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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936화 (927/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936화

젠 (15)

“너 이… 거지새끼.”

‘동네 사람들, 시바. 여기 좀 보세요.’

“…….”

“하으윽….”

“이 새끼가! 지금!”

“아아아악….”

“그, 그만!”

‘손 나갈 뻔했죠?’

참을성이 없어 보이는 녀석은 역시나 곧바로 손을 치켜든다. 내가 자신들을 봉으로 보고 있다고 여기고 있는 것인지, 푸들푸들거리는 얼굴이 시야에 비친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있을지는 뻔할 뻔 자.

‘누가 봐도 자해공갈단이자너.’

주제도 모르고 이번 기회에 한몫 단단히 챙기려는 녀석으로 보이지 않을까.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달려드는 불나방 같은 행동이지만 믿고 있는 구석은 있다.

첫 번째로는 이 새끼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는 것.

예비 수습 기간인 만큼 사건 사고를 만드는 것이 자신들에게 손해라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말랑말랑한 김현성이 놈들을 빡세게 굴리거나 강압적으로 대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지금은 둠현성도 아니니까. 더 그렇겠지. 애가 순둥해가지고….’

놈들이 진청과 만난 적이 있다면 대충 여기가 어떤 분위기인지 알고 있지 않을까. 나만큼이나 언론과 사건 사고에 민감한 게 바로 녀석이었으니까.

정확히 공화국 지부가 어떤 분위기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대충 기강이 잡혀 있는 상태라고 봐도 될 것 같은 느낌.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조심하고 있는 놈을 보고 있자면 한 번의 실수가 자신들에게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로 경고를 받았을 가능성도 있겠지.

두 번째로는 이놈들이 현재 위치하고 있는 곳이 암시장으로 유명한 도시하는 것.

‘무슨 목적으로 여기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봉사활동을 하러 온 것은 아니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이곳에 찾아왔을수도 있겠지만 말이라는 게 아 다르고 어 다르고 있을 수도 있지.

신입 파란 길드원들이 문제를 일으킨 장소가 여기라는 소리가 들리면 현성이가 퍽이나 좋아하겠네. 그렇지?

김현성이 녀석들에게 친절할 수는 있어도, 공과 사는 구분하는 성격이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주변부터 살피는 녀석이 눈에 띈다.

벌써부터 갤러리들이 스멀스멀 몰려들고 있는 광경에 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 놈의 모습이 시야에 비친다.

‘그래. 너네 잘못 걸린 거야.’

“…….”

‘원래 잃을 게 없는 놈이 제일 무서운 법이거든.’

“형. 이 새끼….”

“너 이 개자식. 지금 네가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거냐?”

마력으로 소리를 차단한 이후에는 곧바로 으름장을 내놓는 모습, 심지어 마력까지 뿜어내며 위협하고 있지만 이런 협박에 굴할 빛의 성자가 아니지 않은가.

‘알지. 새끼야.’

“정신병자 같은 놈. 우리들은….”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들.”

“뭐?”

“당신들 파란 길드원들이잖아요. 공화국 지부에서 가입한 생신입들. 그렇죠?”

“…….”

“그걸 알고 모르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당신네들이 지금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는 걸 인지하고 계셨으면 좋겠네요. 사회의 약자를 단체로 이리 핍박하다니요. 심지어 손찌검을 하려고 들다니 문제가 커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

“무슨 개 같은 소리를….”

“원래 대중들은 약자의 편 아닙니까.”

주변을 둘러보는 녀석이 시야에 비친다. 어느샌가 모인 인파들이 녀석들을 힐끔힐끔 바라보고 있는 중.

대놓고 쳐다보지는 않고 있지만 현재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는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혈질처럼 보이는 녀석이 한 차례 손을 들어 올린 것이 실수라면 실수일 것이다.

누군가의 잘잘못을 먼저 따지기 전에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냈다는 건 문제가 될 여지가 있으니까. 물론 놈들이 빠져나갈 구멍은 있다.

“억울한 상황에 휩쓸리신 것 같은데… 해명하시면 되겠네요”

여기서 곧바로 인민재판을 열어버리면 되자너.

