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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713화 (704/1,590)

< 713화 시나리오(4) >

2라운드가 시작된 시점, 초조하게 전방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쓰로누스가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저 상태의 김현성을 상대로 싸워 이길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전 둠현성의 상태일 때도 스펙으로는 분명히 밀리는 측면이 있었다.

기술적인 면으로 다른 부분을 극복한 싸움이었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체급이 같을 때의 이야기다.

새롭게 진화한 스컬 그레이 현성과 쓰로누스는 체급이 다르다.

조금만 스쳐도 녀석에게는 치명타.

부담이 생기지 않을 리가 없다. 숨도 못 쉴 만큼의 압박감을 견뎌내는 것도 문제이거니와 정신적으로도 피곤해지는 게 당연하다는 거다.

각성과 동시에 맞은 일격 역시 녀석에게는 대미지로 남았을 것이다. 겉으로 티가 나지는 않지만 내부에는 확실하게 대미지가 쌓였을 거라고 생각했다.

“…….”

소리없는 괴성을 내지르며 은색에게 몸을 부딪치는 검정.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것만 같은 팔과 다리는 형식이 사라졌지만 이전보다 훨씬 더 빨라졌다.

조금이나마 여유를 가지고 있었던 좀 전과는 다르게 쓰로누스의 얼굴에도 여유가 사라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은….

‘내구력이 차원이 달라.’

김현성의 몸에 검이 닿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상처가 생기기는커녕 검이 튕겨 나가고 있다.

입술을 꽉 깨문 은색의 영웅이 본인의 힘을 가득 담아 검을 휘두르지만 반탄력 때문에 오히려 손이 튕겨 나오고 있다.

쓰로누스가 아니면 손에 들고 있는 검을 놓쳐 버리고 말았으리라.

성벽이 무너지는 것뿐만이 아니다. 이미 주위는 완전히 폐허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김현성과 쓰로누스가 사용하는 전장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입을 크게 벌리며 손과 발을 휘두를 때, 먼 곳까지 그 여파가 미친다.

콰아아아아아앙!!

하는 소리와 함께 주위가 쑥대밭이 되는 광경은 이제는 이상하지도 않다.

‘완전히 미쳤어.’

본인도 본인을 제어할 수 없는 지경까지 와버린 것이다.

쓰로누스가 검을 휘두른다. 김현성은 그 검을 머리 위에 있는 뿔로 막아낸다.

스컬 그레이 현성이 손을 휘두르려고 하는 것이 보인다. 문제는 이다음이다. 무수히 많은 선택지가 있었던 이전과는 다르게 이제는 저 공격에 대한 선택지를 찾기가 힘들다. 어디로 피할 것인가.

‘위? 아래? 오른쪽, 왼쪽?’

저 손톱이 휘둘러지면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 덕분에 사방이 사정거리다. 김현성의 등 뒤 말고는 피할 곳이 없다.

아니, 지금은 등 뒤도 안전하지 않다. 날카로운 꼬리를 탑재하지 않았던가. 흘려야겠다고 생각하겠지만 밀도가 높은 마력은 함부로 흘려보낼 수도 없다.

결국에는 녀석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일반 등급의 강제 퀘스트를 생성합니다.]

[중앙 (0/1)]

[쓰로누스에게 일반 등급의 퀘스트를 전달합니다. 퀘스트 클리어 보상을 등록하지 않았습니다. 쓰로누스는 보상을 받으실 수 없습니다.]

내가 뭘 말하는지 녀석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날개로 몸을 감싼 채로 공중에서 몸을 비트는 녀석의 모습이 시야에 비친다.

휘릭 하는 효과음이 들려올 것만 같은 움직임으로 검을 내뻗는다.

피할 수도 흘릴 수도 없다면 뚫어낸다. 밀도가 가장 옅은 곳이라면 쓰로누스 역시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마력이 덜 집중된 공간으로 녀석이 몸을 움직이는 것은 순식간, 품 안으로 파고 들어가 검의 손잡이로 김현성의 가면을 후려치는 모습이 시야에 비친다.

너무 가까이 붙어 검을 휘두를 수 없게 되자 손잡이를 사용한 것이다. 곧바로 몸을 빼야 한다는 메시지는 날릴 필요는 없다.

초근접거리가 자신에게 더 위험하다는 건 쓰로누스 역시 인지하고 있다.

‘잘 이해하고 있네.’

