 길드에 우호적인 클랜 만 선별한 게 아니냐는 불만을 불식시키기 위해.

전혀 연관성이 없는 클랜 하나를 들인 것 이외에는 모두 이기영의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편하게 가야지. 편하게.’

슬그머니 바깥을 바라보자 유니콘을 탄 채로 마차를 호위하고 있는 조혜진의 모습이 보였다.

옆에서 함께 그리폰을 타고 있는 김현성과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아 보이는 얼굴에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

마무리가 좋지 않아 멘탈에 영향이 갔을 거라 걱정했지만 벌써부터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고 있다.

그건 조혜진뿐만이 아니라 김현성도 마찬가지였는데, 아무래도 둘은 저번 사건을 아무 일도 없었던 일로 하기로 무언의 합의를 한 모양이다.

‘뒤끝은 없어서 마음에 드네.’

실제로 조혜진 떡락사건 이후에 둘이 함께 다니는 모습을 종종 본 적이 있었다는 걸 떠올려 보면 더욱더 그렇다.

아무튼 간에 그 사건 이후에 조노보노가 퍼런색 갑옷을 버렸다는 게 가장 커다란 성과.

차인 이후에 회귀라도 한 것처럼 예전으로 돌아가는 걸 보고 걱정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퍼런색 갑옷은 짐짓 마음에 걸렸던 것 같았다.

‘다 괜찮은 거지, 뭐.’

최상의 결과는 아니었지만 최악의 결과는 아니었다.

일단 처음 목적이었던 김현성의 휴식에 대해서는 엄지를 치켜 올릴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

깨달음인지 뭔지 무협지에나 나오던 걸 얻은 이후로는 이전보다 더 마음에 여유를 두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 다른 말이 필요 없으리라.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옆에 있던 박덕구가 다시 한번 입을 열어왔다.

“형님, 그러고 보니까 요즘 혜진 누님이랑 우리 형씨랑 분위기가 조금 묘하지 않소?”

‘귀신같은 놈.’

“딱히 뭐라고 말해야 될지는 모르겠는데 둘 사이에 뭔가 큰 사건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요. 왠지 모르게 촉이 온다니까. 둘이 밖에 자주 나갈 때만 해도… 이 후각이 발동하지 않았었는데 저번 주 형님이랑 혜진이 누님이랑 같이 술 먹고 들어온 날 이후로 분위기가 묘하단 말이야.”

‘시바… 이쯤 되면 맡겼어야 되는 거 아닌가.’

본능적으로 얘한테 맡기면 둘을 이어주는 게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강원도 연애박사니 뭐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본인의 입으로 중얼거려서 신뢰감이 가지는 않지만, 이렇게 냄새를 잘 맡는 걸 보면 뭐라도 해낼 것 같다.

실제로 정하얀과 나 역시 녀석이 이어준 게 아닌가.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조혜진에게 녀석을 붙이고 싶었지만….

‘그럴 타이밍은 아니지.’

현 상태의 김현성과 조혜진을 다시 한번 흔들고 싶지는 않았다.

둘 모두 겨우 안정을 찾아가는 타이밍이었으니까.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훈련에나 집중해라, 덕구야. 예전보다 많이 발전하기는 했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거 누구보다 네가 제일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

‘그런 표정 짓지 마.’

잠깐 흘겨봤을 뿐인데도 주인한테 버림받은 강아지 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

결국에는 다시 한번 녀석을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요즘 좀 어떤데?”

“큼. 거… 뭐, 나야 항상 큼. 항상 열심히는 하고 있기는 한데….”

“그렇기는 한데?”

“최근 좀 벽에 막힌 듯한 느낌이요. 뭘 해도 좀처럼 달라지는 것 같지 않고… 여기저기에 물어보고 있는데 좀처럼 성장하는 것 같은 느낌이 안 든다니까.”

“고급 마력 운용 지식은 어떤데? 아직 그쪽으로는 조금 더 성장할 여유가 있을 것 같은데.”

“그쪽은 영 어려워서…. 혜진이 누님이나 예리한테 물어봐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하고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아무래도 마력을 다루는 센스 같은 게 부족한 느낌이랄까. 그래도 일단은 계속 노력하고 있소.”

‘그거야 당연하겠지.’

김현성, 김예리와는 다르게 녀석은 이미 자신의 성장치를 거의 꽉 채웠다.

지금도 충분히 전설급 탱커로서 쓸 만하지만 여기에서 더 극적인 성장을 보여주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마력 수치가 낮으니 고급 마력 운용지식을 다루는 데 한계가 있을 테고… 그 능력치의 한계는 곧 상위 모험가로서의 한계라고 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을 테니까.

박덕구의 경우에는 이제 본인의 능력보다는 아이템이나 그 외적인 것으로 버무리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다.

일단 전설급 탱커로 자리 잡은 것만 해도 박수를 쳐줄 일이니까.

녀석에게 김현성이나 김예리 같은 역할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 또 우리 형씨가 팍 하고 달라지지 않았소. 그래서 또 어떻게 그럴 수 있나 물어보기도 했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뿐이라. 이게 진짜 신기한 거요. 같은 검을 휘두르는 입장에 있는데 검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니까. 나 같은 경우에는 이해하고 휘두른다는 느낌이 전혀 없거든. 그런데 형씨는 다르더라니까.”

“뭐가?”

