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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027화 (1,027/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027화

뒷정리 (10)

“…….”

“…….”

“계속 말씀해 주세요. 스미스 대령님.”

“스퀴어트라는 이름이라면 분명히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부길드마스터.”

“그래요?”

“네. 분명 튜토리얼 던전을 클리어한 직후, 서부의 초신성이라고 불렸던 이들 중 하나입니다. 별명은 아마 섬광의 스퀴어트라고….”

“서부의 초신성?”

“네. 연방과 연합의 인재 8명을 이루는 말입니다.”

“…….”

“…….”

“흐음… 별 볼 일 없겠네? 내 귀에 들려온 적이 없는 걸 보면….”

“전체 대륙을 기준으로는 그럴 수 있지만 연방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인재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였다고 기억합니다. 실제로 아무것도 없이 세력을 일구어냈으니….”

“하긴 그렇기는 하겠네. 뭐 아무튼 스미스 대령이 알고 있을 정도라면 영 망둥이는 아닐 정도겠네요. 명예추기경이 개인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게 이상하게 보일 여지는 없다 이거죠?”

“네. 이미 연방지원사업의 연장선이라고 언론에 전달했습니다. 스퀴어트뿐만이 아니라 초신성 8인을 비롯한 중 소규모 길드에도 함께 지원한다고 전달했으니, 언론은 물론이거니와 길드마스터께서도 눈치채지 못하실 겁니다.”

“덕구가 살짝 쥐어박은 건….”

“그 일이 길드 밖으로 빠져나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역시 일 잘하네요. 스미스 대령. 영입한 보람이 있어. 믿을 만해. 든든해.”

“감사합니다. 부길드마스터. 한데….”

“네?”

“한 가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무슨 질문이 나올 것인지 예상이 된다. 미리 대답해 주는 게 스미스 대령도 안심할 수 있겠지.

“아. 연방은 안 건드려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스미스 대령 옛 전우들도 이번 기회에 잘 챙겨 줄게. 적폐 놈들 싸악 쳐내면 거기에 자리 비잖아. 괜찮죠?”

기뻐할 거라고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살짝 얼굴에 그늘이 지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스미스 대령, 얘는 이상하게 조용히 지내는 걸 좋아하는 것 같더라. 심지어 지 부하들도 조용히 지내길 원하고 있는 것 가터.’

눈에 띄기 싫어하면서 저 콧수염은 포기 못 하는 것도 참 아이러니하기는 해.

아무튼 스미스 대령의 이야기를 대충 들어보니 지난 사건은 조용히 잘 처리된 것 같았다.

물론 스퀴어트와 개인적으로 합의한 것은 이쪽이었지만, 개인과 개인의 합의 외에도 처리할 부분이 많은 법이었으니까.

사실 박덕구 난입 사건으로 대륙이 시끄러워지길 바라지 않는 것은 망둥이도 마찬가지였다고 본다.

오히려 공식으로 사과하고 싶다는 나를 말린 것이 녀석이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 대신 녀석은 자신의 신변을 보호해 줄 것을 요청했다. 목숨의 위협도 위협이었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원정 계약서에 대한 조치를 취해달라 요청한 것이다.

물론 진실을 알게 된 이상 명예추기경이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기 때문에 녀석이 걱정할 여지는 없기도 했다.

애초에 말이 안 되는 계약이기도 했고, 객관적으로 본다면 녀석은 사라질 뻔한 진실을… 불공정한 계약 내용을 용기 있게 밝힌 내부 고발자였으니까.

녀석은 병실의 침대에 누워서, 나는 녀석의 옆에서 짧은 이야기를 나눴고. 모든 게 예상대로였다.

오히려 나를 과도하게 보호한 박덕구와 김예리의 행동이 녀석의 명분이 되어준 것이다.

녀석은 자신을 믿어달라며 호소했고, 색욕과 영면의 군주를 견제해야 하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란 길드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을 것 같다며 쓴소리를 내뱉었으며… 자신들을 지원해 주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마냥 포장했다.

물론 녀석도 염치가 없었을 것이다.

‘박덕구한테도 한 방에 나가떨어지고서 견제 어쩌고저쩌고 하는 게 지가 봐도 쪽팔리기는 할 거야.’

말 그대로 말을 잇는 내내 녀석의 얼굴을 붉어져 있었다. 자기 자신이 느끼기에도 부끄러웠으리라.

