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8
회귀자 사용설명서 648화
둠현성(4)
온몸이 빛에 휘감긴다. 빛의 연금술사로 전직했을 때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느낌이 든다.
온몸이 성스러운 기운으로 꽉 차는 게 느껴졌다. 반쪽짜리가 아닌 진짜 신성 말이다.
대륙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성자의 얼굴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 와중에도 김현성은 커다란 빛이 나를 감싸지 못하게 막으려고 발악하고 있다.
지금쯤이면 쓸데없는 저항이라는 것을 깨닫지 않았을까.
베니고어가 아니라 윗분들이 직접 초이스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강해지기는 했지만 이미 정해진 운명을 거스를 수 있을 정도의 무력을 보유한 것은 아니다.
결국에는 발악에 차 검을 휘두르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타락의 상징처럼 자리한 10장의 날개로는 현재 상황을 막을 수가 없다.
검으로 베어보려고 하지만 계속해서 떨어져 내리는 빛의 물줄기를 어찌 가를 수 있겠는가.
“아아아….”
물론 그 와중에도 내 몸에는 천천히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도 날개 달리는 거야?’
생각이 끝나기가 무섭게 빛의 날개가 뻗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10장은 되겠지? 나도 10장 할래.’
아프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순백색의 날개는 오히려 신성함을 충만하게 해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와중에 김현성의 손이 불쑥 빛을 뚫고 나오는 게 눈에 보인다.
‘뭐야, 시바. 어떻게 닿았어?’
“제길, 제기랄!”
어떻게든 나를 끌어내리려는 모습이 굉장히 눈에 띄었지만, 나갈 때 나가더라도 진화는 한 후에 나가고 싶다.
다행히 광휘의 폭풍이 녀석을 날려버렸지만, 여전히 어떻게든 손을 뻗으려 발버둥 치고 있었다.
“닿아, 닿아!”
심지어 칠흑색의 마력이 쏘아 보내는 모습은 가관이다.
‘아니, 진화 좀 하자고.’
정말로 필사적인 얼굴이었다.
‘얘, 진짜.’
마치 박덕구가 나를 지키려는 것 같아 살포시 감동하기는 했지만 반가운 상황은 아니다.
불가능이라는 걸 깨닫고 바라보고 있으면 좋으련만 계속해서 쏟아지는 빛줄기를 막으려는 모습은 무척 당황스럽다.
‘이게 막아져? 이게 막아진다고?’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빛을 마력으로 틀어막으려는 모습은 어찌 보면 장관이었다.
빛의 안으로 들어가 나를 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는지, 칠흑의 파도가 광휘의 폭풍을 덮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콰아아아아아아!!
엄청난 폭음이 들려올 정도, 하지만 안은 고요하다.
‘현성아아… 시바, 그러면 안 돼. 남 레벨업하는 거 막 방해하고 그러면 안 돼.’
아마 위쪽에서도 굉장히 당황하고 있지 않을까.
어떻게든 빛을 전해줘야 하는 시점, 김현성은 늦었으니 이기영이라도 포섭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갑작스럽게 나타난 방해꾼이 떨어지는 빛을 틀어막으려고 하니 얼마나….
‘황당하겠어?’
실패의 아이콘인 베니고어가 이번에도 실패하지는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을 거라 장담할 수 있다.
[이기영 신도, 이기영 신도!! (0/1)]
아니나 다를까 벌써부터 통한의 외침이 들려온다.
“으아아아아아!”
김현성은 여전히 내게 내려오는 무거운 짐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도대체 일이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건지는 모르겠다, 시바.
‘아니, 현성아. 이거 받는다고 책임져야 하고, 뭐 그런 거 아니야. 계약서에 도장 찍은 것도 아니고, 그냥 먹튀 해도 상관없다고. 얘네가 지들 불안해서 뿌린 건데, 왜 그렇게 과민 반응해. 심정은 이해하는데….’
[이기영 신도! 쟤 좀 막아봐. 이기영 신도오! (0/1)]
‘나도 막고 싶어, 시바. 일단 출력이나 높여봐, 시바.’
