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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632화 (623/1,590)

# 632

회귀자 사용설명서 632화

여왕의 무덤(2)

‘던전에 들어오기는 했나 봐.’

주변 풍경이 순식간에 변하는 모습을 보니 던전에 들어오기는 했다는 느낌이 든다.

시야에 비치는 것은 무덤의 내부. 아마 이곳이 시작점일 거라고 생각했다.

몬스터들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입구부터 몬스터가 들이닥치는 종류의 던전은 아닌 모양.

여왕의 무덤이라는 이름에서 보이듯 깊숙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무덤을 지키는 가디언이나 몬스터들을 마주할 것 같았다.

이래 봬도 균열박물관 4등급 관리자의 직위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 던전의 타입이 대충 눈에 보인다.

물론 아직 판단을 내리기는 이르지만, 대충 평가해 보기로는….

‘나쁘지 않은 것 같네.’

딱 그 정도의 느낌이었다.

성검 용사 파티가 개고생했던 지난번의 난파선과는 다르게, 이번 던전은 대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성인 것 같다.

이쪽에서 환영할 만한 부분이었다는 건 굳이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던전의 특징이 되는 특유의 기믹은 몬스터와의 전투보다 더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지 않았던가.

영웅 등급의 던전 저주받은 신단을 생각해 보면 한층 더 이해하기 쉬워진다.

몬스터의 레이도 난이도는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던전의 기믹 하나만큼은 전설 등급의 평가를 받아도 될 정도였었던 던전.

라파엘 파티가 저주받은 신단에 도전한다고 해도 쉽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물론 이쪽의 경우에는 정하얀 때문에 난이도가 더 어려워진 것 같은 느낌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렵지는 어려울 거야.’

경험이 많지 않은 파티일수록 던전 특유의 기믹에 흔들리게 마련이다.

잠깐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새기는 했지만, 보통 이렇게 기본적인 종류의 던전은 몬스터들이 조금 더 상향되어 나오는 편이다.

아무리 기본형 던전이라고 한들, 전설 등급 판정을 받은 던전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진행 방향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궁금증이 일 수밖에 없었다.

던전에 들어온 이후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도적과 궁수로 구성된 생매장 듀오.

파란 파티였다면 김예리와 김창렬이 저런 포지션에 있지 않았을까.

“다른 이상은 없는 것 같아요, 용사님. 주변에 몬스터들도 보이지 않고, 다른 함정들도 없는 것 같네요. 어떻게 조금 더 앞을 둘러보는 게 좋을까요?”

“아니요. 함께 가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메인 파티와 너무 멀어지는 것도 그리 좋지 않으니, 몬스터도 함정도 보이지 않는 걸 보면, 이곳은 위험 지역이 아니라도 판단해도 되겠군요.”

그 와중에 신경 쓰였던 것은 슬쩍 이쪽의 눈치를 보는 라파엘.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얘, 또 이러네.’

대놓고 이쪽의 눈치를 보는 게 눈에 보인다.

자신이 잘하고 있는 게 맞냐는 듯 물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 문제에 대해 전에 말한 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예 무시하기는 힘든 모양이다.

너무 빤히 바라보면 방해만 될 것 같아 뒤쪽에서 따라오고 있는 조혜진을 바라보자, 그녀가 곧바로 입을 열어왔다.

“…….”

“왜 그러십니까?”

“아니요, 그냥.”

“걷기 힘이라도 드시는 겁니까? 업어드려야 돼요?”

“아니, 그 정도는 아닙니다. 아직까지 버틸 만하니 나중에 녹초가 되면 부축이라도 해주세요. 아 물론 지금보다 더 시간이 지난 이후에는 업어주셔도 되고요.”

“…….”

“제가 괜히 이런 말씀 드리는 게 아니에요. 아무래도 던전의 규모가 제법 큰 것 같아서….”

“그런 게 보이는 겁니까?”

“그냥 딱 봐도 그런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천장도 높고, 길도 넓고 크고, 여왕의 무덤이 아니라 여왕이 살았던 도시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은 규모잖아요. 물론 뚜껑은 열어봐야 되겠지만. 뭐, 균열박물관보다는 작네요. 박물관 같은 경우에는 많이 걸을 일이 없어서… 혜진 씨도 오랜만에 던전에 들어온 거 아닙니까?”