색욕과 영면의 군주 어쩌고 견제 어쩌고 지껄이면서 돼지에게 피떡이 되도록 얻어맞은 것도, 또 침대에서 이런 말을 지껄이고 있는 자신에게도 화가 났겠지.

커다란 실패라는 걸 겪어본 적이 없고, 작은 소도시에서는 적이 없었으니 높은 프라이드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것도 무리가 아니리라.

이래저래 말은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스미스 대령의 말처럼 명예추기경은 연방지원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연방과 연합의 인재들을 지원해 주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스퀴어트를 비롯한 몇 명에게 지원을 집중할 예정이었지만 조금이나마 대륙의 눈을 가리기 위해서였다.

그게 딱 5일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사건이 시작된 이후 5일이 지난 시점, 어느 정도 몸을 회복한 녀석은 곧바로 린델에 지부를 설립했고. 대량의 지원금을 받아가기 시작했다.

추진력 하나는 대단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밖에 없었다.

“창렬 씨. 거기까지 얼마나 남았어요?”

“거의 다 왔습니다. 부길드마스터.”

“힘든데….”

“업어드려도 되겠습니까?”

“아뇨. 굳이… 그런데… 제가 이런 곳에도 건물이 있었군요.”

“네. 길드마스터께서 부길드마스터의 이름으로 매입하신 건물이 몇 개 됩니다.”

“이것 말고도 더 있어요? 걔가 돈이 어디 있어서.”

“…….”

“…….”

‘차라리 물어보지 말자. 그래.’

처음 보는 건물의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아니나 다를까 망둥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덕구에게 쥐어박힌 상처가 조금 남아 있기는 했지만 제법 말끔하게 차려입은 녀석이 조용히 입을 열어왔다.

“오셨군요. 명예추기경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스퀴어트 님.”

“하하.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오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일단 이쪽으로 드시지요. 스미스 대령님도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

“제가 모시겠습니다. 부길드마스터.”

“감사합니다. 창렬 씨.”

김창렬과 스미스 대령의 호위를 받으며 녀석의 길드 하우스로 입장한 순간 처음 든 생각은.

‘돈 좀 썼겠네.’

라는 것.

망둥이가 아니라 모기였네.

‘굳이 린델에 지부 설립한 것도 제대로 한 번 피 빨아보려고 온 건가 봐.’

일단은 가벼운 형태로 여러 가지를 지원해 준다고 했지만 뭐 이렇게 돈이 필요한 일이 많은지, 움직이는 모든 게 돈이었다.

이 길드 하우스, 인테리어 비용, 보급 물품이랑 장비지원에 심지어 던전 경매까지.

인테리어는 또 쓸데없이 고급스럽네.

“미리 말씀드렸던 대로… 함께 뜻이 있는 자들을 소개시켜 드리면 어떨까 싶어서….”

“네. 네.”

“다들 회의실에 모여 있습니다.”

“그보다 스퀴어트 님. 혹시 몸은 괜찮으신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센 척하는 거 봐.

네 친구들도 다 너처럼 센 척하는 거 좋아하나 보다.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안으로 들어서자 몇몇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총 14명. 초신성 어쩌고 하는 놈들 외에도 피 냄새를 맡고 찾아온 모기가 몇 마리 더 있었던 모양인 것 같았다.

다들 삐까번쩍한 갑옷을 걸치고 있었고, 어떻게든 강자의 냄새를 풍기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실제로 강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반적인 스펙은 거의 대부분이 영웅 등급 이상이었고 각자 자신들에게 맞는 형태로 성장을 마쳤다.

이 정도라면 대륙 전체를 생각해도 꽤 괜찮다고 판단하는 것이 맞다. 린델이나 실리아에서도 자리 잡고 살 정도는 된다는 거지.

“반갑습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명예추기경님.”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명예추기경님.”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희의 제안을….”

“이쪽은 서부의 초신성의 일원 절멸의 레이넌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레이넌 님.”

“마찬가지로 초신성의 일원 난사의 로빈우드입니다.”

“로빈우드 님 위명은 많이 전해 들었습니다.”

하나같이 화려한 별명들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 14명이나 되니 인사하는 것도 일이다.

모두가 거물인 척하고 있는 분위기. 그야 스폰서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이해는 하지만 모두가 너무 힘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러니까 이놈들이 유사시에 색욕과 영면의 군주를 막을 수 있는 인재들이라 이거지?’

