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 사용설명서-563화 (554/1,590)

# 563

회귀자 사용설명서 563화

1년 이후의 대륙(1)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는 북부 전진기지 시공, 파란 길드의 김미영 팀장 “최대한 속도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 -교국일보 김성경 기자.]

[이기영 명예추기경은 정말로 대륙을 외면하는 것인가.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는 발족했지만, 아직도 위원장 자리는 공석.-교국일보 김성경 기자.]

[북부에서 계속되는 혼란, 치솟는 범죄율. 해답은 신앙? 이기영 명예추기경의 작은 기적. “베니고어 님께서는 항상 우리를 지켜보고 계셔.” -교황청 소식.]

[뿔뿔이 흩어진 파란 길드. 이대로 해체 수순을 밟는 것인지 궁금하다. 만약 파란 길드가 해체한다면 길드원들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로? ‘대마법사’ 정하얀은 마탑으로, ‘신념의 방패’ 박덕구는 안기모와 함께 붉은 용병으로…. 다른 길드원들 역시 벌써부터 여러 길드에 오퍼를 받는 중. -길드 칼럼.]

[파란 길드에서 작은 여신의 거울을 선보여 모든 이들이 환호. 이 세계에 스마트폰이 들어온다? 정식 명칭은 여신의 손거울. 얼마 지나지 않아 대륙 전역에 출시할 예정. 이기영 명예추기경. “조금 더 직접적인 연락 수단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교국일보 김성경 기자.]

[파란 길드마스터 김현성. “파란 길드는 아직 돈독해. 상황상 멀리 떨어져 있을 뿐.” 불화설 일축, 계속되는 찌라시에는 법적 대응까지 고려.-교국일보 김성경 기자.]

[린델 근처의 숲에서 거대한 마력이 감지. 몬스터 떼죽음 사태에 신규 사냥터 확보가 절실. 마탑에서 조사에 임하고 있지만, 아직도 원인은 오리무중. 갈기갈기 찢겨 처참하게 죽어 있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정상으로 보이지 않아…. -길드 칼럼.]

[이기영 명예추기경 파란 길드 탈퇴. 파란 길드마스터 김현성과 부길드마스터 이기영의 불화설 재점화. 헤르엔에서 둘이 목소리를 높이며 언쟁을 벌였다는 증언도 나와…. -강유미 기자.]

[“현성 씨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이기영 명예추기경이 파란 길드를 탈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교국일보 김성경 기자.]

[공석이었던 자리가 결국 주인을 맞이해.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이기영 명예추기경 추대. “최대한 겸손하고 낮은 마음으로 시작할 것.” 대륙인들의 뜻을 거스를 수 없어 받아들이게 됐다는 이기영 위원장의 속내는? -교국일보 김성경 기자.]

* * *

“…….”

“…….”

“언제 이렇게나 됐나 몰라… 그런데도 이건 아직까지 완성될 기미가 안 보이니, 참… 날씨라도 문제가 안 되면 조금 더 속력을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하하하, 어쩔 수 없으니까요. 마법에 도움을 받으면 조금 더 나았겠지만, 마력석을 가공할 수 있는 마법사들이 흔치 않으니…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봅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진척이 있지 않습니까?”

“내 눈에는 전부 다 똑같다고 생각이 들지만… 그나저나 어떻게 생각하나?”

“무슨….”

“요즘 떠들썩한 파란 길드 불화설 소식 말이야. 사실 그 길드가 불화설에 휩싸이든 말든 우리 같은 잡부들이 신경 쓸 건 아니지만, 한 때 칼밥 먹던 모험가로서 관심이 안 갈 수가 없더라고. 매번 똑같은 작업을 하다 보니까 괜히 여기저기 쓸데없는 소식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뭐, 좋은 술안주가 아닌가.”

“파란 길드는 괜찮을 겁니다. 네, 아마도요.”

“길드마스터와 부길드마스터가 다툼이 있었다는 것도….”

“아마 단순한 추측성 기사일 겁니다. 언론에 나온 것처럼 가끔 두 분은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 것 같았으니까요.”

“그건 그냥 언론에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한 작업이라 봐도 될 것 같은데….”

“하하하하.”

“아무튼, 이상하긴 해. 대륙에 뭐 위기가 들이닥친다, 닥치지 않는다 해도. 권력자라는 놈들은 지들 잇속 챙기려고 서로 반목하고 있으니. 사실 이런 공사를 한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지도 않고…. 나야 일거리가 생겨서 좋지만….”

“불안해하시는 것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위원장님께서 뭔가 생각이 있으시겠지요.”

“나는 그 사람 안 믿는다고 말하지 않았나, 안 씨. 똑똑한 사람인 것 같아서 지켜보고는 있는데… 관상 자체가 음흉한 관상이야. 나라 팔아먹을 관상이라니까.”