우리 잘못이 아니라든가, 이자가 방금 전에도 자신들에게 부딪쳤다든가, 자해공갈을 하고 있다든가, 여러분! 여기 이 거렁뱅이를 보십시오! 이렇게 외치면서 대중들이 자신의 편을 들어주기는 유도하면 되자너.

가능성은 낮지만 방금 전에 일어난 사건을 보고 온 사람도 있을 테고….

물론 이쪽의 반론은 준비되어 있다. 무논리로 개싸움을 벌이는 인민재판이라면 오히려 환영하는 바.

“아니면 신고하세요.”

오히려 내게 문제가 되는 건 이쪽이다.

“국가지원변호사 선임하고 준비 좀 하게요. 선생님들.”

현재는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배짱을 부려보는 게 맞다.

‘지네들이 더 손해지, 뭐.’

재판은 길어질 테고, 긴 싸움이 일어날 거다.

정식 길드원이라면 길드에서 길드의 변호사들이 발 벗고 나서주겠지만, 파란 길드의 공화국 지부는 현재 김현성 개인이 운영하고 있으니 그럴 수 있을 리 만무.

사실 이 별것 아닌 사건을 법정으로 끌고 간다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본래 재판이라는 게 이런저런 이유로 쓸데없이 길어지게 마련이고….

당연히 언론에서도 오랜만에 일어난 떡밥에 군침 흘리며 달려들지 않을까. 몇몇 언론사들은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쏟아낼 거야.

‘공화국 지부의 파란 길드의 신입 길드원 폭력사태에 휘말려.’

라거나.

‘사회 특권층으로 군림하고 있는 그들을 고발한다.’

라거나.

“어째서 그들은 그날 그곳에 있었나. 라거나.”

승소하더라도 놈들에게는 꼬리표가 달라붙을 테고, 혹시라도 패소한다면….

“자신 있으면 그렇게 하세요. 저는 어차피 잃을 것 없는 놈이니까. 잃을 게 많은 건 선생님들이지 제가 아닙니다.”

“미친놈.”

“네. 딱 그 말이 맞네요. 미친놈한테 잘못 걸렸다고 생각하세요. 만약에 한판 해볼 생각이 없으시면… 본론으로 들어가서 다시 한번… 자비를 베풀어주는 게 어떻습니까.”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닦으며 이야기한다. 뒤에 있는 길드원 한 명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미친놈을 봤다는 얼굴인 것 같은데, 그거 맞아.

행동과 말이 따로 노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형… 정말로 이 새끼한테….”

잃을 게 없는 사람과 잃을 게 많은 사람의 싸움은 대개 전자가 유리하게 흘러가는 법이다.

“두 번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마라. 개자식.”

“적당한 사례를 해주시면 조용히 사라져 드리겠습니다. 아까처럼 쩨쩨하게 굴지 마시고 이왕 선심 쓰는 거 확실하게 좀 써주시면 감사할 것 같네요. 헤헷.”

묵직한 골드 주머니를 꺼내는 녀석. 많이 벌어서 그런지 아직 돈 아까운 줄을 모르네.

“정말로 이 거지한테….”

“조용.”

녀석이 조용히 나를 일으켜 세운다. 주변인들의 시선을 의식한 행동인지 넘어진 거렁뱅이의 몸을 걱정해주는 리액션을 한 번 취해주고. 묵직한 골드주머니를 넘겨준다.

‘아직 초짜들이네.’

이렇게 쉽게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최소한 인민재판은 열릴 줄 알았다고.

뭐가 그렇게 너희들 몸을 사리게 만드는 거야. 진 군사가 그렇게 무서워? 얘가 생각보다 빡센 스타일인가 보네.

“이제 사라져라.”

“감사합니다. 선생님.”

“용서하는 것도 이번까지다.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마라. 만약 눈에 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네놈을….”

“네네.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

“가기 전에, 거기 다혈질이신 분은 성질 좀 죽이셔야겠네. 이건 진심으로 말씀드리는 조언입니다.”

만약 눈에 띈다고 해도 뭔가 특별한 짓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아직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활용하기 힘든 시기니까.

