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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813화 (804/1,590)

< 813화 마지막 (46) >

-부길드마스터! 부길드마스터?

“저도 지금 확인하는 중입니다. 상황 정리되면 말씀드릴게요.”

-이게 지혜 씨가 벌인 일이 맞습니까?

“잠깐만요. 잠깐만. 지금 이쪽도 급해서 그래요. 아마 지혜 누나가 벌인 일이 맞을 것 같은데. 자세한 건 천천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뭐야. 진짜.

-기영 씨… 기영 씨.

“…….”

-기영 씨!

“그대의 자리를 지키세요. 노을빛의 검사. 그대라면 이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당황하는 김현성이 눈에 보였지만 일단은 얼버무리는 말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다.

-전투 준비! 전투 준비해! 몬스터들이 개떼처럼 몰려들고 있어. 제기랄!

-캐슬락을 지켜라! 절대로 무너지지 마!

-전선이 무너지면 끝장이다. 일반인들도 휩쓸리게 돼.

‘아니, 시바, 무너질 것 같은데.’

-종말이다. 종말이야… 빛의 여신이 노하신 거야. 그분이 인간에게 심판을 내리신 게 분명해. 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정신 차려, 이 멍청한 새끼! 뒈지고 싶어서 환장했어?!

-다 죽을 거야! 제기랄! 다 죽을 거라고! 우리들은 대가를 치르는 거야! 빛의 아들이 희생된 대륙 위에서 살아가고 있는 대가를 치르는 거야…. 전부 죽을 거야. 전부!

-미친 새끼! 완전히 미쳤군! 시발! 제리코! 이 새끼 안으로 데려가!

-빛의 여신이 노하신 게 분명해. 그분이 내린 아들을 희생시켰으니 오죽할까. 베니고어시여. 베니고어시여! 제발 용서하소서. 아둔한 필멸자들을 가엽게 여겨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시옵소서! 베니고어시여! 제 목소리에 응답해 주소서.

-막아! 막아! 제기랄! 지원 요청해! 지원 요청! 신대륙 보호 위원회 이 개새끼들은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뭐 하고 있겠어.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이게… 이게 정녕… 이게 정녕 현실이란 말입니까. 정말로… 정말로 신이 우리를 버린 것이란 말입니까.

대책 회의를 하고 있을 게 뻔하지 뭐.

-모든 생명의 끝은 무엇이고, 빛의 아들의 부활은 무엇인지… 어째서 대륙 전체가 던전이 되었는지… 이 미친 상황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이가 아무도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베니고어 교단은… 교황청에서는 이 사태에 대해서 뭐라고….

-아직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습니다만… 정말로 이게 베니고어 님의 뜻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베니고어 님의 뜻이라면…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라도 하겠다는 건지… 정말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느냔 말입니다. 모든 생명의 끝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정령 대륙이 멸망해야 만족을….

-빛의 아들의 부활이라는 방법도 있지 않습니까.

-그게 가능했다면 베니고어 님께서 이런 심판을 내리실 이유도 없었겠지요. 빛의 여신께서 빛의 아들을 직접 일으키셨을 겁니다. 이건 심판이에요. 오만방자하고 자신들밖에 모르며 살아가는 인간들에 대한 단죄입니다. 빛의 성자의 부활이라는 선택지는 애초에 없었던 겁니다. 빛의 여신께서는 그저… 대륙 위에 살아가는 인간들이 자신의 죄를 깨닫고 스스로 파멸하기를 원하고 계실 게 분명합니다.

-확대해석입니다. 그분이… 우리를….

-최근에 있었던 사건에 떠올려 보세요. 어떤 미친 작자들인지는 모르겠지만 빛의 아들의 시신을… 탐하다니요. 여신님께서 분노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들의 시신이 암시장에 팔려나가 더럽혀지는 것을 두고 볼 부모가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그분께서 분노하시는 게 당연합니다. 그분이 대륙을 버린 게 맞습니다.

-…….

-그 미친 작자들을 직접 여신상 앞에 대령한다면 여신님의 분노도 조금은 사그라지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빛의 성자의 시신을 탐한 미친놈들의 피로 여신님을 진정시켜야 합니다.

-그들이 어디에 있는 줄 알고요!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대령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모두 죽을 겁니다. 모두 영겁의 고통을 느끼게 될 거라고요!

