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 사용설명서 853화
마지막 (86)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아!!!”
‘너… 괜찮은 거 맞아?’
“흐어억… 하아… 아아아아아아… 아아….”
‘우리 현성이 화이팅할 수 있지? 일어설 수 있지?’
“흐어어어어엉… 흐윽… 끄으윽… 하아… 아아아아… 아아악!!”
‘이겨낼 수 있지? 형은 너 믿어.’
“으아… 아… 아아아아아… 흐으윽… 흐어어어엉….”
‘힘… 힘내라….’
“하…하하… 아아… 흐으윽… 하하하하….”
‘어떡해. 얘… 미치고 있나 봐.’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게 될 정도로 김현성이 실시간으로 망가지는 것이 보인다.
머리를 흔들면서 미친 듯이 발광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을 지경, 쉽사리 다가가기 무서울 정도였다.
실시간으로 발작을 일으키는 것만 같다. 김현성에게 이게 충격적인 장면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이 정도로까지 얘가 망가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니, 어차피 껍데기잖아. 살아 있는 내가 저런 꼴이 당했다면 얘 반응도 이해는 되는데… 그래 봤자 껍데기가 조금 망가진 거잖아.
저거 장난감 조립하듯이 다시 조립하면 아무 문제 없어요. 소라랑 하얀이가 착착 만져주면 바로 완성돼. 애초에 그럴 필요도 없을지도 몰라. 부활하면 다시 되돌아 간다구.
“아아아… 흐으으윽… 아아아….”
그렇게 막 오열하면서 막 토하고 막 그럴 정도 아니라고요.
“아아아… 아아아아아아….”
‘얘 진짜 실성할 것 같아. 어떻게 해.’
심리상담 전문가나 정신과 의사를 사전에 영입 했어야 했다. 전담팀을 제대로 꾸렸어야 했다.
‘위험하자너.’
누가 봐도 위험한 상황처럼 보인다.
애초에 우리 사랑스러운 회귀자는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정신병을 몇 가지, 아니, 몇십 가지 앓고 있는 상태였다.
사실 1회 차에서 그 꼴을 봤는데 애가 건강한 정신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학술적으로 어떻게 녀석의 정신병을 정의해야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외줄 타기를 하듯 굉장히 위험한 상태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저 겉으로 봤을 때 티가 나지 않았을 뿐이다. 눈으로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지.
지금 김현성을 보고 있자니 그게 표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실어증이라도 걸린 것마냥 계속해서 꺽꺽거리고 있었고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는지 가슴을 부여잡고 있다.
눈물이 흘러내린다고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쏟아져 내린다. 저런 광경을 본 적도 없다.
빛의 껍데기가 당한 짓을 본인이 당했다고 해도 위화감이 없는 모습.
김현성이라는 인간이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얘를 지탱하고 있는 게 무너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얘 진짜 반병신 되겠다. 어떻게 해. 어떻게 해.’
최소 백치가 되거나 실어증 같은 거라도 걸릴 것 같다. 인간의 정신이 완전히 망가졌을 때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전부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다.
‘무너지는 건 막아야 돼.’
회귀자 사용설명서로 급하게 주워 담는 것이 맞다.
‘내가 돌아오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이러고 있는 거일 수도 있자너.’
저 육체가 망가졌다고 한들, 커다란 영향이 없을 거라는 걸 말해줘야지.
이제는 무릎을 꿇은 채로 계속해서 머리를 부여잡는 모습.
나 역시 급하게 무릎을 꿇으며 놈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요.”
“아… 아아아아….”
“괜찮습니다. 전부… 전부 괜찮을 겁니다.”
‘근데 하얀이는 뭐해. 하얀이는 뭐 하고 있어?’
다른 쪽도 걱정이 되기야 한다. 급하게 망원경으로 둘러보니 아직까지도 정신이 없는 모양, 일단은 눈앞에 있는 이 문제를 처리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차분히 마음을 가다듬고 계속해서 말을 걸어준다.
“저는 여기에 있습니다. 괜찮아요.”
‘하나, 둘.’
호흡이 폭주하는 것처럼 불규칙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크게 숨을 몰아쉬며 호흡하는 방법 알려준다.
이게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김현성이 내 호흡을 따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어깨를 두드려 주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손도 꽉 잡아주고, 다 문제없다고, 괜찮을 거라고 조용히 다독여준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행동으로 보이는 게 있는 법이다.
물론 입도 멈추지는 않는다.
“현성 씨. 제 눈을 보세요. 저는 여기에 있습니다.”
“아아… 흐으으으윽… 아아아아아….”
“저는 여기에 있어요. 전부 다 괜찮아질 겁니다. 진정하세요. 저는 여기에 있으니 괜찮습니다. 전부 괜찮을 거예요.”
“흐으으윽… 흐어엉… 흐으윽….”
“네. 괜찮아요.”
허우적거리는 손이 이쪽의 어깨에 닿는다.
눈에 띄게 호흡이 안정되는 것 같다. 눈에서는 계속해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적어도 아까처럼 지랄 발작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소리를 지르고 있지도 않고 가출했던 이성이 점차 돌아오는 것이 보인다. 정상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돌아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눈동자가 천천히 돌아오고 있는 게 보인다.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깨달은 것만 같다.
이쪽을 바라보는 눈에 절박함이 감돈다. 정말로 지켜야 하는 게 어떤 것인지, 자신의 옆에 있는 게 누구인지 알게 된 것이다.
