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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038화 (1,038/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038화

피크닉 (1)

“…….”

“…….”

“오빠.”

“응?”

“파란은 은근히 여유롭네요.”

“대충 다 수습된 거 아니야? 왜 누나?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는 조금 바빠?”

“이게 수습할 수 있다고 수습할 수 있는 사건은 아니죠… 뭐… 사실 위원회도 큰 문제는 없어요. 스미스 대령이 발에 땀띠 나도록 뛰어다니고 있잖아. 나는 파란 전체가 그런 상태인 줄 알고 걱정했는데… 알고 보니 스미스 대령이랑 그쪽 팀만 갈리고 있었던 건가 보네요. 어제도 우리 쪽에 한 서너 번은 들른 것 같은데… 모험가가 과로사했다는 사례는 아직 없죠? 스미스 대령이 최초가 되면 재미있겠다.”

“…….”

“…….”

“…….”

“참 능력도 좋아.”

“그치?”

“스미스 대령이 아니라 오빠 말이에요. 확실히 오빠가 인재 보는 눈은 좋다니까. 전투능력은 둘째 치고… 사실 스미스 대령을 언론담당관으로 쓰겠다고 했을 때 미심쩍었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결과로 보여주고 있네요. 연방 출신이라는 것도 나름 유리하게 작용했을 거야. 아! 그레고리 걔도 괜찮았고.”

“연방민들이 눈물 흘렸던 인터뷰 말하고 있는 거야? 그건 나도 울컥하더라. 누나.”

“명장면이기는 했죠. 진짜.”

‘사실 그레고리는 잘못도 없었지만….’

병상에서 일어난 녀석이 기자회견을 포함한 여러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유효했다고 볼 수 있으리라.

‘뚝심이 있자너. 뚝심이.’

제대로 몸도 움직이기 힘든 상태에서… 나쁘게 말하면 반병신이 된 몰골로 공식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내 교국민과 연방, 그리고 이번 사태를 걱정하고 있는 이들에게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장면은 올해의 명장면 중의 하나였다.

마지막으로 연방을 믿어달라고, 두 번 다시 이런 사태가 일어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절박한 표정과 진심 어린 얼굴로 고개 숙인 그레고리를 나무랄 수 있는 이가 누가 있을까.

심지어 녀석은 자기 자신에게 마음을 추스를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동안 함께 싸워왔던 동료들이 모조리 베니고어의 곁으로 향한 시점, 당장에라도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 더 커다란 그림을 생각한 녀석은 내가 보기에도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간 불만을 품고 있었던 정치세력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무리가 있었지만 최소한 민심과 여론을 잡는 것에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으리라.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던 이들의 기세가 한풀 꺾인 것 역시 스미스 대령을 도와준 요소 중 하나였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었다.

“몸이 다 회복되기도 전에 곧바로 안식처로 떠났잖아요. 사람 참 우직해. 개인적으로는 별로인 부류인데 옆에 두면 나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더라구요. 턱수염도 꽤 멋있고. 멘탈은 김현성보다 나아요.”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에 중재 요청하거나 태클 걸어오는 놈들은 없지?”

“없을 수는 없죠. 연방 재건 사업에 들인 시간이랑 돈이 얼만데. 그게 전부 스퀴어트를 비롯한 적폐세력에 들어갔다고 생각하면… 강경하게 이번 사업을 진행시킨 오빠한테 불만을 품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걸요. 어차피 곧 잠잠해질 테지만….”

“그래. 이번 기회에 싹 다 바꿔야겠어. 진짜 적폐 총량의 법칙이라두 있나 봐.”

“연방 쪽으로 감찰단이랑 이단심문관들 파견했잖아. 그거면 된 거 아닌가. 애초에 이거 그쪽 싹 다 밀어버리려는 수작 아니었어요?”

“시작부터 말하자면 좀 복잡한데….”

“그리고 스퀴어트는 도대체 어떻게 처형시킨 거예요? 처형 방식이 비공개라니 지금까지 이랬던 적도 없었잖아.”

“알려줄까?”

“아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요. 어련히 잘 처리했을까. 그냥 궁금해서 물어 거예요. 오빠 독기 빠진 지 좀 오래됐잖아요. 스퀴어트가 무슨 짓을 했길래 우리 기영이가 오랜만에 화가 났는지. 그게 궁금한 거지.”

‘이 누나 봐.’

