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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765화 (756/1,590)

< 765화 끝으로 (24) >

“제발… 제발… 우웨에에엑… 하아… 하아… 기영 씨… 기영 씨?”

“…….”

“안 돼. 안 돼… 흐으으윽… 제발… 제발….”

“…….”

‘나도 안 된다고 말하고 싶어.’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는다. 너무나도 뜨거워진 복부와는 반대로 몸이 점점 차가워지는 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살짝 고개를 돌려 김현성이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얼굴을 옆으로 뉘기조차 쉽지가 않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김현성이 직접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게 느껴졌으니 말이다.

지금 녀석의 상태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김현성이 망가진 모습을 많이 봐오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다.

27군단 악마들에게 세뇌당했을 때도, 무의식 세계에서 주저하는 녀석을 봤을 때도, 라파엘과 결전을 벌일 때도 보여주지 않았던 얼굴이다.

‘그러니까 왜 그랬어? 시발로마. 우리 완전히 죽 쒔어. 개 망했다고.’

“아아아… 아흐으윽… 아아아아아아. 기영 씨. 기영 씨… 기영 씨….”

서둘러 배에 꽂혀 있는 듀렌달을 뽑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 것일까. 곧바로 배에 꽂혀 있는 듀렌달을 뽑는다.

계속해서 뱃속에서 왈칵왈칵 피가 튀어 오르는 게 느껴진다. 김현성은 어떻게든 흘러나오는 피를 막으려고 압박하고 있었지만 겨우 그런 거로 출혈이 멈출 리 만무하지 않은가.

가지고 있는 포션이 떠올랐는지 허겁지겁 뚜껑을 열고 상처 부위에 쏟아내지만 이런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제발… 제발… 제발… 제바알… 흐으윽… 제바알!”

“…….”

“제발 살려주세요. 하느님.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제발….”

“…….”

“이건 아니야. 이건…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라고.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야. 제길… 제길… 흐윽… 흐으으윽…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악… 멈춰! 제기랄! 멈춰… 제발… 멈춰줘. 제발… 사제… 사제! 사제!! 아으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 제발!! 흐으윽… 제발!!”

“나… 나….”

“기영 씨? 기영 씨? 기영 씨! 제발 죽지 마세요. 제발… 제발….”

‘네가 찔렀자너.’

“아아아… 제발 살아주세요. 제발… 부탁드려요. 아직 살 수 있어요. 아직 괜찮을 거예요. 분명히 전부 다 괜찮아질 겁니다. 제 목소리가 들리세요? 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

‘어떻게 살아.’

이미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 지금 상처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살아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가 의사는 아니지만 딱 봐도 판단이 되지 않을까. 급기야.

“제발… 흐윽… 흐으으으윽….”

이 새끼가 쳐 돌았는지 자신의 마력을 내게 보내고 있는 중, 이 새끼가 지금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언데드로 만드실려고? 그게 가능했어?’

루시퍼의 마력을 받았으니 불가능할 리가 없지 않은가.

물론 고위 흑마법사가 아닌 일개 검사가 얼마나 퀄리티가 높은 언데드를 만들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아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여부는 알고 싶다. 빈껍데기만 돌아다니면 이상하자너.

아니, 애초에 가능한 일도 아니지. 베니고어를 비롯한 상위 신들의 신성을 받아 완성된 빛기영의 신체가 저런 어둠의 마력에 반응할 리가 없잖아.

내가 이걸 받아들이고 싶다고 해도 몸에 쌓여 있는 신성이 저 마력을 거부할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신성이 마력에 저항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김현성은 더욱더 입술을 꽉 깨물며 어떻게든 마력을 집어넣으려고 하고 있었지만 거부반응을 보이는 몸이 다시 한번 피를 뿜어낸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내가 거부한다는 액션을 취해보자.

잘 올라가지도 않는 팔을 천천히 들어 김현성의 손 위에 가져다 댄 이후에는 고개를 살짝 젓는다.

굳이 이럴 필요가 없다는 액션이다. 언데드로 살아가는 치욕을 감내하느니 차라리 빛과 함께하겠다는 성자의 의지가 엿보이는 장면이었다.

‘X나 멋있었어… 시바.’

아니, 이런 거로 취할 때가 아니긴 한데…. 아, 정말로 다른 방법이 없다면 언데드로 태어나도 괜찮겠지만 그건 네가 아니라 소라가 해야지. 그렇지 않아?

“…….”

“아아… 흐으윽… 제발… 제발 살아줘요. 제발… 제발… 흐으윽… 제가 죄송합니다. 제가… 제가 죄송해요. 제기랄… 제기랄… 흐으윽… 제발… 어떻게 하지? 어떻게… 흐윽… 제발 눈을 감지 마세요. 상처가 그렇게 깊지 않습니다… 네… 회복할 수 있을 만한 상처예요. 금방 치료될 겁니다. 지금도 상처가 아물고 있어요. 네.”

