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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555화 (546/1,590)

# 555

회귀자 사용설명서 555화

준비(2)

-그럼 금일의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이 회견장에 찾아와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일단은 알고 계신 일정대로 간단한 브리핑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24일 저녁 12시에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파란 길드의 이기영 명예추기경님의 몸에 다시금 베니고어 님께서 강림하셨습니다. 아무런 전조도 없었던 강림이었기 때문에 저희 역시 많은 준비를 하지 못했지만 파란 길드에서 베니고어 님의 강림, 아니, 베니고어 님의 예언에 관한 내용을 전문으로 보내주셨기 때문에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표하고자 합니다.

-…….

-신과 천사의 탈을 쓴 고대의 악마가 대륙의 전역을 불태우고, 이 땅 위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를 울부짖게 할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갈 터전을 위협하는 이들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저 역시 많은 것을 말씀드릴 수 없는 입장입니다만, 이번 위협은 인류와 대륙에 커다란 재앙이 될 것이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이 땅에 자리 잡은 모든 이들이 마음과 뜻을 하나로 모아야만 합니다. 지금껏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많은 위험을 겪고 많은 갈등을 겪어왔습니다.

-…….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시간 동안 여러분들이 이 대륙에서 살아가는 것을 지켜봐 왔습니다. 많은 생명이 죽었고 또 많은 생명이 태어났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 입히기도 했고 악의에 가득 찬 이들 역시 있었습니다. 하나 저는 믿습니다. 제가 잠깐 몸을 빌린 이기영 명예 추기경처럼 본래 인간은 선하게 태어나고, 결국에는 옳은 행동을 하리라는 걸 믿고 있습니다.

-…….

-이는 커다란 시련입니다. 이 대륙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거대하고 크나큰 시련입니다. 하나 저는 믿습니다.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제게 보여주신 것처럼 결국에는 다시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으실 거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겨내십시오. 여러분들은 해낼 수 있습니다. 부디 이 커다란 시련을 이겨내십시오. 이 신성한 땅에 발을 들이려는 어둠에게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빛이 얼마나 강한지 깨닫게 해주십시오.

-…….

-이상입니다. 이에 따라 베니고어 교단을 비롯하여 대륙 전역에 있는 다른 교단들과 연합하여 고대의 어둠에 대항할 조직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많은 교단에서도 현재 신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에 있으며 엘룬 님께서도 엘레나 님을 통해 자신의 뜻을 전했다는 것을 확인한 상태입니다. 이전에 겪어본 적이 없는 커다란 어둠이 표면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에 전 교단뿐만이 아니라 교국과 공화국, 왕국 연합과 중립국은 이번 사태를 국가 위기 사태라고 판단.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를 조직, 대륙 전체를 위원회의 아래에 두고 관리, 보호 하고자 합니다. 이상입니다.

-뭐?

-정말입니까?!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십시오. 오스칼 님.

-네. 머지않은 시일 내에 전 대륙은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가 관리하게 되며 그 인선에 대해서는 정해지는 대로 말씀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모든 국가와 교단들은 군부와 거대길드에 포함된 모든 후보와 인선에 대해 논의하며 청문하는 입장에 있으며 대륙인들이 만족하실 수 있는 인선을 뽑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전까지는 정부가 대륙을 하나로 묶어 관리하게 되며 위원회가 구성되는 즉시 언론과 출판, 집회와 결사 역시 정부의 권한 아래 움직이게 됩니다.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해 여러 단체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권한만을 행사하겠다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겠지만, 이 자리에서 발표를 드려야 할 사항이라 생각해 먼저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희 중앙 정부에서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이후 인선이나 구조에 관한 결정이나 자잘한 사항들에 모든 결정이 생기는 즉시 여러분들에게 말씀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질문받겠습니다.

-교국일보의 김성경 기자입니다, 오스칼 님.

-네, 김성경 기자님.

-많은 혼란이 우려되는 이야기라는 것을 오스칼 님 역시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륙에 위협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모든 대륙인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지만, 국가 기관에서 이를 표면적으로 언급함으로써 끼칠 영향에 대해서 고려해 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간단히 말해 대륙이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발표를 에둘러 표현하신 것처럼 보이십니다만… 커다란 우려와 혼란을 예상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공식적인 자리를 만들어 발표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저희 역시 이것을 발표하는 게 맞는지, 아닌지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김성경 기자님이 말씀하신 대로 시민 대부분이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이 자리의 이야기가 여신의 거울을 통해 흘러나가게 되면 대륙 전역에서 커다란 혼란이 야기될 것도 당연히 예상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하나 우리는 강합니다. 많은 일을 겪었고 많은 위험을 헤치고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이기영 명예추기경님께서는 이번 일을 정부의 일뿐만이 아닌 이 대륙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직면해야 할 문제라고 느끼고 계십니다. 이에 저희 역시 그 뜻을 받아들이기로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대륙은 혼란과 공포를 이겨낼 수 있습니다. 베니고어 님의 뜻처럼 저 역시 인간의 가능성을 믿습니다. 이상입니다.

