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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472화 (469/1,590)

# 472

회귀자 사용설명서 472화

이간질(3)

김현성.

파란의 길드 마스터. 직업은 알려지지 않았음. 검사 계열의 근접 직군일 가능성이 높음.

전설 등급 이상의 무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직업 역시 전설 등급으로 추정됨.

민첩 능력치가 최소 90을 넘겼을 거라고 판단되며 근접 직군답지 않게 높은 마력 수치를 지니고 있음.

정보가 적어 어떤 성격인지 파악하기 어려움.

훈련과 업무로 시간 대부분을 보내고 여가 시간을 거의 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음.

전형적인 모범생 타입으로 술과 여자를 멀리하는 것이 특징.

이기영.

파란의 부길드 마스터이자 라이오스의 영웅, 교국의 명예 추기경. 드래곤의 선택을 받은 자.

파란의 길드 마스터 김현성과는 튜토리얼 동기로 마법사 정하얀, 전위 박덕구와 함께 던전을 공략함.

최소 전설 등급의 연금술사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직업명은 알려지지 않았음.

육체적 능력은 미약하지만, 최소 95가 넘는 신성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

베니고어의 열렬한 신도이며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함.

교국민들이나 모험가들 가리지 않고 여러 방면에서 봉사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청렴하고 희생적인 성격.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게 특징 아닌 특징.

이전에 읽은 보고서를 떠올리자 괜스레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참…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여기까지 올라왔는지 몰라.’

한 명은 훈련과 업무밖에 할 줄 모르는 샌님이고 한 명은 희생정신이 투철한 사제다.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필드에서 살아남아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는지 의아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대륙 전체를 좌지우지할 힘을 가진 듀오라기에는 평범하다 못해 실망스러울 정도.

물론 무력이 중요한 이 세계에서 김현성이 가진 무력은 그들의 평판을 올리는 데 도움을 줬을 거다.

하지만 이 장소가 어디 무력만으로 돌아가는 세상인가.

교국의 상황을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사람 사는 곳은 어딜 가나 똑같기 마련이라고 생각했다.

어째서 그들이 린델의 3대 길드라고 불릴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 궁금증이 인 것은 당연지사.

실제로 정보과에서도 그 부분을 가장 중점적으로 파고들었고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그 이유를 들었을 때 조금 맥 빠지는 경험을 해야만 했지만, 적어도 이쪽에서는 쾌재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붉은용병과 검은백조.’

김현성은 검은백조의 길드 마스터 박연주와, 이기영은 용병 여왕 차희라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던 것.

김현성과 박연주의 사이에 대해서는 아직 정보가 적었다.

반면 이기영의 경우에는 용병 여왕과 지구에서부터 깊은 관계에 있었다는 정보를 받을 수 있었다.

파란 길드가 본격적으로 린델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후, 서로를 견제하던 검은백조와 붉은용병이 갑작스레 공동전선을 펼치기 시작한 정황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웃기지도 않아. 진짜.’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이유였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파고들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린델의 중심은 파란의 듀오다.

당장 이 둘이 찢어진다면 파란은 가지고 있는 힘의 반도 지키지 못할 것이 분명.

검은백조와 붉은용병의 사이까지 예전의 관계로 돌려놓을 가능성도 농후했다.

대륙에 가장 강한 영향력을 뿌리고 있는 린델의 3대 길드가 와해되는 것이다.

타 국, 타 도시, 타 길드로서는 환호성을 지를 수밖에 없는 소식이라 할 수 있으리라.

‘언제까지 3대 길드가 다 해 먹는 꼴을 봐야 해?’

집단을 가지고 있는 권력자라면 누구라도 할 수밖에 없는 생각이었다.

‘조금 미안하기는 하지만 어쩌겠어. 너희들이 찢어져야 우리도 숨 쉴 구멍이 생기는 데….’

괜스레 웃음이 나오기는 했지만, 지금은 그 웃음을 꽉 참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일할 시간이었으니까.

“역시 파란은 대단하군요.”

“그렇지 않습니다. 카일리 예일 님.”

“아뇨. 대단한 걸요. 5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 규모라니… 자제는 전부 린델에서부터 챙겨오신 건가요?”

