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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690화 (681/1,590)

# 690

회귀자 사용설명서 690화

이기영 이 개 쓰레기 같은 사기꾼아 (4)

‘가능한 겁니까. 불가능한 겁니까?’

[일반 등급의 강제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현재의 대륙 상황으로는 불, 불가능할 거야. 인간의 생과 사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고 만약 허가가 난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페널티가 부과돼. 특히 우리 같은 경우에는 더욱더. 아주 작은 개입에도 신성 소요가 상당하다는 걸 생각해 보면…. (0/1)]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네요.’

[일반 등급의 강제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이해해 줘서 고마워… 이… 이기영 후배. 역시 우리 이기영 후배는 말이 통한다니까. (0/1)]

‘대충 위쪽도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으응. 다른 대륙에서도 예산을 많이 가져와서 솔직히 더 이상 이 곳에 투자할 여력이 없으신 것 같거든. 그때 이기영 후배를 빛으로 가득 채웠던 게 사실상 마지막 지원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그래도 날개 달았잖아! 그, 그렇지? (0/1)]

‘근데 정말로 불가능한 건 맞아요? 엘룬 같은 얘들 몇 명 모아서 희생하고 이러면 어떻게….’

[엘룬을 희생시킨다고 해도 불가능하다니까. 옛 분들이 헤아릴 수 없는 시간 동안 모아온 신성들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평범한 인간이라면 어떻게든 편법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알다시피 이기영 후배는 격이 높아졌잖아. (0/1)]

‘그렇긴 하지….’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약 이기영 후배를 살린다고 가정하면 그건 죽은 신을 살리는 거와 다름이 없는 행동이야. 알타누스를 되살리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해 봐. 만약 그 정도의 신성을 소비할 여력이 있었다면 애초에 죽음을 맞이하지 않게 만들었겠지. 항상 말하는 거지만 저번 지원도 엄청 이례적인 일이었다고. 윗분 중에 한 분이 이기영 후배님과 김현성을 열렬히 스카우트하고 싶어 하셔서 통과됐던 거지. 아니었으면 그렇게 하지도 못했을 거야. (0/1)]

‘음….’

[사랑스러운 이기영 후배에게 이런 말 하기는 조금 미안하지만 알다시피 이기영 후배가 조금 모난 구석…아니, 조금 독특한 구석이 있잖아. 이곳에는 보수적인 분들도 많아서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도 했거든. 김현성도 마찬가지고…. 한 번 타락한 인간을 믿을 수 있겠냐고…. (0/1)]

‘뭐?’

[그… 그래도 아까 내가 언급한 그분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스카웃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거든, 루시퍼의 힘을 받아들였다는 것 보다는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 집중하셨던 거지. 꼭 이기영 후배님을 보고 싶어 하셨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너무 바쁘시네. (0/1)]

‘걸리는 게 많기는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기는 가능하다는 거네요?’

[아, 아니. 불가능하다니까. 대륙의 법칙에 위배되는…. (0/1)]

‘그 페널티를 맞을 각오하고, 헤아릴 수 없는 시간 동안 모아놓은 신성을 소비한다고 가정하면 가능하다고 이야기한 거 아니었어?’

[그건 이기영 후배님 말이 맞지만… 실제로 그 정도의 신성을 움직이기는 힘들어. 윗분들이 맡은 차원들도 문제가 많고, 만약 그 정도의 신성이 소비된다면 차원의 균형 자체가 깨질 가능성이…. (0/1)]

‘아니, 그러니까 가능하기는 가능하다는 거잖아.’

[가, 가능하기는 하지. (0/1)]

‘그럼 됐네.’

일단은 계속 빛의 눈물을 흘려도 될 것 같았다.

물론 빛을 위해 이 모든 걸 희생하기로 마음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확인 과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점검 아닌 점검을 할수록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루시퍼라면 가능하겠네.

만약 정말로 빛기영이 빛으로 화한다고 해도 루시퍼라면 이기영을 살리는 것이 가능하다.