-아니, 어쩌면 빛의 아들을 부활시킬 방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퍽이나 있겠습니다!

-시도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파란 길드과 교국 교황청에 협조 요청을 해야겠어요. 대륙의 마법사들이나 사제, 혹은 특별한 힘을 지닌 모험가들을 불러 모은다면 아주 작은 힌트라도 찾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 당장 연락을 넣어 봅시다. 정식적으로 공문을….

-지금 이 시기에 그럴 시간이 있겠습니까. 신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의 이름으로 그분의 시신을 가지고 와야 합니다!

완전히 패닉 상태로 들어간 모습들이 눈에 보인다.

내가 봐도 당황스러웠으니 저들이 느낄 감정이야 오죽할까.

갑작스레 대륙 전체가 던전화 된 것으로 모자라 언데드들과 몬스터들이 미쳐 날뛰고 있으니 여러 가지 해석이 따라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리라.

나름 시기도 적절하고….

‘딱딱 들어맞는 느낌이 있기는 해.’

쟤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면 빛의 성자의 시신에 연루된 일이라는 게 설득력이 없는 소리는 아니라는 거다.

혼란스러운 장내를 진정시킨 것은 역시나 송수경.

-그만! 그만들 하세요! 대책을 마련하는 건 천천히 이행해도 늦지 않습니다. 여러분. 일단은 시민들을 지키는 게 우선입니다. 전 대륙이 몬스터들에게 공격받고 있습니다. 소도시에 있는 이들을 대도시로 이주시키고 성문을 잠가야 합니다. 이후의 이야기 역시 중요하지만 일단은 피해를 최소화시켜야 합니다.

-…….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대응하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대륙 재난 등급을 최상위로 조정하겠습니다. 병력들을 불러 모으세요. 전쟁입니다.

아래쪽도 난리가 나기는 했지만 위쪽 역시 만만치는 않다.

“이기영 후배! 이기영 후배애!”

뒤늦게 도착한 베니고어의 얼굴이 당황으로 일그러진 것이 눈에 들어온다.

나와 벨리알이 느낀 감정은 새 발의 피도 되지 않을 정도로 풍부한 얼굴이 시야에 담겼다.

“어떻게 하지? 이거 어떻게 해야 돼? 지금 던전화 된 거 맞지? 그런 거지?”

심지어 함께 온 이도 눈에 띈다. 베니고어보다는 조금 더 키가 작은 여신이 눈에 들어왔다.

‘로렌이자너?’

“보시는 그대로예요. 이런 게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아! 로렌 님도 함께 오셨군요.”

“오랜만이야. 인간.”

“로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내가 똑바로 하라고 이야기했었지!”

“알, 알겠어. 언니. 아니… 이기영 님. 오랜만이에요. 그리고… 차마 얼굴도 마주치기 싫은 더러운 악마 놈도 눈에 보이는군요.”

“이렇게 다시 만나니 반갑구나. 로렌.”

“잠깐 떨어지세요. 언니.”

“로렌! 지금 뭐 하는 거니!”

“최소한 우리 자신을 보호해야죠. 지금은 문제를 해결하는 게 먼저지만 저 구역질 나는 악마가 언니와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다는 걸 용인 할 수는 없어요. 더럽다고요. 언제 저 역겨운 손으로 언니를 위협할지 모르니….”

“상처받는 말이로군. 나름 깨끗하게 살아왔다 자부하고 있다만.”

“로렌! 무기 집어넣어야지!”

거대한 할버드를 들고 있는 로렌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저 작은 몸으로 저걸 다루는 모습이 제대로 상상이 가지는 않지만 창과 방패를 어설프게 들고 있는 베니고어와는 다르게 제법 모양이 잡혀 있는 것 같은 느낌.

벨리알은 긴장한 것 같진 않았지만 조금 귀찮은 상황이 생겼다는 모양.

본인이 말해도 어떻게 될 것 같지 않으니 슬그머니 나를 바라보는데 중재를 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이제는 우리 편이라구! 벨리알도 우리 편이야! 쟤가 상종하지 못할 쓰레기 같은 악마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 편이라니까!”

“언니. 정말로 악마를 믿으시는 건 아니시죠?”

“로레에에에에엔! 로레에에에엔! 내 말 안 들을 거야?”

