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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824화 (815/1,590)

< 824화 마지막 (57) >

녀석 쪽에서도 무언가 준비된 카드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했었다. 전력의 차이가 큰 만큼 어느 정도의 밸런스 조절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었으니까.

김현성과 정하얀을 비롯한 수십의 네임드 개체를 소유하고 있는 이쪽과는 다르게….

‘이 새끼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아무리 놈이라고 한들, 단순한 언데드로 김현성을 막아낼 수 있을 리 만무.

하지만 우리 회귀자를 억제할 수 있는 카드가 저놈들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녀석들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잘 기억이 나지 않은 빌런들의 모습이 시야에 비친다.

흑마법사들을 이끌고 있는 고위 흑마법사도 눈에 보이는 것을 보니 저놈 역시 고인이 확실하기는 한 모양.

김현성이 한참 흑마법사들을 족치러 다녔을 때 희생된 피해자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베니고어 교단의 성기사들의 손에 의해 최후를 맞이한 빌런일지도 모르고.

뭐가 어찌 됐든 간에 중요한 것은 놈이 초월적인 존재들에게 대항할 카드를 얻었다는 것.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이거 너무 상향판정 받은 거 아닌가? 비겁한 새끼. 진짜.”

사실 김현성, 차희라, 정하얀 보유국의 입장에서 녀석을 비겁하다 비난할 수는 없겠지만 해도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어와 꽂힌다.

악마의 끄나풀 이설호나 미하일 같은 경우에는 애초 전투 인원이 아니니 열외. 이들은 이 전쟁을 도와줄 수 있는 지휘, 행정 요원이었고 병력들을 관리해 주는 이들이었으니까.

아니,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보니 이 새끼들도 열외시키지 못하겠다. 모두 당시 녀석들이 가지고 있는 포텐셜 이상의 능력치를 뽐내고 있지 않은가.

이토 소우타를 예로 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건 가정일 것이다.

만약 이 빌런들이 죽지 않고 제대로 된 성장을 했다면 어땠을까에 대한 답을 알려주고 있는 것만 같다.

성수에 익사하기 직전 보여줬던 빠른 몸놀림이 단순한 기교가 아니었다는 것처럼 천장을 뚫어버린 민첩 능력치가 시야에 비친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당시 영웅 등급의 무기로 보유하고 있었던 바람의 검은 전설 등급이 되어 있었고 관련 특수 능력 역시 성장한 것이 보인다.

실리아의 바람이라는 칭호 그대로 놈은 바람을 이용하는 검사가 되어버렸고 악마 숭배자라는 타이틀에 보답하듯 검은 바람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으로 5성 진화를 마쳤다.

제대로 된 성장을 한 것으로 모자라 악마의 힘까지 손에 넣은 것이다.

‘진짜 재빠르게 처리하길 잘했자너. 얘가 진짜 악마랑 계약 맺어서 분탕질 쳤으면 큰일 날 뻔했자너….’

더 이상 약한 내구가 약점이 아니라는 듯이 검은 바람이 놈의 주변을 상시 배회하고 있는 걸 보니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짜증 나는 것과는 별개로 한번 써보고 싶기는 하다. 기술에 정점에 선 것 같은 검사의 모습은 나름 멋있게 보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녀석의 근처에 있는 놈보다는 아니다.

‘1회 차 여단의 단장.’

사이코패스 살인마. 정진호.

어째서 튜토리얼에서 뒈진 놈이 말이 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누가 보더라도 김현성의 대항마로 준비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강한 것 같다.

‘얘 성장 한계치가 이렇게 높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1회 차에서도 한계 이상의 강함을 보여준 것을 보면, 이번에도 시스템의 벽을 넘었거나 악마의 힘을 받았다는 기믹이나 설정을 부여받지 않았을까.

마검사라는 직업명에 잘 어울릴 정도로 밸런스가 잘 잡혀 있는 것으로 모자라 천장을 뚫고 있는 마력 능력치.

한 손에는 검을 한 손에는 마법진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인첸트형 검사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사이코패스라는 근본에 걸맞게 사람을 해하기 위한 모든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 정도면 대형살상마법도 가능할 거 같은데.’

아니… 심지어.

짧은 거리를 단신으로 이동할 수 있는 이동 마법.

오직 정하얀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았던 마법이 놈의 상태창에 있는 걸 보니 황당하다.

물론 놈의 경우에는 자기 자신의 몸을 짧은 거리로 움직일 수 있을 뿐이었지만 이딴 기믹을 부여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일어난다.