대놓고 이쪽을 바라보는 얼굴은 마치 꿀이 뚝뚝 떨어지는 것만 같다. 일부러 저런 눈빛 쏘아 보내는 것 좀 봐.

‘전부 다 알고 있으면서 물어보는 거 보라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혜 누나가 모를 리가 없다.

독자적인 정보망을 갖추고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교황청 내에도 그녀의 귀가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모르는 것이 이상했다.

모르긴 몰라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 전부 알고 있을 것이다. 진 군사한테 전해 들었을 수도 있고.

“내가 오빠 사랑하는 거 알죠? 내 단짝.”

‘이럴 줄 알았자너.’

“내 소울메이트. 모자란 놈이 뭐라고 지껄이든 간에 너무 신경 쓰지 마. 세상이 오빠를 배신해도 내가 오빠 곁에 있잖아. 그렇지?”

“그런 거 아니야.”

“아이구. 우리 기영이 귀여운 거 봐. 이리와. 누나가 안아줄까? 진짜 자기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없을까 봐 상심했어?”

“그런 거 아니라니까.”

“오빠는 진짜 이럴 때 귀엽더라.”

“장난 그만해.”

“장난이 아니니까 문제죠. 은근히 자존감이 낮으니까. 여기에서 정신병이 생긴 게 아닌가 궁금했는데. 아무래도 그게 아닌 것 같단 말이야. 뭐 지구에서부터 안 좋은 트라우마라도 있었어요? 그러고 보니까. 이율하인가? 여동생 하나 있다는 것 말고는 오빠가 뭐 했는지 들어보지를 못해서.”

“들어도 재미없을 거야. 그것보다 누나. 내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연방 적폐들 쳐내는 것 정도로는 안 되겠어.”

“뭐가요?”

“처음부터 뜯어고쳐야 될 것 같아.”

“그렇게 말하면 누가 알아들어요?”

“튜토리얼 던전부터 완전히 바꾸고 싶은데.”

“…….”

“…….”

“그게 가능해요?”

“아마 가능할 거야. 베니고어, 벨 이사랑도 이야기해 봤는데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더라고.”

이 누나 눈 돌아간 거 봐.

“이번 스퀴어트 사태로 느낀 게 많아.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이렇게 가다가는 끝이 없겠더라고 튜토리얼 던전에 공략조로 참여하고 이 세계에 떨어지니까 지가 주인공이라도 된 것마냥 설치는 놈들이 너무 많다 이거야. 차라리 조기 교육을 시키는 게 낫지 않겠어?”

“으음….”

“튜토리얼 던전 자체를 학원화시켜 버리는 게 좋을 것 같다 이거지. 기본적인 던전의 상식이나 현재 기득권에 대해서도 가르쳐 주고….”

“초장에 잡자 이거네요. 만약에 가능하다면 나쁠 건 없겠네요. 안전구역 만들고, 인원들 통제해서 대륙 관광 준비 하는 것마냥 이것저것 설명해 주면서 소환자들 각 대륙에 뿌려주자는 거죠? 근데 탈락자들은 어떻게 선발하려고요?”

“…….”

“튜토리얼 던전 그거 그냥 생겨난 건 아니잖아요. 그것도 시스템이 프로그램한 컨텐츠 아니었나? 지구에서 버림받는 놈들 전부 다 받아주면 이쪽 대륙도 포화상태가 돼서 뱉어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몰라요. 지금에서야 하는 말인데 튜토리얼 던전이 방법이 원시적이어서 그렇지… 대륙에서 적응 못 하는 놈들 걸러내는 데는 최적화되어 있잖아요. 시스템이 괜히 그런 원시적인 방법을 선택했겠어요?”

“흠.”

“우리 입장에서야 원시적이고 정 없어 보일지는 몰라도, 걔 입장에서는 그것보다 쉽고 간단한 방법이 없잖아요.”

“아냐. 굳이 안 걸러내도 될 것 같아. 생각해 봐. 우리가 굳이 지구 쪽 상황 봐줄 이유가 뭐가 있어. 사실 알타누스가 거래를 안일하게 한 거지. 난민들도 이제 걸러 받을 거야. 베니고어한테 초대장도 작작 보내라고 할 거고.”

“그럼 버려진 난민들은 어떻게 하게요?”

“벨 이사가 다른 차원이랑 협의 좀 해보겠다는데?”