“예. 최대한 간소화하고 싶기는 했지만, 길드 직원들이 따로 고생하는 걸 기영 씨가 좋아하지 않는 터라….”

‘어련하시겠어.’

“전부 균열랜드에서 쓰고 남은 자제들입니다. 조립식으로 양산되어 있어서 간단한 마법으로 만들 수 있고요. 지금 당장은 간이 천막을 사용하셔야겠지만,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카일리 예일 님을 비롯한 다른 길드에게도 이런 건물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네? 그게 정말인가요?”

“네.”

“그, 그럼… 비용 처리는….”

“비용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파란 길드에서 전부 부담하기로 이미 협의가 된 상태니까요.”

“그런… 그래도 되는 건가요?”

“지금 당장은 대륙 합동 훈련에서 성과를 보는 게 최우선 사항입니다. 저희 길드도 그렇지만, 다른 분들 역시 훈련 외에 다른 부분에 대해 신경 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숙면을 취하고, 좋은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여러 가지 부분에서 능률이 올라갈 겁니다.”

‘진짜 돈 많네.’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감도 잡히지 않았다.

‘이런 걸 무료로 지급한다고?’

저도 모르게 입을 떡하니 벌릴 정도였으니 다른 표현이 필요 없으리라.

간이로 지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커다랗고 고급스러운 길드 하우스.

왕국에 있는 맨하튼의 길드 하우스보다 더 규모가 크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아니, 실제로도 커다랄 것이다. 어디 그것뿐인가.

조립식으로 양산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지만, 벽면의 자제는 싸구려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마법? 아니면 연금술의 일종?’

뭐가 됐든 상관은 없다. 중요한 건 이게 곧 수중에 떨어진다는 거였으니까.

‘얼마만큼이나 호구인 거야?’

사람이 좋아도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쓸모없는 길드 직원들을 고생시키기 싫다고 숙소를 올린 이기영이나, 원활한 훈련을 위해 그걸 전부 무료로 지급하겠다는 김현성이나….

사실은 병신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러니까 이렇게 바보처럼 당하고 있는 거겠지.’

아직 결과가 나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

이미 계획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으니까.

김현성에 대한 정보는 실망스러울 정도로 적다.

하지만 이기영에 대한 정보는 그렇지 않다.

대략적인 성향을 파악할 수 있었고 실제로도 천천히 물들이고 있는 중.

‘이렇게 쉬울지 누가 알았겠어.’

본래 깨끗한 사람일수록 쉽게 타락하기 마련, 그렇기에 이기영은 타락시키기 적당한 대상이었다.

전도가 목적인지는 내 알 바 아니지만, 선천적인 성격이 타인과 어울리는 것을 즐기는 성격이었다.

실제로도 타인의 말에 잘 휘둘리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베니고어의 교리나 주변 지인들에게 피해만 가지 않는다면 여러 가지 부탁도 잘 거절하지 못한다.

교국의 의원들이 괜히 그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명예 추기경은 이용하기 편하니까.’

아마 여러 가지 국가 행사에 얼굴마담으로 불려 다니는 것도 그런 연유 때문일 거로 생각했다.

이렇게 휘둘리기 쉬운 사람이 아직 그 순수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놀랍다.

‘청렴하고 결백해?’

청렴, 결백은 개뿔….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어?’

술이든 여자든 약이든 간에 제대로 접하지 못했을 뿐이다.

교국의 귀족들과 차를 마시는 것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즐거운 시간을 선사할 자신이 있었고, 그 생각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잘 들어맞았다.

첫째 날과 둘째 날은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재미가 들렸는지 부르지 않아도 쓰레기들과 어울리고 있는 중.

만약 교국의 백성들이 명예 추기경이 어울리는 자리를 본다면 자신의 눈을 비비며, 믿지 않을 것이 분명하리라.

술에 취해 여자와 스킨십을 하고 온갖 더러운 소리에 억지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은 그의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모습일 테니까.

겨우 5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기영이라는 순백색 도화지는 조금씩 검은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운이 좋으면 완전히 꼭두각시로 만들 수도 있겠는데….’

방법은 쉽다. 마시고 있는 술에 약을 타는 방법도 있고 여자로도 다룰 수 있다.

물론 이런 방법은 둘 사이가 완전히 끝난 이후겠지만, 그것도 금방이다.

