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 사용설명서 1041화
피크닉 (4)
[여행자라면 모두들 한 번쯤은 대륙 10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라베스 사막의 소도시에 대해서 들어보았을 것이다.
같은 10대 불가사의, 명예추기경의 고행길이 있었던 두더지 성녀의 포근한 안식처와 함께 언제나 최고의 여행지로 손꼽히기는 하지만 소도시 라베하의 분위기는 안식처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만약 당신이 포근한 안식처와 같은 고행길을 기대했던 여행자라면 소도시 ‘라베하’의 모습에 당황하거나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단언해서 말하건대 당신이 결코 실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다.
소도시 라베하는 노을빛의 검사가 희생과 부활의 성자를 위해 지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날이 갈수록 건강이 악화되고 있었던 희생과 부활의 성자의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 그가 직접 라베스 사막 원정을 성공시켰으며, 많은 장인들과 함께 도시를 세우는 것에 참여했다고 한다.
…중략…
대륙최대 규모의 오아시스는 자연물이 아니라 예술품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오아시스 이외에도 눈에 띄는 관광지들이 많다. 예를 들자면, …중략… -대륙 여행자를 위한 지침서에서 발췌.]
“라베스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베스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소도시 라베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베하!”
“라베하!”
‘말이 안 나오네.’
진짜로 말이 안 나와.
당황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그냥 글램핑 정도를 예상하고 있었던 인원들 역시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중.
여기에 도시가 있었나? 하는 표정을 서로에게 보내고 있었다.
유랑민족으로 알고 있었던 사막 엘프와 리자드맨은 고가에 고용되기라도 했는지 멍하니 도시의 정문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을 향해 다가와 꽃목걸이를 걸어주고 있었다.
과장된 행동과 목소리는 교육이라도 받은 것일까.
“라베하!”
“거… 고맙소….”
‘그냥 피크닉 아니었냐고.’
사실 다른 어떤 것보다 눈에 띄는 것은 도시를 감싸고 있는 커다란 오아시스였다.
보기 좋게 야자수 같은 종류의 나무들과 녹색 풀들이 잘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보인다.
도저히 인공적으로 만들었다고 보기 힘든 퀄리티. 에메랄드색 물은 너무 투명해 맨 바닥이 비치는 듯했고 정체불명의 식물들에는 먹기 좋은 과실이 매달려 있다.
일반적인 크기보다 훨씬 커 마치 커다란 호수를 연상케 했으며…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동물들은 왜 있는 건데.’
아마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지금까지 이 척박한 환경에서 살고 있었던 생명체들이 모두 모여 있는 듯한 느낌.
위험한 개체로 분류되는 몬스터를 제외하고는 모두 모여 있는 것만 같다.
오아시스에서 물을 마시거나 뛰어놀고 있는 놈들을 보고 있자니 정말로 이곳이 지상낙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위험 개체로 분류되지 않은 몬스터들도 중간중간 보이기는 했지만 사막 엘프를 비롯한 관리자들이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덥지도… 않네요.”
“네. 소도시 라베하의 기후와 온도는 마법사님들께서 관리하고 계시거든요. 여러분들의 편안한 휴식을 위해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있답니다!”
“아… 네.”
‘저 텐션은 진짜 적응 안 되자너.’
“라베하 오아시스는 언제나 열려 있으니 필요하신 시간대에 언제든지 방문해 주셔도 됩니다! 나무에 열린 과일을 드시고 싶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아! 오아시스 주변에 캠프 역시 설치할 수 있으니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으신 분들이 있으시면….”
“아… 알겠소.”
“그럼 도시 안으로 함께 가실 까요?”
‘단체 관광 온 느낌이 나기는 하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인원들도 있지만 정말로 단체 관광을 온 듯한 느낌이 든다.
김현성은 왠지 모르게 자신만만한 얼굴로 선두로 발걸음을 옮기는 중이다.
갑작스레 여기에 들어간 골드가 생각나 놈의 뒤통수를 칠 뻔하기는 했지만 저 자신감이 어디서 비롯되어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근데 그럴 만하기는 해. 이건….’
마치 예술품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도시 전체가 무척 잘 지어졌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고대 사막 엘프 특유의 양식을 채택하기로 결정했는지 화려한 문양이 들어가 있는 건축물들.