-라이오스의 제이콥이라고 합니다.

-네.

-베니고어 님께서는 신과 천사의 탈을 쓴 고대의 악마가 대륙의 전역을 불태우고 모든 이 땅 위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를 울부짖게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고….

-네, 맞습니다.

-신과 천사의 탈을 썼다는 표현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만, 정확히 어떤 일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는지요.

-네,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현재 여러 교단 측에서 베니고어 님의 예언을 해석하고 있습니다만, 정확하게 발표할 수 있을 정도로 성과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신과 천사의 탈을 썼다는 말은 단순히 겉모습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신성력을 사용한다는 의미일지도 모릅니다. 이에 대한 것 역시 해석이 완료되는 즉시 발표해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공화국칼럼의 세르게이스키입니다.

-네.

-굳이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를 두어 대륙 전체를 그 아래 두신 다 선포하신 의도가 궁금합니다만,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대륙에 드리워진 어둠이 완전히 걷히지 않았다는 것을 여러분들도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교국의 악마숭배자 이토 소우타와 공화국의 악마소환사 역시 대륙 안에 숨어 있던 어둠 중 하나였다는 걸 떠올려 본다면… 네, 신과 천사의 탈을 쓰고 있는 만큼 대륙 안에 있는 숨어 있는 어둠이 빛의 뒤에 숨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국가 비상사태이며 대륙 위기 상황이 찾아왔습니다. 국가 지도자들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걸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조금 더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물론입니다.

-베니고어 님의 강림을 여신의 거울로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뭡니까. 사실상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가 시민들의 자유 권리를 제한한다는 것은 계엄 사령부가 계엄령을 선포한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자리에 이기영 명예 추기경을 올리기 위한 자작극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만….

-뭐?

-뭐야, 지금 저 새끼가 무슨 말 하는 거야! 당장 끌어내!

-실제로 베니고어 님께서 강림하신 것이 맞는지 의심이 있습니다. 공화국과의 마지막 전쟁에서도 진청 님에게 언데드 소환 혐의를 덧씌웠다는 의혹이 있는 만큼 이번 계엄령 선포와 여신 강림에 대해서도 투명한 공개가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당장 입 막아! 이 악마소환사의 끄나풀 새끼! 어디에다 대고 계엄령이라는 거야!

-진청 님께서는 악마소환사가 아닙니다. 이 정보들과 정황들을 보면! 진청 님께서도 피해자….

-저 새끼 누가 출입시켰어! 당장 끌어내지 못해!

-진청 님은 악마소환사가 아니다! 으읍! 악… 으읍!

-이 악마의 졸개야! 여기가 어디라고!

-으읍! 아니야! 아니야아!!! 끄윽….

-당장 이단 심문관을 데려오세요!

-아니야아!!! 이기영, 네가 사람이야! 네놈이 사람이냐고! 군사님께서 그랬을 리가 없어! 군사님께서 그러셨을 리가 없다!

-입 막아!

-신의 탈을 쓴 악마는 바로 너다! 이기영! 바로 네놈이다!!!

-제기랄! 끌어내!!

-…….

-…….

-…….

-이것이 이유입니다. 보셨던 것처럼 아직도 대륙 내에는 저런 자들이 활보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불편할 것이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는 권력자들의 사사로운 이득이 아닌, 대륙을 위해서입니다. 추가로 이기영 명예추기경님께서는 저희 위원회의 자리에 앉는 것을 거듭 거절하시고 계시는 상황입니다만….

-교국일보의 김성경 기자입니다! 혹시 이기영 명예추기경님의 건강 때문이 아닌지….

-아니요.

-일전에도 베니고어 님께서 이기영 명예추기경님의 몸을 빌리셨을 때, 많은 고통을 겪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새로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이기영 명예추기경님의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게 확실한 겁니까? 저희 교국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꼭 대답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건….

-…….

-…….

“건강하긴 건강하지.”

