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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537화 (528/1,590)

# 537

회귀자 사용설명서 537화

히든 피스(4)

“아우터 갓.”

“네?”

“아마도 바깥의 신들일 겁니다. 선희영 씨가 본 신들 말입니다.”

“그걸 어떻게….”

“아주 오래된 고서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저도 정확히 어떤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자연스럽게 그 단어가 떠오르더군요. 모습은 확인해 보셨습니까?”

“아니요. 그렇게 자세히는… 형태도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제가 뭘 본 건지도 제대로 알 수가 없고요. 확신할 수 있는 것 하나는 제가 본 그것이 감히 가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존재라는 것 하나뿐이었습니다.”

“…….”

“…….”

‘바깥의 신은 또 뭔데, 시바.’

괜스레 허벅지를 툭툭 두드릴 수밖에 없었다. 아우터 갓이고, 바깥 신이고, 너무 허무맹랑한 정보가 한꺼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뭐야? 그래서 그게 뭔데?’라는 생각을 연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파도의 웜홀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이미 놀라운 이야기다. 한데 그것도 모자라 아우터 갓이 튀어나왔단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가장 말 많은 길드의 돼지도, 궁금한 게 많았는지 곧바로 입을 열어오는 게 시야에 비쳤다.

“신이라는 건 대륙을 관장하는 뭐, 그런 거 아니요? 대관절 바깥의 신은 무슨 소리인지… 베니고어 여신님이나 엘룬 여신 같은 신들과 다른 신이면 도대체 희영 누님이 본 건 뭐란 말이요.”

“말씀드렸다시피 저도 자세하게는 알지 못합니다.”

“너무 한꺼번에 정신없이 몰아치는 것 같아서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 그럼 아우터 갓이라는 건 우리가 생각하는 신의 범주에 있는 신이 아니라는 거요?”

“아마 그럴 가능성이 클 겁니다. 제가 읽어본 고서에서는 바깥의 신을 어디에도 포함되지 못한 신이라고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어디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단 말이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이 결코 우리에게 호의적이지는 않을 거라는 겁니다.”

“네, 길드마스터.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호의적인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관심이 없는 쪽인 것 같았지만… 사실 그것마저도 제대로 느낄 수 없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어디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아마 김현성도 정말로 모르고 있을 확률이 높다.

알타누스와 베니고어가 김현성한테 주는 정보를 최대한 제한해 왔으니 정확히 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을 턱이 없다.

만약 바깥 신이 뭔지 알고 있다고 해도….

‘이런 분위기에서 지 입으로 설명하지는 않을 거고.’

하지만 대충 이 대륙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내 입장에서는 몇 가지 의심 가는 정황이 있기는 하다.

김현성이 표현한 것처럼 아마 외부 신들이 어디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신들이라면 가장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는 건 아마….

‘이쪽 세계관으로 차원이나 행성을 배정받지 못한 신이라고 보면 되는 건가?’

할 만한 추측이기는 하다. 애초 차원과 대륙을 관리해야 할 신이 파도의 웜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는 게 설명이 되지 않았으니까.

이 차원은 절대 허투루 만들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이게 생겨났는지는 나도 알 수 없지만, 위쪽이나 아래쪽이나 명백하게 거대한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고 있다.

신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마치 회사에 다니는 회사원처럼 한 부서를 만들어 대륙을 감당하고 그 차원을 발전시키거나 부흥시키는 것으로 실적을 얻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규칙 역시 존재한다.

1. 대륙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신성을 소비한다. 기적이나 퀘스트, 신탁 역시 대량의 신성을 소비하게 된다.

2. 대륙의 신들이 인간의 일에 관여하면 막대한 페널티를 얻는다. 혹은 관여할 수 없다. 직접 해를 끼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3. 신성은 특별한 경우가 아닐 경우 사람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

정도의 이야기.

대륙의 신들이 인간들을 관리하는 신성한 존재이기는 하나, 그들 역시 우리와 더불어 사는 처지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간이 없으면 그들도 존재할 수 없고, 대륙과 차원이 없으면 그들도 살아갈 수 없다.

아마 바깥의 신이 그 단어 그대로 차원과 대륙 밖에 있는 신이라면 김현성이 괜스레 심각한 얼굴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리라.

그들은 이 몇 가지 제약에서 벗어나 있다는 뜻이 되는 거니까.