‘저 아저씨는 진짜 짜증 나네.’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최 씨 아저씨와 안 씨 아저씨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시야에 비쳤다.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파란 길드가 해체한다고 떠들썩했던 것도 이미 반쯤은 떡밥이 지난 기사가 아니던가.

저런 식으로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마음 한쪽이 불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애초에 이런 조건이 어딨어?’

단순 노동자들을 위해 보온 마법을 상시 유지시켜 준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 아닌가.

이런 추위 속에서도 따뜻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마법사를 구하는 건 당연히 쉽지 않다.

그런 자원이 고작 여기서 공사 감독관을 하고 있는 것도 우스운 이야기고….

어떻게 봐도 노동자들을 배려해 주고 있다는 것으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

‘한번 사냥 나가서 몬스터들한테 뜯어 먹혀봐야 정신을 차리지.’

지금보다 더 가혹한 환경에서 지내다 보면 이곳의 생활이 얼마나 편한지 깨달을 것이 분명했다.

슬그머니 주머니에 손을 넣어 손거울을 확인하자, 익숙한 화면과 함께 시간과 날짜가 시야에 비쳤다.

‘그나저나 벌써 1년이나 지났네.’

개공 소식을 듣고 북부로 올라온 지도 벌써 1년.

예정되어 있었던 희귀 던전 탐사를 그만두고 왔지만, 후회되지는 않는다.

스탯이 많이 오르기도 했고, 무엇보다 임금이 세다.

최근에 여신의 손거울을 구입하는 바람에 출혈이 제법 있었지만, 후회는 없다.

‘내가 이거,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니까.’

튜토리얼 던전에서 빠져나온 직후, 대륙에 적응하기 무섭게 가장 생각났던 것이 이 스마트폰 아니었던가.

커다란 여신의 거울을 처음 봤을 때부터 나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빠르게 상용화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물론 아직 모든 대륙인에게 보급되었다고 하기는 어려웠지만, 아마 1년 안에는 전 대륙인이 여신의 손거울을 하나씩 가지고 있지 않을까.

익숙하게 화면을 켠 이후에는 베니고어 넷에 접속해서 적당히 글을 쓰자, 곧바로 리플들이 달렸다.

[제목: 우리 작업장에 조금 이상한 아저씨 하나 있는데, 정말 짜증 남.]

[매일 매일 불평, 불만만 쏟아내고 어쩌다가 위원장님 이야기라도 나올라치면 목에 핏대 세우면서 이상한 소리 한다니까. 오늘도 파란 길드 불화 어쩌고저쩌고 떠들고, 위원장이 나라 팔아먹을 관상이라고 욕까지 함.]

[흙수저: 엌ㅋㅋㅋ 이단 심문관한테 신고하면 포상받는 부분?]

[아이디미정: 틀린 말은 아님. 나라 팔아먹을 관상까지는 아닌데… 조금 비열하게 생기기는 했음.]

[천연사러버: 뭐가 비열하게 생김? 어떻게 봐도 섹시하게 잘생기셨구만. 그리고 파란 길드 불화설은 언제 떡밥인데, 아직 지껄이고 다니는 사람이 있음? 여신의 손거울도 길드원들이랑 원활히 연락하기 위한 거라는 소문도 있지 않나?]

[아미디미정: 그건 팩트가 아니라 망상이죠. 나 파란 길드 관계자인데… 손거울 출시는 그런 거랑 하등 상관없음. 공사하다 보니 자금 딸리니까 세금 확보 차 푼 거고… 예전만 못하다 하지만 파란 길드는 아직도 거대 길드임. 그런 길드에서 그런 시답잖은 이유로 이런 걸 만들 것 같음? 이기영이 할 일 없는 사람도 아니고… 그리고 파란 길드 불화설은 이 업계 사람이면 모두가 아는 사실 아닌가?]

[천연사러버: 개소리. 내가 파란 길드 직원인데? 너 누구임?]

[아이디미정: 그걸 여기서 왜 인증하겠음. 구라도 작작 치세요. 파란 길드 관계자인데 불화설을 모른다고? 예전부터 김현성이랑 이기영이랑 권력 싸움 개심했음. 표면적으로 보이지 않았을 뿐이지. 이기영이 참다 참다가 파란 길드 나간 건데… 엘레나는 왜 왕국에 있고? 정하얀은 왜 마탑에 있겠음? 박덕구랑 안기모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이 사람들이 전부 이기영이 데려온 인선이라는 거 모르시나?]

[천연사러버: 어이가 없네ㅋㅋㅋㅋㅋ 너무 어이가 없어서 뭐라고 답변해 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이디미정: 팩트로 발리니까 그냥 웃는 클라쓰 보소. 너 파란 아니지?]

[천연사러버: 내가 너 같은 패배자 찐따 충인 줄 아나 보네. 지금 업무 중이라 1시간 뒤에 인증할 테니까 잘 봐. ^^]

[아이디미정: 빤스런 하는 거 보소. 인증 안 한다에 모든 걸 겁니다.]