“누워서 과자 먹는 거 진짜 꼴불견이네요. 아마 저기 있는 사람들이 지금 오빠 모습 보면 뒤집힐 걸요.”

“그럼 어쩌겠어. 베니고어 같은 건 몸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기왕이면 다른 사람들이 전부 보고 있을 때 진짜로 보여주는 게 효과적일 텐데… 이번에는 따로 영상 공개 안 할 거예요?”

“이번에는 공개 못 한다니까. 영상이야 못 찍었다고 하면 되는 거고, 사실 여러 가지 의혹이 생겨나고 있는 상황도 아니잖아?”

솔직히 공개하고 싶기도 했지만, 공개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현시점에 갑자기 베니고어 님의 신탁을 받았다고 이빨을 털기엔 김현성의 시선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으니까.

이야기를 들은 직후 몸이 황금색으로 돌변하며 개연성에 상처를 주는 것보다는 조금 억지스럽더라도 녀석을 이해시키는 편이 낫다.

우리 회귀자도 이런 종류의 발표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동의해 왔으니 문제 될 게 어디 있겠는가.

투명해야 할 언론을 어쩔 수 없이 이용하는 건 가슴이 아팠지만, 전부가 이 대륙을 위해서였다. 지금 이 시점에 단합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었으니까.

사실은 곧바로 전시상태를 선포해 버리고 싶었지만….

‘그것보다는 이게 낫지.’

여러모로 불만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물론 불만이야 단칼에 쳐내면 그만이지만, 현시점에서는 대륙 전체에 행정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게 더 이득이다.

전 대륙을 관리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잠시 생각에 빠져 있었을 때 옆에 있던 이지혜가 다시금 말을 걸어왔다.

“방금 못 봤어요?”

“그거야 특수한 경우고. 내 귀에 도청 장치에 달려 있다고 방송국 급습한 놈이나 다를 바 없다니까. 저런 거 신경 쓰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 같아. 주변에 있는 다른 기자들한테도 제지당하고 있는데… 악마의 졸개나 편집증을 앓고 있는 미친놈처럼 보이는 사람들한테 일일이 신경 쓸 정도로 여유롭지 않다고.”

“아무튼, 그건 정말인 거예요? 그런 정보는 어디서 전해들었고 어느 정도인 거예요?”

“나도 확실히는 몰라. 다만 없는 이야기를 지어낸 건 아니야.”

“난 또.”

“왜?”

“오빠가 본격적으로 대륙을 먹을 생각이겠구나 싶었거든요. 이렇게 언론 흔들고 이빨 털어서 계엄령 선포하고 자리에 턱 하니 주저앉은 다음에 권력 휘두르면서 100년 이상 독재 정치 해 먹으려던 거 아니었어요? 계속해서 ‘위험은 실존한다. 실존한다.’ 말하고 이빨 털면서 오래오래 해 먹으려는 줄 알았죠.”

“그 정도로 쓰레기는 아니야… 애초에 우리나라 사람들이야 역사 때문에 계엄에 대해서 인식이 좋지 않지만, 지금은 그때처럼 이빨이 아니라 진짜로 국가 비상사태라니까. 거짓말이 아니야. 누나. 한 번 삐끗하면 정말로 다 뒈질 수도 있어. 나라고 뭐 이런 거 선포하고 조이고 싶겠어. 전부 다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진지하네요.”

“진지하지 그럼.”

“그럼 정말로 저거 안 할 거예요? 사령부에 안 들어간다고요?”

“아니, 들어가야지. 거길 왜 안 들어가.”

“…….”

“내 발로 안 들어간다고. 부를 때까지 기다릴 거야.”

슬쩍 뭉쳐진 신문을 확인해 보자 여러 가지 타이틀이 눈에 들어왔다.

[누가 지도자의 자격이 있는가. 여러 후보가 물망에 올랐지만, 아직도 난항.-교국일보 김성경 기자.]

[이기영 명예 추기경이 커다란 결단을 내려야…. -교황청 소식]

[천재검사와 연금술사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신간 출간. 역대 최단 시간 신간 출간에 모든 팬이 한마음 한뜻으로 환호를 보내. -린델 문화부 강유미 기자.]

[공화국의 리엔샤오 후보로 거론되었지만, 지도자들과 대륙인들의 지지를 이끌 수 있을까. -공화국 소식통]

[그 어느 때보다 투명한 판단이 이루어져야 할 때. 이기영 명예추기경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교국일보 김성경 기자.]

약속된 승리의 흐름이라는 것에는 그 누구도 이견을 제지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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