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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557화 (548/1,590)

# 557

회귀자 사용설명서 557화

우리 하얀이가 달라졌어요(1)

“하얀아.”

“네? 네?”

“요즘 좀 어때?”

“열, 열심히 하고 있어요. 네…. 마도 길드에 확실히 서적 같은 게 많더라고요. 재미있는 것도 조금 많았고… 네.”

“뭐, 문제가 되는 건 없고?”

“네, 따, 딱히 문제가 될 건 없는 것 같은데… 매일 매일 똑같아요. 사람들도 전부 잘해주시고… 무엇보다 그 린델이 쑥대밭이 된 이후에도 마법 서적들을 제대로 보관하고 있더라고요….”

“으음….”

“왜, 왜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오늘은 같이 가볼까?”

“네? 네? 정말요?”

“응, 최근에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네. 바쁘기도 해서 얼굴 볼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으니까. 휴가 다녀온 이후에는 계속, 잘하고 있는 거 맞지?”

“네, 자, 잘,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잘하고 있어요.”

‘이건 한번 확인해 봐야 될 것 같은데.’

김현성을 비롯한 일부 길드원들이 떼쓰는 것은 어차피 가라앉게 될 문제라는 것에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우리 회귀자는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고, 결국에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놓여 있었으니까.

대륙 전체를 관망할 수 있는 자리에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이를 집어넣을 필요가 있다는 것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게 분명하다.

잠깐은 반대하더라도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다. 아마 한 달 이내로 조금씩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

하지만 정하얀의 문제는 조금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얘 왜 성장이 멈췄지?’

지금껏 정하얀의 성장에 제동이 걸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계속해서 괴물 같은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에 정말로 같은 사람이 맡는 건지에 대해 의심해 볼 정도.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고 정하얀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눈에 보이는 상태창은 항상 같았다.

똑같은 스탯, 똑같은 마법, 똑같은 고유능력.

재능 없기로 유명한 박덕구 마저 쓸모없는 스텟이 1씩 올라가고 있는 상황,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것은 정하얀이 유일했다.

‘마도 길드는 뭘 하는 거지?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건가? 도움이 되는 사람이 있기는 한 건가.’

마도 길드로 훈련을 보낸 것이 실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다른 말이 필요할까.

‘이러면 안 되는 데.’

물론 성급할 필요는 없었다. 시간은 남아 있었고 정하얀은 지금으로써도 충분히 강하다고 할 수 있는 이들 중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더 성장할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동이 걸린다는 건 나로서는 두고 보기 힘든 이야기였다.

김현성에게 1회차 정하얀이 가지고 있는 힘이 어느 정도였는지 설명을 들은 이후에는 더욱더 말이다.

‘그녀는 마법 그 자체라고 불려도 될 정도의 마법사였습니다. 아마 그녀가 아니었다면 긴 전쟁을 이렇게까지 끌고 올 수도 없었겠죠. 차라리 그녀가 회귀자였으면 일을 조금 더 쉽게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압도적이었습니다.’

말이 필요 없는 평가였다.

더 이상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다.

정하얀은, 김현성이 회귀해서 정신없는 와중에도 가장 먼저 찾았던 인물이었고, 그 기대를 배신하지 않고 묵묵히 성장하고 있는 인선 중 하나였다.

공간 이동이 가능한 유일한 마법사이자 준신화 등급 이상의 항마력을 뚫을 수 있는 인물.

‘물론 지금보다도 훨씬 강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직도 성장 중일 테니 차라리 마도 길드로 훈련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같이 나가는 게 그리 좋은지 계속해서 웃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비쳐왔다.

뱃놀이 이후로 정하얀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처음.

물론 업무의 일환이었고 다른 스케줄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즐거워 보인다.

임시 길드 하우스를 나서자 복구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린델의 모습이 보였다.

몇몇 사람밖에 없었던 전과는 다르게 아침부터 활기가 넘치는 듯하다.

김현성과 함께 갔었던 헤르엔 사업이 초대박을 치는 것으로 모자라 갑작스레 대표 관광지로 변모해, 많은 이들이 그쪽에 몰려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모험가들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린델의 아성을 무너뜨리지는 못한 것 같았다.

아직 폐허가 된 곳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눈에 띈다.

일부 건축 기술을 가지고 있는 모험가들은 일상생활을 뒤로 한 채로 복구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

어느 한쪽에서는 대륙 종말론이 퍼지고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이러한 분위기 온도 차는 이질적이었다.

‘확실히 많은 일을 겪었으니까.’

이 정도에 흔들릴 거였다면 교국은 이미 옛날 옛적에 망하지 않았을까.