[린델마을주민: 거기 어디 작업장임? 지금 여기 몬스터들 위쪽으로 올라가고 있는 것 같은데. 중간쯤 있는 작업장이면 조심해. 린델 근처 몬스터들이 씨가 마르다 못해, 이제는 대피까지 하는데. 세상이 진짜로 망하기는 망하려나 봄.]

[흙수저: 뭔데 그럼?]

[린델마을주민: 나도 잘은 몰라. 근데 진짜 몬스터들 찢겨 죽은 거 보면 구역질 나옴. 마탑에서도 아직 원인은 밝히지 못했다고 했는데… 진짜 몬스터가 다 불쌍해 보일 지경임. 생태계에 영향 끼칠 정도니까. 뭐. 아무튼, 조심해라. 중간 작업장들은 아직 성벽 올리기 전일 테니까.]

‘아이디미정, 얘는 도대체 뭐야?’

심심풀이 삼아 올린 게시물이 갑자기 핫플이 될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안이 벙벙해진다.

서둘러 손거울을 다시 품에 집어넣자 멀리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김 양! 식사하러 갈 건데 같이 안 갈 거야? 오늘도 한잔해야지!”

“지금 가요.”

“오늘은 별로 안 힘들었나 보네?”

“제 근력 수치랑 체력 수치가 몇인 줄 아세요? 아저씨보다 높으니까 걱정 붙들어 매요.”

“큼, 큼…. 그리고 그 여신의 손거울인가 뭔가에 너무 빠지면 안 돼.”

“지구에 있는 부모님들같이 말씀하시네요.”

“거기에 이상한 글 쓰고 그런 건 아니지?”

조금 뜨끔했지만, 일단은 입을 다물자.

“아니에요.”

“절대로 거기에 무슨 이상한 글 쓰고 그러면 안 돼.”

“아저씨랑은 상관없잖아요.”

“그게 보기에는 편리하고 재미있어도 말이야. 위에서 거기에 쓴 게시물이나 댓글 같은 거 전부 감찰하고, 지켜보고 있다니까. 옆 동네에 있는 어떤 젊은이도 이상한 글 올리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거 몰라? 보호 관리 위원회에 붙들려 가기 전에 알아서 조심하라는 소리야.”

“그런 거 다 음모론이에요. 누가 그런 걸 믿겠어요. 여기에 있는 사람들 감찰하겠다고 손거울을 내놓는다니… 차라리 세금 확보하려고 했다는 게 더 설득력 있겠다. 여기에 올라오는 그 많은 기사랑 글을 어떻게 다 확인해요? 그리고 그런 글 올린다고 잡혀가는 거면 아저씨도 잡혀갈 걸요.”

“큼, 큼….”

“그렇지 않아요? 안 씨 아저씨?”

“하… 하하, 네.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박 씨 아저씨는 어디에 있어요?”

“아마 곧 올 겁니다. 배정된 조에서 작업이 늦게 끝나고 있는 것 같아서….”

“음… 그럼 여기서 기다려요. 먼저 들어가면 조금 섭섭할 테니까. 그나저나 아저씨.”

“네?”

“아저씨들은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어요?”

“조금 말하기 부끄럽습니다만….”

“그러지 말고 이야기해 줘요. 시간이라도 때울 겸. 여행 도중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네, 비슷합니다. 최북단까지 이동하는 도중에 갑자기 자금이 떨어져서 여기에 잠깐 체류하게 된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저씨들 근력이랑 체력 보면 평범한 사람들은 아닌 것 같은데… 특히 박 씨 아저씨는 무슨 괴물 같잖아요. 몬스터라도 하나 잡아서 팔면 여행 경비는 마련할 수 있지 않아요? 아, 여기 근처에 몬스터 같은 게 없지….”

“네.”

“어디서 돈 빌릴 사람도 없나 봐요.”

“그건 아니지만… 부끄럽다고 하더군요.”

“네?”

“돈 좀 보내달라고 하는 게 말입니다. 한사코 부끄럽다고… 공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궁금하니 저도 딱히 급하게 이동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아, 저기 오는군요. 슬슬 일어납시다.”

“거,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던 거요?”

평소와 같이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보니 시야에 비친 것은 커다란 몸을 한 남자다.

복슬복슬한 턱수염 때문에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 전형인 산적형 얼굴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호감이 가는 인상, 아마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웃통은 또 왜 까고 있는 거야.’

터질 것 같은 근육으로 꽉 찬 몸이 눈에 들어오자, 얼굴이 괜스레 붉어진다.

자신이 이런 상태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등을 팡팡 때려오는 모습은 가관.

“오늘 작업은 힘들지는 않았고?”

“조, 조금요.”

“거, 몸 좀 사리면서 하라니까. 아무튼 들어갑시다, 형씨들.”

조금 이상한 사람들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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