뭔가 통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확실히 라파엘 때와는 다른 것 같은 느낌.

요단강 익스프레스에 몸을 단단히 고정시킨 라파엘에게는 미안하기는 했지만 승차감이 다르다.

‘이거 좋네.’

처음부터 끝까지 지시할 필요가 없다. 애초에 이런 전투에서는 지시를 내릴 수도 없다.

메시지를 보내는 시간에도 전투의 향방이 계속해서 바뀔 수밖에 없으니까. 일단 둘의 움직임이 너무 빠르다는 것이 문제, 당연히 어느 정도는 녀석의 개인 성능과 판단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힘만 믿고 밀어붙이는 라파엘과는 비교하는 것부터가 미안하게 느껴질 정도다. 심지어 라파엘은 전부 다 하나하나 지정해 줘야 하는 수동이었다.

이렇게 움직여라, 저렇게 움직여라. 이런 말들을 전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소요했으니 필연적으로 수비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쓰로누스는 자동화되어 있다. 스스로 판단할 수 있었고 내 생각을 이해하고 있다. 현성이와 누가 더 좋을지 굳이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 급도 같고 성능도 같다.

아마 여기에서부터 갈리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 아닐까.

‘사정거리?’

쓰로누스가 김현성보다 더 길다.

녀석이 가지고 있는 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녀석의 검이 긴 사정거리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쓰로누스는 중거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

별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은 검, 날개를 조금 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종류가 많지도 않고 확실하지도 않지만 권능 비슷한 것 역시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공중에서 몸을 움직이는 방식이 약간은 비상식적이다. 자신의 힘을 형상화 시켜 쏘아 보내는 것도 익숙해 보였고 끊임없는 견제가 습관화되어 있다.

묵직한 한 방을 가지고 있는 김현성과 대조적이라면 대조적이다.

어쩌다가 사람을 몰아보는 것에 이렇게 평가를 내리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즐겁다. 비싼 스포츠카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세컨드 카를 즐기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공룡이 우는 소리를 내는 것만 같은 배기음, 거칠게 움직이는 주제에 기술적으로도 완벽하게 정리된 김현성.

하이브리드 카처럼 조용하지만 운전자를 약간 더 배려해 주고 편하게 만들어주는 쓰로누스.

전자가 더 괜찮다고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후자도 결코 나쁘지는 않다.

‘라파엘은?’

“성검용사 코인은 개뿔 이제는 손절할 때도 됐지.”

다시 몰기 싫어지는 승차감이었다.

조금 다른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에도 계속해서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는 쓰로누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마 공간을 찾고 있는 거겠지. 녀석의 눈으로는 어디로 파고들어야 할지 모를 테니까. 언제 파고들어야 할지도 모를 테니 메시지를 받는 순간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타이밍은 아직이다. 녀석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큰 기술.’

스컬 그레이 현성이 큰 기술을 사용할 때마다, 조금씩 가면에 대미지를 욱여넣는다.

아웃 파이터가 싸우는 것처럼 끊임없이 녀석을 주변으로 원을 그리며 공간을 찾는다.

귀찮다는 듯이 한 번 더 괴성을 지르며 마력을 모으는 것이 보인다. 공간이 검은색의 마력으로 꽉 채워진다.

내가 할 일은 간단하다.

눈으로 보고.

전달하는 것.

김현성이 마력을 뿜어내는 그 시점, 쓰나미 같은 거대한 파도에서 작은 공간을 찾아 녀석에게 전해주는 것으로 끝이다.

찰나의 시간에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게 어렵기는 했지만 약점을 찾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다시 한번 날개로 자신의 몸을 감싼 채 이쪽이 지시한 방향으로 몸을 던지는 모습, 환희에 찬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일반 등급의 강제 퀘스트를 생성합니다.]

[뚫어낸 이후에 바로 대응. (0/1)]

[쓰로누스에게 일반 등급의 퀘스트를 전달합니다. 퀘스트 클리어 보상을 등록하지 않았습니다. 쓰로누스는 보상을 받으실 수 없습니다.]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지?’

어둠에 가려져 있지만 김현성 역시 몸을 움직이고 있다.

쓰로누스가 공간으로 파고들 것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수풀 속에 숨어 몸을 웅크린 검은색 늑대가 이빨을 들이밀었지만 쓰로누스 역시 대응할 준비를 이미 마쳤다.