[아, 알겠어. (0/1)]
이쪽의 조언을 받아들이기는 했는지, 더욱더 강한 빛이 뿜어졌지만, 김현성 역시 더 커다란 소리를 내지르며 빛에 대항하려고 했다.
솔직히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이 힘을 받아들이는 게 문제가 아니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김현성의 눈에 거대한 분노가 들어차는 것이 보인다.
자신에게 원하지 않은 책임을 부여한 것처럼, 지금 나에게도 그런 책임을 덧씌우는 것처럼 보였던 걸까.
어쩌면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았다.
“이 개자식들… 이 개새끼들아! 멈춰! 흐윽… 시발, 멈추라고!”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 들려오고 있지 않은가.
“하지 마! 이 더러운 새끼들아! 그만… 제발 그만….”
‘우리 현성이 욕 좀 하는구나.’
“멈춰… 멈춰어!!”
녀석의 몸은 이미 넝마가 된 지 오래.
[이기영 신도… 이거 어떻게 해. 큰일 나는 거 아니지? (0/1)]
베니고어가 걱정할 정도였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만큼 지금 김현성이 보여주는 모습은 절박해 보인다.
온갖 저주 섞인 말을 내뱉고 있었고, 이제는 그럴 여유마저 없어졌는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독기가 눈빛에 감돈다.
[멈추는 게 좋을까? 멈추는 게… 멈추는 게 좋을까? (0/1)]
나 역시 멈추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현성이 진심으로 베니고어 측을 적대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던 탓이다.
대륙을 버리고 도망치는 선택지가, 대륙을 파괴하는 둠현성 완전체로 진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단순히 대륙을 손절하려는 김현성이라면 설득의 여지가 있지만, 후자는 설득의 여지조차 사라진다.
바깥 신보다 둠현성이 먼저 대륙 뽀개기를 끝낸 이후 악마들과 함께 베니고어의 보금자리를 향해 돌진할지도 모른다.
“제길, 제길!!! 이 개새끼들! 멈춰!”
일단은 뭐라도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흥분한 김현성을 진정시키는 게 먼저다.
이건 나쁜 일이 아니라고 좋은 일이라고 설득해야 한다. 일단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보자.
‘후우….’
커다랗게 한숨을 쉰 후 곧바로 입을 열었다.
솔직히 나도 이게 통할지 모르겠다. 평소라면 말을 들어먹기라도 하겠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먹힐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
“괜찮습니다.”
“…….”
“…….”
‘뭐야, 안 들려?’
“괜찮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
‘현성아, 내 말 씹는 거야? 그런 건 아니지?’
“별것 아닙니다. 현성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무거운 짐을 드는 것도 아니고, 힘든 일을 겪는 것도 아닐 겁니다. 오히려 즐거운 일입니다. 저에게는 행복한 일이에요.”
‘제발… 제발 들어먹어라.’
“남은 시간 동안 제가 할 수 있다는 일이 있다는 게 즐겁습니다.”
“…….”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게 즐거워요. 당연히 힘들 거라는 건 압니다. 그리고 현성 씨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고요. 어째서 제 걱정을 하시는지도 아주 잘 알고 있어요.”
“…….”
‘아, 이 새끼 반응 없네.’
하지만 듣고 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다. 아직도 내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으니까.
‘그냥 이렇게 말하는 것만으로는 안 돼.’
조금 더 민감한 주제로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이를테면 김현성이 흑화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라든지 말이다.
갑자기 머리가 깨끗해지고 나았다는 설정보다는 그게 더 설득력 있을 테니까.
녀석이 민감해하는 주제인 만큼 틀림없이 반응할 것이다. 일단은 서로 말이 통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였다.
“그… 일을 숨긴 건 죄송합니다.”
“…….”
“하지만 정말로 걱정시켜 드리고 싶지 않았어요. 별거 아닌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제가 만약에 기억을 잃는다고 해도….”
“…….”
“정말로 모든 걸 잊어버린다고 해도… 모두 함께 있어 줄 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
“제게는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닐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렇잖아요? 아마 다르지 않을 겁니다. 평소와 같을 거예요. 모든 게 끝난 이후의 린델의 일상은 분명히 예전과 변함없을 겁니다.”