‘구라쟁이.’

“포션이… 포션이 효과가 좋은 것 같습니다. 기영 씨가… 흐으윽… 만드신 포션이라 그런지….”

‘뻥 치지마. 그 정도는 아니야.’

“제발… 조금만 버티면 사제들이 올 겁니다. 네… 그럼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갈 겁니다. 제가 바보 같았… 웨에에에엑… 흐으윽… 흐윽….”

눈물 콧물 침 전부 다 흘리고 있는 와중에도 이 새끼 얼굴이 잘생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놀랍기는 하지만 정말로 멘탈이 어떻게 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되는 대로 말을 쏟아내고 있다는 듯한 느낌이 강했고 생각하는 것 같지도 않다.

기본 응급처치 정도는 배웠을 텐데도 불구하고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심장은 뛰고 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심폐소생술은 왜 하는 거야.

본인이 망가뜨린 팔과 다리를 계속해서 주무르면서 얼굴을 가슴에 가져다 댄다.

“으아아아아아아으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짐승이 울부짖는 것처럼 오열하고 있다. 본인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슬슬 실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김현성의 눈물이 상처를 적시면 기적적으로 부활하는 클리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이미 눈물 한 바가지를 내 상처 부위에 떨어뜨린 것 같았지만 여전히 이기영은 죽어가고 있었다.

“아으아아아아… 제발… 베니고어 님… 알타누스! 알타누스!! 알타누스 님… 제발… 한 번 만 더 기회를 주세요.”

‘이건 조금 찡하네.’

너 회귀하는 거 싫어했잖아.

아니, 증오했다는 말이 더 어울리지.

차라리 죽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회귀했다는 걸… 싫어했었는데.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알타누스. 제발… 베니고어 님… 베니고어시여. 제 목소리가 들리신다면 제발… 한 번 만 더 기회를 주세요. 이번에는… 이번에는 망치는 일은 없을 거예요.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네… 딱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제가 전부 떠안겠습니다. 걱정하시는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제발 제 죄를 용서해 주시고… 제발… 시키시는 무슨 짓이든 하겠습니다. 죽으라면 죽고 모든 말에 따르겠습니다. 평생을 베니고어 님만을 위한 종으로 살겠습니다. 그러니… 그러니 제발… 제발 한 번 만 더… 한 번 만 더하게 해주세요.”

“…….”

“한 번만… 끄윽… 끄으윽… 한 번 만 더 하게… 해주세요. 제발… 기회를 주세요. 기회를… 흐으으윽… 기회를 달라고… 제길… 기회를 달라고!!”

‘둠둠현성 다혈질 시바.’

“개새끼들아! 제발! 내가 이렇게 빌잖아. 그러니까 한 번 만 더 기회를 달라고! 개새끼들아! 너희들이 멋대로 나를 회귀시켰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 거야! 제길! 흐으윽… 끄윽… 그러니까 내 말 들려? 기회를 달라고 했잖아! 내 말 들리냐고! 시발새끼들아아!!! 사람을 이렇게 만들었으면… 개새끼들아… 살려내. 시발새끼들아!! 제발…딱…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제발….”

‘욕 잘하자너.’

“루시퍼! 루시퍼! 내 말 들려? 내 말 들리는 거야? 내 모든 걸 가져가도 좋으니 제발 살려내. 그게 불가능하다면 네가 나를 회귀 시켜줘.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는 거지? 너도 할 수 있잖아. 알타누스쳐럼 너도 할 수 있는 거잖아.”

‘피드백이 오고 있기는 해? 걔는 믿지 마. 애초에 너를 조종한 게 루시펀데 왜 걔한테 부탁하고 앉아 있어? 그만큼 절박해?’

“제발 나를 회귀시켜! 제발….”

아쉽게도 피드백은 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미쳐 버린 것처럼 계속해서 하늘을 바라보면서 소리치고 있는 김현성의 얼굴이 아까보다 더 절박해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제는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만 같다.

아니, 이 새끼 진짜.

‘정신 나갔네.’

시바, 그러니까 왜 그랬어. 왜 그렇게 어리석은 선택을 했어? 네가 정말로 미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 아무 죄 없는 빛의 배때기에 손을 댄 이상 기다리는 건 파멸뿐이었자너. 그걸 다시 주워 담았으면 안 됐어. 그랬으면 안 됐다고.

“아으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 제발… 흐으으윽… 흐윽… 흐으으윽… 기영 씨… 기영 씨….”

“…….”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해요. 정말로… 흐윽… 죄송합니다. 제 잘못입니다. 모두 다 제가 나빴어요. 처음부터… 처음부터 만나지 말았을걸.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흐으윽… 이럴 줄 알았으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아무래도 내가 이렇게 된 게 자신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동공에 힘이 풀리고 있다. 뭘 떠올리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천천히 듀렌달을 들어 올리는 놈의 모습만은 확실하게 시야에 비친다.