검은색 마력을 뚫어낸 이후에 공중에서 방향을 바꾼다. 김현성을 보고 움직였다면 타이밍이 맞지 않았겠지만 이미 전해 들은 정보로 일정거리를 유지한 채 검을 내지른다.

품 안으로 파고든 이후에 손잡이로 가면을 내리친 방금 전의 타격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었다.

옹졸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작은 포인트, 대미지를 느끼는 건지, 확실하게 준 건지 의심이 되기는 했지만 지금의 상태로는 이 상태가 해답이다.

조금 더 무리하게 들어갈 수 있을 것 같기는 했지만 딱 이 정도의 선은 지켜야 했다.

현재의 김현성은 참을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계속해서 기회를 본다면 가능성이 있다.

예상대로 짜증 난다는 듯이 주변을 휩쓰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 대륙이라도 멸망시킬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저게 단순한 화풀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직 근처에 있을지도 모르는 야전지휘관들에게 곧바로 전 병력을 대피시키라고 메시지를 보내놓기를 잘했다.

‘구역 하나를 통째로 전장으로 사용할 줄 누가 알았겠어.’

[일반 등급의 강제 퀘스트를 생성합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다시 한번 브리핑하겠습니다. 신호가 있을 때만 지정해 준 위치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들고 계시는 검 정도의 거리보다 더 멀게 간격을 유지해 주시고 치고 빠지는 것에만 집중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오른손에 들고 있는 검보다는 왼손을 사용하는 빈도가 높으니 주의해 주시고, 절대로 뒤를 잡지 않습니다. 꼬리 주의하세요. 꼬리 주의. 너무 멀어지지는 마세요. 다시 접근하기 힘들 것 같으니까. 간격을 제가 계속 체크할 테니 눈대중으로 확인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0/1)]

[쓰로누스에게 일반 등급의 퀘스트를 전달합니다. 퀘스트 클리어 보상을 등록하지 않았습니다. 쓰로누스는 보상을 받으실 수 없습니다.]

-알겠다.

[일반 등급의 강제 퀘스트를 생성합니다.]

[사용하실 수 있는 권능이나 스킬 같은 게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0/1)]

-…….

‘뭐야. 너 나 의심해?’

-그렇게 하도록 하지.

[일반 등급의 강제 퀘스트를 생성합니다.]

[Q, W, E, R로 신호 드리겠습니다. 견제기는 Q, 특수기는 W, 이동기는 E, 권능은 R입니다. (0/1)]

-이해했다.

쓰로누스를 향해 커다랗게 점프하는 김현성의 모습이 보인다. 당연하지만 김현성이 뛰어오른 만큼 녀석은 뒤로 물러난다.

날개로 몸을 감싼 채로 이동하고 있는 것을 보면 녀석 역시 공격을 정통으로 맞는 게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조금 시간을 끄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나쁘지는 않다.

‘패턴 분석할 시간도 준다는 거네.’

김현성은 프로그램 덩어리가 아니니 패턴이랄 것도 없지만 그래도 몸에 익은 습관이라는 게 있다. 지금처럼 이성이 날아간 상태일수록 그 습관들은 조금 더 두드러진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몬스터와 같은 상태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검을 한 번 휘두른 이후에는 곧바로 손톱을 휘두르는 빈도수가 높고, 꼬리를 한 번 살랑거린 이후에는 하단 공격 빈도수가 높다.

팔은 크게 횡 옆으로 움직이는 것이 대다수고 견제기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하나 있기는 하지.

‘꼬리.’

그게 녀석의 유일한 견제기라고 할 수 있으리라. 쓰로누스와 다르게 거리는 재는 종류의 견제기는 아니었지만 저것도 저것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어 보였다.

등 뒤를 완벽하게 지킬 수 있다는 건 최고였으니까.

발차기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주변을 두리번거린 이후에는 광역기, 꼭 누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조금 양이 부족하기는 했지만 쌓여 있는 데이터를 정리한 이후에는 곧바로 전달한다. 끊임없이 정보를 전달하고 녀석은 계속해서 정보를 받아들인다. 주의해야 할 것은 하나 정도.

[일반 등급의 강제 퀘스트를 생성합니다.]

[맹신하지 마세요. (0/1)]

정보를 너무 맹신하지 않는 것. 상황은 언제 어떻게든 변할 수 있다.

나 역시 쌓인 데이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뒤에 3% 정도는 항상 여지를 남겨 놓는 것이 좋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솔직히 이기는 그림은 그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가면을 벗겨내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조금만 더.’