확실히 27군단이 남긴 상처는 가슴 속에 남아 있었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더 강해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멘탈은 더 강해졌고, 결국 우리의 땅을 지켜냈다는 자부심이 드러나는 것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사냥 나가실 분들 구합니다.”

“천연 길드가 헤르엔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급매로 내놓은 물건들이 많으니 한 번씩 보고 가세요.”

“거울호수, 헤르엔으로 이어지는 패키지 여행 참가자 신청 마감합니다. 갑작스러운 일 때문에 예약 취소가 생겨서 생긴 자리입니다. 빠른 신청 부탁드립니다.”

“희귀 등급의 던전으로 같이 가실 파티원들 구합니다. 캐리해 주실 분들이면 좋겠어요.”

“영웅 등급 식재료 팔아요. 일반 식재료도 있으니 구경이라도 하고 가세요.”

“파란 길드에서 제작된 포션 처분해요.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싸게 처분합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가격보다 훨씬 싸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천재 검사와 연금술사가 사랑하는 법, 개정판 전권 있습… 악! 밀지 마요! 밀지 마세요. 딱 세 분에게만 판매합니다.”

아직 광장과 시장이 완벽하게 복구된 것은 아니다. 천막을 세워 프리마켓처럼 운용하고 있었지만,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조금 예전 느낌이 나기도 했고 무엇보다 저 자리에 있는 구성원들이 즐거워 보였기 때문이다.

정하얀과 길거리를 거닐자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 이들이 보인다.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와 관련해 응원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고, 힘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마치 연예인이 된 듯한 느낌. 아무래도 내가 가지고 있는 친근한 이미지가 도움되는 것 같았다.

이렇게 보이는 것처럼 대륙은 평화로웠다.

교국민들과 모험가들은 일상을 보내면서도, 예언에 대해 토의하거나 위원회의 인선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였지만 말이다.

어떻게 보면 아직 위기의식이 부족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저들 모두가 내일을 위해 살아가는 이들이라는 걸 고려하니 지금 보여주는 분위기가 아주 좋다고 느껴졌다.

인간은 지키기 위해 싸운다.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과 영위해야 할 것을 위해서 말이다.

주점과 광장같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주제는 역시나 위원회에 대한 것.

저들이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은 내일을 살아가기 위함이었다.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아지기도 했어….’

평균 스텟 자체가 27군단이 나타나기 전이랑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올라간 것이 눈에 띈다.

물론 그래 봤자 전쟁, 전쟁, 전쟁을 하고 있었던 1회차와는 비교가 되지 않겠지만 비치기연 때 본 그런 막장 길드 같은 놈들은 이제 없을 거라 장담할 수 있다.

잘 기억나지도 않는 우정 클랜의 이철호와 김태건 역시 엄청난 성장을 이룩하지 않았던가.

눈에 독기가 서린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해 지옥 같은 훈련을 견디고 스스로를 담금질한 모험가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만큼 가장 가까운 이의 성장에 제동이 걸린 게 안타깝다.

선희영, 엘레나, 김예리, 조혜진, 김창렬, 유아영, 안기모, 모든 길드원이 휴가에서 돌아온 이후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심지어 한소라도 서서히 예전의 멘탈을 되찾아가며 길드 내 가장 큰 성장을 이룩해 냈다.

그만큼 얼굴이 활짝 펴지기도 했고… 마치 정하얀에 대한 공포를 완전히 벗어낸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모두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에 유일하게 제자리에 멈춰 있는 사람이 있으니 어떻게 걱정이 안 될 수가 있겠는가. 다른 사람도 아니라 정하얀인데.

“아. 저, 저기에요. 최근에 저기에서 점심을 먹거든요. 마도 길드 사람들이랑 같이요.”

“아아아….”

“정, 정, 정말로 맛있더라고요. 오빠랑 같이 오고 싶었어요. 오늘은 가, 갈 수 있겠다.”

“그렇게 맛있었어?”

“네. 아… 마탑도 많이 변했었어요. 복구 작업도 엄청 빨랐다는 것 같았는데 신기한 물품들도 많아요.”

“평소에 훈련이랑 공부는 어떻게 해?”

“길드에서 가장 꼭대기 층을 주셨거든요. 저는 괜찮다고 했는데… 끝까지 배려해 주셨거든요. 드, 듣기로는 거기가 가장 마력이 풍부하대요. 보통 거기에 틀어박혀서 마법 서적을 읽었어요. 오, 오빠가 책들은 꼭 읽으라고 해서….”

“잘했네. 많이 읽기는 했어?”