“하… 하하하하….”
“이제 조금 정신을 차리셨습니까?”
“하하하하하… 하하….”
“현성 씨?”
“하하하하하하하하!!”
‘아… 엿 됐다.’
“현성 씨….”
“…….”
“현성 씨?”
“네.”
‘아….’
“네… 네. 머리가 조금 개운해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영 씨.”
“전부 다 설명드릴 수 있어요. 현성 씨. 일단은….”
“네, 네…. 또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실 줄 알았어요.”
‘그게 아니라 내가 정말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
“저도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제대로 알 수는 없지만 최대한 이성적으로….”
“네, 이성적으로… 아무렇지도 않다고… 저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씀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다고요.”
입술을 꽉 깨문 곳에서는 피가 흘러내린다. 자신의 입술을 잘근잘근 씹고 있는 것만 같다.
눈에 뭐라고 설명하지 못할 분노가 서려 있다. 꽉 쥔 손아귀에서도 계속해서 피가 흘러내린다.
김현성은 웃었다. 마치 모든 걸 포기한 사람처럼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진심이야.’
김현성은 포기한 것이다.
‘진심이냐구.’
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보인다.
“기영 씨.”
“…….”
“기영 씨.”
“네.”
“제가… 제가 무엇 때문에… 도대체 뭘 위해서 싸워온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도대체 뭘 위해서… 어째서 그런 짐을 들어 올린 건지 말입니다.”
현타 세게 왔나 봐.
“현성 씨 일단은 조금 침착해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너무….”
“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면서, 이런 꼴을 보면서… 이런 놈들을 지키자고… 겨우….”
“한 인간이 잘못을 저지른 것뿐입니다. 그는 아마 악마에게… 어쩌면….”
“겨우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개자식들을 위해서… 겨우 이런 개새끼들 때문에… 당신이 죽었어야 했네요.”
“그러니까….”
“겨우 이런 개새끼들 때문에 당신이 그런 꼴을 당해야 했습니다.”
너 왜 그래.
“희생해… 다 괜찮아… 모든 게 잘 될 거라고… 그건 기영 씨 입장입니다. 당신은 괜찮을 거예요. 네. 당신이라면 괜찮겠지. 또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자기는 이해할 수 있다고… 전부 다 떠안을 수 있다고….”
“현성 씨. 제가 말씀드리지만… 조금 더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봅시다. 이건….”
“지금 당신의 몸이 어떤 꼴이 됐는지 알고서 하는 소리야! 그걸… 그걸 알고 지껄이는 겁니까?”
‘야. 지금 소리친 거 맞아? 윽박질렀어?’
“나는 안 괜찮아요.”
무서워.
“나는 안 괜찮다고.”
녀석이 조용히 몸을 일으킨다.
“되돌아가지 않아도 좋습니다. 이후의 일이 어떻게 되든지는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
‘너 왜 그래. 대륙의 영웅. 우리 노을빛의 검사.’
“저는 기영 씨를 죽이지 않을 겁니다.”
하늘이 계속해서 변한다. 전조가 다가온 것인지 계속해서 이상한 형태의 아우라가 펼쳐진다.
마치 그때의 재현과도 같다. 정말로 외신이 떨어진 것이 아니었지만 던전에서 이벤트 실패에 대한 페널티를 내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저 이질적인 빛은 던전을 관장하는 시스템이다.
‘지금 죽어야 돼.’
“시간이 없어요. 현성 씨. 일단은… 제가 하늘에서 계속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빨리….”
목 날려 달라고 말하기가 이상하기는 해.
근데 지금 아니면 진짜로 떨어져. 대륙 멸망한다고 이 새끼야.
하지만 상관없다는 듯이 발걸음을 옮긴다. 심지어 나를 내버려 두고 말이다.
괜스레 배때기를 조금 더 들이밀어 보지만 녀석에게는 보이지 않는 모양. 애써 시선을 두려고 하는 것만 같다.
더 이상 휘둘리지 않을 거라는 굳은 마음가짐은 칭찬할 만하지만 이번에도 타이밍이 좋지 않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급하게 녀석의 바지를 붙잡아 보지만 놈은 조용히 나를 내려다볼 뿐 다른 말을 해오지 않았다.
아냐. 잠깐 시선을 둔 거면 충분하지.
“가지… 가지 마세요.”
“…….”
김현성은 발걸음을 옮겼고 자연스럽게 놈을 놓친 나는 고꾸라졌다.
“아악.”
하는 엄살을 부려보지만 김현성이 날개를 펼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가지 마.”
“…….”
천천히 위로 떠오른다.
몸을 일으켜 허겁지겁 달려가 본다. 일부러 발을 헛디뎌 넘어졌지만 여전히 이 새끼는 정신이 나간 것만 같다.
“현성 씨!”
“…….”
“돌아와!”
‘죽이고 가. 개새끼야. 가려면.’
“김현성!”
‘목은 치고 가야지. 시바.’
“너 이 새끼!”
‘나를 무시해?’
“가지 말라고 이 개새끼야!”
‘너 이 나쁜 새끼.’
“야 이 씨발 새끼야아!!!! 이 개새끼! 이 멍청한 새끼! 이 븅신 새끼! 이 답답한 새끼! 야! 야!! 가려면 목은 치고 가. 이 개새끼야!!”
‘김현성 개자식.’
“너 후회할 거야.”
홀로 남은 설산 속에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후회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