계속해서 대미지가 들어가고 있다. 김현성이 쓰고 있는 가면에 벌써 여러 번의 대미지가 들어갔다.

갈라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스컬 그레이 현성이 크게 흥분하고 있다는 게 바로 그 증거다. 조금 문제가 되는 것은….

‘내구력이 약하구나.’

쓰로누스의 내구력이 문제였다.

무작정 비난할 수도 없다. 아무리 날개로 몸을 가렸다고 한들, 가장 낮은 밀도의 공간으로 파고들었다고 한들, 대미지가 없는 것이 아니다.

녀석은 김현성의 마력 한가운데로 몸을 던졌고 그 대미지는 몸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조금씩 조금씩 너덜너덜해지는 날개들이 그 증거가 아닐까.

‘이거 조금 위험한 건가.’

놈의 날개가 계속해서 이걸 버텨낼 수 있을까.

‘앞으로 몇 번이나 남았지. 한 번은 승부를 내야 하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계속해서 머리를 굴리고 있었을 때였다.

“어?”

사방에서 튀어나온 백금색의 사슬이 김현성의 몸을 휘감기 시작한 것.

“뭐야.”

어느새 공중은 백금색의 검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쓰로누스 역시 당황한 듯한 얼굴, 녀석의 짓이 아니다.

-처형.

소나기가 내리듯 하늘에서 검들이 쏟아져 내린다.

-처형.

다시 한번 검들이 쏟아져 내린다.

-처형.

다시 한번 검들이 떨어진다.

-처형.

-……!

처음에는 뚫리지 않았지만 검들은 김현성의 몸에 상처를 만들고 있다. 녀석은 온몸에 사슬이 포박된 채로 괴성을 내지르고 있다.

분노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저것은 고통스럽다는 울음이었다.

-처형.

-……!

‘뭐야… 시바.’

-처형.

-……!

‘그만해. 미친….’

-처형.

“그만하라고 이 미친 잡종 비둘기 새끼야!”

하늘 위에 떠 있는 것은 백금발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천사. 쓰로누스는 녀석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만. 그만해라. 세라핌.

-어째서?

-…….

-저자는 죽어야 해. 쓰로누스.

-…….

-내가 저자를 죽이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이야기해. 쓰로누스. 그건 네 뜻이야? 아니면 네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더러운 배신자의 뜻이야?

-…….

-난 지금 저 인간을 죽여야겠어.

‘시발.’

입술을 꽉 깨물 수밖에 없는 상황,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죽어?’

실제로 고통스러워하는 김현성의 얼굴을 보자 입술이 절로 꽉 깨물어졌다.

갑작스레 등장한 불청객에 초조한 마음이 생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리라.

녀석은 우리들에게 적대적이다. 정말로 현재의 김현성을 죽이는 게 가능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등장 임팩트만 보면 그게 불가능할 것 같지가 않다.

“시발… 시발….”

‘외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나?’

차희라는?

아직까지 전투 중.

이지혜 역시 마찬가지다.

정하얀은?

불가능하다. 아니,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북부 전역에 쏟아지고 있는 마법을 해주하면 그녀가 개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풀어야 하나?’

고민할 수밖에 없는 시점, 정말로 세라핌이 현재의 김현성을 죽일 수 있다면 지금 당장 마법을 해제하는 것이 맞다.

쓰로누스에게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내지만 중간에서 차단당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지푸라기라도 있으면 잡고 싶은 심정, 나도 모르게 망원경으로 전체를 둘러 볼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괜스레 녀석이 눈에 띈다.

김현성과 더불어 대륙을 지키기 위한 필수 조건이었던 영웅.

성검에게 선택을 받은 용사.

내 동생 라파엘.

‘시바. 깨어나세요. 용사여!’

뭐라도 해야만 했다. 몸은 튀어 나가면서도 계속해서 메시지를 날린다.

‘깨어나세요! 용사여! 대륙의 희망이여!’

다시 한번 세라핌이 손을 휘두르는 것이 보인다.

‘일어나. 라파엘.’

하늘을 가득 채운 검이 다시 떨어지고 있다.

‘깨어나세요! 용사여!’

“일어나라고! 이 미친 새끼야!”

-처형.

“일어나!”

거대한 백금색의 빛이 시야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 * *

“…….”

“…….”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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