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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592화 (583/1,590)

# 592

회귀자 사용설명서 592화

키 플레이어(3)

‘그게 무슨 개소리야. 무슨 시발, 계획을 전면 취소해. 이 미친 연놈들. 개 시바, 그게 무슨 소리냐고.’

[일반 등급의 강제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미안해, 이기영 신… 신도. 하지만 우리도 어쩔 수가 없었어. 새로 던전을 업데이트하고 여기저기 들어갈 신성들이 많아서… 알다시피… 파산에서 복구한 지 얼마 안 된 상태로 신성을 당겨쓰기도 했고… 여러 가지로 여유가 없었어. 대륙에 영향을 끼치는 데 들어가는 신성이 얼마나 큰지는 알고 있지? (0/1)]

‘그래, 그걸 모르고 있는 건 아닌데,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애초에 그럴 계획이 있었으면 나한테 말이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빤히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이 지랄을 해놓으셨어?’

[아니야. 그, 그런 건 아니야, 나의 사랑스러운 이기영 신도. 정말로 모르고 있었다고. 나도 말, 말해야겠다고 계속 생각은 했었는데, 자꾸 타이밍이 나오지 않아서… 여러 가지로 문제가 된 부분을 수습하느라 바쁘기도 했고, 왜 알고 있잖아. 아직 27군단 소환사건으로 뚫린 구멍이 완전히 메워지지는 않아서… 지금 모든 신력이 그쪽으로 집중되고 있거든…. (0/1)]

‘변명은 그게 끝이세요? 베니고어 여신님? 용사 육성에 필요한 신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취소하는 건 아니지. 애초에 그 위쪽은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길래. 일을 이따위로 처리해. 투자금이 있으면 어느 쪽에 투자해야 하는지. 여유 자금은 얼마가 남는지. 장기적인 플랜은 어떻게 되는지. 이후 변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매뉴얼이 정해져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 그 이전에 어디에 정확히 투자해야 할지부터 따지는 게 먼저 아니야? 후다닥 업데이트하고 나 몰라라 하면 그만이야?’

[그건…. (0/1)]

‘회의라는 걸 하기는 하는 거예요? 동네 애새끼들 데려다가 관리를 해도 그것보다는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시발, 시발, 시발. 제대로 투자할 곳에 투자하라고. 모르면 시발 물어보라고. 제기랄… 제기랄, 너도 진짜 질린다. 이건 아니지, 이건 아니잖아. 신력도 꽤 벌어준 걸로 기억하는데. 어디 좋은 곳 가서 법인 카드로 시원하게 긁지 않고서는 이따위 결과가 나올 수가 없는 거 아닌가? 베니고어 님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여기서 벌고 엄한 데다가 쓰고 있는 건 아니시죠?’

[큰일 날 소리를! 절대로 그런 건 아니야, 이기영 신도. 절대로 그런 건 아닌데… 그, 그리고 질린다느니 그런 무, 무서운 소리는 하지 마… 불, 불안해지잖아. 내가 이기영 신도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 알고 있지? 이기영 신도도 알고 있잖아. 나한테는 사랑스러운 이기영 신도밖에 없다는 거… 그러니까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말고… 우리 차분하게…. (0/1)]

‘지금 베니고어 님이 제 상황이면 여유롭게 앉아 있을 수 있겠어요? 차라리 벨리알을 다시 불러오는 게 낫지.’

[일반 등급의 강제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하지만 우리 쪽에서도 정말로 어쩔 수 없었어… 이, 이기영 신도가 생각하는 것보다 현세에 영향력을 끼치는 건 정, 정말로 어마어마한 신력을 소모하거든… 우리라고 왜 장기적인 플랜을 세우지 않았겠어. 이기영 신도를 탓하는 건 아니지만, 이기영 신도를 빛의 연금술사로 전직시킨… 일이나… 그… 그동안 있었던 여러 가지 일 때문에 그럴 여유가 없었던 거야… 변수가 너무 많아서 장기적인 계획이 전부 무너지고… 우리 신력도 전부 무너지고…. (0/1)]

‘이제는 내 탓이다? 준신화 등급의 직업을 선물해 준 건 벨리알도 똑같아요, 베니고어 님.’