“…….”
“혜진 씨와 함께 체스를 두기도 하고, 함께 와인을 마시기도 할 겁니다. 엘레나 님과 함께 세계수를 보러 다니고, 엘프 분들과 시간을 보낼 수도 있겠네요. 예리와는 간단한 카드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안기모 씨와는 함께 여신의 거울을 들여다볼 수도 있겠군요.”
“…….”
“정연 씨, 그리고 소라 씨와 함께 연금술을 처음부터 공부할 수 있을 겁니다. 네, 전부 다 까먹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는 합니다만, 몸이 기억하고 있는 만큼 금방 배울 수 있겠죠. 틀림없이… 말입니다. 아마 1년이나 2년이 지난 이후에는… 아니, 어쩌면 3년 정도가 지난 이후에는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올라올 수도 있겠네요. 파란 길드의 재정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을 거예요. 인프라는 그대로 있을 테니… 하하.”
“…….”
“희영 씨와는 함께 봉사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될 겁니다. 제가 아직 다녀오지 못한 장소들이 아직 많이 있으니… 물론 디아루기아 님께서 루리아나 막스와 함께 시간을 보내라고 성화를 부리기도 하겠지만 말입니다.”
“…….”
“아영 씨, 창렬 씨와는 제가 교습을 나갔을 때의 이야기를 나누고… 재미있었던 일이 많았던 만큼, 저한테도 새로운 경험이었던 만큼, 많이 웃게 될 겁니다. 네. 정말로 많이 웃게 되겠죠. 내가 그런 적도 있었어? 하면서 말이에요. 어쩌면 예전에 찍어놨던 영상들을 전부 보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
“가끔 저를 찾아오는 희라 누나와의 시간도 굉장히 즐거울 겁니다. 일이 끝난 직후에는 바빠 얼굴을 자주 볼 수 없겠지만, 전쟁이 전부 다 끝난 이후에는 매일같이 끌려다니게 될 겁니다. 또, 또 처음부터는 무리겠지만… 오스칼 님께 정치에 대해 다시 배우고… 바젤 교황님과는 다시 한번 신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게 되겠고, 김미영 팀장님에게는 전반적인 길드 운영에 대해서, 지혜 씨에게도 여러 가지로 다시 배울 게 많을 겁니다. 이를테면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라든지… 하하.”
“하지… 마…세요.”
“하얀이와 계속 함께 있게 된다면, 어쩌면 결혼할 수도 있겠네요. 왠지 모르게 상상이 잘 되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덕구는 박수를 쳐주겠죠. 자기가 이럴 줄 알았다고 전부 자신 때문이라고 즐거워하며 쓸데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을 게 뻔합니다.”
“그런 말… 하지]… 마세요. 흐윽,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제기랄,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현성 씨와도 비슷할 겁니다. 가끔 함께 나가서 식사도 하고, 그리폰을 타러 나가기도 하고, 별것 아닌 일로 웃고, 여느 때처럼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될 거예요.”
“제발… 제발 그런 말 하지 말아주세요. 제발….”
“저는 이 일상을 지키고 싶습니다. 제가 결코 이타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어디까지나 제 만족을 위해서 이 일상을 지키고 싶어요. 네, 당연히 힘들 겁니다. 아프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베니고어 님을 원망할 수도 있고, 어쩌면 지금의 선택을… 두고두고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어째서 저를 말리지 않았냐고 투정부리는 일이 생길지도 몰라요.”
“…….”
“하지만, 하지만 종국에는 웃게 될 겁니다. 다 함께 커다란 테이블에 앉아서 예전에 있었던 추억거리들을 곱씹으며 예전에 아팠던 일들을 웃어넘길 거예요. 지금까지도 그래왔으니까. 지금까지도 이겨내 왔으니까.”
“…….”
“변하는 건 없어요, 절대로.”
“아니요, 많은 게… 많은 게 변할 겁니다. 결코, 예전 같지 않을 거예요. 모두 괴로워할 겁니다. 기영 씨가 자신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괴로워할 거예요. 저도… 저도 괴로울 겁니다. 무서워요. 무섭다고… 흐윽, 무섭다고요… 제기랄.”