“다 내 잘못이야. 전부… 너 같은 새끼가… 너 같은 새끼가 이 세상에 존재하면 안 됐던 거야. 버러지 같은 김현성 개자식아. 흐으윽… 제기랄… 흐으윽….”

‘너 이 미친 새끼 왜 나쁜 짓 하려고 그래. 하지 마.’

“기영 씨? 기영 씨… 조금만 참아요. 분명히 모든 게 원래대로 되돌아갈 겁니다. 하… 하하…. 네. 저는 이 개새끼들을 알아요. 정말로 대륙이 이대로 끝나는 걸 원하지 않을 겁니다. 결국에 저를 다시 한번 회귀시킬 게 분명할 거예요. 네.”

‘야.’

“다음번에는 이, 이럴 일이 없을 겁니다. 네.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떠안을 겁니다. 짐 같은 건 함께 들어 주시지 않으셔도 돼요. 저를 만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아니, 다음에는 기영 씨에게 말을 걸지 않겠습니다. 제가… 제가… 흐윽… 흐으윽… 절대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겁니다.”

‘김현성? 너 이 새끼 제정신인 거지? 그렇지?’

검을 자신의 목으로 가져다 대는 것이 시야에 비친다.

‘자살하려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하고 있다.

‘제정신이야?’

김현성이 여기서 죽는다고 하더라도 베니고어나 엘룬 쓰레기가 놈을 다시 회귀시켜 준다는 보장 따위는 없다.

알타누스 때는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지만 애초에 시간을 되돌린다는 건 그렇게 쉬운 작업이 아니다.

해주냐 해주지 않냐의 문제가 아니라 가능하냐 가능하지 않느냐 문제라는 거다. 게다가….

너 시바 자신 있어?

나 없이, 시바, 여기까지 끌고 올 자신 있냐고.

만약 회귀한다고 하더라도 다시 한번 놈이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김현성이 그걸 모를 리가 없다. 애초에 회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정말로 회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죽음을 선택한다기보다는….

‘그냥 견딜 수 없는 거야.’

단순히 합리화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냥 스스로 저지른 일이 견딜 수 없는 것일 수도 있다.

“하… 하하… 하… 3회 차는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할 거예요. 제가… 제가 그렇게 만들겠습니다. 흐으으윽… 흐윽… 제가….”

목으로 천천히 검을 밀어 넣으려고 하는 것만 같다.

울부짖고 있는 얼굴은 이미 차갑게 굳어 있다.

다시 한번 시간이 천천히 느려지는 것처럼 보인다.

정말로 이게 끝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최악의 엔딩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뭐야. 이런 게 어디 있어. 시발.

정말로 그것 때문에 망친 거야? 루시퍼 이 미친 까마귀야. 정말로 이게 끝이야?

나는 조건을 완성했어. 내기는 내가 이긴 거라고. 개 쓰잘데기없는 조건 하나 들어맞지 않았다고 이렇게 끝난다는 게 말이 돼?

“다음에… 다음에… 또… 그래. 다시 한번…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다시 한번은 없어. 김현성 미친 새끼야. 다시 한번은 없다고. 야. 야!

듀렌달의 날이 김현성의 목에 닿았을 때였다.

‘생각해 보면 이상하지 않아?’

머릿속에서 내 목소리가 울려온 것.

‘생각해 보면 이상하잖아. 이기영. 응? 그렇지 않아?’

뭐가. 뭐가 이상한데?

‘웃기잖아. 최후의 최후에 우리가 타인에게 선택을 맡겼다는 게. 루시퍼의 선택에 네 모든 걸 걸었다는 게 이상하지 않냐고.’

그건….

‘신뢰가 돈독했나 봐. 그 정도로 그 미친 까마귀가 신용하고 있었어?’

내가 그 까마귀를?

‘우리는 뒤통수를 맞는 쪽이 아니잖아. 치는 쪽이지.’

그게 무슨 개소리야.

‘이게 맞는 미래라는 거야. 지금 네가 보고 있는 장면이야말로 정말로 우리가 원했던 거라고.’

나는 개 같은 3회 차 따위는 안 만들어.

‘나도 다시 한번 하자고 말한 적 없어. 그냥. 이게 맞는 미래라고. 네가 뭘 해야 하는지 알겠어?’

“…….”

‘알고 있잖아.’

내가 지금 헛것을 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아니, 장담하건대 분명히 헛것을 보고 있을 것이다. 죽어가고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죽을 때가 되니 이런 것도 보고 그러나 봐.

‘김현성은 완전해질 수 있어.’

가면을 쓴 남자가 김현성의 어깨에 손을 두른 채, 하늘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 시야에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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