어마어마한 페널티를 부과받고 모아놓은 그녀의 실적이 일부 날아가기야 하겠지만 그녀라면 확실하게 이쪽을 되살려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베니고어의 말을 들으니 애초에 죽는 상황까지도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중간에 개입하는 것을 선택하지 않을까.

어째서 이런 귀찮은 내기까지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계약의 내용이라면 이해가 가기도 했다.

악마는 계약을 해야 현세에 개입할 수 있다.

루시퍼 정도의 악마라면 계약을 하지 않은 상태로도 개입이 가능하겠지만, 정식으로 계약을 맺은 상태가 페널티를 덜 받는 방법이라는 걸 모르고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어느 쪽이 됐든 간에 그녀가 패배했을 때의 손해가 막심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잠깐이었지만 혹시 내가 패배했을 경우에는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루시퍼의 개입을 끌어내기 위해 이기영이 내건 것은 뭘까.

평생 김현성과 함께 그녀의 밑에서 노역하겠다는 노예 계약서에 사인한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함이 밀고 들어올 정도.

물론 굳이 파헤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내기에서 승리하는 건 루시퍼가 아닌 나라고 생각했으니까.

[일반 등급의 강제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이제 딱 이틀 남았네. 이, 이기영 후배. 우리 할 수 있는 거지? (0/1)]

‘할 수 있겠죠.’

[일반 등급의 강제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혹시 이기영 후배가 우리 대륙을 버리면 어떻게 하나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만… 역, 역시 이기영 후배는 이기영 후배라니까. 나는 믿었어. 엘룬이 그렇게 아니라고 해도 이기영 후배를 항상 믿고 있었다구. 우, 우리 끝까지 함께 가는 거다! 그렇지? (0/1)]

‘아니….’

[함께 매수하고 함께 매도하는 그거. 나, 나도 같이하는 거다! (0/1)]

‘…….’

[우리는 영혼의 동반자니까. 으응. 나, 나는 항상 믿었어. (0/1)]

‘…….’

[주위에서 이기영 후배를 욕하고 손가락질해도 나만은 끝까지 이기영 후배를 믿었다구. (0/1)]

‘…….’

[아! 이, 이제 회의 시간이네. 이기영 신도도 힘내. 나도 최, 최대한 내 나름대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테니까. 우리는 하나. 우리는 하나다! (0/1)]

“얘도 참….”

약간의 불안감이 담겨 있기는 했지만 무척 희망적인 느낌이기도 했다.

‘36일 이후에 혹시나 대륙을 손절하지 않을까 덜덜 떨고 있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결국에는 이기영이 받아들이기로 했구나 하고 반쯤 확신하는 것 같은 분위기.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뒤통수를 조심하는 게 현명한 행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지만 베니고어의 희망적인 분위기가 뭘 뜻하는 건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딱 3일이 남은 타이밍, 그녀가 보기에도 준비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한 것이 아니었을까.

베니고어의 보증 따위는 하등 쓸모가 없지만, 그녀가 느끼기에 대륙이 밝은 분위기를 향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얘도 먹을 게 많으니까.’

기본적으로 본인의 일터를 지킬 수 있다는 게 가장 행복한 소식일 것이다.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이득에 대해서도 행복 회로를 돌리고 있지 않을까.

승진이야 당연한 거고, 바깥 놈을 밀어내거나 처치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인센티브까지 받을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빛 쪽으로 움직이기로 마음을 먹는다면 그녀의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동아줄이 내려오는 셈.

분위기상 나와 김현성에 대해 여러 가지로 의견이 갈리는 것 같기는 했지만, 녀석과 내가 태풍의 핵이라는 사실에는 그 누구도 이견을 제시할 수 없지 않은가.

윗분 한 분의 총애를 받고 있으니 이미 한 자리를 차지하는 거야 확정된 이야기.

베니고어도 은근슬쩍 그 줄에 합류하려는 거겠지 뭐. 얘가 사실은 머리가 잘 돌아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괜스레 허벅지를 툭툭 두드리자 앞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까 얘랑 놀고 있었지.