김창렬은 조용히 이쪽을 따라오고 있었지만 녀석이 보기에는 어처구니없어 웃음이 다 나오는 상황이 아닐까.

“인원은 여기 모이신 분들이 전부인가요?”

“각 길드원들을 모두 소집하면 약 1,000명 넘는 인원 일 겁니다. 그 중 영웅 등급에 이른 모험가들이 약 423명이며 모두가 다량의 원정 성공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 인원이 튜토리얼 던전에서 공략조로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이들이며… 많은 전투 경험을 가지고 있는 역전의 용사들입니다.”

“그렇군요. 많은 인재분들이 모여주셨네요. 그렇지 않나요, 창렬 씨?”

“솔직한 심정을 말씀드린다면….”

“네?”

“수준 이하입니다.”

공기가 식는 것 같자너.

“…….”

“…….”

“실례되는 말씀이겠지만 그것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부길드마스터. 전원 수준 이하입니다.”

돌직구였어.

“하… 하하. 웃기는군. 저도 실례 좀 하겠습니다. 명예추기경님.”

저런 말을 듣고 참을 수 있는 모험가들이 얼마나 있을까. 김창렬의 말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모양인지 절멸의 모스키토가 김창렬을 향해 몸을 움직인다.

스미스 대령이 곧바로 내 몸을 끌어당기기가 무섭게 김창렬의 단검이 모기의 목에 닿았다.

막무가내로 달려오던 놈은 움직임을 멈추고 자신의 등 뒤에서 단검을 겨누고 있는 김창렬을 곁눈질하고 있었다.

이마로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는 모습, 자신이 방금 어떻게 공격을 허용했는지 눈치채지도 못했을 정도로 녀석은 김창렬의 움직임에 반응하지 못했다.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는 상황. 내가 정말로 실투자자였다면 지금 당장 짐을 싸고 이 장소를 떠났을 것이다.

어떻게 포장해도 이 주식은 폐지되기 일보 직전, 무조건 떡락 하는 게 확실한 위험주였다.

“갈 길이 멀 군요. 일단… 일단은… 여러분들 역시, 다른 연방 분들과 마찬가지로 던전의 뒷정리에 참여하시는 게 좋겠군요. 환영회나… 이런 자리는 지금… 네… 아… 네… 지금은 내실을 다지는 것이… 먼저인 것처럼 보이니….”

“…….”

“던전의 원정이나, 길드가 보유하고 있는 아이템들을 선지급하기보다는 현재 눈앞에 닥쳐 있는 일들을 하나하나 해결하는 게 전부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의 성장 방향은 이후에 제가 결정하고 말씀해 드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겠군요. 이 집단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할지도… 이야기해야 하고… 일단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

“스퀴어트 님.”

“네… 네… 명예추기경님.”

“스퀴어트 님의 말씀은 지금도 가슴속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만….”

‘네가 지금 뭘 하려고 나한테 돈을 받아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이거로는 죽도 밥도 안 돼. 네가 생각해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지 않아?’

“할 말은 많지만….”

너네한테 투자하는 게 맞는 선택인지 모르겠어.

“이 자리에서는 드리지 않는 게 더 좋을 것 같네요.”

다른 애들을 찾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

냉정하게 말해서 명예추기경이 스퀴어트를 선택한 것은 녀석의 열정 때문이었다.

용기 있게 색욕과 영면의 군주에 대한 일을 밝히고, 자신에게 일을 맡겨 달라고 말한 열정.

신입사원의 패기. 신입의 당돌함 말이다.

굳이 스퀴어트가 견제집단의 수장을 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어차피 이거 아직까지는 비공식적인 집단이기도 했고… 다른 곳의 모험가 수준은 거기서 거기였으니까.

녀석이 스타트를 끊은 것은 맞지만 굳이 놈에게 모든 걸 맞출 필요는 없다는 거다.

그 누구보다 녀석이 그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다.

자신감 있고 당돌하게 나를 찾아왔던… 패기 있었던 모습은 더 이상 쓸모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실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표정 안 좋네.’

열등감이 보인다.

부끄러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초조하고 무서워 보였다. 회의실에서 보였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 그 어디에도 열정으로 가득 찼던 녀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너처럼 하지 못해서 못하는 게 아니야.’

걔네들이 무능해서 너처럼 못 하는 게 아니라고.

걔네들은 있잖아.

잃을 게 많아서 그래. 그래서 너처럼 하지 못했던 거야.

어때.

이제 너도 잃을 게 많아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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