“사실 거울 호수 때 이후로 처음이기는 한데, 그곳은 던전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곳이었지만요. 그보다 저랑 이렇게 잡담해도 되는 겁니까?”

“…….”

“…….”

“어차피 전반적인 진행은 라파엘에게 맡기는 게 좋으니까요. 지금은 걷는 것 외에는 딱히 할 것도 없고 저쪽에 있으면 눈치만 보여요. 평가하려고 같이 온 게 아닌데 평가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이 정도 거리감이 딱 좋을 겁니다. 중요한 브리핑 같은 경우에는 이미 전해 들었으니 첫 번째 전투가 시작되면 조금 잡아주는 게 좋겠네요. 혜진 씨 눈에는….”

“나쁘지 않은 파티입니다. 시간이 그렇게 오래 지나지 않았다는 걸 감안하면 팀원들 간에 유대감도 좋아 보이고… 뭔가 한 가지 목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보통 저런 파티는 위로 올라가게 마련이죠.”

“평가가 후하네요.”

“보이는 그대로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저들은 강해요. 애송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고, 특히나 라파엘은….”

“네?”

“조금만 더 성장한다면 대륙 8좌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겁니다. 물론 처음 대륙 8좌가 나왔던 때를 기준으로 말입니다. 아직 다듬어졌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흐음….”

“이번 원정 이후로 더 강해질 수도 있겠군요.”

“네, 뭐.”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 부길드마스터.”

“무리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몸을 격렬하게 움직이는 것도 아닌데.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저거나 좀 봐요. 웅장하니 예쁘지 않습니까? 건축물 한번 기가 막히네.”

“던전 안입니다.”

“그래도 감상 정도는 느낄 수 있는 거잖아요. 사람이 왜 이렇게 딱딱해.”

“지금은 일하는 도중입니다. 사실 이렇게 잡담하는 것도 최대한 지양하는 게 맞습니다. 심심해 보여서 맞춰 드리고 있는 것뿐이에요.”

“조금은 풀어질 수도 있는 거죠. 그렇게 매번 힘주고 살면 피곤하다니까요.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이럴 때 꿀 좀 빨고 그러는 겁니다. 현성이도 없는데 누가 조금 쉰다고 뭐라고 한답니까. 어차피 혜진 씨는 전투에 참여하지도 않는데….”

“최소한 한 명은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죠.”

“네, 네.”

안 그래도 슬슬 집중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잡담을 나누며 계속해서 걸어오는 동안 주변 풍경이 달라지는 것이 시야에 비쳤기 때문이다.

‘멋있네.’

안 그래도 넓었던 길은 더욱더 넓어지고 있었고, 천장은 더욱더 높아진다.

여왕의 도시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 보니 거인족들이 사는 도시 같지 않은가.

그야말로 장관이라고 할 수 있는 광경에 입이 천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대륙에 들어온 이래로 별별 풍경을 다 봤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이는 풍경은 또 새로운 풍경이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걷는 게 너무 힘들었다는 것.

박덕구가 있었다면 편하게 업혀 갈 수도 있었을 텐데 따위의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와 꽂혔다.

전투도 없이 4시간 동안 행군만 하는 상황이지 않은가.

여러 가지 불만이 생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시바, 준비가 너무 미흡했어.’

마차라도 챙겼어야 했다.

라파엘도 이쪽이 신경 쓰이기는 했는지 쉬었다 가는 게 좋지 않겠냐고 물어왔다.

하지만 첫 전투도 끝내지 못하고 벌써 쉰다면 이곳에 있는 시간만 더 늘어나는 꼴이지 않은가.

거대한 문이 시야에 비친 것은 바로 그때였다.

문 양쪽에 서 있는 거대한 석상을 보니 일이 대충 어떻게 될지 예상이 간다.

-이곳은.

-여왕의 무덤.

-허락되지 않은 자는.

-이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거대한 석상들이 눈을 빛내며 우리 라파엘 파티를 맞이한 것이다.

‘진짜 이거 던전 디자인 누가 한 거야. 진짜, 너무 구린데.’

전설 등급의 던전이니만큼 확률은 낮지만, 만약 베니고어 패치 2.0의 결과물이 이거라면 상당히 슬플 것 같았다.

-돌아가라.

-부정한 자들아.

-자격이 없는 자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전투 준비하겠습니다.”

“네.”

“하나는 메즈, 그사이에 남은 하나를 빠르게 처리합니다.”

“알겠어요.”

“네, 대장.”