“괜찮습니다. 베니고어 님.”

“이기영 후배! 말리지 마! 내가 몇 번이나 말했는데… 오늘 본때를 보여줘야겠어!”

“아니, 흥분하실 필요 없습니다. 베니고어 님. 로렌 님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불안하실 겁니다. 익숙하지 않으실 수도 있고요. 악마 군단장과 함께 일을 한다는 건 위의 낡은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게 당연합니다. 아! 무기는 가지고 계셔도 됩니다, 로렌 님. 휘두르지만 않으신다면요.”

“들었지? 언니?”

“합류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렇게 다시 뵙게 되는군요. 오실 줄 알고 있었더라면 조금 더 신경을 썼을 겁니다.”

“아니, 괜찮다. 인… 아니, 이기영 님. 지금은 상황도 상황이니까요. 그러니까….”

“대륙이 던전화 됐습니다.”

“그건 알고 있어요. 몬스터와 언데드들이 도시로 몰려들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고요. 눈이 있는데 그것도 모르겠어요. 덕분에 우리 측 역시 패닉 상태예요. 이런 건 들어보지도 못했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으니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게 좋은 상황이 아니라고 말씀드려야겠네요.”

“대책이 있기는 한 겁니까?”

“저희들은 던전화가 풀리는 걸 기다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에요. 시스템이 허용한 영역이라… 언제나 그렇듯 인간들에게 선택을 맡기는 것밖에는… 문제는 이게 일반적인 던전이 아니라는 데 있어요. 상황이 조금 특수하다는 거겠죠.”

“…….”

“던전은 기본적으로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어 있는 독립적인 공간이라는 거 알고 계시죠? 조금 더 정확하게 설명드리면….”

“아니요. 굳이 설명하실 필요 없습니다. 생각한 것보다… 문제가 커지겠네요.”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보였다.

‘난리 나겠는데.’

무한한 자원의 보배, 신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수를 가장 먼저 소실시킨 이유가 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진짜 난리 나겠는데.’

당장은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내느라 정신없는 인간들이 시야에 들어왔지만 대륙이 던전화 되었다는 건 내 생각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하늘은 어둠에 뒤덮였고 바다 역시 검은색 물질에 뒤덮여 있다. 인간은 빛을, 필요로 하는 것들을 얻을 수 있는 장소를 잃었다.

가장 먼저 생각난 부작용은 역시나….

‘자원.’

말 그대로 자원이었다.

“네. 대륙 안에 더 이상 신의 선물들이 새롭게 태어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적어도 던전 클리어가 되기 전까지는 계속 이런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커요. 인간들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될 거예요. 저는 그들을 믿고 싶지만… 아마….”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겠군.”

“네. 혼돈에 빠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런 현상이 장기간 유지되면 결과적으로 현세에 있는 인간들은 모두….”

“…….”

“굶어 죽겠죠.”

“…….”

“아주 악질이에요. 쓰레기 같은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역겨울 줄은… 현세의 인간들끼리 서로 지옥도를 만들어내는 걸 바라보고 싶을 뿐이라고요! 이런 인간이 위에 올라오게 하면 안 돼요. 언니.”

자신의 상사가 된 지혜 누나 앞에서도 얘가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온갖 부정적인 말들을 쏟아내는 걸 보니 불안하기는 한 것 같았다.

그만큼 현재 위쪽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지 않은가.

‘조금 지나치기는 했어.’

나 역시 이 누나가 일을 벌일 거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누나라면 정말로 지켜보고 싶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온갖 인간 군상이 모여 서로 죽고 죽이는 걸 내 죽음에 대한 애도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누나 진짜 나 살아 있는 거 모르는 건 아니지?’

모를 리가 없는데.

가설을 세웠지만 본인 역시 확신할 수 없으니 여러 가지 플랜을 마련한 것이 아닐까.

만약 자신의 가설이 무너졌을 때 언제든지 대륙의 최후를 바라볼 수 있게 빌드업 했다고 보는 게 맞다는 판단이 선다.

불안한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불안요소라고 하기에는 과대해석이기는 하지만….

“김현성.”

아니나 다를까.

웃음기가 섞인 표정으로 어두운 던전의 위를 바라보는 김현성의 얼굴이 시야에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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