그들은 인간에게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 확실하게 가능할 것이다.

시스템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건 그 안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소리와 다름없다.

“그럼 악마 같은 거라 이 말이요?”

‘악마랑도 다르겠지.’

신들과는 경우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악마 역시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자리해 있기는 마찬가지였으니까.

악마조차 현세로 내려오면 시스템에 의해 페널티를 받게 되고, 시스템이 허락하지 않은 일들을 하려면 커다란 페널티를 감수해야 한다.

인간에게 직접 해를 끼치는 것이 가능하지만, 계약이 아니라면 그것마저도 제한적이다.

예상하건대 김현성이 말한 이 바깥쪽의 신은 그렇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

시스템의 제약에서 완전히 벗어난 신, 여기에서 의문점이 하나 더 생긴다.

‘신성은 어떤 식으로 긁어모으는 거지? 애초에 신성이 없는데 신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정은 두 개 정도.

굳이 신성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많은 포인트를 쌓아놓고 있던가.

‘다른 신들이 관리하고 있는 대륙에 직접 나타나 개판을 친다던가.’

대충 흘러가는 정황을 본다면, 후자일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을 것이다.

‘이 새끼들이였구나.’

김현성이 회귀한 이유.

‘이 새끼들이 맞는 것 같은데.’

베니고어가 자신들도 완벽하지 않다고 말한 이유.

‘맞아, 완벽하지 않지. 그걸 잘 기억해, 나의 자랑스러운 이기영 명예추기경. 우리도 완벽하지 않아. 불안전하지. 대륙 위에 있는 이들과 서 있는 위치가 다를 뿐,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아. 너는 그걸 잘 기억해야 해. 우리도 완벽하지 않다는 걸.’

그녀가 파산 이후에 내게 내뱉은 말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돈다. 어째서 자신들도 완벽하지 않다, 이렇게까지 강조해 말한 건지, 왠지 모르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당시에는 자기 자신이 저지른 트롤 짓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내뱉은 변명처럼 들렸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꼭 그렇지도 않다.

김현성과 인류가 마주쳐야 할 적이 신화적 존재라는 사실을 에둘러 표현한 걸지도 모른다.

단순한 망상에 불과하기는 했지만, 뭔가 하나씩 하나씩 들어맞는 것 같은 느낌. 초조해 보이는 김현성의 얼굴은 이쪽의 쓸데없는 가설에 더욱더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그럼 가면 쓰레기는?’

만약 정말로 1회 차가 이처럼 진행됐었다면 가면쓰레기의 행보 역시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바깥 신 밑에서도 일했던 거였나?’

여단에 들어간 이후, 악마와 계약하고 대륙을 분탕 친 것까지나 내가 알고 있는 가면쓰레기의 행보다.

이 이후부터 바깥의 신과 함께 일했다고 가정한다면 많은 게 맞아 떨어지지만, 마음에 걸리는 게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1회차 가면 쓰레기, 그러니까 악마 소환사 진청과 계약한 악마가 벨리알일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타 악마들은 몰라도 벨리알은 온건파로 분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악마 중 하나다.

그런 벨리알과 바깥의 신이 손을 잡았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가 힘들다.

물론 둘이 손잡고 또이또이 하자고 계약을 맺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아냐, 꼭 없다고만 생각할 수는 없지. 바깥쪽의 신과 합의하에 일을 저질렀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어.’

본래 이런 관계는 서로의 이해득실을 따라 움직이는 법이니까. 벨리알이라면 이 이해득실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계약한 악마가 벨리알이 아닐 수도 있고.’

머릿속 한편에 남은 찝찝함은 건재했지만, 일단 몇 가지 마음의 걸리는 일은 해결을 본 것 같았다.

아직 확인 작업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몇 가지 오류를 제외하고는 확정을 지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놀라웠던 건 나 말고 현 상황을 눈치챈 새끼가 있었다는 것.

“이건 혹시나 해서 하는 소린데 말이요. 조금 터무니없는 이야기이기는 한데… 왠지 감이 그렇다니까.”

“뭔데?”

“웃지 않을 거라고 약속하면 이야기해 본다니까.”

“안 웃을 거니까. 한번 이야기해봐.”

“거, 혹시… 공화국과의 전쟁이 끝나고 베니고어 여신님이 말했던 위협이라는 게 어쩌면 이걸 말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니까.”

“…….”

“…….”