-죽음을.

“시작.”

-죽음을!

눈 깜짝할 사이에 시작된 전투, 주문을 외우는 마법사가 손을 뻗자 순식간에 얼음 기둥이 나타나 가디언 하나의 길을 가로막는다.

곧 녀석의 주변이 모두 얼음 기둥으로 채워진다. 나쁘지 않은 출발이라 할 수 있으리라.

보통의 파티들도 많이 사용하는 전형적인 방법이었다.

눈앞의 석상 가디언들은 일반 몬스터라기보다는 보스 몬스터에 더 가깝다.

여왕의 무덤으로 향하는 문을 지키고 있는 녀석들이 평범한 녀석일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 보면….

‘괜찮기는 한데….’

보고 있는 내가 답답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리라.

‘굳이… 저렇게 할 필요가 있어?’

라파엘의 파티는 강하다.

대륙을 싸 돌아다니고 있는 파티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강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녀석들은 이런 식으로 진행할 필요가 없다.

파티가 가디언 하나를 상대하고 있는 사이에 얼음 감옥에 갇혀 있던 녀석이 기어코 얼음을 부수고 바깥으로 튀어나온다.

파티가 잠깐 우왕좌왕 거리는 사이에 마법사가 다시금 주문을 외워 녀석을 가둔다.

그리고 남아 있는 한 녀석에게 화력을 집중하는 모습.

‘비효율적인데.’

내 눈에는 비효율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마법사의 마력은 무한하지 않다.

가디언 하나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데 들어가는 마력이 땅 파서 나오는 건 아니지 않은가.

저기에 들어갈 마력을 화력으로 돌리는 게 내 눈에는 더 이상적으로 보인다.

저 파티는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차고 넘친다. 동시에 두 녀석을 상대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는 거다.

‘너희 1회 차 영웅 파티잖아, 시바. 게다가 성검 용사까지 같이 있는데 꼭 그렇게까지 해야 돼?’

“다음 마법 준비해 주세요. 다시 빠져나오기 전에 부탁드립니다.”

“네.”

“내구가 생각보다 높습니다. 최대한 주의해 주세요, 이주혁 님.”

“걱정은 필요 없다.”

“사제님은 버프 마법 끊이지 않게 해주시고. 나머지 두 분은 최대한 교란하는 쪽으로….”

꼰대가 되기는 싫지만, 저 스탯, 저 능력을 가지고 저렇게 움직이는 게 답답하게 느껴진다.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상황.

“마법 취소해요.”

작게 이야기했지만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당황하는 마법사 놈의 얼굴이 시야에 비쳤다.

“유지하고 있는 마법 취소해요. 두 놈 한꺼번에 상대해도 상관없을 겁니다.”

“위원장님?”

“제 말 들어요. 전혀 무리 없습니다. 위험하지도 않고요.”

“마법 취소하세요.”

내 말에는 잠깐 멈칫하던 마법사가 라파엘의 목소리에 곧바로 마법을 취소했다.

별건 아니었지만, 파티의 리더가 라파엘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만 같지 않은가.

‘충성도가 높네.’

“지금부터 제가 지시하겠습니다.”

“지금부터 형이 지시하겠습니다. 집중해 주세요.”

“조심할 필요 없습니다. 몸 사지리 마세요. 근접 직군들은 한두 방 맞을 각오하는 게 맞아요. 내구 스텟을 괜히 올리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사제님은 보호 주문 외워주시고 마법사는 화력이 높은 마법으로 준비하시면 됩니다. 궁수랑 도적이 가디언 두 마리 한꺼번에 모아주시고, 마법사님은 최대한 가디언 겨냥해서 주문. 앞쪽이 아니라 쟤들 뒤쪽으로 겨냥해 주셔야 됩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전위들한테 닿을 것 같으면 사제님이 보호 마법으로 걷어내요. 마법사 다시 주문.”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전위들은 범위 파악하셨으면 일정 거리 벌리고 빠져나오지 못하게 틀어막아요. 다시 주문.”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후드득후드득 소리와 함께 가디언들의 신체 일부가 터져 나간다.

파티원들의 반응을 보니 이렇게 쉽게 끝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

저들끼리도 당황스러운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나를 빤히 바라보는 얼굴은 가관이다. 조용히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마무리 안 할 겁니까? 전위들 들어가세요.”

반사적으로 몸을 날리는 녀석들의 모습이 시야에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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