건물 하나 하나가 전부 다르기는 했지만 저 문양 때문에 통일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도로도 잘 정비되어 있지만 뭔가 때 묻지 않은 듯한 느낌, 최대한 편리함을 강조하면서도 현대의 양식에서 멀어지려고 하는 시도들이 눈에 띄었다.
정말 이국적인 휴양도시를 찾은 기분. 머릿속에서 그리던 이상적인 사막 도시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것을 목도한 것만 같았다.
‘이게 고대에 지어졌으면 대륙 10대 불가사의 이런 거에 들어갔을 거야.’
다른 이들도 주변을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다.
희라 누나야 무덤덤하게 주변을 살피고 있었지만… 커다란 주점을 발견한 이후에는….
“저기. 저기. 여기서는 뭘 팔지?”
사막 엘프를 향해 입을 열 정도였다.
“사막 엘프들과 리자드맨들이 직접 빚은 과일주와 맥주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알고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리자드맨들이 만든 맥주는 드워프의 것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들어본 적은 없었는데.”
“그건 리자드맨들의 폐쇄적인 성향 때문일 겁니다.”
“흐음… 드워프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고 하니… 궁금하기는 하네.”
“한번 드셔보시겠습니까?”
“아니야. 그냥 가지 뭐. 어차피 한 번 싹 둘러봐야 할 것 같은데. 생각보다 넓기도 하고… 저기에도 있는데?”
“네. 보시다시피 라베하는 대륙 최대 규모의 휴양시설을 자랑하고 있답니다. 도시 안에 마련되어 있는 주점은 총 3가지로 각기 다른 컨셉으로 운영되며, 각기 다른 메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레스토랑은 총 14개가 입점되어 있습니다. 모두가 명예추기경님의 인증을 받은 레스토랑으로 그중에서도 엄선해서….”
‘내가 언제 인증을 해줬어?’
인증한 적이 없는데.
궁금증을 해소시켜 준 것은 뒤 쪽에서 천천히 따라오고 있었던 이지혜였다.
“왜요. 오빠가 식사하고 나서 괜찮다고 하는 곳들이거나 자주 들르는 곳들이요. 그게 오빠가 인증한 레스토랑이에요. 꽤 유명했었는데. 아직도 모르고 있었어요? 무지개 솜사탕도 거기 들어가 있잖아요.”
‘거긴 이제 빼고 싶다.’
“아.”
“물론 완전히 새로운 레스토랑도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혹시나 직접 만들어 드시는 걸 즐기시는 분들을 위해 숙소에도 주방이 마련되어 있으니 편하게 이용하시면 됩니다!”
“다, 다행이다. 소라야. 그치?”
소라는 다행이 아닐 것 같은데. 쟤는 여기 와서도 하얀이 밥 차려줘야 되자너.
“책이 읽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공용도서관에 들르시는 것을 자신 있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대륙에 유행하고 있는 서적들은 물론이거니와 라베스 사막 원정 중 발견하게 된 희귀서적까지! 가 보시면 알게 되겠지만 아직 공개되어 있지 않은 서적들을 미리보기 할 수 있답니다.”
“…….”
“아! 지금 보고 계시는 곳은 바로 쇼핑 거리입니다.”
“쇼핑 거리요?”
“네. 마찬가지로 대륙에서 유행하는 기본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고 이외에도 유명한 디자이너 선생님들의 작품을 먼저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희귀한 아이템들이나 편하게 입으실 수 있는 저희 양식의 복장을 찾아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이외에도 설명할 부분….”
‘진짜 많기는 많네.’
괜히 도시로 만든 것이 아닌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뭘 좋아할지 잘 모르겠어서 전부 다 때려 넣어봤어.
그렇게 주장하고 있는 도시. 즐길 수 있는 컨텐츠들은 전부 다 마련되어 있는 듯했다. 실제로….
‘공원도 부지가 꽤 크네.’
산책로도 커다랗게 마련되어 있다.
미술관도 보이고 커다란 석상들도 보인다. 시선이 가는 곳이 많아 제대로 둘러볼 수가 없을 정도.
그렇게 한참이나 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거리에는 음악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무용수들이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르자 사막 엘프들이 그들의 악기를 켜며 장단을 맞추는 중.
리자드맨들은 꼬리로 땅을 치며 박자와 장단을 맞추고 아까부터 도시를 안내하고 있었던 사막 엘프는 더 크고 과장된 몸짓으로 약을 팔고 있었다.