김현성은 지속해서 이기영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듣게 될 거고, 눈앞에 있는 남자는 자신의 친우에게 실망하게 될 테니까.

김현성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주변을 슬그머니 살펴보니 어느새 식당에 도착한 상황.

일반 병사들이 이용하는 식당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에 조용히 탄식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마침 식사하는 인원들이 보인다.

하얀색 피부를 가지고 있는 여자와 커다란 덩치를 가지고 있는 남자.

머리를 묶은 자도 보였고 아직 학생으로 보이는 이도 보인.

지금 눈에 보이는 이들이 누구인지는 뻔할 뻔 자.

‘파란의 정예.’

정하얀, 박덕구를 비롯한 파란의 파티원들.

모의전에서 매번 괴물 같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이들이었다.

아무래도 이제 막 식사를 끝낸 모양, 조용히 눈인사하는 모습들이 시야에 비쳤다.

잠깐 움찔하기는 했지만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딱히 나쁜 짓을 하려고 찾아온 게 아니었으니까.

“자리에 앉으시면 됩니다. 아마 곧 식사가 준비될 겁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파란 길드 마스터.”

“아니요. 제가 더 감사합니다. 카일리 예일 님. 매번 훈련에 도움을 주시는 것 같아 안 그래도 따로 인사를 드리려고 했었는데….”

“아니요. 린델의 3  길드가 해주시는 것들에 비교하면 별것 아닌 걸요. 저희 길드가 하는 것들이야 아주 사소한 일들이고….”

“진지하게 훈련에 임해주시는 것만 해도….”

“당연한 일이에요. 어떻게 주최한 훈련인데… 얻어갈 건 얻어가야죠. 조금 분위기가 어수선하기는 하지만, 아마 곧 다들 적응할 거예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만….”

“제가 이렇게 도와드리고 있잖아요?”

“맨하튼 길드가 보여주시는 모습에는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아, 드시죠. 카일리 님.”

“항상 이 시간에 드시는 건가요?”

“사실은 조금 더 늦습니다. 마무리 업무를 끝내고 나면 조금 늦은 시간이 되는 터라… 최근 들어서는 간편하게 끝내는 편입니다. 아마 카일리 님이 오시지 않았더라면 적당히 끼니를 때웠을 겁니다.”

“식사는 꼭 하셔야죠… 혼자 일을 하시는 것도 아닌데… 명예 추기경님도 계시잖아요.”

“기영 씨는….”

“그러고 보니 보이지 않으시네요. 혹시 일찍 잠드신 건가요?”

“아닙니다. 아마 지금쯤 다른 분들과 계실 겁니다. 최근 다른 지역 분들과 친목을 도모하는 일이 잦아져서….”

“아… 소문이 사실이었군요.”

“소문 말입니까?”

“혹시 듣지 못하셨나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마력으로 새어나가는 음성을 차단하고. 조용히 이야기 꺼내면 되겠네.’

“이런 말씀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최근에 명예 추기경님께서 질이 안 좋으신 분들과 어울리고 다니는 것 같아서요.”

“네?”

소문은 뻥튀기되면 뻥튀기될수록 좋고.

“이 합동 훈련에 파란 길드 마스터처럼 좋은 분들만 참여하는 건 아니잖아요. 저희 도시에서 함께 온 분들인데… 게르한 님이라고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어요.”

“들어본… 적은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 지역에서도 골칫덩어리로 속을 썩이고 계시는 분이거든요. 실력은 좋지만… 인성이 조금… 그래서… 최근에 이기영 님께서 그분들과 어울리는 것 같아서… 훈련에도 제대로 참여하지 않으시고… 이건 정말로 근거 없는 소문이지만, 심지어 숙소에 여자들까지 끌어들인다는 소문도… 물론 이기영 명예 추기경님께서 그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혹시 최근에 길드 숙소에 들어오지 않으신 적은 있으신가요?”

“…….”

샌님한테는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충격적으로 들릴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표정이 조금 어두워지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낀 것은 당연지사.

순간적으로 몸이 떨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어?’

귓가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

앞에 있는 김현성의 목소리가 아니다. 마치 뇌를 울리는 듯한 목소리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 소, 소, 소문… 누구한테….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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