[벨리알과 나는 서로 서 있는 위치가 많이… 다르잖아. 대륙에 생긴 구멍 때문에… (0/1)]

‘그래, 어디 더 말해보세요. 이딴 식이면 당신이랑 일 안 해요, 진짜.’

[……. (0/1)]

‘…….’

[사, 사실… 이런 말까지 하기는 조금 그렇기는 한데… (0/1)]

‘…….’

[일반 등급의 강제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엘, 엘룬이 조금 큰 실수를 해서. 그 영향도 없지 않아 있어. 정말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후우…. (0/1)]

[희귀 등급의 강제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베니고… 그게 도대체… 무슨? (0/1)]

[알 수 없는 이유로 희귀 등급의 강제 퀘스트가 취소됩니다.]

[일반 등급의 강제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이기영 신도라면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우리도 완벽하지 않다는 거… 이기영 신도도 잘 알고 있잖아. 엘룬은 그중에서도 사고를 많이 일으키는 편이라 문제가 조금 많아. 사실 이번에 용사 육성 계획이 전면 취소된 것도… 엘룬이 개인적으로 맡고 있던 프로젝트가 잘 안 되면서… 그걸 수습하는 바람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어. (0/1)]

‘…….’

[우리도 당연히 알고 있지, 육성 계획이 중요하다는 거… 나도 알고 있었어. 하지만 당장 엘룬이 저지른 걸 수습하지 않으면 대륙의 균형이 붕괴될 위기였었다니까.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흘러가는 걸… 책임자 입장에서는 바라볼 수가 없잖아. 이기영 신도도 위에서 인간들을 다스려 본 경험이 있으니 내 말… 이해할 수 있을 거야. (0/1)]

‘…….’

[엘룬한테는 합당한 징계를 내리기로 이미 내부적으로 이야기를 끝낸 상태지만… 사랑하는 이기영 신도의 마음이 풀리지 않겠지… 알고 있잖아, 이기영 신도. 엘룬이 좀… (0/1)]

‘엘룬 쓰레기….’

[으응… 엘룬 쓰레기잖아. 나라고 힘들지 않았겠어? 그래도 내 후배라고… 신경을 아예 안 쓸 수도 없고… 사실 과해서 그렇지 공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잖아. 덕분에 엘프들 쪽이 안정되기도 했고…. (0/1)]

‘그래서….’

[아예 쳐 내고 싶기도 하지만… 그건 너무한 처사이기도 하고… 실제로 쳐 낼 수도 없어서… 물론 나의 사랑하는 이기영 신도가 원한다면 최고 징계를 내릴 수도 있지만, 아마 혼란이 더 커질 거라고 생각해. 개인적으로 아끼는 후배이기도 하고…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는데…. (0/1)]

‘후우….’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미안하다는 말밖에 없네. 끄윽…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이기영 신도. (0/1)]

머리를 꽉 부여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사실 언젠가 엘룬 쓰레기가 사고를 칠 거라고는 생각하기는 했다.

인간이 다섯이나 모이면 꼭 하나는 쓰레기가 있게 마련이라는 현자의 말씀은 위에서도 통용되는 모양, 위쪽에서는 엘룬이 바로 그 쓰레기다.

‘그래, 그렇게 막장으로 운용할 리가 없겠지.’

아무리 베니고어가 무능력하다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무능력할 리가 없지 않은가.

위에서는 제법 선임에 입장에 있는 신이며 후배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 여신이었다.

비록 내 부름이 있기는 했지만,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앞장서 수습하던 것 역시 베니고어였다는 걸 생각해 보면 이번 사건이 단순한 무능력으로 일어났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동안 벌어준 걸 생각 없이 던지다 전부 태웠을 리가 없다. 그래도 내가 나름대로 신뢰를 보내고 있는 베니고어가… 시발, 그렇게까지 무능력할 리가 없다.

‘그래, 그럴 리가 없어.’

아마 그녀의 입장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일 것이다.

내가 정하얀이나 혁명 삼남매의 사고를 수습했던 것처럼 베니고어 역시 엘룬이 친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고군분투 뛰어다녔을지도 모른다.

왠지 모르게 기묘한 동질감이 생성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리라.

‘저는 상황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그래도 너무 흔들리면 안 됩니다. 안 된다고요, 베니고어 님.’