“부길드마스터 차례입니다.”

“…….”

“…….”

“아. 네. 제가 조금 넋을 놓았네요.”

“여유 있게 하셔도 됩니다. 뭐 딱히 우열을 가리자고 하는 게임도 아니니까요.”

눈앞에서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인형은 조혜진이다.

“누가 우열을 가리는 게임이 아니라고 했어요? 우열을 가리는 게임 맞아요.”

“네. 그럼 그런 거로 해요.”

“…….”

“…….”

“안 둔 사이에 혜진 씨는 실력이 많이 줄었네요.”

“그렇다기보다는 부길드마스터가 실력이 는 것 같습니다. 잘 두시네요. 확실히.”

‘얘 이거….’

“아. 그보다 이 차 한번 마셔보세요.”

‘…….’

“건강에 좋은 차라고 합니다. 특히 머리를 맑게 해주는 차라고…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이런 건 어디서….”

“베니고어 넷에 있는 사람들이 추천해 줬습니다. 아마 마음에 들어 하실 겁니다.”

‘와….’

얼굴을 보니 세상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내가 정신이 없기는 없었나 보다.’

조혜진이 접대 게임을 해주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정도였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어쩐지 별로 초조해하는 기색이 없다고 느껴지기는 했다. 게임이 이렇게 기울었는데 보여주는 표정이 아니다. 체크메이트를 맞기 직전의 상황에도 푸근한 미소를 올리고 있지 않은가.

남이 나를 걱정해 주고 있다는 건 짜릿하기는 했지만 이건 조금 자존심 상한다. 가볍게 입을 여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슬그머니 말을 집어둔 이후에 이죽거리면 반응이 오지 않을까.

“차는 맛있기는 한데… 게임이 영… 제가 실력이 는 게 아니라 혜진 씨가 줄어든 게 맞습니다.”

“…….”

“너무 쉬운데… 혹시 머리에 이상이라도 생긴 건 아니죠? 아까 거기서 그렇게 뒀으면 안 됐죠. 나 참 수준이 맞아야 게임을 하지….”

“…….”

“조금 더 연습하고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뭐 결전의 날까지 이틀 남았다고 싱숭생숭한 건 이해하는데 진짜 경기력 썩었네요. 어이구! 맛있게 먹겠습니다. 폰으로 나이트를 다 먹어보네. 끝내줍니다. 끝내줘요. 키야.”

“…….”

“체크메이트가 눈앞에 보이는데… 이걸 먹을까 말까. 한 번 살려드릴게요. 그 대신 비숍은 가져갑니다. 아이고… 아이고오. 맛있어라. 뇌가 굳은 거 아니에요?”

“…….”

“아, 너무 쉽네요. 현성이랑 게임하는 것 같은 느낌이네. 진짜.”

“말씀이 너무 심하신 것 같습니다. 길드마스터 정도는 아닙니다.”

“현성이랑 게임하는 것 같은 느낌인데 뭐. 요것도. 잘 먹겠습니다. 후르르짭짭.”

“…….”

은근슬쩍 눈빛이 변하는 게 보인다. 입술을 꽉 깨무는 듯한 표정,

조금 단호한 얼굴로 말을 옮기기는 했지만 뭔가 변화가 올 리는 만무했다.

이미 전황은 기울어 질대로 기울어진 상황, 현재 조혜진이 할 수 있는 일은 얻어맞는 것밖에는 없다.

“손이 미끄러져서 요걸 또 먹어버렸네.”

“…….”

“내 정신 좀 봐. 푸흐헤헤헤하핫.”

“…….”

“췍쿠뭬이트! 다시는 체스 두자고 하지 마세요. 진짜.”

“한, 한 판 더하죠.”

“뭘 한 판 더해요. 시간도 늦었는데.”

“한 판 더해요. 한 판만.”

“해봤자 결과는 뻔합니다. 재미도 없고요. 지혜, 아니, 김미영 팀장부터 이기고 와요. 그럼 상대해 줄 테니까.”