“다른 차원? 어디로요?”

“그거야 우리가 알 바 아니지 누나. 우리는 우리 쪽으로 떨어진 애들만 걱정하면 돼.”

“차라리 이쪽으로 떨어진 애들은 낫지… 벨 이사가 소개해 준 곳으로 떨어진 난민들은 진짜 불쌍하겠다. 무슨 아포칼립스 세계관으로 팔려가는 거 아니죠?”

사실 팔려가는 거 맞아.

이 누나 또 다 알면서 물어보는 거 봐.

튜토리얼 던전 리뉴얼할 자금이 어디서 나왔겠어?

지구에서 떨어진 난민들 주워다가 다른 차원으로 팔아버리는 진정한 창조경제. 오직 벨리알이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어차피 튜토리얼 던전을 통과하는 이들은 30퍼센트 미만이다. 나머지 70퍼센트가 의미 없이 목숨을 잃을 바에야 차라리 다른 차원으로 보내버리는 것이 더욱더 합리적이고 인도적인 판단이 아닐까.

그쪽에서도 그쪽만의 법칙이 있겠지만 떠나갈 70퍼센트의 난민들은 조금 더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을 보장받은 셈.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방안은 그야말로 혁명이라 할 만했다.

어째서 지금까지 이곳의 관리자들이 모두가 행복해지는 방안을 떠올리지 못했는지는 의아했지만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아마 벨리알의 연줄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프로젝트였을 테니까.

‘처음에 거래를 할 때부터 지구에서 비용을 청구했어야 했어.’

제대로 된 거래에 대한 상식이 없는 건 옛날 알타누스나 베니고어나 마찬가지였던 모양이었다.

“상황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봐야지. 알타누스가 처음에 어떤 의도로 난민들을 받기로 했는지, 어째서 대륙으로 소환자들을 초대하기로 결정했는지도 대충 알 것 같지만 그때랑은 상황이 많이 다르니까. 이제 대륙도 많이 안정화되기도 했고… 더 이상 대륙을 구원할 용사가 필요한 건 아니거든.”

“그렇죠. 중요한 건 대륙을 굴러가게 해줄 모험가가 필요한 거니까요. 이제 대륙은 소환자 없이는 돌아가지를 않으니까. 나쁜 방법은 아닌 것 같아요. 지구에서 계속 난민들을 받아들이되, 불필요한 인원들은 쳐내고 대륙의 경제와 시스템이 더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거. 새내기 환영회, 아니, 아니, 신입사원 연수회라고 생각하면 딱이겠는데요?”

“바로 그거지.”

“이거. 지금 어느 쪽에서 건드리고 있어요?”

“벨 이사.”

“진 군사는 합류 안 한대요?”

“그쪽은 튜토리얼 던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봐.”

“그 양반 은근히 감 없다니까. 트렌드에 맞춰서 발 빠르게 움직여야죠. 지금 같은 상황에 튜토리얼 던전이 지금 무슨 필요가 있다고… 근데 벨 이사한테만 맡겨도 되는 거예요?”

“로렌도 같이 하기로 했어.”

“아! 아아… 연방 건으로… 우리 로 과장… 악마라면 질색을 하는데… 연방 건으로 고맙기는 했나 봐요. 리뉴얼된 튜토리얼 던전에서 연방이랑 로렌 교단을 좀 밀어주기로 했죠?”

“응.”

“그럼 문제는 없겠네. 사실 벨 이사 능력이 좋은 건 인정하는데 너무 안 좋은 쪽으로 좋잖아. 로 과장이 같이 있으면 안심이죠. 사실 이 프로젝트는 나도 탐나기는 하는데… 지분 좀 줄래요?”

“아니. 누나는 휴가야.”

“…….”

“스케줄 비워놓으라고 이야기 안 했나? 짧게 단체 여행 좀 다녀오려고. 파란 길드랑 지인들이랑 해서.”

이제 조금 쉴 때가 되기는 했어.

“언제요?”

“지금.”

“대외적으로는?”

“명예추기경의 건강 회복.”

“어디로 가요?”

“글쎄….”

“준비는….”

“현성이가 다 해놨어.”

“…….”

“…….”

“알 만하네요. 근데 이거 진짜 휴가 맞기는 한 거죠?”

“…….”

“디아루리아. 막스. 우리 도미랑 케루, 세라랑 쓰로누스까지 가는 거 아니에요?”

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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