“여러분들이 하고 싶은 게 무엇이든 간에 사막도시 라베하에서는 전부 가능합니다!”
둥!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가슴이 쿵쾅거리는 스릴을 즐기고 싶으신가요?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눈이 크게 뜨일 만한 경치를 보고 싶으신가요!”
둥!
‘아. 이거 연출 뭔데?’
나 이런 감성 별로 안 좋아하는 데.
마치 퍼레이드를 보는 것 같다. 아무래도 저 사막 엘프는 유랑극단에서 몸이라도 담은 적이 있었던 모양,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사막의 열기 때문인지 괜스레 얼굴이 뜨거워졌지만 김현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쿵짝쿵짝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고 리자드맨들이 꼬리를 쿵쿵거리는 순간 폭죽이 위로 터져 나간다.
짝짝짝!
“진짜 구리다. 오빠. 그렇죠?”
‘그런 말 하지 마. 쟤 귀 밝아. 상처받잖아.’
“이게 뭐예요, 진짜. 오빠. 이게 생각보다 도시가 괜찮아서 써먹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저 연출은 버리라고 말하세요. 다 된 밥에 왜 똥을 뿌리는 거야?”
“…….”
‘그래. 저건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둥!
“아니면 오아시스에서 수영을 즐기고 싶으신가요? 노을빛 아래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우정을 나누고 싶으신가요?”
“…….”
“꿈의 도시! 환상의 도시! 즐거움이 넘치는 도시! 사막도시 라베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와!!!!”
짝짝짝짝짝!
“크으! 기분 난다니까!”
‘근데 은근히… 반응이 갈리는데?’
벌써 최영기와 함께 맥주잔을 치켜 올리고 있는 박덕구.
‘먹히는 쪽도 있나 본데?’
선희영과 엘레나는 뭔가 의무적으로 박수를 치는 듯한 느낌, 김창렬과 박리안도 그냥 기계적으로 박수를 치고 있다.
‘쟤네는 저럴 줄 알았어.’
황정연은 그냥 신기해하는 듯했고 유아영과 안기모도 적당히 웃으며 받아주는 것처럼 보였다.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는 쪽은 정하얀 쪽.
“와아아아아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박수를 계속해서 치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비쳤다.
‘우리 하얀이….’
흰둥이를 꽉 껴안고 있는 알프스도 오오와! 소리를 내며 계속해서 박수를 보내고 있었고, 무엇보다….
‘예리야….’
소리를 지르고 있지 않았지만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눈을 빛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쟤가 언제 저런 걸 봤겠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할 겨를도 없었던 모양이다.
‘우리 애들한테도 먹히겠는데?’
이후에 찾아올 디아루리아, 막스, 쓰로누스, 케루빔, 도미니온스, 세라핌도 저 광경을 보면 무척 좋아할 거라 장담할 수 있다. 어쩌면 디아루기아도 좋아할 거야.
“자! 그럼 모두 숙소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후에는 즐겁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있는 힘껏! 라베하를 즐겨주세요!”
이 말을 끝으로 극단과 함께 발걸음을 옮기며 마무리.
“단체 행동은 시간은 따로 공지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짐을 정리하시고 편안하게 휴가를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기영 씨. 저는 잠깐 준비를….”
“아… 네.”
사실 인원이 이렇게 많이 모이다 보니 모두가 함께 단체 행동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았어.
김현성도 그걸 인지하고 있었는지 따로 단체 행동 시간을 마련한 모양이다.
사막 엘프가 공지했던 대로 이미 몇몇은 뿔뿔이 흩어지고 있는 것이 보인다.
대표적으로 차희라와 박덕구는 벌써부터 주점으로 달려가는 중, 선희영과 엘레나는 함께 신전을 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뭐부터 하지. 일단 여기 사업 계획서부터….’
익숙하지 않은 인형이 눈에 띈 것은 바로 그때였다.
“조혜진 님!”
“엘리오스 님! 지금 오셨군요.”
‘뭐야?’
뭐야. 저 놈팽이는….
누가….
불렀어?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도 지금 막….”
“식사는 하셨습니까?”
“아니….”
조혜진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엘프 놈팽이 한 놈이 눈에 띄었다.
“오빠….”
“…….”
“저 새끼 누가 불렀어요?”