혈액을 활용하거나 매개로 하는 마법이 많이 보이기도 했으니 전장에서 좋은 효율을 보여줄 수 있는 타입이라는 것은 이미 입증이 된 셈.

막말로 양민들을 학살하는 것만은 우리 얘들을 뛰어넘을지도 모르겠다.

녀석 외에도 튜토리얼에서 함께 목숨을 잃었던 녀석의 똘마니 기철이와 재준이, 진청과 함께 했던 러시아산 박덕구와 녀석을 따르던 병사와 간부들.

스쿼드가 화려하다면 화려하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녀석의 덱도 이쪽의 덱만큼이나 사기처럼 보인다는 거다.

모든 악마 관계자를 이끌고 온 악마 소환사는 악마의 미소를 띠며 악마의 손을 축소된 대륙에 올리기 시작, 조혜진 역시 긴장한 표정으로 마력을 집어넣는 것이 시야에 비쳤다.

그리고.

가만히 서 있을 것 같았던 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아니, 이거 시바 누나 더미월드 개량해서 만든 거 아니야? 더미월드 확장팩 공화국 전쟁 이런 거야?’

몇 가지 제한을 걸어둔 것 같기는 했지만 정말로 더미 월드처럼 보인다.

스스로 행동하고 생각하는 것만 같다. 뭐라 알아듣지 못하는 대화를 하는 것도 보인다.

목소리가 들려오지는 않았지만 저들은 의사를 표현하고 있었다.

[인류 진영의 네임드 개체 김현성이 불안해합니다. 플레이어에게 전달할 수 없는 의사를 표현합니다. 네임드 개체 김현성의 의사는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인류 진영의 지휘본부에서 보급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공화국과 교국 진영의 두 지휘부의 의견이 충돌합니다. 플레이어에게 각각 편지를 보냅니다.]

[인류 진영의 네임드 개체 김현성이 오열하며 슬퍼합니다. 플레이어에게 전달할 수 없는 의사를 표현합니다. 네임드 개체 김현성의 의사는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아니, 시발 얘는 또 왜 이래. 이거 버그야?’

[인류 진영의 붉은용병 길드에서 선공을 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플레이어의 명확한 의사를 전달하지 않으면 붉은용병 길드가 군대를 이끌고 갈 것입니다.]

“저거 말려야 되는 건 알고 있죠?”

---생각해 의사를 보내는 것으로 충분할 겁니다.

-…….

[붉은용병 길드의 차희라가 플레이어의 명령을 받아들입니다. 차희라는 때를 기다리고 있으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전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검은백조의 전력 분석팀이 악마 진영의 취약한 전선을 분석해 전달합니다. 플레이어에 판단에 맡긴다고 뜻을 표현합니다.]

‘이거 너무 유기적인데.’

쉴 새 없이 휙휙 실시간으로 돌아가는 상황 자체가 정신이 없다.

조혜진 역시 이런 경우에 대해서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입술을 깨물고 있는 중,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진청도 재미있다는 얼굴로 조혜진을 바라보며 명령을 툭툭 던지고 있었지만 진심으로 임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아마 그녀를 위한 배려겠지. 아니, 취소.

배려라기보다는 조금 더 재미있게 게임을 즐기고 싶다는 욕심의 때문 일 것이다. 시시한 게임을 하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일단은 내실을 다지는 것이 첫 번째.

내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집중하고 있는 조혜진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진청 역시 따로 병력을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면 녀석 진영 나름대로 개인적인 고충이 있는 모양이다.

움직여야 할 병력들의 현장 지휘관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야 했고 네임드 개체들의 돌발 행동을 억제해야 하지 않을까.

아마 미친 사이코패스 정진호가 마력 공급원이나 말단 병사들을 쓱싹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어쩌면 이토 소우타와 이설호가 말을 맞춰 집단 내의 권력을 잡으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는 성향에 의거해 움직일 테니 말이다.

‘플레이어의 명령에는 복종하는 건가?’

[교국의 교황청에서 빠르게 악마의 권세를 물리쳐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합니다. 바젤 교황이 플레이어에게 서신을 보냅니다.]

지금 보면….

[네임드 개체 바젤 교황이 플레이어의 의사를 존중합니다. 하지만 두려움에 빠진 시민들을 무시할 수 없다고 합니다. 시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사제들과 신도들이 분노합니다. 악마를 이대로 내버려 둘 수 없다고 강력하게 의사를 표현합니다.]