“자기 자신이 펼치는 검술을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 말이요. 전직하거나 특성을 얻었을 때 얻는 지식을 자기 걸로 만들었다는 예가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무슨 말 하는지 알겠네.”

이를테면 정하얀과 내 차이라고 봐도 될 것 같았다.

스킬을 사용하듯 마법을 펼치는 것과 그 마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펼치는 것의 차이다.

‘이게 재능의 영역인 거지.’

현대인이 검이나 마법에 대해서 뭘 알겠는가.

정하얀이나 김현성 같은 경우가 특이한 경우인 거지.

하지만 궁금증이 들기는 한다.

정하얀도 깨달음이고 어쩌고를 맞이한 적이 있는지.

“하얀이는 어때?”

“네, 네?”

은근슬쩍 말을 건네자 찰싹 달라붙기에 여념이 없었던 정하얀이 입을 열어왔다.

“계단 하나를 뛰어넘었다고 느낄 때가 있었어?”

“아! 네… 네. 다, 당연히요. 무슨 느낌인지 정확히 설명드리는 건 확, 확실히 어렵기는 한데…. 막 아래가 간질간질간질 했다가 그게 머리 위 까지 올라와서 퍼엉 하고 터지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퍼엉! 퍼엉! 퍼퍼어엉! 막 머리가 새하얗게 변하고 손이랑 발가락도 덜덜덜 떨리고… 눈동자도 막 위로 계속 올라가는 것 같고…. 순간적으로, 아니, 몇 시간 동안은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이어서… 그 뒤로 마력도 파악하고 올랐어요.”

“신기하네.”

아마 이쪽은 평생을 가도 느끼지 못할 기분이리라.

저런 건 일반인의 영역이라고 볼 수 없으니까.

“엘레나 님은….”

“저 같은 경우에는 하얀 씨와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신을 만나고 난 이후에야 비로소 계단 하나를 올랐구나 하는 느낌이 있었으니까요. 마치 번개에 맞은 듯 찌릿찌릿한 느낌 이후에는 곧바로 신을 목도 할 수 있었죠. 자애롭고 사랑 넘치시는 신성력을 제 안에 직접 부여해 주신 느낌이었습니다.”

‘나는 베니고어 실제로 만났는데도 깨달음이고 나발이고 없던데. 아니 신성력을 받은 건 맞긴 하네….’

연금술사라는 클래스가 괜히 비전투직군이라 불리는 게 아니란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애초에 연금술사는 생산직이다.

그나마 망치를 휘두를 수 있는 파란의 대장장이 유아영과는 다르게 정말로 생산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연금 소환 마법은 깨달음이라는 거창한 말이 필요 없는 마법이 아닌, 골드로 조지는 기술이고 이쪽의 밥줄이라고 할 수 있는 물약 시리즈도 마력이 올랐다고 효율이 오르는 게 아니다.

‘그나마 직업이라도 준신화여서 다행이지….’

아니면 이 괴물들 사이에서 물약만 만들고 있을 뻔했다.

그렇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마차에 앉아 있는 엘레나와 정하얀을 바라보고 있었을 때였다.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던 마차가 갑작스레 멈춰 선 것.

한쪽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한소라와 선희영 역시 조용히 이쪽을 바라봤다.

‘아직 도착할 시간대가 아닌데.’

“덕구야, 혹시 무슨 일 있나 잠깐….”

“알겠소.”

후위들을 보호하기 위해 함께 마차 안에 있었던 박덕구 마저 슬그머니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선희영이 조심스레 입을 열어왔다.

‘얘는 진짜 왜 이렇게 점점 예뻐지냐.’

검은색 세계의 기억이 갑작스레 떠올라 괜스레 얼굴이 붉어진다.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요?”

“아뇨.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앞에서 사고라도 생겼나 봅니다.”

“보호 주문이라도 외워 두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겁니다.”

바깥으로 나갔던 박덕구가 다시금 마차 안을 두드렸던 건 바로 그때였다.

“형님.”

“몬스터라도 나타났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아무래도 다른 나라랑 도시에서 온 사람들 때문에 교통정리가 안 되고 있는 모양이요. 입구가 좁아서 한 번에 다 못 들어가고 있으니까. 왕국연합 어디 대형 길드랑 저 위에 북부에 있는 대형 길드 마차도 부딪친 것 같다니까.”

“…….”

“…….”

“선두는 뭐 하는데?”

“타국 인사들이랑 잘 조율하고 있는 것 같은데… 조금만 기다리면 아마 해결될 거요.”

“뭘 기다려.”

“엉?”

“기다릴 필요 없어.”

“그럼….”

“깃발 들고 그냥 밀고 나가.”

“그게 지금 입구가 꽉 막혀서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됐다. 내가 직접 나갈 테니까. 바깥으로 나갑시다. 여기서부터는 마차에 내려서 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네, 네, 오빠.”

“그렇게 하겠습니다, 부길드마스터.”

안 그래도 마차에 있었던 게 답답했던 참이다.

바깥으로 나가니 확실히 소란스러운 느낌이 있다.

병사들은 무슨 일인지 앞쪽을 확인하려 했고 김현성과 조혜진은 잡담 중이다.

아무래도 그냥 밀고 나가는 그림은 그려보지도 않은 모양.

김현성을 둘째치고라도 조혜진까지 양보의 미덕을 안고 살아가는 동방예의지국에 일원일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덕구야, 깃발 들어라.”

사방에서 시선이 모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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