“거기 있는 책들… 으음… 절, 절반 정도요.”

“이해는 했고?”

“네, 기초적인 내용도 있었고 조금 난해한 부분도 있었지만….”

“음….”

“무,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니야, 아무것도.”

조금 불안해하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자꾸만 어떻게 수련하고 있는지 물어보니 본인이 무슨 잘못이라도 한 줄 아는 모양.

하지만 ‘너 요즘에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서, 그래서 무슨 일인가 해서 물어보는 거야.’라고 물어보기에는 조금 상황이 그렇지 않은가.

혹시라도 본인이 슬럼프를 겪고 있으면, 이런 말들이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었으니까.

‘얘 혹시 그냥 땡땡이 치고 노는 건 아닌지 몰라.’

어쩌면 가장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태업. 슬슬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겠다. 마땅히 비교할 대상도 없으니 조금씩 나태해지는 것이다.

‘가장 가능성이 크기는 해.’

하지만 마탑에 들어간 직후 여러 늙은이들과 함께 대화를 나눈 이후에는 내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정하얀 님 말씀이십니까.”

“네.”

“식사시간을 제외하시면 탑에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으십니다. 심지어 식사하러 나오실 때도 고대 마법 서적을 끼고 계시고요. 어떨 때는 거르시는 경우도 많아서 이것 참 뭐라고 해야 할지… 제가 다 걱정이 될 지경입니다. 허허허.”

“그야말로 대륙의 복입니다. 마도 길드의 마탑에 상주하는 마법사들이야 천재가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정하얀 님께서는 그중에서도 수준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지요.”

“그 유명한 텔레포트 마법에 대한 공식이 너무나도 난해한 나머지 힌트를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연구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니… 그런 마법을 창조하신 것을 보면 그야말로 마법의 화신이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지경입니다.”

정하얀 빠돌이가 되어버린 마도 길드의 늙은이 군단은 마치 하나뿐인 손녀를 바라보는 듯한 상황.

혹시나 해서 계속해서 정하얀을 지켜봤지만 정하얀은 방 안에 틀어박혀 계속해서 책을 읽을 뿐이었다.

참관수업에 부모님이 오신 학생의 자세로 보여주기식 공부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어느 정도야 그런 느낌이 있었지만,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커다란 방 안의 모습은 그녀가 지금껏 얼마나 열심히 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따로 사람을 불러 방 안을 정리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는 했지만, 그냥 두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어지럽혀 있는 것 같지만 정하얀 님의 나름대로 체계가 잡혀 있다고 할까요. 저희 길드의 신입 길드원이 뭣 모르고 방을 정리하려고 했다가 호되게 혼이 난 적도 있었습니다. 허허허,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는지 물건들을 집어 던지면서 나가라고 소리치는 모습이 어찌나 순수해 보이던지. 재능뿐만이 아니라 마법에 대한 열정도 따봉입니다. 따봉! 요즘 애들 말로 짱입니다! 짱!”

젊은이들의 유행어를 탑재해 정하얀과 가까워지고 싶은 할아버지의 마음은 이해됐지만, 이제는 아무도 쓰지 않는 이상한 유행어일 뿐이다.

침대에 눕기도 하고 소파에 앉으며 계속해서 책을 탐독하거나 마법 연산을 써내려 가는 모습은 확실히 천재처럼 보이기는 한다.

슬그머니 방 안으로 들어가 방 안을 둘러보자 왠지 모르게 굉장히 익숙해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

‘1회차에서도 이런 방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는 거네.’

처음부터 끝까지 쭈욱 말이다. 힐끔 나를 바라보기는 했지만, 정하얀은 계속해서 집중하는 모양새.

공부하는 시간이니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게 더 점수를 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할아버지들의 말대로 확실히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책들이 눈에 띈다.

[기초 마법의 이해.]

[고급 마법이란 무엇인가.]

[마력에 대한 심화 과정]

[실전으로는 이해하지만, 이론으로는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들]

[대륙의 마법 법칙에 대한 1,023가지]

[대마법사조차 모르고 있던 마법의 비밀]

대륙에 기본적으로 출판되고 있는 서적부터, 던전 안에서 발견된 고대 서적까지.

내가 전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로 쓰여 있는 책들이다. 그 와중에 몇몇 개의 물건들도 눈에 띄기는 한다.

[오빠1. avi]

[오빠2. avi]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저건 필사적으로 모르는 척해주자. 본인도 숨기고 싶은지 구석에 위치해 있었으니까.

‘저것 때문은 아니겠지?’

자식의 교육을 신경 쓰고 있는 부모의 심정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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