무조건 복종하는 것 같지도 않다.

기본적으로 플레이어의 의사를 존중하지만 이들을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

조혜진과 상황실에서도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시민들을 진정시키기에 여념이 없다.

오스칼을 바라보며 명령을 내리는 것을 보니 일단 급한 불이라도 끄려고 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네. 알겠습니다. 네. 확인했습니다.

‘혜지니 적응 빠르네. 나보다 낫자너….’

[네임드 개체 오스칼이 플레이어의 의사를 존중해 연설에 나섭니다. 두려움에 떠는 시민들을 진정시키고 교국을 하나로 단결시킵니다. 오스칼이 특수 스킬 외교를 발동합니다. 공화국을 비롯한 나라의 중역들을 소환합니다. 오스칼이 특수 스킬 연설을 발동합니다. 대형길드와 무력집단에게 하나로 뜻을 모을 것을 호소합니다.]

‘오스칼 좋죠.’

[인류 진영의 흑마법사들이 두려움에 떨며 모습을 감춥니다. 인류 진영의 흑마법사들은 이후 악마 진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부작용도 있고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 잘 만들어진 게임처럼 느껴진다.

명령에 대한 피드백도 빠르고 놓치기 쉬운 많은 변수들도 적용한 것 같은 느낌.

특히나 이런 변수들을 어떻게 컨트롤하는지도 게임을 풀어나가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인류 진영의 병사들에게 보급 물품을 전달합니다.]

---어떻습니까.

-…….

----재미없는 파트너로군요. 뭐 좋습니다. 쓸데없는 심리전보다는… 훨씬 좋습니다.

‘지금 네 말이 귀에 들어오겠어?’

플레이에 집중하기도 바쁜데. 기본적으로 조혜진이 원하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 기초공사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아마 힘들 거야.’

당연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방식으로 병력을 움직이기 쉽지 않을 거라고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병력을 수비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여기저기에서 태클이 들어올 여지가 많으니까.

호전적인 붉은용병 길드는 물론이거니와 신전집단 역시 플레이어를 탐탁지 않게 바라볼 가능성이 높다.

틀어박혀 있으니 사기가 꺾이는 것 또한 당연한 거고….

오래 버틸 수 있기 위한 보급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기본 방진의 설정은 물론이거니와 주요 거점의 밸런스를 잡아줘야 했고 새로운 성벽을 올리거나 보급로를 뚫어야 했다.

집단과 집단 간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위해 연락망을 구성하거나 매뉴얼을 만들어 전달하는 것도 일이다.

‘이건 혜지니가 확실할 거야.’

굳이 내가 개입할 필요도 개입할 여지도 없다.

파란 길드의 지휘팀이 매뉴얼을 작성해 보내면 조혜진이 검토해 살을 붙여 전달하거나 쳐내는 식이다.

정하얀과 한소라를 통해 회의나 다름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조혜진의 얼굴이 진지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서로의 전술이나 전략을 보거나 들을 수 없게 조치를 취한 이후에 본격적으로 회의를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전부 다 컨트롤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겁니다. 매뉴얼 작성을 최우선으로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네. 확인했습니다. 검토해 보겠습니다. 팀장님. 예. 전선을 뒤로 물리겠습니다. 외교팀에서는 각 전선을 맡은 지휘관들에게 보낼 문서를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플레이어의 뜻을 받아들인 지휘본부에서 병력을 수비적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합니다. 주요병력의 생존이 최우선이며 일부 네임드 개체와 병력을 제외한 이들이 플레이어의 뜻을 존중합니다.]

“좋네.”

-안정적인 보급로의 확보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전투를 피할 수는 없다.

[지휘본부에서 안전한 보급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15전선을 탈환한다면 보급로가 안정될 거라고 주장합니다. 각 지휘관들이 전투가 필수적으로 필요할 거라 이야기합니다. 인류 진영의 붉은용병이 전장으로 나서고 싶어 합니다. 검은백조의 레인저들을 파견합니다.]

전투는 필수적으로 일어나게 될 것이다.

[악마 진영의 병력과 네임드 개체의 정보가 확인합니다. 15전선을 지휘하고 있는 네임드 개체 ‘마검사 정진호’가 확인됩니다.]

“알고 있었다 이거네.”

[인류 진영은 네임드 개체….]

“알고 있었자너.”

[‘노을빛의 검사 김현성’을 파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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