‘감 한번 더럽게 좋네, 이 새끼.’

박덕구의 얼굴이 조금 당황스러워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리라.

모두가 웃음을 터뜨릴 줄 알았을 테지만, 장내의 분위기는 무척 진지하다고 봐도 무방했으니까.

특히 김현성이 깜짝 놀랐다는 얼굴로 녀석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왠지 속으로는 킹리적 갓심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새끼는 도대체 뭘까?’

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건….”

“그냥 단순한 감이요.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는데… 거, 우리 형님도 말하지 않았나,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고 말이요. 어쩌면 우리가 여기 온 것도 그럴듯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닐지 한 번 생각해 봤다니까.”

‘너 때문이잖아, 이 새끼야.’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요? 어떻게 우리 길드가 딱 배까지 끌고 도착한 이 타이밍에 우리가 이런 던전에 들어오게 된 건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니까. 정연 씨가 아까 그런 말도 하지 않았소.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우리를 이곳으로 인도한 걸지도 모른다고.”

“…….”

“어쩌면 우리가 앞으로 싸워야 할 적을 보여주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니까. 이 던전에 들어온 것도 그거요. 지금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시련을 극복하고 보상을 받아 한 계단 더 올라서라! 뭐, 이런 것 아니겠냐니까….”

“…….”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소. 진짜.”

실제로 소름이 돋는다. 어느 순간 눈을 뜨고 일어났을 때 녀석이 자신을 박덕십이라고 소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종류의 소름이었다.

쥐가 뒷걸음질을 치다 때려 맞춘 것과 진배없는 상황이었지만, 녀석의 추측은 들어맞는 면이 있다.

베니고어와 엘룬이 연락이 안 된다는 걸 생각해 보면 더욱더 그렇다. 베니고어가 말한 ‘윗분’이 어쩌면 영향력을 행사한 걸지도 모른다.

박덕구의 말처럼.

1회 차부터 지금까지 모든 걸 기억하고 있는 초월적인 존재가 개입했을 수도 있다는 거다.

“터무니없는 추측처럼 들리지는 않습니다. 물론 확실하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덕구 씨의 말을 염두에 두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뭘 어떻게 해야 되는 거요?”

“뭐가 됐든 이 던전을 공략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딱히 다른 방법이 보이는 것도 아니니까요. 순간이동도….”

“네, 네… 불, 불가능해요.”

“네, 불가능한 상황일 겁니다. 저 역시 많은 던전을 조사했었지만, 신화 등급의 던전이 있다는 건… 듣지도 보지도 못했습니다. 분명히 지금까지 클리어해 왔던 던전의 난이도와는 레벨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꼭 인지하시고 공략에 임해주셨으면 합니다.”

‘상상하기도 싫다, 시바….’

“기영 씨는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꼭….”

“아… 네. 알겠습니다.”

“던전 공략은 항상 위험을 동반합니다만, 다른 길드원분들도 이번에는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네. 각오하고 있습니다. 길드마스터.”

“항상 어려웠지만, 그 험한 일들을 헤쳐서 여기까지 온 게 파란 길드 아니요. 이번에도 분명히 아무렇지도 않게 공략에 성공할 거요. 우리는 너무 걱정하지 말고 형씨 몸이나 잘 챙기쇼.”

“덕구 아저씨 말이 맞아. 우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다들. 각오하고 있으니까.”

“…….”

‘당연히 쉽지는 않겠지.’

무려 신화 등급의 난이도다. 대륙에 있지도 않고 앞으로도 없을 난이도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지금까지의 던전행은 김현성이 그나마 컨트롤할 수 있는 종류였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어쩌면 정말로 몇 명이 크게 다치거나 죽어 나갈 수도 있다.

길드원 전체가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아마 가장 불안한 것은 김현성이 아닐까.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수록 녀석의 눈이 조금 흔들리는 게 보인다.

알 수 없는 긴장감에 모두가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던 그때였다.

[신화 등급의 던전 버려진 차원의 바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차원의 바다에서 랜덤의 아이템을 마음껏 낚아주세요. 가지고 돌아갈 수 있는 아이템은 단 한 정으로 등급은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낚시 후 귀환하기 (0/1)]

“어?”

나에게만 들려온 것이 아니다.

모두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 것은 당연지사.

‘이거….’

“대박….”

“허….”

“말도 안 돼….”

시련은 개뿔, 거저먹기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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