기껏해야 길드마스터한테 꼰지르거나, 길드 직원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게 전부겠지.

아니, 아마 길드 직원들도 딸려 있지 않을 상태일 확률이 높다. 가슴팍에 인장만 달고 있는 상태라고 보는 게 맞지.

정말로 이 호구들이 나를 가만히 둘지 안 둘지는 오늘 저녁에 확인해 보면 되겠네.

오늘 우리도 외식할 거거든. 그렇죠. 젠 님?

“…….”

“…….”

“다녀오셨어요? 젠 님? 오늘은 정말로 일찍 오셨군요.”

“오늘은 빨리 들어온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괜, 괜히 죄송하네요. 이렇게나 빨리 오실 거라고는 생각을 못해서… 따로 식사 준비를 하지… 오, 오늘은 밖에 나가서 드시는 게 어떨까요?”

“…….”

“불편하시다면….”

“가끔은 그렇게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군요.”

“제가 모실게요. 미리 예약해 둔 곳이 있거든요. 알고 계시나요? 오늘이 무슨 날인지?”

“네?”

‘나도 무슨 날인지 몰라. 새끼야.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

“네…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하얀 거짓말 하는 거 봐.’

“오늘은… 저한테는 정말로 특별한 날이랍니다.”

이 새끼는 따로 뭔가를 물어오지 않는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르는 개자식이 되기보다는 그냥 입을 다물고 있는 게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없는 날이 있는 날이 될 수 있을 리 만무.

죄책감까지 느끼고 있는 것 같았지만 일단 신이 난 빛의 성자의 장단을 맞춰주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기영 님.”

“사실 젠 님이 잊고 계신 줄 알았는데… 그래도 이렇게 기억해 주시니 기쁘네요.”

“네… 네… 제가 잊어버릴 리가 없지 않습니까.”

오늘이 무슨 날인데. 이 새끼야.

‘이 새끼 진짜 거짓말 잘하네. 너 재능 있는 거 확실함.’

망원경으로 타깃들을 살핀 뒤에 조용히 녀석과 함께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좋은 곳이로군요.”

“말씀드렸잖아요. 젠 님께 정말로 감사드리고 싶은 날이라고요.”

“오히려 제가 더 감사드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계속해서 눈치를 살핀다. 꽤 멀리 떨어진 테이블에서 위치한 호구들, 다혈질로 보이는 놈이 일어나 화장실로 걸어갈 때.

“잠깐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될까요?”

“그렇게 하시죠.”

나도 같이 화장실로 따라 들어간 다음에….

“어어?”

마침 딱 나오는 녀석에게 부딪치면 미션 완료.

피지컬은 자신이 있는지 이쪽을 피하려고 했지만 억지로 몸을 들이대 본다.

이윽고 몸이 철퍼덕 소리와 함께 넘어지기 시작, 생각보다 세게 부딪쳤는지 요란한 소리가 식당 안에 퍼진다.

황당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는 다혈질 1호. 녀석은 다시 한번 자신에게 찾아온 개 같은 상황에 인상을 찌푸린다.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분위기나 올라간 입꼬리로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걸로 놈을 도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아아아아아악!”

“이 미친 거렁뱅이 새끼가!”

“아윽! 아악!”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거냐? 우리가 누구인지….”

“아아아아아악!”

‘시바 아파.’

“이 거지새끼가! 미치려면 곱게 미칠 것이지. 퉤! 이 개새끼! 다시 한번 눈에 띄면 분명히 가만두지 않겠다고 한 이야기가 말처럼….”

“아악!”

앗 하는 사이에 무차별적인 폭력이 쏟아진다. 진심으로 깜짝 놀라 비명이 흘러나오고. 둘만의 기념일을 맞아 기분 좋은 식사를 준비하던 녀석은….

‘너 이 새끼 빨리 안와?’

“아아악! 아윽!”

‘빛의 성자 죽는다. 이 새끼야.’

“젠… 젠 님….”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처박히는 놈의 모습이 시야에 비쳤다.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이 쓰레기 같은 놈.”

‘욕도 할 줄 아네.’

“그분께 무슨 짓을 한 거냐고 물었다. 이 개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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