“다른 선택지도 괴로울 겁니다. 정말로 대륙을 버린다고 해도 괴로울 거예요, 현성 씨. 매일같이 죄책감에 시달리고 멸망한 대륙을 보고 두고두고 오늘의 결정을 후회할 겁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외면한 걸 죽을 때까지 가슴속에 품고 살아가게 될 겁니다.”
‘솔직히 나는 몰라도, 너는 그럴 거야. 너도 알잖아, 너 아직 완전히 못 버렸잖아.’
“만약 저를 강제로 데려가신다고 해도… 그렇게 구걸하듯 살아남는다면 오히려 현성 씨를 원망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우리 솔직해지자. 막말로 네 생각대로 된다고 해도 내가 널 평생 원망할 텐데, 너 그거 견딜 자신 있어? 우리 절교하는 거라고, 너 나랑 진짜 손절할 수 있어?’
“현성 씨도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어요.”
“…….”
“물론, 불안함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무섭고 싸우는 게 무서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이 상황도 무섭고, 제게 일어나는 일들이… 매일같이 일어나는 변화들이 두렵습니다. 어떻게 무섭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저 역시 사람인데.”
“그렇다면….”
“하지만 저는 일상을 잃는 게 더 무섭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우리가 그리고 있는 미래를 잃는 게… 더 무섭습니다. 기억을 잃는 것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워요. 아마… 모든 이들이 그런 마음가짐으로 이번 일에 임하고 있을 겁니다.”
“…….”
“일상을, 미래를 지키려 제 자리에 서 있을 겁니다.”
“분명히 견디지 못하실 겁니다. 장담컨대 후회하실 거예요. 이겨내지 못할 겁니다.”
“아니요, 견딜 수 있을 겁니다.”
“괴로워하실 게 뻔해요.”
“절대로 괴롭지 않을 겁니다.”
“죽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워….”
“고통스러울 수도 있겠죠.”
“전부 잊게 되실 겁니다.”
“함께할 사람이 있다면 그것 역시 괜찮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어째서 그렇게까지 생각하실 수… 생각할 수 있는 겁니까. 어떻게 그렇게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거예요. 어째서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수 있는 거냐고요. 제길….”
‘뭐가 어떻게야. 당연히 네가 시바, 전술 김현성으로 파바바박 해줄 걸 알고 있으니까 그렇지.’
하지만 그렇게 대놓고 말할 수 있을 리 없다. 이럴 때는 추억의 대사를 날려주는 것이 좋다. 물론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는 설정이었지만 말이다.
“그야 물론.”
“…….”
“짐을 함께 들어주실 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
“…….”
‘솔직히 이게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녀석이 뭔가 깨닫는 게 있을 거라고 믿는다.
‘내가 함께 들어야 돼’라든지, ‘내가 이러면 안 돼’와 같은 깨달음 말이다.
원래 인생이란 게 상부상조가 아니었던가. 김현성은 틀림없이 내가 자신의 짐을 들어줬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먹힐 거야.’
김현성이라면 틀림없이 내게 주어진 짐을 함께 들어줄 것이다.
‘제발… 제발….’
나 몰라라 내버려 둘 리가 없다.
‘그렇지? 내 생각이 맞지? 우리 절교 안 해도 되는 거지?’
타이밍 좋은지 모르겠지만, 하늘에서 내려오던 찬란한 빛이 멈춘다.
조금 긴장할 수밖에 없는 부분.
김현성이 뿜어낸 칠흑색의 마력은 보이지 않았지만, 녀석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예상할 수 없던 탓이다.
천천히 흩어진 빛 사이로 비친 것은 나를 멍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김현성.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을 거야.’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4쌍의 날개를 활짝 펼치며 천천히 손을 내뻗었고….
“흐윽, 흐으윽….”
김현성은 허겁지겁 이쪽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먹혔어. 시바, 먹혔다고.’
마무리만 잘하자. 마무리만 하면 되는 거야, 기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