[이해해… 주는 거야? 사랑스러운 이기영 신도? (0/1)]

‘정에 이끌리지 말고 조금 더 단호해지세요. 그런 페널티를 안고 가려면 적어도 그 페널티에 상응하는 이점이 있어야 합니다. 제가 볼 때 엘룬 쓰레기는 그런 이점이 없어요. 현재의 엘프들에게 고정적으로 신력을 받는다는 것 하나. 딱 그것밖에 없다고요.’

[으응… 무슨 말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어, 이기영 신도. 마음속으로 새겨들을게. (0/1)]

‘단호해지셔야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웬만하면 모든 업무에서 엘룬 쓰레기는 제외하세요. 다른 건 상관이 없는데… 아시다시피 현 상황이 아주 작은 변수 하나 때문에 망할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에요. 혹시나 엘룬 쓰레기가 뭐 해보려고 달려들었다가 개판 나는 꼴 보기 싫으니까. 절대로 걔한테 뭐 맡기지 마세요. 제 말 이해하셨습니까?’

[으응… 지금부터라도 꼭 그렇게 할게. 이기영 신도의 조언이라면 당연히 따르는 게 맞지. 전부 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인데. (0/1)]

‘현상 유지에 가장 집중해 달라, 이 말입니다. 아… 엘룬, 이 개… 진짜.’

[일반 등급의 강제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엘룬도 가슴 깊이 반성하고 있대… 으응…. (0/1)]

‘지금부터예요. 완전히 업무에 배제하라는 이야기라고요.’

[그, 그래도 그것까지는… (0/1)]

‘원래 일 못 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면 뭐라도 하고 싶어지는 법입니다. 조금 더 직접적으로 말씀드려야겠어요? 엘룬 책상은 완전히 빼요. 혹시라도 그 쓰레기가 헛짓거리라 하는 거 내 눈에 띄면 신도고 뭐고, 대륙이고 뭐고, 아무것도 안 하고 얘들 데리고 지옥으로 갈 겁니다.’

[그… 렇게 할게. (0/1)]

‘추가로 이후 대책에 대해 어떻게 할 건지 그쪽에서도 한 번 생각해 봐요.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다른 방법이 있는지 알아볼 테니까.’

[일반 등급의 강제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으응… 안 그래도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에 대한 회의가 밤낮 가리지 않고 이루어지고 있어. 조만간 좋은 소식을 들려줄 수 있도록… 우리 쪽에서도 노력할게. 믿, 믿어줘서 고마워, 나의 사랑스러운 빛, 대륙의 유일한 희망, 이기영 신도. (0/1)]

‘후우… 시바.’

조금은 길었던 침묵.

계속해서 머리를 부여잡게 된다.

좋은 소식을 들려주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사실 가장 좋은 소식은 튜토리얼 던전에서 용사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아닌가.

이미 행복 회로 따위는 전부 다 타버린 지 오래.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녀석의 빈자리를 채워 넣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제기랄.’

방법이 있을 리가 없다. 정하얀이나 김현성의 대체자가 없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럼 용사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튜토리얼 던전에서 뒈지지 않았을까.

‘이 새끼도 너무 불쌍한데.’

미래가 보장된 인재가 엘룬 쓰레기의 실수로 받아야 할 성검도 받지 못하고 튜토리얼 던전에서 죽어버렸다.

어떻게 죽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실 궁금하지도 않다.

살인자 새끼들과 마주쳤든, 무리하게 원정을 진행하다 아귀들에 둘러싸여 죽었든 간에 이미 뒈졌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기영 씨.”

“…….”

“기영 씨.”

“…….”

“기영 씨.”

“네.”

“괜찮으신 겁니까? 갑… 갑자기.”

“아, 괜찮습니다. 잠깐 다른 생각을 좀 하느라…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디까지 이야기했었죠?”

“따로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신다는 것까지….”

“…….”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아, 네, 그랬었죠. 네, 죄송합니다.”

“…….”

“…….”

“저 기영 씨.”

“네?”

“혹시… 저… 혹시….”

“말씀하셔도 됩니다.”

“아니요…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입술을 꽉 깨문 얼굴, 간헐적으로 떨리는 팔, 무엇보다 분노가 느껴지는 얼굴.

‘그래, 시바, 현성아. 너라고 화가 안 나겠니. 형도 이해한다.’

저 착한 김현성조차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분노를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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