“딱 한 판만 더해요. 딱 한 판만.”

“비굴하다. 진짜. 일없습니다.”

“아니, 딱….”

“너무 쉬워서 안 해요. 진짜.”

“아니… 아니, 딱 한 판만 더 하자고! 진짜 딱 막판 하자고!!”

“…….”

“…….”

“소, 소리쳐서 죄송합니다.”

“뭐 그런 거 가지고 그러십니까. 오늘 온종일 지느라고 수고했는데 소리 좀 칠 수 있지.”

“그러니까 딱.”

“아니. 진짜 안 한다니까요. 슬슬 정리하고 와인이나 때립시다. 할 이야기도 조금 있고….”

“뭡, 뭡니까?”

“현성이는 어때요? 잘 지내고 있어요?”

“네. 뭐 딱히 이상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늘은 나오기 전에 기분이 조금 안 좋으신 것 같긴 했는데… 평소 그대로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부길드마스터한테 무슨 이상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도통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여기 함께 오고 싶어 하시기도 하셨는데….”

“현성 씨는 바쁘시지 않습니까. 제가 방해하면 안 되죠.”

“아… 네. 그렇기는 하지만….”

“길드 분위기는 조금 괜찮고요?”

“네. 괜찮습니다. 하얀 씨에게 조금 문제가 생긴 것 같기는 하지만….”

‘그것도 잘되고 있는 거네.’

이제 정말로 마지막 퍼즐 하나만 남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제 정말로….”

“네. 얼마 안 남았죠.”

“괜찮을 것 같습니까?”

“괜찮을 겁니다.”

“계속 초조하셨던 것 같은데….”

“일단 그 문제는 해결됐어요. 준비도 제대로 되어 있고 제 생각대로만 잘 풀리면 좋겠네요. 기왕이면 아무도 다치는 사람 없이 끝내는 게 가장 베스트라고 생각하는데. 쉽게 됐으면 좋겠네요.”

“아무도 다치지 않을 겁니다.”

“글쎄요…. 네, 정말 그렇게 됐으면 좋겠군요.”

불안함을 감지한 듯 뭔가 입술을 깨무는 조혜진의 표정이 눈에 비쳤다. 데스플래그를 투척당한 것만 같은 표정. 무슨 일 있냐고 묻고 싶다는 얼굴이다. 뭔가 구린 분위기를 감지한 것이다.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말을 돌리는 것처럼 슬그머니 입을 열어온다.

“그, 그러고 보니 할 말이라는 게 뭡니까?”

“본론은 잊을 뻔했네요.”

“…….”

“노는 날 딱딱한 말씀을 드리기는 싫은데… 꼭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별건 아닙니다. 혜진 씨 임무가 변경됐다는 소식이네요.”

“그게 무슨 말….”

“전투 초반에는 매뉴얼대로 진행하시면 됩니다.”

“그럼 이후에는….”

“이건 아주 만약입니다.”

“네.”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그러니까. 아주 만약에.”

“…….”

“만약에 제가….”

“네.”

“만약에 제가 잘못된다면 그 이후의 매뉴얼입니다.”

슬쩍 준비해 놨던 문서를 넘기자 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 조혜진의 얼굴이 시야에 비쳐왔다.

“이건… 이… 이건….”

빛을 위해 스스로 희생하고자 하는 성자의 퀘스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것으로 모자라 머리가 어지럽다는 듯이 비틀거리는 모습이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두 손을 벌벌 떨고 있다. 눈에는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고 입술을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다.

마치 공황발작이라도 온 것만 같은 모양새이지 않은가. 숨이 넘어갈 것처럼 거칠어지는 숨소리는 내가 다 당황스럽다.

괜히 조혜진을 불러 퀘스트를 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아… 이거 잘못 골랐나.’

“이기영… 이기영… 이기영… 너.”

“…….”

“너….”

일단은 처연한 얼굴로 입을 열어보자. 기왕 하는 거 제대로 준비하는 게 맞으니까.

“어디까지나 만약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제게 마지막이 왔을 경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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